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
인간이 AI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지구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더 뛰어나고 똑똑한 존재가 등장하면, 그 존재가 우리가 생태계와 동물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를 똑같이 대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이 두려움이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똑똑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과연 지능적이어서 이렇게 성공했을까, 아니면 지성적이어서 그랬을까? 뻔히 알고도 양보하고 서로 보듬어주면서 집단으로 살아남는 능력 덕분은 아닐까? 생물학계는 오랫동안 약육강식, 생존 투쟁, 적자생존 같은 냉정한 얘기만 해왔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오래전에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라는 책을 썼다. 경쟁과 포식이 룰인 줄 알았는데, 지난 20여년간 자연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니 손잡은 놈들이 손 안 잡은 놈들보다 더 우위를 점하며 살아남았더라.
자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이 계속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까? 나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설득이 잘 안 된다. 그냥 존재할 뿐이고, 뭔가를 할 뿐이다. 내가 하는 일에 스스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그냥 존재하고 행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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