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문학으로 읽는 영국

우리는 왜 괴물을 만드는가: 공포를 넘어 트라우마를 읽다

함께 읽는 영국 추리 소설,『니들리스 거리의 마지막 집』예고편

2026.07.26 | 조회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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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준

거리 끝에는 오래된 집 한 채가 서 있었다.

창문은 판자로 막혀 있었고, 정원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잡초와 덩굴이 제멋대로 뒤엉켜 있었다. 이웃들은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무심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저 말로 옮기기 어려운 꺼림칙한 기분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누구도 그 집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집에는 테드가 살고 있었다. 그는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이웃들과도 교류하지 않았으며, 창문 너머로 세상을 내다보는 일조차 드물었다. 그리고 테드에게는 로렌이라는 딸이 있었다. 로렌 역시 한 번도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한 명의 주민이 있었다. 올리비아라는 이름의 고양이. 성경을 읽는 고양이였다.

이 소설은 세 존재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테드의 시선으로, 로렌의 시선으로, 그리고 올리비아의 시선으로. 세 인물은 각자 자신이 믿는 진실을 들려주지만, 그 이야기들은 조금씩 엇갈리고, 서로를 부정하며,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한편, 11년 전 한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이의 언니 디는 그날 이후 단 한순간도 동생을 잊지 못했다. 11년 동안 단서를 쫓고, 사람들을 의심하고, 희망을 놓지 않은 끝에 그녀는 마침내 니들리스 거리 끝, 그 수수께끼 같은 집 앞에 다다른다.

이 소설이 진정 두려운 이유는 귀신이나 살인마 때문이 아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독자는 처음 자신이 누구를 괴물이라 믿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얼마나 쉽게 편견에 기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독자를 덮쳐 오는 것은 반전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확신이 무너지는 순간 찾아오는 섬뜩한 감정이다.

 

첨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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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에 함께 읽을 책은 영국 작가 캐트리오나 워드(Catriona Ward)의 『니들리스 거리의 마지막 집(The Last House on Needless Street)』입니다.

2021년 출간된 이 소설은 출간 직후부터 전 세계 공포문학 독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에스콰이어』는 이 작품을 역대 최고의 공포소설 50선에 선정했고, 영국 공포작가협회(British Fantasy Society)가 수여하는 오거스트 덜레스 최우수 공포소설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영국 도서상(British Book Awards)과 세계 판타지상(World Fantasy Award)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BBC Two 북클럽 선정작으로도 소개됐습니다. 현재는 배우 앤디 서키스의 제작사에서 영화화가 진행 중입니다.

작가 캐트리오나 워드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어린 시절 케냐, 마다가스카르, 예멘, 모로코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성장했고,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옥스퍼드대학교 세인트 에드먼드 홀(St Edmund Hall)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습니다. 뉴욕에서 배우로 활동한 뒤 런던으로 돌아와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창작 석사 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오거스트 덜레스 최우수 공포소설상을 세 차례 수상한 유일한 여성 작가이기도 합니다. 데뷔작 『로블러드(Rawblood)』, 두 번째 작품 『리틀 이브(Little Eve)』, 그리고 『니들리스 거리의 마지막 집』까지 세 작품 모두 이 상을 받았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독특한 장치는 세 명의 서술자입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남자 테드, 그의 딸 로렌, 그리고 고양이 올리비아가 번갈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독자는 세 사람의 목소리 사이를 오가며 무엇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추측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처음부터 얼마나 잘못된 전제 위에서 이 이야기를 읽어왔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워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공포소설인 동시에 트라우마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했습니다. 폭력 자체가 아니라 폭력이 한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다시 세상을 살아가게 만드는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왜 어떤 사람을 너무 쉽게 '괴물'이라 부르게 되는지, 그리고 그 이름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 달 우리는 이 소설을 세 가지 시선으로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먼저 성경을 읽는 고양이 올리비아를 통해 영국 문화에서 동물이 차지해온 특별한 의미를 살펴보고, 이어 11년 동안 여동생을 찾아 헤매는 디의 집착을 통해 영국 사회를 사로잡은 트루 크라임 문화의 배경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가장 깊이 던지는 질문,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판자로 막힌 창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끝내 마주하게 되는 것은 괴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괴물이라 부른 존재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던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다음 달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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