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JFK 공항에 도착한 날은 비가 살짝 내렸다. 픽업 오기로 했던 사람은 내가 늦게 나와서, 사실 내가 늦었다기 보다는 사람이 많아서 늦게 나올 수 밖에 없었지만, 기다리다 가버렸다. 밖으로 나가 노란 택시를 잡고 뉴요커 호텔로 가달라고 했다.
뉴욕에 오기 전부터 처음 맨하탄으로 들어갈때 Empire State Of Mind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뉴욕을 노래한 그 음악에 나의 뉴욕을 묻혀놓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시나트라의 New York, New York 듣던 마지막날 밤까지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 덕분에 삶의 한 구석이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졌다.
가끔 꺼내어보면 드라마나 영화같은 순간인데 주인공이 나라서 생경하기도 하면서 그립다.
당시에 나는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 따위로 매일 두근거렸고 즐거움과 기쁨으로 하루를 차곡차곡 채워갔다. 하지만 그만큼 또 외로웠던 것 같다.
그때는 외로움이 익숙하지 않았다. 고독과 고립을 구분하지 못했고 외로움이 주는 쓸쓸함이 싫었다. 쓸쓸해지고 싶지 않아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집에서 파티를 하고 술을 많이 마시고 잠들곤 했다. 매일 외롭지는 않았지만 외로움이 느껴질 때마다 애를 쓰며 떨쳐내려 했던 것 같다. 모든게 미숙했다. 지금도 미숙하긴 한데 그땐 더 그랬다. 외로움과 함께하는 방법을 몰랐다.
내방 벽엔 포스트잇을 많이 붙였다.
낙서, 그림, 글, 책에서 인용한 문장.
벽에 붙인 포스트잇 만큼 볼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외로움을 덮어보려 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난 밝은 만큼 그림자가 많이 어두웠다. 창밖에 걸터 앉아 많이 울기도 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했다.
그때의 내가 보고 싶을때가 있다.
13년전의 날 만나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혼자 사는것도 처음이라서 힘들었지.
고맙게도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들이 계속 곁에 있어줄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넌 앞으로 멋진 경험을 할거고
즐거운 일들을 많이 겪을거야.
엄마를 잃은 상실감,
그로인해 만남도 이별도 무서워하는 너.
여전히 떨쳐낼 수 없는 것들때문에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거야.
잘 견뎠어.
지금의 난 너 덕분에 괜찮아.
외로움도 이별도 이제 괜찮아.
고마워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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