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31

여름 - 26

2025.07.20 | 조회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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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김토성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낫기 위해서인가, 숨기 위해서인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오늘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에서 우주 비행사 ID 카드를 발급 받기 위해 지원서를 작성해야 했다. 지원서엔 의외로 질문이 많았는데 그 중 엄마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이 있었다.

엄마. 우리 엄마. 최근에 잘 불러보지 않았던 엄마. 괜히 미안했다.

 

엄마를 생각하니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가다가 눈 앞에 멈춰선 이미지는 약간 노란 빛이 도는 투명한 유리 냄비였다.

 

어디 제품인지도 모르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아직 집 어딘가에 있긴한지 알 수 없는 그 유리 냄비. 엄마는 그 냄비를 자주 썼고 병어 조림을 해줄 때면 항상 그 냄비를 썼다.

 

엄마가 그 냄비에 해주는 음식들이 좋았다. 어릴적 엄마와 투닥거리고 쭈뼛거리면서 부엌에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미안하다고 할 때에도 엄마 앞 그 냄비는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엄마가 없는 엄마의 마지막 요리도 그 냄비에 담겨 있었다. 그건 먹지 못했다. 먹을 수가 없었다. 없어지는게 싫어서 그냥 뒀었다. 그리고 난 군대로 다시 돌아가야 했고 시간이 흘러 돌아온 집에선 그 냄비를 잘 쓰지 못했다.

 

엄마는 자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겨 겨우 냄비냐며 웃을것 같지만 그런 웃음이라도 듣고 싶은 날이다. 오늘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던 하늘이 간만에 화창했고 매미도 열심히 울어댔고 기분 좋고 행복한 날이었으니까. 나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날이라서. 그리고 물어보고 싶다. 날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사람들은 서로를 생각하며 무엇을 떠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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