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에서 당신을 떠올립니다.
가을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내게 평소 읽지도 않는 시집을 집어 들게 합니다. '별 수 있나' 하며 이해도 안 되는 시 몇 구절을 따라 적다 보면, 이내 당신에게 썼어야 할 편지를 생각합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아프지는 않나요? 삶이 너무 괴롭다고 느끼지는 않나요? 내가 보고 싶지는 않는 가요? 다른 질문에는 내 마음대로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쉬이 답을 내리겠으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도통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당신은 내가 보고 싶지는 않는 가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내가 사귄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면 당신도 참 좋아하겠지요. 내가 살아가는 삶이 당신이 없는 삶인지 있는 삶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하루의 끝에 늘 당신에게 말을 걸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이제는 궁금하지 않을 법도 하건대, 감히 당신을 궁금하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해야 했던 말과 써야 했던 글은 도처에 가라앉아 발에 체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그리도 넓다는데, 당신에게 보낼 마음에는 비교도 안 되는가 봅니다. 나는 또 당신에게 보낼 하나의 몸 짓을 보여야겠습니다.
아, 내가 당신을 보지 못해도 좋으니 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만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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