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봤습니다

일본 골프장 4곳, 클로드가 잡았습니다

아내의 테스트, AI가 대신 풀었습니다

2026.10.12 | 조회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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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한 줄 요약: 아내가 내준 숙제는 일본 골프장 예약이었습니다. 혼자 풀다 머리가 터졌고, AI에게 맡겼더니 풀렸습니다. 그리고 조금 서늘해졌습니다.

아내가 다 했습니다. 하나만 빼고

9월 말, 아내와 둘이 일본 고마츠로 4박 5일 골프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가 비행기, 숙소, 렌터카 예약을 모두 다 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떨어진 지시(?)는 딱 하나.
"당신이 골프 좋아하니까 일본 골프장은 당신이 잡아봐."
평소에 골프연습 자주 하고 요즘은 일본어 공부한다고 티를 좀 냈거든요.
이건 단순한 지시가 아니었습니다. 테스트였습니다.

미션의 조건

조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 4일 연속 라운드, 그중 이틀은 주말
  • 숙소는 고마츠 변두리. 매일 여기서 출발해 돌아와야 함
  • 하루는 세계유산 마을 시라카와고 관광까지 끼워 넣기
  • 무조건 부부 2인 라운드

마지막 조건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일본 골프장은 2인 플레이를 안 받아주는 곳이 꽤 있습니다.

받아줘도 웃돈을 붙이는 곳이 많고요.
그리고 저만의 다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대행사는 절대 안 쓴다."
시간도 여유있겠다, 일본어 공부하는 싸나이의 자존심이었습니다.

구글 지도와의 사투

구글 지도를 켰습니다. 숙소에 핀을 꽂고, 주변 골프장을 하나씩 눌러봤습니다.
골프장은 많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코스는 괜찮은지. 평점은 몇 점인지. 2인은 되는지. 점심은 포함인지. 숙소에서 몇 분인지. 주말 요금은 얼마인지.
골프장 하나에 따져볼 게 예닐곱 가지입니다. 이걸 수십 곳에 곱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예약 사이트는 전부 일본어입니다.
'2サム保証'는 2인 보장이라는데, '2B割増'는 또 뭔가. (2인이면 할증이 붙는다는 뜻이었습니다.)
한자를 하나 해독하면 조건이 하나 늘어나 있었습니다.
메모지는 늘어나고, 브라우저 탭은 스무 개를 넘어가고, 눈은 침침해지고.
제 뇌 용량을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일본어 공부한다고 큰소리친 게 후회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지원군, 제미나이

처음엔 제미나이에게 물었습니다. 숙소 주변 골프장 정보를 그럴듯하게 뽑아주더군요.
그런데 2회를 읽으신 분은 아실 겁니다. 이 친구는 확인하지 않고 일단 내놓습니다.
그래서 클로드에게 그 PDF를 보여주고 검증을 부탁했습니다. 고칠 데가 나왔습니다.
추천은 받았는데, 정작 예약은 여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이걸 다 어떻게 정리하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더군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클로드의 데스크톱 서비스가 생각났습니다.

이 서비스는 내가 권한만 주면 내 PC를 클로드가 일정 부분 조작할 수 있다는 것 정도로 알았습니다.

차선책: 통째로 맡겨보기

그래서 요 놈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일본 골프장 예약 사이트 '라쿠텐 고라'에 제가 직접 로그인했습니다.

일본 말로 된 정보들이 또 쫘르르 나왔습니다.

첨부 이미지

라쿠텐 고라 검색 화면. 2인 보장, 점심 포함 같은 조건이 전부 일본어 아이콘과 한자입니다. (10월에 다시 찍은 화면)

이번에는 굳이 사이트를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냥 뒀습니다.
그다음 클로드 데스크톱 앱에게 조건을 하나하나 불러줬습니다.
"사이트 로그인해서 열어놨어. 아래 조건으로 골프장 예약 좀 도와줘."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불러준 조건]
· 일정: 4일 연속 라운드, 그중 이틀은 주말
· 인원: 아내와 둘. 2인 플레이 되는 곳만
· 출발점: 숙소. 매일 여기서 나갔다가 돌아옴
· 동선: 꼭 가봐야 할 관광지(시라카와고 등)와 묶어서 최적으로
· 비교해 줄 것: 2인 가능 여부, 평점과 특장점, 점심 포함 여부, 숙소와의 거리

이번엔 클로드챗처럼 정보를 찾아서 추천을 해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클로드가 제 브라우저에서 사이트를 직접 돌아다녔습니다.
또 하나의 마우스 포인터가 생기더니 여기저기 클릭하더군요.

이게 되더라

잠시 뒤 정리표가 나왔습니다.
2인 가능 여부, 고라 평점과 특장점, 점심 포함 여부, 숙소에서의 거리와 시간, 취소 규정까지.
거리는 구글 지도로 실제로 재본 값이었습니다.
제가 며칠을 붙잡고도 못 한 걸 한 번에 정리해서 내밀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첨부 이미지

클로드가 정리해 준 표 (일부). 2인 할증, 점심 포함, 숙소 거리, 취소 규정까지 한 장에.

그런데 한 번에 되진 않았습니다

추천 골프장들은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약가능 여부까지 확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일요일 일정에 넣으려면 '도나미 로열'은 예약이 안 됐습니다.
토요일에 넣으려던 '트윈필즈'는 신청을 넣었더니 '예약 불성립' 답이 왔습니다.

그러면 대안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클로드가 바로 대안을 찾았습니다.

토요일은 '가가 센트럴'로 1차 확정.
그런데 다시 보니 시라카와고 관광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을 아침 7시 티오프인 '노토 CC'로 바꿨습니다.
가가 센트럴은 위약금 없이 취소했고요. 물론 클로드가 다 해줬지요.
사람이 했으면 여기서 한 번은 지쳐 쓰러졌을 겁니다.
대가는 있었습니다. 노토 CC는 숙소에서 72km,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립니다.
토요일 새벽 5시대 기상이 확정됐습니다.

아내 덕에 깎였습니다

재미있는 발견도 있었습니다.
일요일 '야마시로 GC'에는 이런 요금제가 있었습니다. '홍일점! 여성 동반 할인'.
일행에 여성이 한 명 이상 있으면 싸게 해준다는 겁니다.
아내를 데려간 덕에 할인을 받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아내의 공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아마 이 부분도 나 혼자 했으면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내용이겠지요.

츤데레 남편의 보고서

최종안을 PDF로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바로 쫘르르 나왔습니다.
집 프린터로 출력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무심한 척 툭 내밀었습니다.
"골프장, 이 정도로 정리해 봤어."
아내의 눈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30년 넘게 살면서 처음 보는 눈빛이 돌아왔습니다.

존경이었습니다.

결재, 그리고 예약 확정

아내가 오케이 했습니다.

물론 오케이 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잘 모르니까요.ㅎㅎ
클로드에게 최종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대로 예약 확정해."
그렇게 4일이 다 찼습니다.

  • 금: 나타데라 CC
  • 토: 노토 CC (07:00, 새벽 출발)
  • 일: 야마시로 GC (홍일점 할인)
  • 월: 고마츠 CC

클로드는 예약 번호를 정리해 주고, 골프장 프런트에 보여줄 일본어 예약 확인서까지 만들어 줬습니다.
출국 전에는 하나를 더 만들었습니다. 날씨가 나쁠 때 료칸 프런트에 보여줄 부탁문입니다. "골프장에 전화해서 오늘 라운드가 진행되는지 확인해 주세요."
일본어를 못하는 남편의 필살기 세트가 그렇게 완성됐습니다.

첨부 이미지

클로드가 만들어 준 일본어 예약 확인서 (일부)

첨부 이미지

출국 전 만든 료칸 프런트 부탁문 (개인정보는 가렸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행 내내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
그 전으로는 돌아갈 수도 없고, 솔직히 돌아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대사 한 줄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이러다 우리 다 죽어…"
편리함 뒤로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오늘의 교훈 세 가지

하나. 정보를 빨리 찾아주는 AI에서 비서(에이전트)AI로 업그레이드되면 차원이 다른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둘. 로그인과 최종 결정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합니다. 아직은 절대로 다 주지 마세요.

셋. 아무리 AI가 똑똑해도 최종 확인은 스스로의 몫입니다. 이번에도 확정된 예약은 사이트에서 제 눈으로 다시 봤습니다. (2회 교훈 기억하시죠?)

이번 주 유람 숙제

AI에게 물어만 보지 마시고 컴퓨터 사용권한을 일부 넘기고 일을 한번 맡겨 보세요.

예를 들어 “내 노트북 파일 정리해 줘. 지울 파일이 있으면 먼저 나한테 승인받고 해.” 이렇게 명령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경험해 보세요. 뒷부분은 꼭 붙이세요. AI가 필요 없어 보이는 파일을 지워버릴 수도 있거든요. 참고로 이 서비스가 가능한 AI는 클로드 데스크톱, 제미나이 스파크, 챗GPT 워크 등입니다. 대부분 유료 요금제에서 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AI와 함께 초안을 만들고, 싸나이투가 직접 고쳐 썼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에 다음 유람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주변에 AI가 궁금한 분이 계시면 이 뉴스레터를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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