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이 바뀌어도, 오늘의 자리에서
계절이 바뀌어도 매일 문을 여는 일터가 있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준비하며 손님을 맞는 하루. 겉으로는 익숙해 보이는 그 일상에도 기대와 염려, 흔들림과 감사가 오갑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두 집사님의 글에는 그 하루하루를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 앞에서 질문하면서도 기도로 다시 가게 문을 열고, 한 주의 수고 끝에 예배로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오래 해온 일이 누군가를 기쁘게 섬길 수 있는 선물임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아직 이유를 알 수 없는 시간과 감사가 선명해지는 순간이 함께 있습니다.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든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이어갈 수 있기를,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이 이웃과 은혜를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두 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미디어 선교부 김신홍 드림



어떤 계절에도 하나님과의 끈을 붙들고
일도 계절이 바뀌나요?
파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배우는 것들 안녕하세요. 파리에서 작은 카페 BINICI를 운영하고 있는 김 집사입니다. 교회 분들은 제가 카페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
카페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몇 년이 흘렀습니다. 비니씨의 계절은 조금 특별합니다. 봄, 여름, (태풍), 여름, 봄, 여름, (태풍), 가을, (장마), 봄, (장마), 가을(?), 겨울, (폭설), 겨울… 사계절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저희에게는 일 년에도 열 번 넘게 계절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지만, 하루하루가 늘 같지는 않습니다. 손님으로 가득 찬 날도 있고 유난히 조용한 날도 있습니다. 날씨와 휴가철, 패션위크, 시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카페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날이 좋아서, 좋지 않아서, 아니면 너무 적당해서 손님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하.
그런데 매출에는 계절이 있어도 임대료와 인건비에는 계절이 없습니다. 손님이 적은 날에도 가게를 운영 하는 하루는 계속됩니다. 그래서 바쁠 때는 다음 한가한 시기를 준비하고, 한가할 때는 비용을 점검하며 새로운 메뉴와 이벤트를 고민합니다. 농사도 지어본 사람이 잘 알겠지요. 어떤 작물을 심어야 어느 계절에 잘 자라고, 언제 수확해야 좋으며, 어느 시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그런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래도 몇 년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조금씩 준비하는 법을 배우고, 나름의 노하우와 비축을 통해 다음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아무리 준비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은 찾아옵니다. BINICI에도 가끔 자연재해 같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열심히 가꾼 논의 벼가 쓰러지고, 수확을 앞둔 사과가 땅에 떨어진 모습을 보는 농부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요? 그럴 때면 저도 묻습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왜 하필 나일까?’ 며칠 동안 마음을 추스르다 보면 다시 생각합니다. ‘이유가 있겠지. 이 일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겠지.’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때로 그 이유를 찾는 일 자체를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마주하고 나면 지금까지 익숙하게 살아온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할까 봐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에 와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하다 보니, 성경을 읽을 때도 이방인의 관점에서 말씀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저는 이방인이라는 제 경험에 기대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제 모습을 합리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과 세상 사이의 경계가 어느새 희미해진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가족과 일에 대한 책임이 커질수록 현실에 더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하나님과의 끈을 놓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흔들리지만, 말씀과 기도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가게 문을 엽니다.
사실 어릴 때 저는 이런 기도를 자주 했습니다. ‘하나님, 저도 세상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어요. 세상에서도 주님의 손을 절대로 놓지 않을 테니 보내주세 요. 세상이 너무 궁금해요. 그리고 다시 돌아올게요! 그래도 제 뜻보다 하나님의 뜻이 우선인 삶을 살게 해주세요.’ 그렇게 기도한 지 어느덧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 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제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하나님을 잊은 채 살아간 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나님 품 안에서 살아가다 세상으로 나 왔던 제가, 이제는 조금씩 다시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하 나님을 찾는 저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다양한 모습과 방법으로 저와 함께해 주셨습니다. 일에도 계절이 있고, 우리의 삶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봄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가꾸며 가을에는 열매를 기다립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비바람에 모든 것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농사도, 장사도, 인생도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BINICI의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모든 변수를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준비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떤 계절이 찾아오더라도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하나님과의 끈만큼은 놓지 않고 싶습니다.
세상에 나가 살아보고 싶다던 어린 시절의 기도를 기억하시고,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감사합니다.
Binici 김현빈 집사 드림

이야기가 모이는 자리에, 감사로 음식을 놓으며
글이라고는 딱히 써 본 적 없는 저에게도 짧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 참 기분이 묘하네요.
안녕하세요, 정찬희 집사입니다. 사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저에게 계절과 시간의 흐름은 참으로 미묘합니다. 큰 틀에서 보면 따뜻한 음식을 위주로 취급하기에 무더운 여름과 으슬으슬한 겨울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하지만 매일 특별한 휴식 없이 손님을 맞이하다 보면, 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내일 같은 단조로운 삶이기도 합니다. 직접 운영한 지 햇수로 8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그야말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년의 시작을 1월 1일 새해 기점으로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학생분들에게는 9월이나 10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매일을 다른 날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날이 바로 주일입니다. 평소에는 나를 지우고 손님들께 웃음과 서비스를 드리는 사람이지만, 주일에 예배에 나와 말씀과 찬양으로 다시 서며 자아를 확립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떤 분들에게는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참으로 감사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에서 음식으로 섬겨야 할 일이 생길 때, 다른 성도님들은 200%, 300%의 힘을 들여야 할 일들이 제게는 50% 정도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되어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또한 제가 감사함으로 섬기면 주님께서 채워주시는 것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식당을 오픈할 때 동생과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어떤 교회 모임이든 우리 식당에서 하게 된다면 변함없이 30% 할인을 해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자주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인가 싶더니 벌써 겨울이 된 것만 같은 시기입니다. 제게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더 바빠질 때이기도 합니다. 제게 '감사'라는 중심이 잘 잡혀 있다면,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이야기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어떤 청년이 어떤 비전과 미래를 꿈꾸는지, 인생과 신앙의 선배님들이 제게 주실 조언의 말씀들은 무엇인지... 저는 평소에는 식당에, 주일에는 교회에 있으니 만나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서로 은혜와 고민을 나누는 그 자리에 제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놓을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Bims 정찬희 집사 드림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주님의 따뜻한 품으로 저희를 보호하시고 선한 길로 늘 인도하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한 없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하는 것이 가장 큰 은혜고 축복임을 고백합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맡기신 일에 충성하고 있는 아버지의 자녀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해 주시고, 주님의 능력와 지혜를 허락하셔서, 날마다 잘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일과 삶 속에 비수기를 지나고 있는 성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다른 때 보다 조금 덜 바쁜 시간을 보낼 때, 충분한 쉼을 허락하시고, 저희가 그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감사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세요.
혹 비수기를 맞아, 조금 침체되고, 무력감, 허무함이 느껴지는 시기를 보내는 성도들이 있다면, 주님께서 찾아와 위로해 주시고, 새 힘과 용기를 부어주시길 원합니다.
또한 우리 선한 장로교회가, 조금 선선해진 이 가을에, 서로를 돌아보며 더 따뜻하게 격려하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귀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미디어 선교부 최장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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