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요롤로로 화요일이야~~ 잘 지냈어? 글을 쓰고 있는 월요일 오늘은 날씨가 참 좋다. 며칠 전엔 엄청 춥더니 오늘은 또 따뜻하네. 영국 겨울엔 오후 4시면 해가 져서 점심 먹고서는 무조건 밖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산책하곤 했어. 한국에 있을 땐 몰랐는데 사람이 햇빛을 안 보면 확실히 우울해지더라고! 한국에 오고 나서도 해가 나면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버렸지 뭐야ㅎㅎ 구독자도 바쁘더라도 틈틈이 햇빛 꼭 쬐길 바라! ☀️☀️☀️
오늘은 영국에서 맺은 인간관계 이야기 중 하나를 풀어볼까 해!
영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으로서 늘 궁금했어.
외국인과도 한국 친구만큼 친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언어와 살아 온 국가가 달라도 그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00% YES야😆
영국에서 오래 살았어도 친한 친구들은 한국인이 대부분이지만 외국인도 몇 명 생겼어. 특히 올리비아와는 웬만한 한국 친구들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 뭐야😆
올리비아는 검은색 긴 머리에, 짙은 쌍꺼풀이 있는 큰 눈,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가 매력적인 대만 친구야. 올리비아와는 한국친구 예나를 통해서 알게 되었어. 영국에 간 초기(2014)에 예나와 함께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놀러간 적이 있어. 그때 예나는 올리비아와 팅키를 데리고 왔어. 그 셋은 영어공부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고 해. 대만인 올리비아와 홍콩인 팅키는 둘 다 같은 동양인이라 정서적으로 쉽게 어울릴 수 있었어.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올리비아와 이렇게 친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 그저 여느 동양인과 마찬가지로 착하고 얌전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
몇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잠깐 베를린에 가게 되었어.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고 다시 영국 취업을 준비하는 배고픈 신세였지. 그때 올리비아는 베를린에서 독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물고 있었어. 예나, 팅키와 함께 넷이 여전히 어울리기는 했지만 1:1로 친하지는 않은 상태였어. 그래도 돈을 아끼고 싶어서 숙소를 함께 쉐어해도 되냐고 조심스레 올리비아에게 물었어. 올리비아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렇게 우린 보름간 함께 지내게 되었어. 근데 이 친구... 알면 알수록 나만큼 엉뚱하고 모험심이 강했지 뭐야! 나보다 더 잘하는 것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요리👩🍳!! 아침에 일어나면 슬라이스 치즈를 넣은 스크럼블 에그, 구운 감자와 소시지를 만들어주곤 했어.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올리비아가 한층 더 좋아지더라구😍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베를린을 돌아다니면서 웃긴 포즈로 사진을 찍었어. 무더운 날씨에 몸을 흐느적거리면서도 꾸역꾸역 빈티지 마켓과 클럽을 가기도 했고! 데이팅 어플로 각자 데이트 상대를 구해서 2:2 데이트를 하기도 했어😂 심지어 나는 내 데이트 상대가 맘에 안 들어서 올리비아네 대화에 계속 끼어들었었지...😂 이렇게 같이 놀다보니 어느덧 외출하기 전 거울 앞에서 같이 오징어춤을 출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어 있더라구!
알면 알수록 우리는 공통점이 많았어.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 갔다가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되서 영국을 떠나게 된 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영국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점, 그래픽디자인일을 하고, 데이팅앱에 중독되어 있는 점까지... 모험심은 강했지만 둘다 유럽에서 흔히 피우는 대마초는커녕 술담배도 못했어. 그러면서도 항상 파티나 벼룩시장 등 즐길 거리를 찾아다녔지. 낯을 가려서 그렇지 알고보니 올리비아는 나랑 정말 잘 맞았던 거야~! 연애상대와 마찬가지로 친구도 재미와 안정감 둘 다 갖춘 사람은 드물잖아. 내가 친해지고 싶었던 쿨하고 개성있는 유럽 친구들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동양친구들은 지나치게 안전을 추구해서 썩 재밌지는 않았어... 그런데 재미도 있으면서 함께 있으면 너무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이런 친구가 생길 줄이야🤩 너무 기뻤어!
그때 이후로 우리는 런던, 베를린, 타이페이, 바르셀로나 등 여러 곳에서 만났어. 둘다 역마살이 강하게 흐르지만 상대가 어디에 있든 만나러 갔지. 또다시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는 취업비자를 받아서, 올리비아는 영국남자와 결혼해서 드디어 둘다 런던으로 돌아오게 되었어. 따지고 보면 거의 10년동안 알고 지냈지만 같은 곳(영국)에 있던 시간은 고작 3, 4년에 불과하더라구. 하필 올리비아가 돌아온 그 시기에 코로나가 터져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틈날 때마다 만났어. 그리고 2021년 겨울,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날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어. 그동안 수많은 이동을 하며 많은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했지만 이렇게 눈물까지 흘린 적은 처음이었어.
그렇게 또 2년이 흘렀고 드디어 올 여름 나는 영국으로 놀러갔어. 계속 연락은 했지만 오랜만에 실물로 올리바이를 만났지! 우리는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다녀오고, 올리비아아가 고생해서 마련한 아름다운 집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어. 다시 헤어져야 할 때 우리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어. 나는 종종 올리비아에게 이렇게 말해.
"아무래도 넌 내 소울메이트인 것 같아... 너가 남자였으면 참 좋았을텐데... 바로 사귀었을 거야!"
"호호~미안하지만 난 이성애자고 이미 남편이 있어." (칼거절~.~)
"헐~ 나도 이성애자거든~"
올리비아를 통해 사랑 뿐만 아니라 우정 또한 국경을 초월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어. 서로 마음이 연결되니 국적, 언어, 거리 모두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구. 서로 가치관이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다면 찐친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어. 나는 한국, 올리비아는 영국에 있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보다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여전히 우리는 종종 통화를 하며 근황을 주고받아. 영국에서 외국인으로서 불안정한 시기에 만나 일과 사랑에 대해 함께 울고 웃다보니 어느덧 끈끈해진 사이가 되었어. 이제 올리비아가 좋은 집에서 남편, 강아지와 함께 잘 살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앞으로도 마음씨 따뜻한 이 친구와 인생이라는 여정을 함께 걸어가고 싶어.
사실 올리비아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더 쉽게 친해졌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 물론 전 직장동료들 중에 여전히 연락하며 지내는 백인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정도로 친하진 않은 것 같아. 나중에 영국으로 돌아가면 백인, 흑인 등 좀더 다양한 인종과도 친해질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 그때는 인종과 문화차이에 대한 편견을 더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
구독자(은)는 어때? 찐친인 외국인 친구 있어? 요즘 시대에 외국인, 한국인 구분하는 것은 좀 구시대적인가? 워낙 단일민족 국가로 살아와서 아직 한국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은 것 같아서 ㅎㅎ 아 물론 요즘 한국에 외국인 비율이 훨씬 많아졌고 앞으로 더 다양해질 거라고는 생각해😆
오늘 얘기 재밌게 읽었기를 바라! 그럼 좋은 하루 보내고 다음주 화요일에 보자구!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수수가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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