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라는 나의 소우주

소비로 그려지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2023.04.28 | 조회 4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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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ROUGH

당신과 나의 이야기

🎵롤러코스터- 일상다반사

 

 


백영옥 작가의 소설 <아주 보통의 연애>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 들어 보신 적 있나요? 데카르트가 들으면 조금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현대인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무척 와닿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주엔 공통 글감인 '나의 영수증'으로 저의 소비 생활에 대한 상념들을 글로 옮겨보았어요.

여러분은 무엇에 돈을 쓰고 계시나요?

소비로 그려지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커피 : 혈중 카페인 농도가 짙은 사람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드시나요? 저는 시리얼도 담음 직한 커다란 머그잔으로 눈 뜨자마자 한 잔,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 잔을 마시는 편입니다. 사실 맛보다는 졸음을 쫓기 위한 용도로 '복용'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 우연히 원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늘상 싸구려 인스턴트만 마시다, 파나마가 산지인 '게이샤 커피'부터 시작해 온갖 유명한 원두들을 야금야금 맛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뒤늦게야 커피가 참 맛있는 거로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옛 네스카페 커피 광고
옛 네스카페 커피 광고

 

올해 약 넉 달간의 소비를 확인하다 보니 커피값이 눈에 띄었어요. 대개는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데도 비용이 만만찮더라구요. 그럼에도 커피만은 좋은 걸 마시자고 선택한 데엔, 언젠가 친구가 말해준 소비 지침이 컸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많이 쓰는 물건에 돈 아끼지 마."

그 덕인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책상엔 향그러운 커피향이 가득하고 저는 그게 무척 마음에 듭니다.

 

 

 

📚

온라인서점 북클럽 : '읽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

해외에 사는 저는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서점의 북클럽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북클럽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대로 읽는 책은 몇 권 안됩니다. 인기 있는 책, 제목이 끌리는 책,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무작정 담아 놓기만 해요. "내일의 나야, 부디 읽어주렴🙇‍♀️" 뭐 이런 대책 없는 마인드로요. 그런 까닭에 한 달에 한 번 정기결제 메일이 오면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듭니다. 그러나 고민하면서도 끝내 북클럽을 해지하진 못합니다.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단 욕망 때문에요.

 

Couch on the porch, Cos cob, Frederick Childe Hassam, 1914
Couch on the porch, Cos cob, Frederick Childe Hassam, 1914

 

어쩌면 북클럽은 '읽는 사람'이 되고 싶은 저의 소박한 몸부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번 달엔 못 읽었지만! 다음 달엔 반드시! 읽을 거야! 아주 본전을 뽑을 거야! 😤😤😤

일단 4월은 글렀고 5월부턴 정말 제대로 열심히 많이 읽어 보려구요.

 

 

 

🏃‍♂️🏃‍♀️🏃‍♂️🏃‍♀️

모바일 게임 : 잡념을 떨칠 작은 것이 필요한 사람

언제부터 였을까요, 제가 식당을 운영하게 된 것이. 물론 현실은 아니고 모바일게임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광고를 통해 접하게 된 게임은 어느 순간부터 밤 루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씻고 침대에 누워 길드원들과 소통하고, 팀 미션을 수행하며 게임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세 지나더라고요.

게임 초반에는 무료 제공 분만 알뜰살뜰 누렸습니다. "나는 게임에 돈 안 쓸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어요. 어쩐지 돈이 아까웠거든요.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도저히 돈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게임 개발자들... 똑똑한 양반들😤) 이젠 한 달에 약 오천 원에서 만원 정도의 돈을 쓰며 게임 캐시를 충전합니다. '커피 두어 잔 값으로 스트레스 푼다' 스스로 위안하면서요.

정말 그 말이 틀린 말만은 아닙니다. 손안에 쥐어진 작은 네모칸의 세상 속에서, 저는 간단한 미션들을 클리어하며 작은 성취감을 도토리처럼 주워 먹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이 듭니다. 또한 그 시간만큼은 하루 동안 쌓인 묵은 때 같은 잡념을 떨칠 수 있어 좋아요. 이 정도면 모바일 게임 또한 취미로 봐도 되겠지요?! 

 

 

 

💊

영양제 : 건강 보조제가 필요한 사람

저희 집 주방 아일랜드엔 약 열다섯 가지의 건강 보조제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요. 간혹 집을 찾는 손님들은 "뭔 영양제를 이렇게 많이 먹어?"라며 놀라곤 합니다. 저 또한 그럴 때마다 놀라는 건 마찬가지예요.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많은 영양제를….

삼십 대 중반을 넘어서며 불현듯 영양제를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침침해지고, 손톱에 희끗한 줄이 가고, 밤을 새고난 다음 날이면 온종일 좀비 상태가 되다 보니 '살려고' 건강 보조제를 챙겨 먹은 셈이지요. 부귀영화까진 아니더라도, 정신은 단디 붙잡고 살아야 할 거 같아서요.

그럼에도 종종 우울감은 고질병처럼 찾아들곤 합니다. 침대에 두더지처럼 파고들어 까닭 모를 우울에 허덕일 땐 삶에 한 줌의 의지도 없어져요. …그런데 웃기는 게 뭔지 아세요? 그런 와중에도 꼬박꼬박 습관처럼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는 거예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는 게 재미없어. 그냥 이대로 죽어도 괜찮을 거 같아' 뭐 그런 우울한 생각을 하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좀비처럼 주방에 향해 비타민이며 칼슘, 엽산 같은 걸 챙겨 먹는다는 게, 제가 봐도 어이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영양제의 참뜻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요. 진정한 생기는 결국 내 의지에서 비롯되는 거라는.

 


여러분의 소비는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 어디에 돈을 쓰셨고 또 어떤 데에 가장 꾸준히 지갑을 열고 계신가요? 모두가 저마다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하나씩 가진다는 시대. 부디 여러분의 소우주가 안녕하길 바랍니다. 

이번 주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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