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잼이라면

으악 싫어

2026.10.28 | 조회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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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요즘 무기력에서 슬슬 벗어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일을 이렇게 많이 하는데 무기력이 맞나 싶고요. 엊그제는 리센느 팬메이드 MV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튜토리얼 올려두었으니 참고하시고요.

 

최근에 현재 20대가 이해가 안 간다는 20대를 만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본인이 나고 자란 지역의 분위기가 본인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반대의 분위기에서 자랐다면 현재의 생각이 달라지진 않을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상을 통해서 상대를 이해해 보라고요.

 

그랬더니 앞에 있는 30대가 말했습니다. “형, 형은 노잼 왜 이해 안 해요” “노잼은 나한테 피해를 주잖아.” 그 친구는 사돈의 팔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말 없고 소심하지만 글을 쓰거나 말을 하면 항상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가끔 시도했던 유머가 대실패하는 경우도 있었지만(집에 와서 울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재미있는 사람으로 통하죠. 유잼은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겁니다만 제가 볼 때 인정 많고 인싸인 저희 어머니보다 약아빠졌고 눈치가 빠른 개얍삽이인 제가 어머니보다 조금 더 유잼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노잼의 삶을 알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상상해 봤습니다. 지금 상황과 동일 조건이라는 가정하에(사실 유잼으로 입사한 거라 그렇게 가정하면 안 됩니다) 출근을 했다고 쳐보겠습니다.

 

출근한 중년 남성인 저는 옆자리 20대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본인 업무를 진행합니다. 옆자리 직원이 무언가를 묻습니다.

 

“(화면을 보여주며) 팀장님, 이 자료는 이렇게 처리할까요?”

“처리요? 처리는 제가 처린데.”

직원은 말을 잃었습니다.

“농담, 농담. 하하하하!”

 

직원의 굳은 표정을 보며 노잼철은 직감합니다. 아, 재미가 없었구나. 만약 직원이 웃었다면 노잼철은 본인의 권력 때문인 줄 모르고 자신이 오늘 안타 하나를 쳤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점심시간, 각자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서 인턴을 마주쳤습니다. 노잼철은 물어봅니다.

 

“점심 뭐 먹었어요?”

“만두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그럴 만두! 하하하하하”

 

인턴은 웃었습니다. 인턴이니까요. 노잼철은 춥고 배고픈 인턴에게 더욱더 크나큰 추위를 선물했습니다.

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까지 AI 영상 제출하면 될까요?”

 

노잼철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사이영상은 어떨까요? 싸이 영상 아닙니다. 하하하하!”

 

팀원들의 얼굴이 굳어갑니다. 이제는 권력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노잼철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등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 양꼬치를 먹으러 간 노잼철. 사람들이 구워준 양꼬치를 먹고 빈 꼬치를 봤습니다. 참을 수 없었어요. 다른 노잼인 사람이 말을 합니다. 기회는 이때입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어요. 꼬치를 잡은 노잼철은 외칩니다. “엑스펠리아무스!” 사람들은 노잼철이 쌓아놓은 스택을 참고 있다가 폭발했습니다. 노잼철은 등뿐만 아니라 콧잔등에서도 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1년 3개월 회사를 다닌 결과 노잼철은 회사에서 말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좀 이해가 가긴 가는군요. 하는 말마다 분위기가 안 좋다면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노잼을 만나서 사돈의 팔촌 이야기까지 듣고 싶지는 않군요. 보통 본인이 노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인품이 좋으면 노잼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좀 진지한 사람 정도.

 

부록으로 해결법을 조금 드려보겠습니다. 이 글은 유료 글로 풀려고 하고 있던 ‘표현의 온도’ 글의 일부입니다. 사실 아직 안 썼는데 이번 주말에는 꼭 드린다고 약속드립니다.

 

말을 할 때 통속적인 것+흥분한 상태가 겹치면 온도가 높은 표현이 나옵니다. 이때는 표현에서 온도를 낮추세요.

 

당신이 내 여자라서, 네가 내 동생이라서 참 좋다^^ <- 좋은 애정 표현이지만 좀 뜨겁죠? 온도를 내리세요.

 

어쩌다가 당신을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일이 없었다면 내 인생에는 큰일이 날 뻔했다. <- 온도가 좀 식고 좋은 표현이 됩니다

온도가 식었다면 피사체와 가상의 거리를 두세요. 코앞에서 말하지 말고 한 발 물러서서 말하는 겁니다.

 

너를 잃어서 죽을 만큼 아팠다 -> 나에게 있던 한 사람만큼의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이제 올바른 정신으로 살기는 어렵다.

나의 꽃사슴 -> 여러 발 물러서세요. 땡땡 씨, 멀리서 오는데 사슴 한 마리가 뛰고 있는 것 같네요. 눈망울이 그래요.

내 심장은 오직 너만을 위해 뛰고 있어. -> 글쎄, 너를 볼 때면 내가 혈류가 20%쯤 빠른 초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

 

물리적 거리를 두니 온도가 내려가고 아름다운 표현이 되었죠? 제가 노잼을 시도하듯 아름다운 말을 상상하고 시도해 보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표현의 온도’는 멤버십 분들에게 꼭 완성해서 드리겠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말이 아니라 글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고요. 이때 저는 십몇 년간 다져온 스킬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글을 처음 읽어보는 사람처럼 쓸 때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곳에서 만난 사람이 그랬어요. 미사여구를 아무리 동원해도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구의 언어로는 불가능하다 싶었는데, 아침에 물 한 잔 떠놓고(비장함) 머릿속에 쌓인 캐시를 물로 다 씻어버리고 혼신을 다해서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 결과 제가 자주 쓰지는 않는, 저도 처음 보는 유형의 글이 나왔던 게 기억이 나네요. 한번 버려보세요. 기존의 방식을. 다소 적응이 힘들 수는 있으나 새로운 업무 방식, 새로운 관계, 새로운 언어가 탄생할 겁니다. 유잼이 되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마음을 충분히 전하세요. 제가 지켜본 즐거운 가족들은 정말 미세한 것까지 함께 고민하고 웃고 울더군요. 이런 관계에서는 노잼 판정은 발생하지도 않고,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지 않을까 어두운 방에서 개 심각한 표정으로 쓰고 있습니다. 거울로 표정을 보니 지가 무슨 톨스토이인가.

 

요즘은 AI와 상의를 많이 하고, 전화도 걸어주는 AI도 나오고 해서(내일쯤 AI매터스 유튜브에 발행되니 참고해 주세요)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업무에 지치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게 꺼려지기도 하고요. 반대로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걸 보니, 저도 아직은 사람을 좋아하나 봅니다. 이 모든 슬픔과 대출이 지나가고 나면 자주 만나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저는 챗GPT 사용량 갱신이 다 된 관계로 이제 챗GPT 드잡이하러 갑니다. 날씨 너무 춥던데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요. 주말에는 멤버십 글로 돌아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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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란바로트로키

    0
    약 2시간 전

    수종철 뉴스레터화 초기부터 구독하고 유료구독한줄 막연하게 기억하고 그동안 댓글을 달았었습니다. 뭔가 그 순간 제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더군요, 확인해보니 무료구독이었던 것 때문이었습니다. 유료구독 전환 기념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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