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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때문에 우리가 기계한테 상대가 되지 않는데, 사실 모든 걸 효율적으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살 수도, 일부러 더 오랜 시간 걸려서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 그게 의미 있는 일이라면 말이다. 번역할 때 독자를 상정하고 그 독자와 대화를 한다. 살아온 인생이 있고, 살과 피를 가지고 있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번역이다. 기계는 문장을 이해하지 않고 텍스트를 변환한다. 글자만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관계 자체가 다르다. 예술가들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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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랜만에 류승범 배우가 방송에 나왔다.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류 배우는 슬로바키아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낳고 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부인을 ‘자신의 사랑이자 인생의 스승’이라고 밝힌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내에게 왜 그리냐고 물었더니 “어린아이들은 다 그림을 그려. 자기표현을 그림으로 하는 거지. 근데 너는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았을 뿐이야”라고 답했다고, 그는 그 이야기가 계속 생각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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