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도 '리-사이클'이 되나요? 코로나를 넘어 '재활용 시대'를 살다

📬 금요일에 보내야 할 화요일 레터를 토요일 아침에 발송하게 되어버린, 이 죄송스러움을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 스케쥴 에러로 레터의 지연을 지난 레터에서 양해 부탁 드렸었는데요. 제가 저를 좀 과신하고 있었을까요. 그 문제의 스케쥴이 일단락 된 어제 밤, 소위 말해 '넉다운' 되고 말았어요. 뒤늦게 점심을 먹고 나가보니 한여름 뙤약볕이 뜨겁더라고요. 순간, 내가 '이렇게나 늦어버린건가' '이렇게 느리게 걷고 있었나' 싶은 생각도 잠시 스쳤갔는데요. 원래, 잘못한 사람의 말은 길어지는 법이라던가요. 아무튼 늦게 레터가 발행되는 점, 거듭해 사과 드려요. 기다려주신 분들,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좀, 쉬엄쉬엄 갈게요.

 🛖 '오래된 집'에 살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한 적 없나요. 코로나 이후로 더욱더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반성하며 살아가는 요즘, 그에 더해 식량난과 자원 고갈의 문제까지 불거져나오며 '다시 쓰기'란 더이상 옵션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전제 조건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우리 일상이 곧 '내일의 자산'같이도 느껴져요. 당근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어패럴 업체들이 매장 한 켠에 '헌옷 회수 박스'를 설치하고, 배달 앱 한 켠에 '일회용 수저 주지 마세요'란 항목이 등장하고. 어쩌면 우린 지금 '다시 살아가는 시대'를 걷고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돼요. 일본에선 오래된 맨션, 근래 '레트로' 열풍으로 뒤늦게 주목받기도 했던 빈티지 맨션들이 인기라고도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1960~80년대 사이에 부동산 업체 '슈와(秀和) 주식회사'가 건설한 남유럽풍 맨션, 파란 기와 지붕과 새하얀 벽, 그리고 아이언 소재의 발코니가 특징인 '슈와 레지던스'는 이후 미국 투자사에 매각되어버리긴 했지만, 당시의 건축은 도쿄를 중심으로 홋카이도에서 후쿠오카까지 아직도 134동이 남아있어요. 그리고 이런 '어제의 향수'를 담은 레지던스가 지금 새로운 거주를 찾는 이들에게 새삼 주목받고 있어요. 60~80년대이면 벌써 반세기. 노후화된 건물의 집이란 곳곳이 수리할 것 투성일 것도 같은데, '슈와 레지던스 도감'이란 책까지 펴낸 haco 씨는 '준공 당시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은 미나토 (港区) 세이난(青南)이나 시부야구 진구바시(参宮橋) 맨션에 미드센츄리의 모던한 인테리어를 더해 살고싶다'고 말하거든요. 오늘을 산다는 건 또 하나의 어제를 남겨놓는 일. 우린 어쩌면 지금, '재활용의 시대'를 살고 있어요.

 🉐 '남아있는 쓸모'의 회복, '가전 수명'은 이제 '리유스'에 

📺 하이마트, 또 뭐가 있죠. 제조 업체의 매장이 아닌, 다수 제조사의 가전 용품을 취급하는 가게들, 재활용 시대 그건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될까요. 일본의 최대 가전 양판점 '야마다 전기'가 중고 가전 시장을 본격 확장하며 군마현 후지오카 시(藤岡市)에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재활용 공장' '리유스(re-use) 센터'를 만들었어요. 쓰던 냉장고, 세탁기, 에어콘 등을 새 것처럼 사용할 수 있게 정비를 하는 공장이고, 이를 통해 '야마다 전기'는 기존 7만 대 정도에 머물렀던 중고품 판매를 2025년까지 30만 대 수준으로 높여갈 계획이에요. 개인적으로 도쿄에 처음 건너가 동네 '리사이클 숍'에서 냉장고와 세탁기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데요, 이사를 떠나기 전까지 고장 한 번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야마다 전기는 그와 같은 재활용을 보다 가시화, 'YAMADA GREEN'란 인증 마크가 붙은 '야마다 전기' 인증 상품을 판매하는데요. 어쩌면 그건, 아직 쓸모가 남은 제품이 버려져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사실 가전이란 TV나 냉장고라면 10년 제품이기도 했고, 근래 들어서는 기술(능)의 업그레이드 주기가 빨라지며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기분도 들어요. 하지만 가전 만큼 '필요에 의한 쇼핑'은 없고, 게다가 단가는 높고, 그래서 더욱 고민을 하게도 되는데요. '야마다 전기'의 CEO 야마다 노보루 씨는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중고 상품에 대한 저항감이 약해지는 추세이고, 단기간 짧게 써보고 싶다는 니즈와 더불어 리사이클 제품이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요."라 이야기해요. 2015년 '아울렛 리유스' 제1호점을 시작으로 규모를 넓혀가는 '야마다 전기'는 지난 3월 25일엔 하코다테(函館)에 그와 같은 점포 81호점을 열었고, 후지오카 노보루 사장은 '단순한 가전의 판매에서 나아가 사용 이후 처분까지 아우르는 '자기 완결형' 사업 모델'이 최종 목표라고 말해요. 일본에서 '리유스 시장'은 2025년 3.5조엔 규모. 재활용 '블루오션'인가요?🌊

 ✈️ 어느 비행기의 '헌신' 

이렇게 실증이 나 새로운 가구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고쳐 쓰거나 중고 물품을 구입, 누군가에게 필요가 다한 물건을 양도 받아 나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사용하는 일이란, 아마도 가장 쉬운 '내일의 시작'이란 생각이 들어요. 앞에서 '니토리'와 '야마다 전기'가 가전 가구의 수명 연장 계획, 그리고 실천하고 것처럼, '재활용의 시대'란 어쩌면 우리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고 있다고도 느끼는데요. 하지만 동시에 세상 무엇이든 일단 만들어지면 중고가 되어버리는 법. 많이 만들고 많이 사고 많이 쓰며 살아온 만큼, 어쩌면 지금은 '재활용을 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건 곧 '재활용의 가능성, 그 범위의 영역이란 무한하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지금 미국의 시애틀에선 무려 비행기의 재활용✈️ 폐기 처분 직전의 보잉 747' 동체를 활용한 오피스 주상복합 시설의 건축이 한창이에요.

비행기를 건축으로 재활용하다, 이게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일까요. 계획은 캐나다 밴쿠버에 거점을 두고 있는 부동산 디벨로퍼 '웨스트 뱅크'의 프로젝트이고, 프로젝트 명은 비행기 기종처럼 '웨'스트'뱅'크를 따와 WB1200인데요. '웨스트 뱅크'의 창업자 이안 길레스피 씨는 비행기 동체를 분해, 그리고 조립해 현재 자사가 건설 중인 두 채의 아파트 빌딩 사이 공중에 떠있게 설치, 내부는 오피스로 실제 이용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거라 이야기했어요 점점 더 갸우뚱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동체의 대부분은 '웨스트뱅크'의 지사 오피스로, 그리고 꼬리 부분은 이벤트홀 '라이브 네이션'의 입구가 되는 설계라 설명했는데요. 공개된 사진을 보면 초고층 빌딩 사이 마치 공중에 잠시 착지한 비행기가 지상에 착륙한 '미래 세계'같은 느낌을 줘요. 재활용, 그건 곧 내일로 향하는 입구였던가요.

그렇게 이제 곧 건축으로 다시 태어날 '보잉 747'현재 캘리포니아 사막 지역 빅터 빌(Victorvillie)에서 분해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고, 그게 끝이 나면 20여 대의 플랫 베드 트럭에 실려 시애틀 북부로 이동, 그곳에서 조립 작업이 진행돼요. 그리고 시애틀에 건설중인 두 빌딩 사이, 사우스 레이크 유니온(South Lake Union) 지구, 스튜워드 스트리트(Steward st) 교차로 부근에 안착하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폐기 처분될 예정이었던 보잉 747의 마지막 비행일까요. 그런데 사실 비행기를 도심 하늘에 뛰우는 이 야심찬 계획은 코로나 이후 인구 유출이 심각했던 도시 시애틀의 미래를 위함이기도 해요. 씨애틀에서는 코로나 이후 도심 밖 이주가 늘어나며 다운타운의 위축이 이야기되었거든.

이후 조금씩 상황이 나아져 2019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만, 웨스트 뱅크는 'WB1200은 시애틀의 미래를 향한 의지와 희망'이라 말하기도 했어요. 도시의 내일을 위해 쓰여지는 폐기 직전의 비행기 좀 우수은 표현이지만 어딘가, 전 왜 비행기와 도시 사이의 장기 기증 같은 게 떠오르죠? 내일은 분명 함께의 시대일 거에요.

 🏚️ '빈 집'에 살다 

셰어 하우스, 익숙하죠? '코워크 스페이스' 활용하고 있나요. 최근 우리 일상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면 바로 주거, 그리고 일 하는 장소의 전과 다른 '지형'일 것 같아요. 집은 하나, 일하는 곳도 정해진 한 곳.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기 시작,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까지 생기며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일 거에요. 특히나 집값이 어느새 천정 부지 올라버린 시절 집을 산다는 것, 로또 복권인가요? 올림픽 메달 따기인가요? 아무튼. 그런데 얼마 전 일본에선 '주거의 서브스크'가 인기라는 뉴스를 봤어요.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넷플릭스와 같이 '집'을 서브스트, 정기구독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얼추 상상이 되나요?

저희 레터에서는 좀 오래 전 'NOT A HOTEL'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기존의 호텔 메카니즘을 편리와 효율에 기반해 다시 써내려간, 여행과 주거, 일상과 일의 경계를 삭삭 지워내버린, 일견 '에어비앤비'의 호텔을 포함한 버젼과도 같은 이야기였는데요. 지금 새로운 주거 개념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주거의 서브스크'는 도심 외곽 늘어나는 빈집을 개조해 입주 희망자들에게 제공하는, 말하자면 '집의 재활용', 그것도 한 곳이 아닌 곳곳에서 살아보는 일종의 노마드적, 공간과 시간의 정주하지 않는 셰어형 주거 모델이에요. 연회비 42만엔(달 4만엔)에 전국 10여 곳에 (개수된) 빈 집에서 살고 싶은 만큼 살아볼 수 있는 '주거 플랜'인데요. 최근 일본에서 빈 집이 심각하다는 말, 들어봤나요.

얼마 전 공개된 '국토 교통성'의 연구, '빈 집 등의 현황과 관하여'에 의하면, 빈 집의 전국 총 수는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0년 간 448만에서 820만 호까지 증가했고, 최근 발표된 '노무라 총합 연구소(野村総合研究所)'에 따르면 2033년 '빈 집'의 전국 총 수는 약 2천 150만 호, 전체 주택의 30.2%에 달할 거라는 예측이 나왔어요. 저출산·고령화 시대, 그야말로 어두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지금의 일본 주택 시장이에요. 그런데 역으로 어쩌면 이건 앞으로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자산'은 아닐까요. 새로운 집을 하나 더 짓는 게 아니라 사용 가능한 집을 찾아내는 일. 나아가 지금의 집을 계속 이용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일.

실제로 2019년 치바, 카나가와, 시즈오카, 군마, 후쿠이, 토쿠시마 등 전국 11개 곳을 시작된 '빈 집 서브스크' 서비스 'ADDress'가 그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데요. 그곳의 대표이자 '셰어 이코노미'의 전도사라고도 불리는, 실제 셰어 하우스 'MIRAIE'를 운영하고 '셰어링 이코노미 협회' 사무국장이기도 한, 사베토 타카시 씨는 '지금까지의 집과 주소에 대한 관념이 점점 자유화되면서, 빈 집은 앞으로의 생활에 응대하는 잠재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 실제 일본에서 빈 집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되며, 갤러리나 카페 혹은 '도깨비집'과 같이 일과 일상을 넘어 다시 발견, 태어나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인프라 재원을 마련해주고 있는 야마나시 현(山梨県)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도시 중 하나, 우에노하라 시(上野原市)의 무라카미 노부유키 시장은

"우에노하라 시에는 약 600호의 빈 집이 있어요. 이를 많은 자원이 있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이용 가능한 실천이 점점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라 말했어요. 한 곳에 오래 산다는 것, 오래된 가치관을 벗어나, 집이라는 부동 자산, 투자가 아닌 활용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 TOMORROW NEVER KNOWS 

구독자님, '집'이란 뭘까요. 어제 밤 전 예상을 넘어 일이 너무 오래 걸린 탓에 늦은 밤 거리를 그야말로 설설 기듯 걸어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마지막 끼니를 채운 게 8시간이 넘어버렸는데, 배에선 자꾸만 뭘 좀 달라고 아우성인데, 전 그냥 정말 당장이라도 침대에 푹 파묻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어요. 좋아하는 가게, 사고싶은 것, 보고싶은 것들과 가보고 싶은 곳들은 정말 많고도 많지만, 그 많은 것들이 돌아오는 곳은, 결국 '집'. 결국은 'my sweet home' 뿐이에요. 그럼에도 우린 자꾸만 '집'의 그런 고마움을 잊곤 하는데요,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집까지 '서브스크'를 하며 노마드적 생활을 하는 시절이 온다고 해도, 지친 몸 하나 거둬주는 집의 가치가 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에요.

어떻게든, '영끌'을 해서라도 손에 넣어야 하는 house가 아닌, 우리 삶 곁에 함께하는 '동반의 자리'로서 home을, 보다 더 이야기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고 생각해요. 어차피, 그래봤자 집도 달성해야 할 목표(적)가 아닌, 또 한 번의 나의 하루를 가능케 할 하나의 수단일 뿐이잖아요. 구독자님, 토요일 아침의 레터는 어떤가요.🥲 저녁엔 '야후 레터'로 인사할게요.

📫오는 화요일, 6월의 첫 화요 레터 7일엔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68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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