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마케팅 매니저를 하면서 영어를 쓸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어가 쏟아지는 날에는 집에 들어와서 비슷한 양의 한글 컨텐츠를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회의를 하러 방콕이나 싱가폴 같이 다른 도시로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와, 영어만 하루종일 하고 사는 건 정말 자아가 붕괴될 정도의 피곤함, 그 자체였다. 내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영어로 말하는 나의 자아는 엉망 진창이었다.
그런데 점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니 역치가 생기고 영어로 두들겨맞아도 힘들진 않았다. 영어로 말하는 게 익숙해지고, 영어로 듣는게 그렇게 피곤해지지 않았다. 호텔 방에 들어와서 한국 컨텐츠로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그럴 거 없이 그냥 잠들어버리기도 하고, 애리 모르겠다 배째라 하는 자세로 바뀌기도 했다. 와, 영어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그 반대다.
아시아 안에서는 서로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실은 눈치싸움, 그리고 추론으로 얼추얼추 일이 되곤 했는데 나의 배째라 정신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영어를 유려하게 잘하고 상대화 소통해서, 합의해서 미팅을 진행한다기 보다는 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더 많았다. 대화보다는 메일로 정확하게 내 의사를 남기고, 회의 노트를 적는 것, 영어로 소통할 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자주 사용했던 방식이었다. 그렇게 하다보면 누가 언제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증거'가 남기 때문에 실은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보험' 과 같은 중요한 소통방식이었다.
2023년, 미국에 오니 미팅 속도가 2배에서 3배는 빨라졌다. 모국어로 말하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숫자는 차원이 달랐다. 본토 친구들이 말하면서 얘기하는 뉘앙스라는 것까지 적용되다보면, 나는 또다시 작아지고, 어색했다. 처음 미팅에 들어갔는데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치즈'를 가지고 농담섞인 문장을 만들자고 하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치즈'라니 '김치'도 아니고, 그리고 '유머'라니. 나는 세상 재미없는 애로 찍힐 것 같아 두려웠다 오마이갓.
1년이 지나니, 이제 업무 관련한 용어는 제법 들린다. 이제 나는 내가 하는 말을 흡입력있게 전달해서, 다른 사람과 맞짱떠야 하는 레벨을 요구받는다. 미친 똘끼 또는 패기를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 온거다. 와, 내가 무슨 영어 아카데미 다니는 것도 아니고 밥벌어먹고 사는데 하루종일 영어를 써야하니 정말 가끔은 현기증이 온다. 반대로 한국말이 글로벌 공용어가 되어서 다른 나라 인들이 한국말을 잘 써야 하는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나는 얼마나 유치한 인간처럼 행동할까.. 와. 이 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인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나는 여기에 아들도 데리고 오고, 울 남편도 자기 커리어를 희생하면서까지 나를 위해 왔는데. 그냥 무식하게 정면 돌파다.
외국계 기업 본사에서 글로벌 마케팅한다고 하면 되게 있어보이는데 실은 나는 메디컬 전문 영역의 영어 아카데미를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다. 하루하루 눈치보고, 실은 나름 즐겁게 몰입도 꽤 하는데 매번 테스트같고, 겁난다. 이번주엔 유럽 쪽 마케팅 팀이랑 미팅이 있는데 그들은 나의 맘을 이해하겠지. 다시 용감해질때다. 아자아자. 이번주도.
While working as an Asia Marketing Manager, the occasions requiring the use of English increased exponentially. On days when English poured out beyond imagination, I would come home and soothe my mind by consuming a similar amount of Korean content. The same applied when traveling to other cities like Bangkok or Singapore for meetings. Wow, living and breathing English all day was truly exhausting to the point of self-collapse. My English-speaking self was a mess to the extent that I didn't even recognize who I was.
However, something strange started happening over time. As time passed, a threshold emerged, and even getting hit with English didn't feel as daunting. Speaking English became more natural, and listening to it wasn't as exhausting. I used to calm my mind with Korean content when entering a hotel room, but sometimes I'd just fall asleep, or I'd adopt an indifferent attitude. Wow, maybe my English skills have improved tremendously... That's what one might think, but in reality, it's quite the opposite.
Within Asia, since English isn't everyone's native language, much of the communication was done through guesswork and inference, and my indifferent attitude seemed to have started from then. Looking back, rather than smoothly conversing and reaching agreements, meetings were conducted more through written communication. I often resorted to methods like leaving precise messages through emails and taking notes during meetings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English communication. It served as an important communication method, almost like an 'insurance', necessary for myself since it left 'evidence' of who said what and when.
In 2023, upon arriving in the US, the pace of meetings doubled or even tripled. The number of words used by native speakers in their conversations was on a different level. When their mainland friends spoke, even the nuances applied, and I once again felt small and awkward. Walking into my first meeting and being asked to make a joke with 'cheese' as an icebreaker was maddening. 'Cheese', not even 'kimchi', and calling it 'humor'. I feared I would come off as dreadfully boring. Oh my god.
Being able to say you're doing global marketing for a foreign company's headquarters might sound impressive, but in reality, I'm a foreign worker attending a medical English academy. I live day by day, somewhat enjoying the immersion, but each day feels like a test, and it's frightening. This week, I have a meeting with the European marketing team, they'll understand my feelings. It's time to be brave again. Let's go for another week.
Translated by ChatGPT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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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치노매드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생생한 목소리가 전해질 것 같아요!
SunKimInspires (29)
오 그런가요? 도움이 된다면 나중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 부탁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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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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