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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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7 | 조회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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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여기는 비가 온다. 날은 습하고 축축해, 그런 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아. 방금 기분이 나빠라고 적었다가 글을 지웠는데, 비 오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과 기분이 나쁜 것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나는 싫어하는 것을 너무 쉽게 미워했는지 모르겠다. 싫다고 해서 미운 것도, 밉다고 해서 싫은 것도 아닐 건데 말이야.

 상처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마주해야 하는 일은 반가워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은 괴롭기까지 해. 그럼에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을 거야.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아니야?’라고 한다면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이 있기도 해. ‘평생 이 선택을 후회하겠구나싶은 그런 순간들 말이야.

 나는 네가 퍽 밉다. 아니, 싫은 걸까? 두 개 다 일 수도 있겠다. 움츠러들어 있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아. 이내 답답하기도, 분하기도 해. 그리고 슬프다. 그렇게 소중하고 귀한 거였으면 조금 더 신경 쓰지 그랬니, 잘 해보지 그랬니, 외면하지 말지 그랬니.

 네게도 너의 이유가 있겠지. 내가 너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구나. 너도 나의 이해를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닐 거야. ‘그게 얼마나 좋으면/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라는 의문을 늘 가지려고 한다. 이 문장이 네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

 미움을 전하는 편지에도 애정은 가득 담긴다. 비린내 나는 생선을 포장지에 담아 주는 것처럼 미소 띤 사랑이 느껴지는 일이야. 그럼에도 그러고 있는 나를, 너는 상상할 수 있겠니.

 나는 언제가 네가 나를 마음껏 미워하는 날이 왔으면 하기도 해. 그러면 내 마음이 한결 편할까? 어쩌면 이미 그럴 수도 있겠지. 어떤 것들은 표현하지 않으면 없던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조금 더 마음껏 표현하기를 응원할게. 그러지 않은 삶은 살아보았으니 이제는 구태여 그렇게 살아보자.

 비가 개고 새가 울 때는 새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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