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서 듣는 음악이 있다. 그 음악에는 2012년의 내가, 봄은 아직 멀리서 그림자만 보일 때의 뉴욕이, 맨홀 뚜껑 위로 흰 증기가 굴뚝처럼 뿜어져 나오던 맨하탄이 있다. 그 길 위에서 마주칠 찬란한 순간들과 반짝이던 사람들이 떠올라서 난 그 음악을 아껴서 듣는다.
자주 들으면 그 때가 사라질까봐.
때론 마음이 담길 때도 있다.
정확히 누구였는지,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고민하는 가사에 절절했는지는 어렴풋하지만. 20살,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리워하던 마음이 그 어떤 음악엔 여전히 잘 담겨있다. 누구를 향하는지도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르면서.
그 해 여름, 서부를 여행하며 어쩌다 들린 이름 모를 호수 앞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 화창한 내가 떠오른다. 아프면 아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있는 그대로 느끼고 행동하던 쨍한 하늘 같던 나. 가끔 그 사진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과거 사진같이 느껴진다. 지금의 난 화창하지 않은걸까.
누군가는 음악을, 누군가는 사진을 보며 그 때의 마음과 어느 순간의 풍경을 채운다.
구독자님. 당신은 무얼 듣고 무얼 보나요. 거기서 무엇을 채워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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