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비밀은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게 되어있어." 나는 A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 모두들 자기 비밀을 숨기려고 하잖아" A는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자기 손을 만지작거렸다. 얇은 입술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가 이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밀은 공개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태어나. 태어나는 순간 비밀의 목표는 오직 밝혀지는 것 외에는 없어. 사람들은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하면서 비밀을 전파해. 말이 아닐 수도 있지. 글이든 그림이든.. 어떤 형태로든 비밀을 널리 퍼트려. 그것이 비밀을 지닌 자들의 사명이야. 사실 그들의 잘못은 아니야. 비밀이 태어난 목적은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뿐이니까. 조금 더 잘 참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야. 일을 잘 수행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A는 여전히 갸우뚱하는 나를 쳐다봤다. 웃고 있지는 않았지만 선명하고 다정한 눈이었다. A는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비밀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비밀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온몸으로 말해. 비록 입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말야. 어딘가 어색하지, 평소와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은 그것 때문이야. 어떤 사명을 띤다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없는 일이니까. 아무 일 없다면서 방황하는 눈동자라든지, 부산스러운 몸 짓이라든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목소리를 떤다든지, 식은 땀을 흘린다든지.."
A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쯤 되면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 사명이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면 어떻게 돼?"
"그런 사람들은 안에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어떤 방향이 존재해. 그걸 거스르면 망가질 수밖에. 하지만 그중에도 망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나는 그들을 돌연변이라고 불러.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하지만 대체로 범죄자가 되더군. 아니, 그런 사람들을 범죄자라고 규정한 걸지도 몰라" A는 목을 한 번 가다듬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 나는 A에게 물었다. A는 웃음지으며 말했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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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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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의 생각공방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은 아니고 그냥 제가 임의로 쓴 한 장면입니다
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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