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은 늘 크고, 진실은 늘 작다
월요일이 되었고, 이번 주도 크고 작은 불만에 시달려야 하는 여러분께 작은 행운과 기도를 전한다. 조직문화 담당자의 비극적 딜레마를 알고 있는가. 늘 변화를 말하고, 그걸 안정 시켜야 하는 여러분은 변화할 땐 변화한다고 욕먹고, 안정되면 나쁜 것만 눈에 보여서 또 욕을 먹는다.
대표님이 너무해요. 인센티브 이상해요. 왜 설명 안해줘요? 회의문화 똥같아요. 피드백에서 상처받아요. 정보 공유 1도 안됨. 협업문화가 안잡혀있어요. 비전이 이해가 안가요. 우리 워라밸 없어요. 그냥 죽으라는 거죠. 월급 쥐꼬리만함. 쉬는 날 마음대로 정하는 듯. 그런 행사 왜해요. 그냥 쉬면 안돼요?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해요.
그리고 등등
수많은 불만들이 쏟아지면, 담당자의 고막에서 흐르는 피와는 별개로 손과 머리는 바쁘게 움직인다. 다른 의견보다 하나의 불만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당장 울부짖는 불만을 잠재울 이벤트와 당장의 코멘트를 준비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불만은 어디서 퇴행했나
- 휴식과 보상, 환경의 변화를 말하는 불만.
- 맹목적이고 추상적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불만.
- 또는 너무 특정 에피소드나 사람을 저격하는 불만.
대부분의 언어는 그 출발점과 인출된 표현의 오차가 있다. 과격하고 거친 생각일수록 그 오차는 커진다. 휴식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인정의 부족에서 출발했을 수도, 인센티브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관계의 소외감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린 이것을 퇴행이라고 부른다.
매슬로우씨는 사람이 한 단계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성장형 RPG게임 주인공처럼 인간의 욕구 단계를 구분했지만, 알더퍼는 이 단계를 축소하면서 퇴행의 개념을 덧붙인다. 상위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퇴행하여 하위 욕구를 부르짖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쏟아지는 불만세례를 일단 그릇에 담아놓고 손질하는 것이다. 불만의 ‘경험 준위’를 살펴보자.
- 어떤 제도가 정말 잘못되었는지는 그걸 한 번 경험한 사람과 여러 번 경험한 사람의 의견을 동시에 놓고 확인해봐야 한다.
- 어떤 경험이 정말 문제인가를 따져보려면 그 경험의 양쪽 당사자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며
- 심지어 A라는 사람의 불만을 진짜 불만으로 확인하기 위해선, 그 사람의 평소 언어습관이나 그 사람이 지닌 인식 모형 자체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도 없고, 인력도 없고, 이 모든 걸 공부하고 차근차근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힘도 없다. 솔직히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떻고 가치관이 어떤지까지 알아내는 노력과 조직 전체가 지향하는 성장을 만드는 건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지니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건 구성원들의 불만을 곧이곧대로 듣고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이다.
진실은 내가 전혀 보지 못하는 의외의 부분들에 존재하고, 문제란 우연으로 연결되며, 개별적으로 드러난다. 인간은 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마음들이 떠오를 것이다.
공포와 불안, 이게 될까, 저게 맞을까, 그건 해봤는데, 욕먹으면 어떻게 하지, 성과가 있을까?, 설득할 수 있을까?
인정욕구와 불안, 자기효용감과 과도한 업무 사이에서 우린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조직문화 라는 영역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죄다 가설에 시도일 뿐인데다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잡도리질을 하는 사람이 한 트럭이다. 어쩌면 이 글도 포함하여.
모르면, 휘둘리기 마련이다.
조직에 떠도는 망령 같은 불만들에 휘둘리지 말고 바라보고, 그게 뭔지 이해하고 공부해야 한다. 여기저기 흩어진 단편적인 잡지식이나 인스타의 다크 심리학같은 가십성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설과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그걸 믿자.
의견을 듣고 불만을 이해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거리를 두어야 한다.(무시하란 것이 아니다) 응당 나와야 할 건강한 불만과 절대 나와서는 안될 불만을 구분해야 하고, 구성원에게서 해결책을 묻지 말고 여러분이 소신을 가지고 직접 시발점을 선정하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은 누구보다 구성원을 애정하고 있고, 졸라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똑똑하고 천재고, 우주적 존재이며, 여러분이 떠올린 직관과 생각은 대부분 옳다. 이번 주도 수많은 의심과 불만 속에서 살아가겠지만, 중심을 잡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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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조직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과 허탈을 넘어서 해탈을 하신 것 같습니다ㅎㅎ 글도 정말 재치있게 잘 쓰셔서 다음 글이 늘 기다려집니다.
일할시간
ㅎㅎㅎ 감사합니다!!! 사실 써놓고도...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 '내가 뭐라고 방법을 알려주고 말고 하나...' 싶어서 급하게 마무리 지은 느낌이 있었답니다. ㅎㅎㅎ 다음 주엔 좀 더 실질적이고 소소한 팁들 위주로 가볼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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