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취미로 사진을 찍는 시에나입니다.
보통 초순에 보내던 사진첩이었는데, 이번 달에는 하순이 되어 보내드리네요.
매번 불쑥 찾아오는 저를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는 감정을 바라보며 저의 어리석음과, 이를 받아주고 있는 제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한없이 느끼고 있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아직 글로 적을만큼 마음이 단단하게 굳은 건 아닌 듯 합니다. 또 어떤 이야기들은 입에 물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기도 합니다.
대신 제가 좋아하는 시를 적어 보냅니다.
오늘은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슬플 때마다 본인 일처럼 아파해주고 울어준 지인들에게 하염없이 고맙다는 말,
그리고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남은 10월도 무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에나 드림
서시 -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의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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