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모두들 모자무싸 열심히 보시면서 무가치함과 싸우고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도 어제 청소하다가 그릇 깨먹고 전부치다가 다찢어먹고 건조기 돌리다가 성인 옷 초등학생 옷으로 만들어놓는 등 무가치함과 싸웠습니다. 살림, 특히 플레이팅이 늘지를 않는데 바쁘니까 플레이팅이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게 됩니다.
모자무싸 동만의 집은 여러 군데서 찍었습니다. 집은 연희동에 있는 한 아파트인데 이름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산책 다니며 많이 본 아파트인데, 90년대 느낌으로 뮤직비디오 영화 찍기 아주 멋질 정도로 위압감이 대단한 건물입니다. 의도는 하지 않았지만 브루탈리즘 같은 게 느껴진달까요? 물론 건축할 즈음에는 모던한 건물이었을 겁니다.
아파트 뒤에는 산이 멋지게 늘어서 있고요. 여기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 멀리 홍대가 주룩 하고 보이는 멋진 경관을 갖고 있습니다만 어딘지 알려드리진 않겠습니다 아이고 꿀잼. 제가 이곳을 알아낸 이유는 저희 집에서 왠지 비장한 모습으로 보이길래 어느날 길을 따라 찾아가 봤고요. 멀리서 본 것 이상으로 동네의 포스가 대단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약간 무서운 느낌일 수도 있으니 무서운 거 싫어하시는 분은 관심갖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저야 얼굴이 인왕상이니 귀신을 안 무서워 합니다만 여기까지 말하겠습니다.
집은 거긴데 동네는 홍은동 쪽이라고 하고요. 홍은동도 제가 심심하면 산책가는 곳인데, 어딘가 모르게 로케하신 분과 제 동선이 겹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은동 홍제동 일대는 왠지 놀러가고 싶은 곳이 아주 많은 곳이니 주말 시간이 있다면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동만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산도 연희동이 아니라 홍제동입니다. 연희동 산은 돌산이 아닌데 드라마에서는 돌산으로 나오죠. 돌산의 그 척박함이 동만의 황량함을 더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을 겁니다. 주말에 연희동-홍제동-홍은동을 걸어서 투어해봐야겠습니다.
영화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동만을 강제로 주인공과 붙잡아두는 장치인 기찻길은 사실 박해영 작가의 다른 드라마에도 주요 소재로 나왔었죠. 그런데 ‘나의 아저씨’ 기찻길은 용산에 있고요. 모자무싸의 기찻길은 광주 신촌동이라고 합니다. 용산도 그렇지만 이곳도 풍경이 참 정겹네요. 이상하게 기찻길 지나가는 동네 가면 방앗간이 꼭 있어요. 그것도 꼭 기찻길 근처에.

대망의 아지트(!)는 제가 사는 동네에 있습니다. 원래부터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사적 약속이나 미팅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소규모의 좋은 카페들이 많이 생겨서 잘 가지는 않고 있어요. 가게 이름은 밤부 베이커리&브루잉인데 이름이 어려워서 저는 평생 뱀부라고 부르고 살다가 이번에 진짜 이름을 알았습니다. 지난 겨울 아지트라고 이름 붙이길래 뱀부가 팔리고 구린 가게가 들어왔나보다 했는데 그게 어느 순간 드라마에 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아니 그럼 나 고윤정이랑 같은 공기 마셨다는 거잖아. 아지트에서 꽤 촬영 비중이 높은데 왜 거기 앞을 서성대지 않았지? 라며 자신의 무가치함에 다시 깨닫습니다.
사실 아지트의 내부는 밤부가 아닙니다. 밤부는 가정집을 뜯어서 만든 카페고, 1층이 별로 넓지 않아요. 그리고 2층도 뭐 그렇게 막 넓은 곳은 아니에요. 대신 야외 샹들리에가 아주 멋있고, 호쾌한 원시림같은 야외정원이 힙한 느낌을 줍니다. 한번 가보시길 바랄게요. 빵도 맛있다던데 저는 빵을 안 먹어서 먹어본 적은 없어요.
아지트를 거쳐서 골목으로 주욱 들어가는 동만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 길을 따라 가면 동만의 집 같은 집이 아니라 길 끝에 기생충 집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부자동네죠. 작게 자신의 집을 지어 사는 분들도 많고요. 구석구석 신축 사무실들이 많은 비싼 동네입니다. 이 거대한 비밀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이 기분.
아지트의 진짜 비밀은 그 앞에 있는 ‘아우룸’입니다.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선 묘하게 이름이 바뀌어서 나오고요. 접근 가능한 가격 선에서 합정동 이탈리안 최고 맛집입니다. 제가 보장드리죠. 리조또와 파스타 전부 맛있습니다.
그 근처 맛집을 또 꼽자면, 동만이 갔을 것 같은 가게 기준으로는 ‘국제양식(이미 너무나 유명합니다)’, 생활맥주, OB맥주 등이 있겠네요. 그리고 그 앞에 수백 개쯤 있는 고깃집들 대부분 맛집이니 한번 방문하셔서 저 고기 사주시면 아 아닙니다.
모자무싸가 단 2회 남았네요. 후반부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가장 사랑받은 혹은 가장 논란거리로 남을 드라마가 될 것 같네요. 덕분에 당분간 중국인 관광객과 더불어 한국인 관광객들도(저희 동네 거의 중국입니다 근데 식당은 또 다 일본음식이예요) 많이 찾는 동네가 되겠군요. 아지트 근처에 항상 제가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저 고기 좀 사주 아 아닙니다.
이번주의 마지막은 모자무싸 최고의 명대사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얌전한 아이예요. 만만하고 약한 애가 아니고."
“고기 잘 억어먹는 아 아닙니다 뿅.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