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4월 4주차 #93

🐶 만나본 적도 없는데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람, 있지 않나요. 얼마 전 오사카에 계획중인 카지노 건설 관계 기업에서 몇몇 아티스트 작품을 무단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나라 요시토모 씨의 그림이었어요. 그 카지노라면 아마도 몇 해 전 요코하마에 유치하려다 주민들 반발로 취소됐던 것도 같은데,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동의, 공감이잖아요. 아무튼 전 그 뉴스에 괜히 제 일인 것 마냥 화가 나기도 했는데, 현재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선 오는 9월까지 요시토모 나라 씨의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전시 '나라 요시토모 奈良美智 ―Dog-o-rama'가 열리고 있어요. 전시의 제목으로도 쓰인 'Dog-o-rama'은 나라 씨 작품의 소녀 만큼 주효한 모티브인 '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젝트형 작품이고, 개 탈을 쓴 어린이들이 전시회장을 뛰어놀며 작품이 만들어지는 'Pup Patrol'과,

사람들이 가지고 온 헌옷이나 천등을 기어 전체 7미터가 넘는 거대한 탈 인형 'Pup King'을 만들어보는 'Pup Up the Dog'로 이뤄져요. 그야말로 미술관이 곧 어린이집으로 변신하는 과정일 것 같은데요, 회장에는 나라 씨의  《Lonely Moon/Voyage of the Moon》은 물론 드로잉과 그릇에 그린 그림(皿絵)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이 둘 사이의 묘한 꼴라쥬가 어떻게 그려질지도 기대되는 지점이에요. '강아지로 분한 아이들의 활동을 통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의 방식을 다시금 고찰하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합니다.'라 말했어요. 나라 씨 작품의 원점과도 같은 어린이와의 전시 감상. 5월은 어린이의 달이라 했던가요.

🐟 코로나 3년의 암흑기를 지나며 벌어진 책방에서의 신기한 일. 근래 뉴스에선 마을에 책방이 사라진다, 혹은 작은 책방이 다시 일어난다 등의 상반된 이야기가 들려오는데요, 그를 설명해줄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보다 개인의 서점, 일상에서 시작되는 서로 다른 사정의 책방들이었어요. 가령 전과 달리 책이나 출판과 관계없는 사람들도 책방을 열어 '바이크 전문 책방'이 생기거나, '케이크 책방', 혹은 갤러리 겸 책방이 늘어나거든요. 그리고 도쿄엔 바로 그런 흐름 안에서 물고기 전문 서점이 있어요. 낚시 전문 잡지 '주간 낚시'를 발행하는 '주식회사 주간 낚시 뉴스' 사무실의 한쪽을 활용해 2022년 7월 문을 연 이름도 물고기, 바로 '사카나 북스(SAKANA BOOKS)'인데요. 이 서점 이야기는 아마 지난 해 한 월간지에 소개를 한 기억이 있는데, 혹시 이미 말했던 거 아니죠. 아무튼 이곳은 물고기가 등장하는 문예, 서적, 리틀프레스와 ZINE 등 약 1200점의 책들을 취급하고, 동시에 수산 가공품과 낚시 관련 잡화도 판매해요. 책이 아닌 물고기에서 출발한 책방이기에 자연스러운 비즈니스의 베리에이션이에요.

그리고 이 '물고기 책방'이 이제는 출판에도 도전해, 레이블을 설립, 지난 4월 19일 첫번째 출간 서적 '수족관 인간 지금까지 봐온 경치가 바뀌는 15개의 스토리(水族館人 今まで見てきた景色が変わる15のストーリー)'가 만들어졌어요. 애초 잡지사이니 출판이 그리 어려웠을리도 없고, '사카나 북스'는 물고기를 시작으로 수산 생물,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자연 환경에 대한 이해,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거든요. 단지 '먹다'나 '기르다'가 아닌, '알다', '보다', '그리다' 등을 통해 새로운 물고기의 매력을 전달해가요. 좀 잔인한 이야기같지만, 보다 잘 알아야 그들과 더욱 오래, 그리고 맛있게 잘 살아갈 수 있거든요. 올해 1월부터는 '온라인 책방(https://sakanabooks.stores.jp)'도 운영하고 있어요.

💤 매번 이맘때만 되면 설레는 기분, 남의 나라 노는 날인데 왜 기분 이런 걸까요. 일본엔 매해 4월 마지막 주에서 5월 첫 주 사이 골든 위크라며 길 때는 연속 10일이나 빨간 날이 될 때가 있는데요. 올해는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무려 9일간 '렌큐'가 가능해져요. 그렇다는 건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 축제, 공연, 그리고 세일 등. 평소보다 놀거리, 먹을 거리, 구경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이고, 그 때문인지 몰라도 평소보다 흥이 나있는, 높은 텐션의 도쿄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는 거에요. 하지만 이런 건 늘 현실과는 별 개의 상상. 지지난 해 제가 딱 그 시점에 도쿄에 있었는데요, 도심 곳곳 밀려나온 인파에 체인 커피숍 하나 들어가기 힘들어 고생한 기억밖에 없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거의 열흘이나 쉬면서 일상 속 비일상을 탐하는 도시의 '지금'을 그냥 몰라할 순 없겠죠. 오는 4월 28일부터 도쿄 시부야에선 골든 위크 기간, 그들만의 마을 마츠리 'The Shibuya Week2023'가 열려요. 2021년부터 시작된 행사이고 '가장 제철의 물건, 일, 때를 발신하다(「最旬の」モノ・コト・トキを発信する)'를 목적으로

이번엔 테마가 'Catch up. 각자의 '제철의 것'을 교환하자(それぞれの『旬』を交換しよう).' 흔히 철이라 하면 5월의 딸기나 가을의 전어처럼 먹거리만 떠올리게 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그 '슌(旬), 철'이란 9일 주어진 '빨간 날' 만의 느슨한 일상을 말하는 거겠죠. 바로 지난 주 '무민 카페'의 테이크아웃 매장을 소개했던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渋谷スクランブルスクエア) 12층 이벤트 스페이스를 빌려 개최되고, 로스터 커피 18곳이 출점을 한 'TOKYO INDIES COFFEE FESTIVAL', 동시에 5월 1일부터 7일, 그리고 13과 14일엔 매일 바리스타가 바뀌는 Indies Coffee Shop, 신기루 스탠드(蜃気楼スタン)'도 오픈해요. 50mm씩 4잔을 15백엔에 시음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는데요, 더불어 공예 작품이나 자수, 라지카세(라디오 카세트)와 활판 인쇄를 활용한 제품 등 아날로그감 느껴지는 제품들을 모은 숍이랄지, 코엔지의 크래프트 맥주 숍 'DRiNKUP!!'의 기간 한정  비어 스탠드, 음악 레이블 BIG ROMANTIC RECORDS가 프로듀스하는 대만과 한국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도 예정되어 있어요. 노이즈 뮤직을 하는 한국의 박다이라는 남성 아티스트, 아나요. '시부야 페스'이지만 어딘가 멀티내셔널한, 축제란 모름지기 '어울림'의 자리였겠죠. 

⛅　다시 시작하는 아침에 햇살은 조금 더 반짝이고 있을까요. 코로나 이후 도쿄 내 상권 지형이 격변하며 모두가 하라쥬쿠를 떠나는 가운데, 일본발 패스트패션으로 2012년 등장했던 '바로크 재팬 리미티드'의 'THE SHEL’TTER TOKYO'가 지난 3월 3일 대대적 개수를 완료하고 다시 문을 열었어요.  '쉘터'는 '포에버21', H&M, ZARA 등 패스트패션이 한창 기세가 좋던 2010년대 중반 철저히 일본 오리지널 브랜드로 그 자리를 함께했던 어패럴 셀렉트 숍이었는데요, 다소 애매모호한 가격대, 스트리트와 모드 사이의 어딘가 명확하지 않은 브랜드 콘셉트 등으로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거든요. 더구나 코로나 여파로 하라쥬쿠는 물론, 시부야 등의 매장도 모두 순차적으로 문을 닫았어요. 그렇게 '쉘터'는 그대로 물러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찾아온 하라쥬쿠의 '쉘터'는 자못 포부가 대단해 보여요. 조금씩 늘어나는 인바운드 수요를 적극 수용하기 위해 지하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1240평에 달하는 무엇보다 넓직한 매장에, 1층은 '팝업 전용 특별 구역'으로, 늘 새로운 화제가 생겨나는 '가장 지금의 시대성'을 발신할 수 있도록 꾸렸고, 지하엔 OMO 판매를 염두한 스튜디오 겸설 갤러리 공간이,

그리고 2층은 보다 패션에 집중해 트렌드나 스포티함보다는, 모드계 브랜드의 옷들을 느긋하게 체험할 수 있어요. 이전 '쉘터'가 남아있는 건, 아마 바로 이 2층 뿐인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가장 힘을 싣고 있는 건 인바운드 수요 증가를 계기로 관광 소비를 곧 해외 고객 창출로 이어가겠다는 시도일 것 같아요. 자사 메인 브랜드인 '마우지(MOUSSY )' 매장을 정중앙으로 나머지 공간은 전부 아트 갤러리 '로비스 갤러리(LOVUS gallery)'이거든요. '마우지'는 수비니어 라인 'CLUB MOUSSY 303'의 확충으로 관광객 손님을 잡고, 환경의 배려가 더해진 '엠 언더바(M_)'까지 더해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서 어필을 해요. 더불어 생방송 ONARI가 가능한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어, 신작 정보랄지 아티스트와의 이벤트 등을 리얼타임으로 전할 계획이에요. 어딘가 어패럴숍의 미디어화 전략으로도 보이는데요. 더불어 메이지도리(明治通り) 길가를 보고 설계된 1층 쇼윈도에서는 현재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ZOZOTOWN'이 전개하는 유튜버 켄지의 D2C 브랜드 'WYM LIDNM'의 장기 팝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켄지 씨의 이 브랜드는 유튜버로 인기를 끌었던 자신의 '리드므'보다 조금 가격대가 높은 2nd 브랜드라고 해요. 사실 품질에 대해서는 말이 많은 브래드이기도 한데,

매장에서 생방을 하고 유튜브로 소통하는 패션의 구매 루트란, 요즘 무엇일까요. 하라쥬쿠 지점을 담당하는 스즈키 타카마 디렉터는 '바로크에겐 협소한 Z세대 남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라 했어요. 사실 옷이란 내가 마음에 드는 게, 제1이잖아요. 품질 역시 그에 준할 뿐, 가치관을 따를 뿐이에요. 그리고 이 매장만이 갖는 이점이라면 온라인 쇼핑으로 좀처럼 실물을 접할 수 없었던 옷들을 만지고 입어보고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 곳곳이 아트적 인테리어로 만들어진 덕에 시착 후 바로 SNS 포토존으로도 활용 가능해요. 정확히 '쉘터'가 스파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다시 돌아온 이 옷 가게의 이와 같은 '부속품'은 무얼 의미할까요. 그러고보면 브랜드 이름 안에 THE TOKYO라는, 지역명. 하라쥬쿠를 버리지 않았던 이유, 바로 그런 마음, 인바운드 손님 모시기엔 필히 필요한 '워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 구독자님, 아는 사람 다 알지만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 좋은 데님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이 맑아야 한다는 거 알고 있나요. 요즘은 데님에 대한 정보나 컬쳐도 많이 대중화되어서 새삼스런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벌써 10여 년 전 데님 특집을 하면서 이 사실은 제게 좀 충격이었어요. 일본 오카야마에서 만드는 데님을 루이비통, 디오르, 생로랑 세계 유수 브랜드가 사용한다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도 그 무렵 알게됐는데요. 1950년 오카야마현(岡山県) 이하라시(井原市)에 쿠로키 직물(黒木織布)을 창업, 이후 데님의 제조와 판매를 해온 '쿠로키 데님'이 얼마 전 루이비통 그룹 LVMH의 제조 기술의 지속적 관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LVMH 메티에다르(MÉTIERS D'ART, 예술적 수작업)'과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했어요. 즉 LVMH의 디자인이 아닌 기술적 측면에서 쿠로키 데님의 힘을 빌리는 건데요, 말하자면 '크래프츠맨십'의 협력이랄까요. 이번 협정 체결은 일본의 크래프츠맨쉽과 LVMH가 주창하는 '이노베이션과 전통의 계승', '고품질의 지속 가능한 제품 만들기'를 구현하기 위한 보다 탄력적 시도로 느껴지고,

'쿠로키 데님' 쿠로키 타츠시 사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메이드 인 재팬'의 퀄리티와 매력을 더욱 세계에 알리기를 기대한다'고, LVMH 메티에다르 CEO 마테오 드 로사 씨는 '쿠로키 데님의 장인과 LVMH 메티에다르의 매뉴팩쳐 장인 사이의 커뮤니티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거'라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저 이 공장, 쿠로키 공장장 님 만난 적 있거든요. 아마도 2013-4년 정도. '긱'이란 잡지를 만들면서 세토우치 바다 구경할 겸 그곳을 취재했어요. 친구의 친구 포토그래퍼 현지 섭외해서 하루 취재하고 하루 놀고. 전 그 때 몰랐는데 포토그래퍼 그 친구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보러 나오시마까지 다녀오더라고요. 이 때가 아니면 세토우치 오기 힘들다면서. 우리는 각자 나름의 계획을 갖고 사나요.

🧥 킴 죤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의 루이비통이었던가요. 코로나가 들이닥치고 첫번째 콜렉션에서 그는 '아이디어도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기존 메종이 보여주었던 디자인을 라-메이크, 계승하며 다시 창조하는 형식의 옷들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모든 건 새로움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듯 느껴져도, 그 '새로움'의 시효는 과연 얼마나 길고 짧을까요. 또 하나의 메종 브랜드 '발렌티노'가 얼마 전부터 과거 콜렉션의 옷들을 수집해 재판매하는 프로젝트 '발렌티노 빈티지' 그 2탄을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의 The Vintage Dress'에서 개최하고 있어요. 영국의 패션 플랫폼 '원 그래너리(1 Granary)'와의 협업으로 시작됐고, 벌써 2회째에요. 패션이란 늘 SS/FW 시즌별로 돌아가는지라 옷을 충분히 입을 겨를도 없이 또 새로운 옷들이 출시되는 판이기도 했잖아요. 하지만 '빈티지'라는 건 단순히 오래된 것의 의미를 넘어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던 시간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지녀요. 이번 프로젝트에는 도쿄 뿐 아니라 전세계 5개국 6개 도시도 함께 참여하고,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프랑스의 파리, 영국의 런던과 미국의 뉴욕,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한국의 서울도 동참하고 있어요. 장소는 성동구 '제인마치 메종.'  혹시 벌써 다녀온 분 있나요.

⏳ 구독자님, 음악은, 예술은 어쩌면 우리 삶 그 마지막에서 다시 시작하나요. 지난 달 말 끝까지 그의 음악처럼 아름답게 살다 간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와 그의 오랜 친구 타카타니 시로 씨의 콜라보 씨어터 무비 'TIME'이 오는 2024년 교토의 한 극장에서 상영 계획을 발표했어요. 사실 사카모토 씨와 교토 시립예술대를 중심으로 결성된 아티스트 그룹 Dumb Type의 초대 회장이기도 한 타카타니 씨는, 각각 1999년 사카모토 씨가 완성한 오페라 'LIFE a ryuichi sakamoto opera 1999', 지난 해에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 출품된 DUMB TYPE 2022 등 상대 작품에 도움을 주며 함께한 이력이 있는데요, 내년에 공개되는 'TIME'은 사카모토 씨가 상주 아티스트로 있었던 네덜랜드 국제 무대예술제 '홀랜드 페스티벌'에서 첫 상연이 됐었어요. 전곡을 사카모토 씨가 작곡하고 그에 타카타니 씨가 비쥬얼을 입힌 작품이에요. 즉, 일종의 인스톨레이션 퍼포먼스랄까요. 배우들의 움직임, 빛과 영상, 그리고 물을 다채롭게 사용하며 인스톨레이션과 퍼포먼스, 비쥬얼 아트가 서로 융화되는 앤비언트적 경험을 제공해요.

요즘 그가 음향을 감수한 신쥬쿠 '109 시네마즈'에선 사카모토 출연, 혹은 음악의 영화들이 특별 상영되고 있기도 한데, 댄서인 타나카 민과 이시하라 린, 쇼(雅, 아악(雅楽)의 관악기 일종)를 연주하는 미야타 마유미 씨가 참여하는, 2024년 라이브로 상연되는 사카모토 씨의 '시간'은, 또 어떤 느낌일까요.

🍜 문화의 끝판왕은 역시, 먹거리 슈퍼일까요. 일본의 슈퍼 중심의 그룹 '이온(イオン)'이 지난 4월 3일 전국의 '이온' 매장, 어패럴 계의 '이온 스타일' 약 290여 곳, 그리고 온라인 스토어까지 총동원 요즘 일본에서 대인기라는 '대한민국 식품'과의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어요. 인기있는 제품들의 패키지를 거의 그대로 T셔츠에 옮겨 디자인한 물건인데요, 사실 이 기획을 진행한 '이온'의 캐쥬얼 브랜드 Double Focus'는 지난 2016년부터 식품이나 문구 등 각종 기업이나 식품 체인들과 콜라보를 진행하며, 기업 T 셔츠를 보다 대중적, 동시에 패션으로 소화하며 제작하고 있기도 해요. 지금까지 선보여진 게 110곳 이상의 기업 T에요. 그렇다는 건 지금 한국 음식은 전에 없이 대중적 인기를 향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이번 콜라보 프로젝트에는 모두 한국 식품 기업 5곳이 함께했고,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이 식품의 패키지나 인기 캐릭터를 디자인, 총 8종의 T셔츠를 발매했어요. 관계자 왈, '한국 식품 콜라보 T를 입고 모티브가 된 음식을 먹거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즐거움이 확산되기를 기대해요'라 해요. 말하자면 SNS 선전 효과를 노린 기획이기도 한 셈인데,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요. 아무튼, '이온' 제작 판매이니 마트에서 티셔츠 사게 된 꼴. 하지만 좀 더 세련된 삼양라면 어떻게 좀 안될까요. '먹다'와 '입다' 사이, 둘을 맛있게 조리할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 여름이라 생각하지만,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 이 무슨 별미인가요. 하물며 이상하게도 꼭 밤에 생각나는 아이스크림도 있는데요, 지난 3월 도쿄 스카이트리 인근 오시아게(押上) 골목길에 누구 맘을 읽었는지 밤에 먹는 아이스를 테마로 하는 야밤의 아이스 전문점, '한밤중의 목장'이 문을 열었어요. 스카이트리 구경왔다 돌아가는 길이나 일을 마치고 혹은 공부에 지친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감각으로 즐겨 달라는 게 아이스크림 가게 이야기인데요. '스카이트리'는 전망대 오를 거 아니면 라이트업을 하는 밤이 추천되기도 하고, 역시나 달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란 하루치 피로를 달래주는 효능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보다 이곳은 가게 이름에서 드러나듯 농후하고 리치한 아이스크림이 포인트에요. 독자적 플래버까지 더해 거의 파르페 수준의 아이스를 내놓는데요. 가격도 평균 850엔,

요즘 도쿄 물가 생각하면 밥 한 끼 먹고도 남겠어요. 아무튼, 기본 테이크아웃 서빙이지만, 스탠딩 카운터 자리가 약간 마련되어 있고 가게 또한 네온 사인 간판을 설치한 덕에 사진 촬영 스폿으로도 쓰이고 있어요. 디저트 트렌드 흐름을 보면, 코로나 이전 타피오카 이후엔 별 다른 게 없는 상황인데, 야밤에 아이스크림 #붙을까요. 

 🧌 15살의 여름, 스타의 꿈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쟈니즈 Jr 출신 뮤지션의 성피해 기자 회견.'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만큼,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처럼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또 있을까요.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오랜 시간 암묵적으로 터부시 되어온 게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바로 지난 2019년 세상을 뜬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쟈니즈'의 창립자이자 대표 키타카와 마에 씨의 성적 가해에 관한 일들이었어요. 사실 쟈니즈 소속 남자 탈렌트에 관해서는 심심치 않게 그와 비슷한 소문 아닌 소문이 흘러나왔고, 심지어 그건 꽤 유명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톱스타들이기도 해 놀라게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명확한 출처가 제시되지 않는 터에 그저 한낱 소문처럼 흘러가기만 했어요. 다만, 이번에는 2014년부터 16년까지 '쟈니즈 쥬니어' 연습생으로 활동, 데뷔는 하지 않았던 카우안 오카모토 씨가 지난 4월 12일 일본외국특파원 협회 주관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적으로 피해가 있었음을 명시화했어요. 

그야말로 충격적인 고백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15세 미성년자에게 당시 예순이 넘은 기업의 수장이 강제적으로 성적인 행위를 했다는 건, 권력과 미성년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범죄잖아요. 다만 오카모토 씨는 법적인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다고 말하면서, '현재 (쟈니즈) 사무소 상부 사람들에게 (키타카와 씨의 행위에 대해) 인정했으면 합니다'라는 것만을 강조했어요. "'쟈니즈 뿐 아니라 연예게에 이와 같은 (성적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회견문 전문을 보면 오카모토 씨는 2012년부터 연습생 기간으로 있던 중 총 15~20번, 쟈니 씨의 저택에서 성적인 피해를 받았어요.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고 흘려보냈던 뉴스들, 그건 곧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한 일이 되었던 걸까요. 지난 몇 년 세계적으로 충격이 되었던 '미투'의 또 다른 버전인가 싶으면서도, 그럼에도 여태 말되어 지지 않는 아픔이란 역시나 남아있어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보다 심각한 건 이게 비단 오카모토 씨 만의 일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전 쟈니즈 소속 멤버들은 드러난 것만 6건(명), 올해 들어서도 2명이 늘어나 모두 8명의 피해가 확인되고 있는 상태에요.

하지만 그에 대해 정식으로 무언가의 절차가 진행된 바는 전혀 없고, 심지어 일본 내 대부분의 언론, 미디어는 침묵하기만 했는데요. 그래서 오카모토 씨의 이번 회견이 '외국인 특파원' 대상으로 열린 것도 그만큼 애달픈 사정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것도 가해자가 죽고 나서야, 그나마 그의 존재가 현실에서 사라진 뒤에야 겨우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사실 키타카와 씨의 성학대 의혹이 불거진 건 1999년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이 보도를 하며 세상에 드러났거든요. 하지만 이후 일본 미디어는 이상하리만치 모두 침묵을 지켰어요. '주간문춘'이라면 역사에 매번 10만 부의 발행 부수를 갖고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리고 2023년 3월엔 영국의 공영 방송 BBC가 쟈니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어요. 그 안에는 쟈니즈의 일본 연예계 안에서의 공적과 더불어 키타카와 씨에게 성적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전 쟈니즈jr 남성 복수의 증언이 담겨있기도 해요. 당시 취재를 진행한 기자는 '많은 소년들이 증언하듯 (키타가와 씨의) 성적 착취는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상하게도 일본 사회는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이런 걸, 암묵적 2차 피(가)해라 할 수 있을까요. 그에 더해 '쟈니즈'는 이후 '주간문춘'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 현재도 진행중이거든요.

하지만 여기서의 핵심은 쟈니즈jr의 소년들은 어린 시절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았고, 그도 모자라 TV와 신문은 모두 이 소년들의 증언을 무시, 키타카와 씨의 의혹에 눈을 돌렸다'는 것, 아닐까요. '쟈니즈'는 90년대부터 일본 연예계를 가히 집대성했다고 수식될 만큼 영향력은 물론 그 파워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 '파워'의 민낯은 결국 이런 소년들의 말 못할 상처와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의 아픔인가요. 현재 카우안 오카모토 씨는 아빠의 고향인 브라질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그의 그 브라질행은 과연 얼마만큼 자의에 의한 것이었을까요. 다만 점점 더 세계화, 보다 가까운 글로벌화로 나아가고 있는 시절에 앞으로의 그 파워란 결코 위계와 권력에 의해 쌓여진 철옹성이 아닌, 평등한 자리에서 서로 관계하고 위로하고 떄로는 축복하며 길러지는 보다 선한 파워일 거라고 믿고 싶어요. 이제는 일본 국내의 미디어가 아닌, 세계의 눈이 바라보는 가운데 '쟈니즈 사무소'는 카우안 씨의 기자 회견이 있은 다음 날 이례적으로 소명 의견이 담긴 공식 문서를 공개했어요. 현재 쟈니즈는 키타카와 씨의 장녀 후지시마 쥬리 케이코 씨가 사장이거든요. 이례적으로 공식 소명. 그간에 세대가 변화, 성별간 수평의 전환이 있었나요.

쟈니즈 사장 쥬리 케이코 씨 이름으로, 대략 이런 내용의 문서가 공개됐어요. 그에 더해 쥬리 씨는 사내 특정 인물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즉, 키타카와 씨가 그랬던 것처럼) 사외 대표이사를 기용한다는 얘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폐쇄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던 '쟈니즈.' 일개 취재를 하는 기자로서도 그건 금세 알 것 같았거든요. 저작권에 필요 이상 깐깐한 대응이랄지, 심지어 개인적으로 쿠사나키 츠요시 씨와의 인터뷰가 당일 취소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카우안 씨의 이 작은 용기가, 이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는 걸까요. 기자회견 이후 BBC를 비롯 CNN, AP 통신과 영국의 the Guardian 등 외신의 보도가 이어졌고 카우안 씨가 현재 활동중인 브라질에서는 미국의 음악 컬쳐 전문지 'Rolling Stone' 브라질판이 이를 전했어요. 그러자 일본에서도, 아무리 두둘겨도 꿈쩍 않던 NHK와 일본 내 주요 언론들이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 NHK는 회견 하루 뒤 저녁 뉴스 방송에서 오카모토 씨 소속사 입장이 담긴 뉴스를 보도했고, 주요 신문들도 4월 13일 아침 조간으로 일제히 카우완 씨의 고발, 쟈니즈의 성적 가해를 드디어 첫 공식화했어요. 앞으로의 '쟈니즈', 회복 가능할까요.

용서의 첫걸음은 (잘못의) 인정이라고,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요즘 쟈니스 퇴소 소식이 끊이질 않거든요. '쟈니즈jr'는 본래 22세가 되면 데뷔를 하거나 퇴소를 하거나 결정하는 소위 '22세 정년 제도(歳定年制)'가 있음에도, 근래 퇴소한 이들의 연령대를 보면 10대가 수두룩해서 말이에요. 애초 22세 정년 제도, 에도 시대인가요. '쟈니즈 이후', 그 포스트 쇼와(昭和)적인 일본 연예계가 궁금해지는 시절인데요, 회복되지 못한 역사란, 반듯이 후세의 교훈으로 쓰여야 하지는 않을까요. 

 👦 소년은 여름의 햇살, 결코 늙지 않아요 

구독자님, 소년·소녀에게도 고향이란 게 있을까요. 이제 막 성징기를 지나 세상은 마냥 맑기만 한 그 시절에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고향이란 게, 존재할까요. 영어로는 hometown. 말 자체가 이미 세월을 품고 있는 듯 느껴져 소년과 소녀의 고향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얼마 전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아도, 혹은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엄마~'하고 소리쳐 달려 안기는 장면이야 말로 '홈타운' 고향과 같은 감정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고향이란 애초 나를 나이게 하는 곳, 어떤 잘못도 실수도 일단은 양팔 벌려 안아주는 그런 품은 아닐까요. 구독자님, 패션 브랜드 BOY LONDON을 아나요. 나이 들켜버릴 것 같은 질문인데, 지난 4월 21일부터 오는 9월 말일까지, 도쿄 하라쥬쿠에선 한 때 소년소녀의 멋, 그 자체였던 영국발 그 브랜드가 2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와요. 9월 30일까지 약 다섯 달 간 팝업이 열려요. 저 떄는 보이런던 로고가 박힌 양말이랄지 가방, 모자나 티셔츠가 옷 좀 입는 애들 사이에선 유행이었거든요. 1977년 영국의 스테판 레이너 씨가 설립해 당시 펑크 패션을 선도했고,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90년대 들어 인기를 끌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소년이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되고 펑크가 웬말 멋적어지기만 한 시절, 브랜드는 1990년대 후반 운영 자체를 중단했거든요. 한국에서도 일본도 그 무렵 물러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세월이란 돌고돌아 다시 만나는 법. 2022년 11월 오사카 '한신' 우메다 백화점에 첫 직영점을 오픈하며, '제2의 소년 시절'을 선언했어요. 아마 근래 패션의 회귀 경향에 따른 움직임처럼도 보이지만, 본래 청춘, 젊음은 본래 영원한 게 아니었나요.🍏 안도 타다오 씨의 덜 익은 파란 사과처럼 카우안 오카모토 씨의 뒤늦은 고백은 아마 다음 세대 소년, 그리고 소녀를 위한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로고 T셔츠는 8800엔, 소년이라면 뺴놓을 수 없는 소위 '스카쟝' 스태디옴 재킷은 6만 엔 대에요. 구독자님, 아마 우린 결코 '그 시절'을 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보이 런던'을 기억하나요.👦

📫오는 수(이번엔 하루 늦게 찾아갈게요)요일 5월의 첫 레터, 5월 3일에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108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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