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내? 아픈 곳은 없을까? 여전히 많이 괴로워하고 있니?
이별은 언제나 괴로운 법이라 괴롭지 않으려 할수록 괴로웁다고, 그러니 괴로운 만큼 괴로워야 한다고 주문처럼 외우던 너였는데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네가 조금, 많이 괴로웠으면 좋겠어. 그게 너에 대한 예의일 거야. 나에 대한 예의일지도 몰라.
너의 선택을 존중해. 그런 너를 바보 같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사실 우리가 내리는 어떤 선택도 타인이 감히 바보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거야. 나는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
외로움에 기억을 더하면 괴로움이 된대. 함께한 기억이 많아서일까? 나는 퍽 괴롭다. 시간이 약이라면 진통제쯤 되겠지. 그것은 나를 무디게 만들지만 낫게 하지는 못해. 나는 가끔 약 먹기를 멈추고 순간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해. 잔혹한 방법이지만 그게 우리를 선명하게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나는 네게 손톱에 거스러미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문득 거슬려서 뜯다 보면 멈추기 어렵고, 꽤 오래 따끔거리는 그런 거. 솔직히 네가 꽤 오래 아프기를 바라. 나는 많이 앓을 예정이야. 제일 먼저 반응하는 곳은 심장이야. 네가 느끼는 괴로움과는 조금 다를지 몰라. 그래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결국 같은 곳에서 우리는 만날 거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같은 건 하나도 없어. 그래서 미안해.
스스로를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어. 어쩌면 그래야만 될 만큼 네 마음이 다쳐있는 상태일지도 모르겠어. 언젠가 합리화를 당당히 깨부수고 더 많이 아파하고 자책하길 바라. 아주 오래 슬퍼하고 나면 사랑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랄게. 우리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언젠가 우리가 변할 수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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