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한 줄 요약: 정리 못 하는 남자가 클로드에게 파일 정리를 맡겼습니다. 정리된 건 파일인데, 바뀐 건 저였습니다.
버리지 못하는 남자
저는 원래 정리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물건을 못 버립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버려야 할 순간이 오면
꼭 이런 상상을 합니다.
'혹시 나중에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옷이 대표적입니다.
한때 물고 빨던 청바지.
버리려고 들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 멀쩡하잖아."
"이 와이드 진, 반드시 다시 유행한다."
봄, 가을.
1년에 두 번 옷 정리를 합니다.
그때마다 아내와 티격태격합니다.
"버려라."
"못 버린다."
이 대사는
매년 똑같습니다.
컴퓨터 속도 마찬가지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리 나이쯤 되면
누구나 컴퓨터 하나는 있습니다.
노트북이든,
맥북이든,
책상 위 데스크톱이든.
오피스 깔고,
은행 앱 깔고,
증권사 앱 깔고,
가끔은 게임도 깝니다.
그러다 보면
메일이 쌓입니다.
업무 파일이 쌓입니다.
취미 파일이 쌓입니다.
파일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어느 순간
파일 하나 찾으려면
검색창에 매달립니다.
이름이 생각 안 나면
날짜로 찾습니다.
그래도 안 나오면?
자포자기입니다.
새 컴퓨터를 살까.
그러다 옆에 계신
내무부장관의 눈치를 봅니다.
싹 지우고 다시 시작할까.
그러다 모아둔 파일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정리하시는 분들.
이해가 안 되실 겁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
생각보다 많습니다.
놀고 있던 클로드
제 파일 창고는 구글 드라이브입니다.
인터넷 위에 있는
내 서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제가 여기에 파일을
마구잡이로 던져 넣었다는 겁니다.
관리?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돈 내고 쓰는 클로드를
한동안 안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돈은 꼬박꼬박 나갑니다.
녀석은 놀고 있습니다.
얄미웠습니다.
그래서 일을 시켰습니다.
"내 드라이브 좀 정리해 봐."
솔직히 반신반의였습니다.
'이것도 되나?'
클로드가 내민 계획서
클로드는 바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먼저 드라이브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졌습니다.
그리고 정리 계획서를
한 장 내밀었습니다.
제 드라이브의 항목은 약 280개.
그중 180개쯤은
2010~2011년 데이터였습니다.
옛날 메모 앱이 쌓아둔 것들입니다.
15년 묵은
할 일 목록과 쇼핑 목록이
거기 살고 있었습니다.
계획서를 읽다가
웃음이 터졌습니다.
「대만여행_일정표_v6_최종」
같은 이름의 파일이 다섯 개.
최종이 다섯 개입니다.
클로드는 이걸
"가장 심한 중복 사례"라고 적어 놨습니다.
네.
인정합니다.
자기소개서는
제목이 거의 같은 파일이 줄줄이.
투자 발표 자료는
크기까지 똑같은 쌍둥이.
AI한테 한 말이
그대로 제목이 된 문서도 있었습니다.
「이 내용을 구글문서로 직접 만들어줘.」
이런 이름의 문서가
제 드라이브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 함부로 안 버립니다
제가 감탄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클로드는
뭘 버릴지
제멋대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게 최종본인지는
제가 내용까지 비교하지 않았으니
확인해 주세요."
"이 대만 여행 일정은
본인 여행이 아닐 수도 있어 보이는데,
따로 둘까요?"
헷갈리는 건
전부 질문으로 남겼습니다.
추측은 추측이라고.
확인한 건 확인했다고.
구분해서 적었습니다.
저보다 꼼꼼합니다.
행복하다 못해 짜릿했습니다
승인했습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투자.
자기소개서.
일본어 공부.
골프.
세무와 연금.
개인 기타.
주제별 폴더 여섯 개가
9초 만에 생겼습니다.
흩어진 파일들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지금 제 드라이브 첫 화면에
굴러다니는 파일은 0개입니다.
결과를 받아 들고
처음엔 행복했습니다.
조금 지나니
짜릿했습니다.
옷장 정리를 끝낸 그 기분.
몇 년 만에
컴퓨터에서 느꼈습니다.
그리고, 버렸습니다
여기가 이번 호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중복 파일을 지웠습니다.
과감하게.
"최종" 다섯 개 중에
진짜 최종 하나만 남겼습니다.
청바지 하나 못 버리던 남자가
파일을 지웠습니다.
내친김에
노트북 바탕화면 폴더도 맡겼습니다.
파일 543개, 4.7GB.
중복을 지우고, 안 쓰는 설치 파일까지 버렸더니
2.0GB가 됐습니다.
정리된 화면을 보니
알겠더군요.
못 버린 건
아까워서가 아니었습니다.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뭘 버려도 되는지도
몰랐던 겁니다.
클로드가 한눈에 보여주니
버릴 용기가 생겼습니다.
AI가 정리한 건
제 파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뀐 건
저였습니다.
(아내가 이 글을 보면
봄 옷 정리 때
이 문장을 들이밀 것 같습니다.)
따라 해보기
구글 드라이브 정리
- 클로드에 구글 드라이브를 연결합니다. 연결(커넥터) 메뉴에서 구글 드라이브를 켜고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됩니다.
- 바로 옮기라고 하지 마세요. 계획서부터 받습니다. "정리 계획을 먼저 보여줘. 승인 전엔 아무것도 옮기거나 지우지 마."
- 헷갈리는 건 질문으로 남기라고 하세요. 버릴지 말지는 내가 정합니다.
- 지우는 건 맨 마지막에. 드라이브에서 지운 파일은 휴지통에 잠시 머뭅니다.
노트북 폴더 정리
클로드 데스크톱 앱(유료 요금제)에서
내 컴퓨터 폴더를 연결해 맡길 수 있습니다.
클로드는 연결해 준 폴더 안에서만 일합니다.
처음엔 '다운로드' 폴더 하나만 맡겨 보세요.
하나 조심하세요.
클로드가 노트북에서 지운 파일은
휴지통을 거치지 않고 바로 사라집니다.
저도 지우기 전에 한 번 더 승인했습니다.
덤.
처음 정리할 때만 해도
클로드가 드라이브 파일을 직접 옮기지 못해
브라우저 화면을 조작해서 옮겼습니다.
지금은 옮기기와 휴지통 보내기가
연결 기능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새 또 늘었습니다.
이번 주 유람 숙제
"내 다운로드 폴더 조사해서
정리 계획만 먼저 보여줘.
아무것도 옮기지 말고."
계획서만 받아 보셔도
반은 정리된 겁니다.
그리고 각오하세요.
여러분 컴퓨터에도
"최종"이 여러 개 살고 있을 겁니다.
다음 주 예고
광고회사 28년.
프로스포츠 행정 4년.
30년 넘게 걸어온 길을
77초에 담아 봤습니다.
자기소개서 말고,
움직이는 그림으로.
다음 주에는
AI와 함께 만든
제 소개 모션 그래픽을 보여드립니다.
이 나이에 웬 모션 그래픽이냐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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