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으면 걸을수록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
사실 걷는다는 행위는 조금 이상한 이동입니다. 분명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 눈에 다른 것들이 들어오곤 합니다. 매일 지나던 건물의 창문을 올려다보기도, 골목 끝에 놓인 의자를 발견하기도 하며, 이름 모를 나무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합니다.
파리는 특히 걸을 때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메트로를 타면 몇 분이면 지나칠 거리를 한참 동안 걷다 보면,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장소들이 생겨납니다. 관광지도, 목적지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그런 자리들입니다.
어쩌면 말씀을 읽는 것도 이와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을 많이 읽는 것과 말씀 안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다른 것처럼, 익숙한 구절이라도 어느 날 천천히 읽으면 전에 보이지 않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몇 번이고 지나쳤던 말씀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게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 자리는 꼭 교회나 책상 앞일 필요는 없습니다. 센강의 벤치도, 정원의 나무 아래도, 사람들이 오가는 골목도 좋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래서 파리를 조금 천천히 걸어보려 합니다. 사진작가가 간직해 온 좋은 빛을 따라가 보고, 그곳에서 성경 한 권을 펼쳐봅니다.
어쩌면 산책의 목적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던 수없이 많은 것들에서 잠시 머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디어 선교부 김신홍 드림



파리, 말씀이 머무른 자리 : 사진작가가 슬쩍 공개하는 '성경 읽기 좋은' 파리 스팟 4
먼저 고백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장소들은 원래 제 촬영 노트에 '사진 맛집'으로 적혀 있던 곳들입니다. 웨딩 촬영을 비롯해 여러 작업으로 파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빛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과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을 꼼꼼히 기록해 두었지요. 그런데 다시 펼쳐보니 이 조건들이 고스란히 '성경 읽기 좋은 곳'의 조건이더라고요. 빛이 좋고, 고요하고, 오래 머물러도 좋은 곳.
그래서 이번만큼은 카메라 대신 성경책을 챙겨 가시라고 이 리스트를 꺼내 봅니다. 다만 이름난 명소도 섞여 있으니, 시간대 추천만큼은 꼭 챙겨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의 핵심은 사실 거기에 있습니다.
- 튈르리 정원 분수대 📌 지도보기


튈르리 정원에는 분수대가 여럿 있지만, 저는 늘 이 분수대, 이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원 안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뜸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주인공은 튈르리의 상징, 초록색 철제 의자입니다. 2002년 디자이너 프레데릭 소피아(Frédéric Sofia)가 고전적인 정원 의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탄생시킨 작품으로, 등받이가 느긋하게 뒤로 기울어 있어 한 번 앉으면 쉽게 일어나지지 않습니다. 의자에 몸을 맡기면 앞으로는 꺄루셀 정원이, 뒤로는 나무와 너른 잔디밭이 펼쳐지는데, 이 앞뒤의 여백이 그대로 마음의 여백이 되어 줍니다.
참고로 제 경험상 이곳에서 여유 찾기에 성공할 확률은 99%입니다. 나머지 1%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하나님께 맡기시면 되겠습니다.
작가의 한 마디 이곳은 피크닉도 허용되는 구역입니다. 육의 양식과 영의 양식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파리에서 보기 드문 고효율 스팟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바게트 하나, 성경 한 권이면 준비 끝입니다.
함께 읽기 좋은 말씀 시편 23편, <푸른 풀밭과 쉴 만한 물가>
- 까모엥 골목 (Avenue de Camoëns) 선 성경, 후 파코 📌 지도보기


파리 16구, 고요한 주택가 사이에 숨어 있는 짧은 골목입니다. 양옆으로 오스만 양식 건물이 액자처럼 늘어서 있고, 골목 끝 난간에 살짝 기대면 정면으로 에펠탑이 걸어 들어옵니다.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구도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곳'으로 통하는 자리입니다.
관광지 한복판이 아닌 주민들의 생활 공간이라 공기부터 차분합니다. 천천히 골목을 거닐다 난간에 기대 에펠을 배경 삼아 말씀을 펼치는 경험, 생각보다 훨씬 근사합니다.
한국에서 지인이 찾아왔을 때, 함께 걸으며 '진짜 파리'를 소개하기에도 이만한 코스가 없습니다. 골목에서 말씀과 에펠을 함께 누렸다면, 걸어서 5분 거리의 트로카데로로 향해 보세요. 그곳에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로 유명한 외국인 친구, 파코가 있습니다. 파리 한복판에서 들려오는 능숙한 한국어 인사에 지인분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코스의 숨은 묘미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주말 오후에 방문하시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형제자매님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각도로 휴대폰을 들고 계실 겁니다. 다만 인근에 학교가 많으니 점심시간과 등하교 시간은 피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골목의 주인이 어린 이웃들이거든요.
함께 읽기 좋은 말씀 시편 121편, <눈을 들어 산을 보는 노래>
- L'Howea 꽃집 골목 SNS에서 한 번쯤 봤을 그 장면, 트렌드는 가볍게 따라가 주는 것도 📌 지도보기

꽃과 에펠탑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 전 세계 여행자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이른바 '에펠뷰 맛집' 꽃집 골목입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늘 붐빈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곳은 조용히 묵상하러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기쁨을 함께 나누러 가는 곳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비밀은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습니다. 길 하나만 건너면 여유롭게 앉아 성경을 펼칠 수 있는 벤치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북적임과 고요함 사이가 고작 횡단보도 하나라는 것, 파리가 가진 묘한 매력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생 사진' 한 장 선물하고 싶은 날이라면 바로 이곳입니다. 꽃 사이로 에펠이 고개를 내미는 이 구도는 누가 찍어도 실패가 없거든요. 사진은 꽃집 앞에서 찍어 드리고, 쉼은 길 건너 벤치에서 함께 누리시면 되겠습니다. 섬김과 나의 말씀 시간을 한 번에 챙기는 일석이조 코스입니다.
함께 읽기 좋은 말씀 마태복음 6장, <들의 백합화를 보라>
- 센강 앞 파리에 산다는 것을 잊을 때 📌 지도보기


파리에서 치열하게 살다 보면, 처음 공항에 내려 이 도시를 둘러보던 설렘과 이유 모를 여유를 어느새 잊고 지내게 됩니다. 출근길의 메트로, 끝나지 않는 행정 서류,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파리는 어느 순간 그냥 '사는 곳'이 되어 버리지요.
그럴 때는 평일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 이 부근을 천천히 걸어 보세요. 관광객이 몰려들기 전이라 강변이 한결 차분하고, 오전의 부드러운 빛이 센강 수면 위로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흐르는 강물과 에펠탑, 그리고 손에 든 말씀. 이 셋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 처음 파리에 도착했던 그날의 마음이 슬며시 돌아옵니다.
작가의 한마디 이곳만큼은 사진보다 산책을 위한 장소입니다. 삶의 생기와 성령 충만, 두 가지를 동시에 회복하고 싶은 날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함께 읽기 좋은 말씀 이사야 43장 19절, <새 일을 행하리니>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좋은 장소란 결국 좋은 빛이 머무는 곳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읽는 사람에게 좋은 장소란, 그 빛을 지으신 분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주, 파리 어딘가에서 성경을 펼쳐 보세요. 혹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셨다면 저에게도 살짝 보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구도 피드백은 무료입니다.
미디어 선교부 김광현 드림


교회 소식 안내
- 창립 24주년 감사예배
2002년 9월 29일,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따라 시작된 파리선한장로교회가 올해로 창립 24주년을 맞았습니다!
24년이라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돌아보면 또 어느새 지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교회를 지켜주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창립 24주년 감사예배를 드립니다.
그저 세월이 흘러 24년이 된 것일까요?
돌이켜보면 우리의 계획보다 앞서 일하시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순간에도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은혜를 직접 경험한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증언하는 증인이겠죠?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세우며, 살아있는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감당하고자 걸어온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기쁜 순간도, 쉽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걸음마다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앞으로의 시간도 주님께 맡겨드립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24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나온 시간에 감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세대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파리선한장로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4년의 은혜 위에 또 다른 은혜를 더하시고, 우리의 모든 걸음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 쏘낭 파리 청년 추석 대축제


지난주 토요일, 교육관에서 한국어가 아닌 불어로 시끌벅적하게 “윷!”을 외치는 파리 청년들의 소리를 들으셨나요?
추석을 기념하기 위해, 쏘낭 청년 몇몇이 프랑스인 지인들을 초대하여 함께 한국 문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눈치게임을 통해 ‘눈치’라는 단어를 불어로 설명해 보기도 하고, ‘몸으로 말해요’ 게임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반전을 알 수 없었던 윷놀이까지 함께 즐기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손수 준비한 비빔밥을 직접 비벼 먹고, 설날 때와 마찬가지로 공기놀이까지 즐기며 프랑스 친구들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함께 웃고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을 통해 친구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한국과 한국 교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도 키워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어의 벽을 넘어, 언젠가는 파리선한교회 청년들이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함께 주님을 찬양하는 날이 오겠죠?
미디어 선교부 명한나 드림


오늘의 기도
사랑과 자비의 주님, 감사합니다.
유독 따스했던 9월 한 달을 허락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하반기를 주님과 함께 시작하게 하시며,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주님과 함께 맞이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매 순간 주님과 함께 걷기보다 끊임없이 하나님을 우리의 생각으로 이해하고 규정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더 나아가 우리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지는 않았는지 고백합니다.
말씀을 이루시는 주님의 능력을 깊이 신뢰하게 하소서. 하나님께서 보여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단단히 서게 하소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이 아닌, 기도하며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시간으로 사용하게 하소서. 각자에게 맡겨진 자리를 다시 돌아보는 10월, 그리고 남은 2026년을 보내도록 인도해 주소서.
주님, 24년 동안 파리선한장로교회를 지켜 주시고 이끌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시간 동안 교회 가운데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앞으로의 모든 걸음 또한 주님의 손에 맡겨드립니다. 24년의 역사가 우리의 자랑으로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도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복음을 살아내는 교회가 되게 하소서. 새로운 세대와 다음 세대를 품게 하시고, 이 땅에서 주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는 교회가 되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걸음을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미디어 선교부 명한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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