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나처럼 생각하는 AI보다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AI

경험이 많아질수록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2026.11.03 | 조회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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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동안

경험이 쌓이면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깊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경험했듯이

처음에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몰랐던 문제도

경험이 쌓이면 조금씩 익숙해집니다.

 

비슷한 상황을 알아보고

과거의 경험에서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경험 많은 사람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첨부 이미지

내가 문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석하는 데 능숙해진 것일까

 

나는 마케팅 일을 하면서

고객을 이해하는 일은 늘 중요했습니다.

 

고객의 나이와 성별

직군과 업종을 구분하고

그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물론 이런 정보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의 사람이라고 해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비슷한 식당을 운영하는

두 명의 사장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매출을 더 늘리고 싶어 합니다.

다른 사람은 매출이 조금 줄더라도

직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합니다.

 

겉으로는 같은 업종의 고객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변화는 다릅니다.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마케팅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운영 방식의 개선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고객을 바라보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이 사람은 어떤 고객인가보다

이 사람은 지금 어떤 문제 앞에 서 있는가

어떤 변화를 원하는가

무엇이 그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가

 

고객을 분류하는 것과

고객을 이해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콘텐츠를 바라볼 때도 비슷합니다.

좋은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언젠가는 고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회수가 높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이라고 해서

반드시 구매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를 이해하는 것과

자신의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의를 듣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쉽게 의지나 꾸준함의 문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세웠거나

배운 내용을 자신의 상황에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미 원인을 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을까요.

 

경험이 부족할 때는

몰라서 질문합니다.

 

경험이 쌓이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문을 줄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경험의 위험은

틀린 답을 내리는 것보다

다른 답이 있을 가능성을 잊어버리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AI를 활용하면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AI가 나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내가 하던 방식대로 일하기를 기대합니다.

 

나의 말투를 이해하고

나의 판단 기준을 기억하며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내가 내릴 법한 결정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런 AI는 분명 유용합니다.

 

오랫동안 축적한 경험을 정리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옳다고 믿어온 판단이

사실은 불완전한 것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AI가 나의 판단을 정확하게 따라 한다는 것은

나의 오류까지 반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객의 문제를 내가 잘못 이해했다면

AI 역시 그 잘못된 전제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AI의 또 다른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AI입니다.

 

내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확인한 사실과 나의 해석은 어떻게 다른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과거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달라진 조건이 있는가

 

이런 질문은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살펴보게 만듭니다.

 

물론 AI가 제시하는 다른 관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AI의 답도 검토해야 하고

실제 상황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AI에게 또 다른 답을 받는 일보다

내가 가진 답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경험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과 시행착오가 있기에

우리는 더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험이

언제나 옳은 판단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달라지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오늘도 그대로 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더 필요한 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지키는 일만큼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태도입니다.

 

AI 시대에도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는 나의 경험을 정리하고

판단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확인한 뒤

어떤 선택을 책임질 것인가는

여전히 내가 마주해야 할 문제입니다.

 

경험이 쌓이면

세상을 보는 눈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 눈이 익숙해질수록

다른 방식으로 보는 일은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성숙한 전문성이란

더 많은 정답을 찾기보다

내가 찾은 정답을

다시 의심할 수 있는 성찰인지도 모릅니다.

 

-정수필
정각(正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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