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 수단이 된 플레이리스트, 이 집이 맛집이네

What’s in my [ 플레이리스트 ]

안녕하세요, 오늘의 썰풀러 에디터 사이프🐝입니다.

저는 출퇴근길 음악을 들을 때 스포티파이 프리 버전을 사용하고 있어요. 중간중간 음성 광고가 나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라디오보다 훨씬 광고가 적은데?’ ‘아이돌이 직접 자기 음반 홍보를?’ 하며 긍정적 사고를 발휘하며 들으니 나쁘지 않더라고요.

출처 : JANDI 블로그

사실 스포티파이 프리의 최대 단점은 ‘원하는 노래를 콕 집어서 들을 수 없다’라는 것이지만, 취향에 맞는 여러 플레이리스트를 저장해서 들으니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없어집니다. 그리고 진짜 듣고 싶은 곡이 있을 때는 회사에 와서 유튜브로 들으면 되니까요.

생각해보니,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제외하면 사용하는 서비스의 알고리즘이 말아주는(?) 노래를 듣거나 여러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를 찾아 듣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었어요. 아마 여러분도 비슷하실 것 같아요! 우리는 언제부터 노래를 ‘플레이리스트’로 듣게 된 걸까요? 알고리즘과 AI의 시대 속에서도 플레이리스트는 여전히 유효할까요?

오늘의 주절주절

음악 좀 듣는다는 건 '이것'부터 시작, 플레이리스트의 진짜 기원

요즘이야 ‘플레이리스트’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단어가 처음부터 지금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요. 1950년대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들이 방송할 노래 목록을 ‘플레이-리스트(play-list)’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죠.

당시 라디오의 플레이리스트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게 해주거나,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도구라기보다는 상업적으로 검증된 히트곡을 반복적으로 틀고 청취자가 지루하지 않게 배치하는 장치였어요. 대중 매체가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음악’은 쉽게 누리기 어려운 콘텐츠였고, ‘사람들이 무엇을 듣게 할지’ 결정하는 하는 것도 몇 안 되는 매체들의 권한이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플레이리스트’의 개념은 1980년대 카세트테이프가 음악을 담아내는 수단으로 보급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하는 음악이 담긴 LP를 사용하거나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등 현재의 기준에선 매우 고생스러운 작업을 동반하긴 했지만, 카세트테이프의 등장으로 이제 개인도 원하는 노래들만을 모아 ‘mixtape’를 만들어 들을 수 있게 되었죠. 제한적이지만 드디어 음악이 ‘음반’의 종속에서 벗어나 개별 콘텐츠로서 작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래 ‘목록’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의 등장

이번 블랭크인 뉴스레터를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며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았는데요. **‘음악은 모터의 회전에서 벗어나면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 LP에서 카세트테이프로, 그리고 CD로 음악을 담아내는 그릇의 형태가 바뀌고 광학 매체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물리적인 회전과 모터의 구동이 필요했거든요.

MP3가 등장하고 음원 하나하나를 별개로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플레이리스트는 비로소 개인화되고 지금의 형태를 온전히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악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했고, 플레이리스트는 ‘앨범’을 대체하는 음악 소비 시장의 주류 포맷이 되었죠.

출처 : memberful blog

현시점에서의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수단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특정 분위기나 상황에 맞춰 음악을 큐레이션 하는 '플레이리스트 유튜버'라는 새로운 크리에이터 카테고리가 생기기도 했고요.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수익 구조에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유튜브 채널 수익은 대부분 원작자에게 돌아가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영상 조회수를 통한 수익 대신, 자신의 채널이 가진 영향력을 활용해 브랜드 협찬을 받거나 굿즈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결국 이들은 콘텐츠에 내재한 음악을 파는 게 아닌,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구축된 팬덤, 또는 동일 집단을 활용해 돈을 벌고 있는 셈이에요.

"여기 플리 맛집이네!" 마케팅 수단이 된 플레이리스트

출처 : essential 유튜브 채널

한때 특정 브랜드나 제품의 홍보를 위해 뮤지션과 협업하여 별도의 음원을 출시하는 것이 유행이었죠? 요즘 브랜드들은 플레이리스트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요.

단순히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제품을 광고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성을 반영해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요!

이제, AI와 함께하는 플레이리스트

사실 플레이리스트는 ‘취향’과 ‘개인화’라는 두 가지 특성으로 인하여 음악 시장은 물론 모든 IT 업계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자동화 및 알고리즘 기반의 최신 기술(?)들이 적용됐던 콘텐츠 포맷이에요. 우리 모두 스포티파이나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내가 설정한 재생목록이 끝나도 다음 노래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플레이리스트에 AI가 적용되는 건 매우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죠.

출처 : spotify newsroom

플레이리스트 포맷을 잘 활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인 스포티파이는 이미 23년도에 첫 'AI DJ' 기능을 선보였어요. 최근에는 점점 더 그 기능을 강화하고 있고, 대표적인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들인 멜론과 플로 등도 AI가 자동으로 곡을 추천해주고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해 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요즘은 AI가 제작한 음원만으로 이뤄진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생겼고, 심지어 입력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AI가 플레이리스트 내 모든 음원을 구성하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도 들리고 있어요.

그런데, 플레이리스트에서도 개인화가 반영되는데, 이거 진짜 개인화일까요? 

출처 : 슈카월드 - 창모 노래 안 들어 봤으면 홍삼캔디좌인가

이번 ____에 대한 코멘트

매우 가볍게 훑어보긴 했지만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살펴본 시간의 흐름은 기술의 발전이 콘텐츠의 형태를 어떻게 바꾸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어떻게 채워줬는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콘텐츠의 집합이 모여 새로운 콘텐츠가 되는 과정도 매우 신기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AI가 완벽한 플레리스트를 만들어주는 시점이 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계속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거나 수정하고 또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질 거라 예상해 봅니다. 결국 내가 희망하고 바라는 것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내 자신이고,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이어질 거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최애 플레이리스트가 있다면 댓글로 함께 공유해주시면 어떨까요? 🙂

오늘의 썰을 마무리하며

아직 한낮엔 무더위가 가득하지만 밤에는 제법 선선한 기운과 함께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가을은 오고 있고, 계절에 어울리는 멋진 음악도 시절에 맞춰 자연스레 우리를 찾아오는 듯 합니다. 늦여름과 초가을 그 미묘한 경계에 알고리즘이 저에게 추천해준 라이브 영상 띄워드리면서 2025년 9월의 블랭크인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

또 다른 블랭크인이 궁금하다면? 

한줄 요약 : 지난 8월 ‘플렉스(Flex)’ 퇴사자들의 스톡옵션 보상 0원 처리, 무슨 일일까?

오늘의 썰풀러 에디터 사이프🐝

오늘의 썰 편집자 에디터 동동🐥, 에디터 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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