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나이투입니다
안녕하세요. 싸나이투입니다.
이름이 좀 수상하죠? 사연이 있습니다.
인터넷이 막 퍼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너도나도 이메일 주소를 만들던 때였죠.
저도 멋진 아이디를 하나 갖고 싶었습니다.
고른 이름은 '싸나이(ssanai)'. 자신 있게 입력했습니다.
"이미 사용 중인 아이디입니다."
누군가 먼저 가져갔더군요. 그래서 뒤에 숫자 1을 붙였습니다. ssanai1.
그날부터 저는 공식적으로 두 번째 싸나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싸나이투입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첫 번째 싸나이님, 잘 지내시죠?
덕분에 필명 하나는 건졌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큰 회사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임원까지 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 은퇴했습니다.
은퇴하니 시간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생기니 하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니 모르는 게 생겼습니다.
그 '모르는 것'의 대장이 바로 AI였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날
은퇴하고 나서 조금 쉬다가 작은 사업을 하나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알루미늄 여행 가방을 만드는 일이었죠.
제품 기획하다가 지쳐서 반쯤 장난으로 AI에게 부탁했습니다.
구글이 만든 '제미나이'라는 AI였습니다.
"시장조사 좀 해줘. 사업계획서도 써줘."
몇 분 뒤. 정말로 나왔습니다.
현역 시절이라면? 팀원 여럿이 며칠 밤을 새웠을 일입니다.
내용이 훌륭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럴듯한 말이 절반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방 디자인까지 그려서 내미는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신기함보다 먼저 온 감정은 이거였습니다.
"이거, 큰일 났다."
지금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녀석이 1년 뒤, 3년 뒤엔 얼마나 똑똑해질까.
그때 저는 어디쯤 서 있을까.
무서우면,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모르는 개는 무섭습니다. 이름을 알고 나면 덜 무섭습니다.
같이 산책까지 하면 친구가 됩니다.
AI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 몇 달. 여러 AI를 써보다가 '클로드'라는 AI와 가장 오래 붙어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저질렀습니다.
따로 배우지 않고 그냥 부딪혀 보았습니다.
- 코딩 없이 내 홈페이지 만들기
- AI와 이력서·자기소개서 다듬기
- 일본 골프여행 때 AI가 직접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골프장 예약까지 끝내기
마지막 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일본어 사이트였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못 합니다. AI는 합니다.
물론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AI가 자신만만하게 틀린 길을 알려준 날도 있었습니다.
제가 엉뚱하게 물어서 엉뚱한 답을 받은 날은 더 많았습니다.
헛발질했습니다. 부딪혔습니다. 넘어졌습니다.
그래도 결국,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씁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반응이 둘로 나뉩니다.
"그거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 아냐?" "나도 해보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
두 번째 친구들을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첫 번째 친구들도 언젠가 읽게 될 거라 믿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대신 먼저 넘어져 본 사람입니다.
어디에 돌부리가 있는지. 어디서 미끄러지는지. 어떻게 일어나면 되는지.
그걸 제 무릎 상처와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왜 '유람기'냐고요?
'강의'는 부담스럽습니다. '공부'는 더 부담스럽습니다.
우리 나이에 숙제는 사양하고 싶습니다.
'유람'은 다릅니다. 구경하듯 둘러보는 여행입니다.
재미있으면 더 보고, 지치면 쉬어 가면 됩니다.
AI라는 낯선 나라를 시니어 여행자가 돌아다닙니다.
맛집도 찾고, 길도 잃고, 바가지도 씁니다.
그 여행 일기가 바로 이 편지입니다.
그래서 시니어 AI 유람기 입니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만들어봤습니다 - 코딩 없이 홈페이지 만들기, 나만의 정보 비서 만들기
- 물어봤습니다 - AI에게 확실히 일 시키는 요령
- 맡겨봤습니다 - 여행계획, 외국 사이트에서의 예약, 일정 관리 등 생활비서로 쓰기
- 넘어졌습니다 - AI가 과장하고 틀린 정보 줄 때의 대응
하나 약속드립니다. 직접 해본 것만 씁니다.
남에게 들은 이야기로 아는 척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주 유람 숙제 (5분이면 됩니다)
휴대폰에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중 아무거나 하나 여세요.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는 은퇴한 60대야. AI를 처음 제대로 써보려고 해.
내 일상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일 5가지를 쉬운 말로, 예를 들어서 알려줘."
답이 어렵다고요? 그럼 이렇게 한 번 더 말하세요.
"더 쉽게. 초등학생한테 설명하듯이."
이게 오늘의 핵심 요령입니다. AI에게는 눈치 보지 말고 다시 물어도 됩니다.
사람한테 세 번 물으면 눈총받지만, AI는 백 번 물어도 웃으며 답합니다.
다음 주 예고
코딩 한 줄 모르는 사람이 일본 단어장 앱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막막했지만 재미있었고, 복잡했지만 쉬웠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눌께요.
매주 월요일 오후, 유람 편지가 도착합니다.
싸나이투 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
백수니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