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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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지지 않기 위해 피아노를 칩니다. 더러움이 쌓이면 좋은 생각을 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피아노를 치는 행위는 저에게 청소의 리추얼입니다. 마음을 청소하기 위해 슈만을 치지요. 내 마음의 음악성을 표현하기 위해서요. 제 사고는 음악에서 나옵니다. 강의할 때 피아노를 가져다 놓으라고 해요. 바흐, 슈만, 라흐마니노프를 치면서 내 책을 읽는 콘서트도 합니다. 피아노를 치면서 내 사고의 음악성, 음조를 함께 느끼는 거죠.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랬어요.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어야 없는 것을 본다고. 희망이 없으면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죠. 기계는 미래를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계산을 잘하는 기계는 그 영리함으로 인간을 지배할 수는 있어요. 망치로 집을 지을 수도 있지만, 망치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죠. 도구가 흉기가 되는 거예요.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저는 이걸 산책할 때 꽃 이름 물어볼 때나 써요. 안 그러면 내가 스마트폰의 도구가 되겠지요.
인생이 유한하니 좋아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걸 하기로 했어요. 의미 있는 걸 하는 게, 사실 어려워요. 하지만 도취하다 끝나기에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해요. 모두가 자기 인생의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계산하는 사람, 생산하는 사람으로만 살면 똑같은 시간만 반복해서 살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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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디선가 얻어듣고 출처를 찾지 못한 (니체로 생각되는) 인용문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정박하지도, 표류하지도 말고 항해하라!’ 우리의 인생은 곧잘 생로병사의 항로를 지나는 배로 비유된다. 항해를 위해 건조되는 배는 어느 항구에서의 기약 없는 정박을 위한 것도 아니고, 목표점도 없이 거친 바다에서 높은 파고에 휘청대며 표류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표류도 정박도 아닌 내 인생 항로에서 ‘기품 있고 상냥하게’를 나침판 삼아, 되도록 ‘간결하고 단순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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