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이 트렌드

어째서

2026.10.21 | 조회 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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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저는 어제부로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있어보이죠? 하는 일 받는 월급은 똑같지만 있어보이면 된 겁니다.

 

오늘은 최신 트렌드 알려드리려 왔습니다. 사실 제가 알아낸 건 아니고요. 콘텐츠 만드느라 트렌드 코리아 2027 읽고 왔습니다. 영상으로도 당연히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보셨겠죠(쿠라이 쿠라이). 이 책 상당수를 차지하는 내용이 바로 ‘라이프 ROI’입니다.

 

제목을 보고는 약간 체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회사 ROI 챙기기도 바쁜데 라이프까지 ROI 한다니요. 그런데 읽어본 내용은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젊은 세대, 주로 20대가 삶 전체를 조밀하게 설계하고 대응한다는 내용이거든요. 지난해에는 20대가 술도 안 마시고 자기 취향 찾아 산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렸죠. 그 20대가 이제 자기 삶도 설계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른바 ‘삶꾸’ 유행어 아닙니다 농담이었어요. 어디가서 아는 척하시면 큰일나요.

 

20대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살기 팍팍해서가 있을 건데, 굉장히 좋은 자세라고 봅니다. 우리는 젊은 시절을 망치면서 살았잖아요. 수종철 구독자 분들 중에서도 20대가 있을텐데요. 이렇게 현명하게 삶에 대처하다니 정말로 놀랍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라이프 ROI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보상이 아주 늦게 이뤄지는 연금 저축에 투자하기는 어렵고, 주식 불장 들어가긴 쉽잖아요. 그러다 많이들 물리셨을 거고요. 사실 20대만 물린 게 아니라 3040이 더 물렸겠죠. 반대로 10년 20년짜리 연금저축을 20대때 시작한다면 고작 40대에 저 보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빠르게 시작하는 게 맞겠죠.

 

참 오늘 주제 손절이었죠. 이렇게 쓸데없는 말 많이하다가 손절 많이 당했습니다.

 

손절이 트렌드가 된 이유는 역시 라이프 ROI 때문입니다. 과거 저의, 그리고 여러분의 손절이 비교적 감정적인 이유에 기인했다면, 요즘 분들은 실익을 철저히 따져가며 손절을 한다고 하는군요. 이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가 하는 걸 따지는 앱도 있다고 해요. 경조사비 얼마나 주고받았고, 계산은 어떻게 했고 하는 것들. 제가 20대 때 저런 앱이 있었다면 저는 지금보다 10배쯤 더 많이 손절을 당했을 겁니다.

 

저는 돈 안 내려고 온갖 짓을 다 하고 다녔습니다. 빨리 오래 도망가기 위해 마라톤 연습을 했고요. 유사시 친구들을 제압하기 위해 유도를 배웠습니다. 당당하게 돈을 안 내기 위해서. 당당한 소인배(?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 제 통장은 여전히 마이너스인데 왜 굳이 그랬었나 싶네요. 이자리를 빌어서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말로만 전합니다. 사실 지금도 잘 얻어먹고 다니고 있습니다. 다행히 먹는 양이 많지 않아 조금만 얻어먹습니다.

 

하여튼 손절은 인간관계에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수시 입학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는 경우도 많고, 이직, 전직도 지난 세대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손절이라는 말이 좀 차갑게 들리지만 새 세대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이성적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그럼 나도 니네 손절해야지 라고 하기엔 저는 이미 친구가 별로 없군요.

 

이 책을 읽고 또 괜히 제 자신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나는 손절을 하고 있는가?

 

답은 네,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고묘하게, 20대처럼 당당하지는 못하게, 미묘하게.

 

물론 저는 금전관계로 치면 손절을 당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거의 기생충이예요. 그러면서 놀러가면 고기구우라고 하면 다 태우고 운전하는 사람 뒤에서 디비자고 반찬투정하고 아주 최악의 인간이군요. 그리고 소고기 잘 사주는 친구가 있어서 썸녀 데리고 그친구 동네까지 간적도 있습니다. 남의 돈으로 썸녀 소고기 먹이고 싶어서. 와 어떻게 이런 인간과 친하게 지내지? 글로 적어놓고 보니까 너무 인간쓰레기네요. 이런 사람의 글을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람과 이별할 때 보통 침묵합니다. 상대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그걸 고치려고 들지 않아요. 함구하고 있다가, 참을 수 없는 영역까지 도달하면 조용히 그사람과 멀어집니다. 얼굴 붉히면서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게 싫어서고요. 1년에 한번 정도는 저도 화를 내는데, 1년 중 가장 후회하는 일이 그 단 한번 참지 못할 땝니다. 제 기억으로는 작년에는 큰 화를 낸 적이 없었던 것 같고, 올해도 아마 그렇게 지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가 날만한 사람을 모두 잘라냈기 때문이죠. 무자극 인간들만 주변에 있어서 좋긴 한데, 제가 새로운 기회창출을 못할 것 같은 걱정도 들기는 합니다. 너무 마음이 차갑기 때문에.

 

지난주 한 친구가 저에게 순하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말이지만 약간은 의아했습니다. 저는 악! 하면서 화를 내지는 않지만 순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거든요. 좀 뭐랄까 사람이 매정하다고나 할까요. 손익 따지지는 않지만(따지면 제가 제일 손해) 취향에 안 맞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속에서 조용히 정리합니다. 이런 거 보면서 긴장할 사람 있을까봐 이런 글은 안 쓰고 싶은데요. 글로 소식을 주로 전달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저를 옹호하고 있나 봅니다. 이래서 글 쓰는 사람은 자기를 비호해서는 안 됩니다. 하여튼 별로 좋은 사람 아니에요, 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글을 쓰는 기술자지. 앞으로는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아니 이건 별로다.

 

하여튼 저와 별개로 젊은 분들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보내드리며, 그렇게 정밀하게 살게끔밖에 세상을 못 만들어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가 뭔데 죄송하냐고 하신다면 그냥 다 죄송합니다. 특히 얼굴이 죄송합니다.

 

최근에는 몇년간의 고통을 견뎌내고 손절을 하신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의 표정 속에서 더없는 거대한 행복을 엿보았어요. 여러분,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하세요 손절. 우리의 삶이 훨씬 나아질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생기면? 수종철 구독 좀 해달라고 요청해주세요.

 

하여튼 트렌드 코리아 2027 몇년간 읽은 트렌드 코리아 중 가장 쓸만합니다. 특히 소비 패턴 변화 기술한 건 정말 뛰어나더라고요. 작년에는 읽으면서 이게 뭐야 했었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금방 읽는 편이니 회사에 구매요청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공저자 중에 AI로 많이 쓰시는 분 있는데, 그게 불편하시면 그부분 읽을 때 조금 힘드실 겁니다. 유의하시고요. 사실 위에서 말씀드린 라이프 ROI와 소비 패턴 변화 빼고는 딱히 안 읽어도 아 아닙니다. 도서를 구매합시다.

 

여러분 오늘은 10월 21일입니다. 이제 올해가 100일도 안 남았어요. 엊그제 1월 1일이었는데 이상하죠? 이제 71일 남았으니 마지막 남은 71일 행복하게 사시고, 내년에도 수종철과 함께 행복합시다.

 

요즘 이상한 무기력증에 빠져서 주 1회밖에 못 쓰고 있는데요. 이번주만큼은 플러스글로 돌아옵니다. 건강유의하세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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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란바로트로키의 프로필 이미지

    울란바로트로키

    0
    약 23시간 전

    ROI분석에 따라 손절을 일상화 한다는게 차가운 이야기 같지만은 않습니다. 제 최근 5년 사이 일상에서는 관심, 인정, 유사연애행위(무적절한 요구대상), 일방적 스몰토크 심심이 노동 등등을 밑빠진 독처럼 요구하지만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심지어 손절은 커녕 방어적 거리두기와 회피만 해도 원성을 내고 넘어오면 안될 선을 알려주면 원한을 품고 보복까지 하더군요, 마음 편하게 손질고등어나 구워먹는 일상을 꿈꿨는데 손절할만한 것도 손절불가상태 강요를 당하니 이게 사는건가 사면 복권이라는데 당첨이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주 연금복권 로또 각 만원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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