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낼 것만 같은, 산뜻한 출발

2025년 space T의 첫 세 달 

① space T｜공동의 문제, 머리 맞대기

올해 초 전국 5개의 space T의 운영자가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두 번 가졌습니다. 1월에는 모든 공간에서 공동으로 달성해 볼 전략 과제를 정했습니다. 운영 측면에서는 평일 가동률과 이용자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콘텐츠 측면에서는 글쓰기 작업 활성화와 공간에서 이용자 주도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선정되었어요. 3월에는 ‘만화 웹툰이 아닌 책 소비 활성화’를 위한 통합수서회의가 진행했습니다. 이 때 해답을 찾기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면밀히 들여다 보는 시간도 함께 가졌답니다. 

② 이용자｜워크숍 진행부터 공간 소개까지  

새해의 기운은 트윈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되나 봅니다. 작년말 주춤했던 이용자 주도 프로그램들이 다시 활기를 띄었거든요. 트윈웨이브의 DIO 워크숍이 3월까지 총 3번, 우주로1216의 우밴져스 워크숍도 2번이나 열렸습니다. 도장 만들기, 기타 워크숍부터 애니메이션 속 무기 만들기 워크숍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사이로에서는 새해를 맞아 사이로에 온 신입이용자 들에게 기존 이용자들이 직접 공간을 소개하는 “사이러가 사이러에게 사이로를 소개해요”라는 특별한 코너도 진행됐답니다.

③ 콘텐츠｜한 번 더 봐주길 바래, 운영자 큐레이션 

space T는 책 한권, 영화 한 편도 허투루 고르는 일이 없죠. 공들여 고른 콘텐츠를 아이들이 고루 봤으면 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미션이에요. 인기작으로 몰리는 손길을 멀리 퍼트리기란! 새해에는 이 미션을 성공시키고자 다양한 큐레이션을 시도한 공간이 많았습니다. 그린대로에서는 <작은 책, 큰 세상> 이라는 제목의 미니책 전시를, 트윈웨이브에서는 신간 소개를 적극적으로 하고요, 이도에서는 인기 웹툰과 주제 연계 큐레이션을 시도했어요. 

④ 프로그램｜어려워하는 작업의 촉매제 

이용자가 많이 오는 겨울방학에 space T는 알찬 프로그램으로 가득했습니다. 주로, 이용자가 잘 해내고 싶어하지만 어려워하던 작업을 프로그램을 통해 촉진할 수 있도록 한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효과가 좋았던 디지털 드로잉 (우주로), 뜨개질을 어려워하는 그린즈를 위해 미니 목도리 만들기 (그린대로), 그리기 자신감을 충전해 줄 젠탱글 드로잉 (트윈웨이브), 계절감도 느끼고 카메라와도 친해지는 출사 프로그램 (사이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답니다. 

⑤ 이벤트｜신입생 맞이 그리고 1주년

해가 바뀌어 12세가 된 친구들은 마침내 고대하던 space T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진입연령 12세를 사로잡는 건 각 공간에게도 중요한 과제이기에 곳곳에서 신입생을 두 팔 벌려 환영했어요. 그린대로는 예비 그린즈가 부모님과 함께 그린대로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고, 트윈웨이브는 작년 12월에 예비 캡틴을 초청해 공간을 소개하는 예비 캡틴의 날을 운영했어요. 그리고!! 또 다른 1분기의 주요 이벤트가 있습니다!! 바로 사이로의 1주년! 온 동네 친구들이 다 모여서 사이로의 첫 생일을 축하해 줬다고~

눈 여겨 볼 이야기 

우주로1216의 5년이 만든 변화와 가치 

트윈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려고 고군분투 하다보면, 한번쯤은 질문하게 되죠. “자유롭게 탐색하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레터에서는 운영자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품었을 질문에 어렴풋한 답이 될만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바로, 1호 space T 우주로1216의 임팩트 리서치 결과입니다. <우주로1216 임팩트 리서치>는 우주로1216이 이용자, 시민, 전주시, 그리고 도서관계에 미친 영향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2024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7개월간 진행되었습니다. 방대한 연구 결과 중 일부를 선별해 전합니다. 

도서관에 트윈이 온다

우주로1216이 만들어낸 가장 큰 성과는 도서관 이용률이 낮은 12-16세가 도서관에 기꺼이 오게했다는 점이에요. 2024년 책과 사회 연구소가 전국 중고등학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지난 1년간 공공도서관을 한 번도 오지 않았고, 오는 친구들의 54%도 일년에 2번 정도만 도서관에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우주로에 오는 친구들은 다릅니다. 우주로에 오는 친구들의 93%가 월 1회 이상 자주 우주로1216에 찾아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우주로1216에는 3만6000여명의 트윈이 방문했고, 약 9만 시간을 이용했으며, 한 번 올 때마다 평균 2시간 20분을 머물다 갔습니다. 트윈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공간을 일체 이용료 없이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이용자들이 반응한 것이죠. 조사에 따르면, 전주 시내 트윈이 주로 가는 공간(PC방, 만화카페, 만들기학원 등)의 시간당 평균 가격은 1만4,223원으로, 우주로1216에 한 번 오면 3만3,140원의 용돈 및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해요.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변화'를 경험하는 트윈들

취향에 맞는 할 거리가 가득한 공간에서 트윈들은 자유롭게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두루 누립니다. 우주로1216에서 제공하는 30여 가지의 경험 중 이용자들은 평균 65%의 경험을 해보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중 29%는 우주로1216에서 난생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는데 그 중에는 이용자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우주로1216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우밴져스 워크숍’과 같은 활동도 포함되어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되는 것. 우주로1216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두번째 변화입니다. 응답자 중 59%는 우주로1216에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거리낌이 줄었다고 말했고, 61%는 창의적 자신감, 곧 '처음 직면한 문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풀어갈 수 있다고 믿는 정도'가 증가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도전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트윈들은 깊이 파고들 경험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걱정할 것 없이 몰입할 것을 찾았다는 트윈의 63%가 응답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들께서 변화를 더 선명하게 체감하고 계셨어요. 부모 조사결과 84%는 자녀의 모험심이 향상됐다고 응답했고, 94%는 자녀가 관심 있는 것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응답했습니다. 변하는 와중에 스스로 깨닫기 어렵다는 걸 감안하면, 부모님들의 응답이 더 신뢰도가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도전을 하고, 몰입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두 가지 지표로 그 영향력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조사결과 우주로1216에 오는 트윈의 73%는 더 행복해졌고, 트윈의 65%는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행복감을 선사하고 스트레스를 타파해준 우주로1216에 대해 아이들은 ‘자신의 10대를 책임져준 공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역의 경험 인프라이자, 랜드마크가 된 도서관

우주로1216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닙니다. 우주로1216이 생긴 후 전주 시민들은 도서관이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혜택들에 더 크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녀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가계 부담이 줄었다고 까지 느낍니다. 부모 설문 결과 “우주로가 아이들의 경험 확장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88%가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우주로1216이 생긴후 부모 응답자의 90%는 자녀가 도서관을 더 친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81%는 이전에 비해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양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자녀가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우주로1216이 기여하고 있는 정도를 점수로 표현해 달라 질문에도 평균 82.4점 수준의 높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이러한 우주로1216의 가치를 전주 시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엄청난 재해로 꽃심을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동일하게 우주로가 있는 꽃심을 지을 때와 우주로가 없고, 일반 자료실이 있는 꽃심으로 지을 때 각 얼마의 세금을 내고 싶을지 134명의 전주 시민에게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시민들은 우주로가 있는 꽃심에 100억 971만원을 더 내겠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우주로가 있음으로 인해 꽃심의 존재가치가 100억 971만원 증가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지역 주민이 인정하는 우주로1216은 이미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선진적인 모델이기도 합니다. 지난 5년간 1000개가 넘는 기관들이 우주로1216를 참고하기 위해 전주에 방문했고, 이는 전국 space T의 평균 기관 방문수 대비 1.9배나 높은 수준입니다. 전주의 랜드마크라고 부르기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우주로1216이 만들어낸 변화와 가치를 측정하고자 부던히 애썼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리어 ‘감히 측정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일들이 우주로1216에서 일어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주로1216이 없어지면 어떤 감정이 들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한 친구가 해준 응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건 이런 거니까. space T를 떠나서도 스스로가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믿게 하는 것. 그러니 효과가 있나 걱정일랑 넣어두고, 지금처럼 치열하게 살피고, 살뜰하게 운영해요. 언젠가 우리 애씀의 의미를 명료하게 마주할 순간을 고대하며! 

쓰는 이, ✨해란 

사람, 공간, 문화, 그리고 이것들이 만드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사회학을 공부했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고 싶은 욕구를 따라 잠시 IT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제3의 어른들의 협력으로, 세상에 없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이제까지의 경험을 잘 활용해 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