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짝 놀라운 것만 팔다' 창고형 슈퍼 '돈키호테'가 초고층 빌딩이 되기까지

🇰🇷 이번 레터도 화요일에 발행이 맞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3.1절이나 8.15와 같은 날에 과연 일본 관련 레터를 보내고 읽는 게 적절한가 싶은, 한국인이라 어찌할 수 없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당시 그 날이 어떤 날이었는지를 생각해... 하루 미루어 8월 16일 수요일에 발행합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양해 부탁드려요. 🙇‍♂️ 

🍈 마운틴 듀를 일본어로 말해보면 山雫湯(monuntain+dew 그리고 place), 좀 마술같지 않나요. 얼마 전 금요 레터에서 전했던 도쿄 아다치구(足立区)의 80년 센토 '홋타유(堀田湯)'가 메론 맛 나는 탄산 음료 '마운틴듀'와 콜라보를 하며 기간 한정 탕을 온통 마운틴유-화(化)했어요. 예고했던 그 계획이 드디어 실현돼 지난 8월 11일 첫 손님을 맞았는데요, 센토의 입구는 온통 초록 풀들로 뒤덮이고 반다이(番台, 요금을 내는 곳)는 네온 빛 조명을 달아 팝한 느낌을 연출하고. 탕 안에는 기존의 '홋타유'가 아닌 '마운틴유' 로고가 박힌 욕탕 의자와 세숫대야 등이 준비 되었는데요. 근래 센토는 시설의 노후화, 운영진의 고령화로 문을 닫는 곳이 많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내일을 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 오직 백  년 넘게 살아온 센토의 역사가 있기에...가능한 거 아닐까요. 레져나 리조트 시설과 결합하는 사우나도 아닌 오직 동네 목욕탕으로서의 내일.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런 우직함... 돌아보면 사실 결코 없지 않아요. 일본 중고 책 서점 '북오프'랄지 저가 판매의 달인 '돈키호테' 그리고 한국에 야심차게 진출했다 실패해 돌아갔다 조롱받는 '도토루 커피'같은 곳이랄까요

디지털이나 기술 발전, 유행과 트렌드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세계를 꾸준히, 살아가는 것들의 오늘. 일본이 유독 이런 거에 장기를 발휘한다고도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의 주제. '돈키호테'의 일본에서 태어나 '이런 내일은 처음이지?'에요. 오는 8월 말엔 시부야 한복판에 '돈키호테발発' 초고층 빌딩이 문을 열거든요. '북오프'는 옷 장사를 강화하고 점점 더 마을의 도서관으로 변해간다고 하던가요. '도토루'는 코로나 2년차 다시 V 자 회복을 그렸다고도 하는데, 시대에 휘둘리지 않고 나로서 성공한다는 거, 분명 매력적이라 느껴요. 편하고 새롭고 비싼 것도 좋지만, 때로는 지금 이곳을 이곳이게 하는 것들이 소중하고요. 일본 놀러가서 명품 쇼핑만 하고 돌아올 수 없잖아요. '돈키호테'의 나대로 살아가는 일본 오리지널리티에 대하여, 그럼 오늘도 시작해 볼까요. 우타다 히카루의 신곡이 '킹덤' 최종편 개봉과 함께 공개됐어요.

 🐧 '돈키호테', 어디까지 '사'봤나? 

그냥 싸다고만 생각했다면, 때로는 별로 싸지도 않다고 후회했다면 '돈키호테' 오해하고 있었던 걸까요. '돈키호테'는 1990년대 '종합 디스카운트 슈퍼마켓'을 표방하며 문을 열어 무엇보다 싼 맛, 먹는 것이든 입는 것 심지어 향수나 명품 브랜드 가방까지 이곳에만 가면 싸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퍼뜨리며 승승장구해 온 소매업체인데요. 하지만 '돈키호테'의 본심은 어땠을까요. 마냥 싸게만 파는 장사가 안정적인 이익을 챙기기 힘든 것처럼, 사실 '돈키호테'의 핵심은 싼 가격이라기 보다 '놀라움의 점포 경험'이에요.  일본에선 무언가의 어떤 성질이 정도가 극도로 강하거나 큰 경우 저접미사 '도(ド)'를 붙여 표현하는 일이 많은데요, '돈키호테' 역시 2천 년 이후부터는 바로 그 '도'에 집중하며 일상 쇼핑의 다양한 놀라움 발견에 힘을 써왔어요. 그 예로 '정열가격(情熱価格)'은 가격에 있어 놀라움을 실천한 PB 상품의 또 다른 이름이고, 실제로 여타 브랜드보다 최소 50% 이상 저렴한 가격의 과자거나 세안제, 수면 용품 등을 판매해요. 그러니까 싸고 또 싸서 가게되는 '돈키'의 가격 정책은 실제 '놀라움의 설계 방식' 그 하나에 불과했다는 사실일 거에요.

오는 8월 시부야 옛 '돈키호테' 자리엔 바로 그 '도'를 또 한 번 강조한 '정열가격'의 프래그십 스토어, '도미세'가 문을 열거든요. 아주 애지감치 이름부터 '도'를 붙여 놀람을 예고하는 돈키호테의 신업태의 점포인 셈인데요. 여러모로 '돈키'같지 않은, 세세히 기획되고 설계된 상품 프리젠테이션 기술이 쏠쏠해 보여요. 먼저 무엇보다 '돈키호테' 최초로 그람 수 판매를 시작한다는 것. 그람 수 판매는 근래 친환경이 이슈화되며 용기를 별도 사용하지 않고 세제나 화장품, 그리고 견과류나 조리묘 등을 저울에 계량해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절약형 비즈니스잖아요. 하지만 '돈키'의 경우 무수히 많은 상품을 미로식으로 진열하고 대량의 물건을 팔며 이익을 남기는 박리다매에 더 가까웠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다만, '돈키'의 새로운 형태 '도미세'는 이를 그람 수 판매거나 제로 웨이스트 혹은 리필 스테이션과 같은 친환경적 구매가 아닌 시식 코너의 성격을 가지는 새로운 수요, 혼자 사는 사람을 응원하는 방법이라 말해요. '그 인기 상품 혼자는 다 먹을 수 없잖아', '조금만 시험해보고 싶은데..'와 같은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해 시작되는 게 바로 '도미세'의 일종의 테스트식 판매 창구, 결국은 그람 수 판매에요. 

그래서 여기선 그 판매의 대상이 좀 남다른데요, 2022년 '정열가격' 매상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넛츠'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연간 15억엔 이상이 팔렸다는 '믹스 넛츠 DX'와 그와 함께 부동의 인기 시리즈 '피스타치오', 그리고 보통 '돈키' 매장에선 찾을 수 없었던 '피칸'과 '헤이즐넛', '마카다미아' 까지 총 10여 종의 '넛츠'가 총집결 했어요. 더불어 드라이 프루츠나 커피 콩의 경우 직접 직원들이 산지와 소통하며 계절별, 그리고 소비자 타깃에 맞춘 원두와 말린 과일을 조달하기도 해요. 그저 싸면 장 땡인 줄 알았는데, 이 만으로도 '놀라버렸나요.' 그 밖에도 '도미세'에는 '도'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놀람의 발견'을 다채롭게 설계하는데요. 앞서 그람 수 판매는 '도-타메시(ド試し)', 그리고 포부는 대단했으나 결과는 초라했던 소위 실패 상품들을 모아 다시 한 번 어필하는 '도-스베리(ドすべり)', 그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과 개발자의 변명을 함께 소개하는 '도-코타에(ドこたえ)' 마지막으로 판매량 랭킹을 색다른 기준으로 소개하는 TOP 10 코너가 마련되요.

갑자기 좀 빤하게 끝나버리나 싶지만, 한 숨에 읽을 수 없는 탑 10이랄지('돈키'는 상품명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지어 쓰기 때문에 기본 10자가 넘거든요), 너무 많이 팔려 미안한 10과 같이 10의 내역이 좀 엉뚱해 놀라워요. 슈퍼나 할인 매장이라면 상활에 필요한 실속 있는 상품의 적절한 가격 제안이 제일일텐데, 어쩌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던 게 쇼핑을 하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마는 삶의 즐거움이었을까요. 애초, '도미세'의 콘셉트는 '도'를 뛰어 넘을 정도로 놀라움이 가득 찬 '놀라움 전문점.' '도미세'는 '놀라운 뉴스가 없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고,자신만만 아주 큰 소리까지 쳐요. 사실 어쩔 때는 근처 드럭 스토어가 더 싼 가격이라 내심 후회를 하기도 했는데, '돈키'의 '도'한 맛, 여기에 있었던 걸까요. '도미세'는 '정열 가격' 상품 외에도 오리지널 브랜드 아이템과 여성 사원이 갖고 싶어하는 것을 만든다를 테마로 'me&do'와 아웃도어 기어 중심의 'greenstage'까지 챙겨 모두 약 3200점의 '놀라움'을 펼쳐 놓을 예정이에요 보통 '돈키호테'가 4~5만점, '메가 돈키'의 경우 10만 점 정도인 걸 보면 많이 콤팩트한 기분이죠. 역시나 기획이 들어가면 대상은 좁아지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8월 24일 시부야 1호점에 이어 9월에는 오사카 야오시(八尾市)의 '아리오 야오(アリオ八尾) 2호점'이 문을 연다고 하는데,

그런데 그거 아나요. 시부야 1호점이 들어서는 그곳은 바로 또 하나의 놀라움, '돈키'가 만드는 최초의 고층 빌딩이에요. '도미세'와 같은 날, 오는 8월 24일 시부야 도겐자카 거리엔 '돈키호테'가 운영하는 초고층 복합 시설 '도겐자카 토오리'가 문을 열어요. 

 🕌 '도미세'의 시작, '돈키'가 지어올린 '시부야의 성' 

오히려 신주쿠엔 근래 '도큐' 빌딩을 제외하면 고층 상업 시설이 부족한 반면, 시부야의 고층 빌딩. 무엇무엇이 있을까요. 2000년 초반부터 '히카리에'와 '시부야 109', 2020 올림픽의 해를 전후로 '스크램블 스퀘어'와 '시부야 캐스트', 그리고 '시부야 스트림'과 이제 곧 오픈 예정인 사쿠라가오카 부근의 '사쿠라 스테이지' 등. 또 뭐가 필요할까 싶은데, 오는 8월 24일 시부야에 또 하나의 복합 상업 시설이 문을 열어요. 바로 '돈키호테'를 운영하는 '판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aka PPIH가 구 돈키 시부야 지점이 있던 도겐자카 코너 길에 높이 114.8 미터, 지하 1층 지상 28층의 아마도 시부야에서는 다섯 번째로 높은 고층의 빌딩을 완성, 개관할 예정이에요. 도겐자카라고 하면 바로 얼마 전 '도큐 백화점' 본점이 문을 닫은 그 동네인데, 그건 곧 최근 이곳에 진행되는 '시부야 어번 웨스트 프로젝트' 그일환이기도 했거든요. 도심 안에 새로운 미래형 도심을 건설한다는 대규모 계획, '돈키'의 복합 빌딩도 그 중 일부이고, 건물은 모두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래부터 1층과 2층이 상업 시설, 3층부터 10층까지는 오피스, 그리고 11층부터 꼭대기 28층까지 호텔이 들어서는데요,

일견 다른 고층 빌딩과 별 다를 바 없게 느껴지지만, 이 빌딩의 가장 큰 특이점. 그리고 차별점. 바로 '돈키'가 계획하고 운영한다는 것보다 인상적인 건 사실 빌딩 이름이 '도겐자카 도오리(道玄坂通 dogenzaka-dori)'라는 사실일 것 같아요. ,고층 빌딩의 이름이라면, 도심의 랜드마크가 되고싶은 건물이라면 이름에 곧 그 시설의 포부나 가치를 담아 짓기도 하는데요, 여기선 그건 건물이 위치한 주소가 그대로 이름이 되었어요. 바로 얼마 전 레터에서도 소개했던 하라쥬쿠 진구마에 교차로의 옛 도큐 플라자와 맞은 편 새로 건설한 빌딩은 리뉴얼 후 '하라카도', 그에 라임까지 맞춰서 '오모카도'라 짓기도 한 걸 떠올리면, 참 별 거 없는 네이밍처럼 생각돼죠. 하지만 '돈키'의 초고층 빌딩 '도겐자카 도오리'가 오히려 고심하고 실천하는 건 바로 그 부분이에요. 작고 구부러진 길이 많은 본래 지형의 특성을 그대로 수용하며 건물이자 동시에 골목길로서 기능하길, 주요 역할로 삼고 있거든요. 즉 건물의 저층부를 마을에 개방하며 주변을 지나는 이들의 이동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는데요. 인근 '분카무라 도오리(文化村通り)'와 도겐자카 샛길(小路)에 접한 방향으로 모두 네 곳의 출입문을 만들며, 시설을 통해 길을 건널 수 있는 구조를 그려요.

다시 말해 관내 통로를 통해 분카무리 도오리에서 도겐자카 방면으로, 그리고 역방향으로도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사실, 오래 전 이 부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저의 경험을 돌아보면 이노카시라(井の頭) 시부야 역에서 하차, '도겐자카 출구'를 빠져나온 뒤 분카무라 도오리 교차로의 가게까지 가기 위해 좁고 구부러진 길을 지나야했거든요.  하지만 개발이란 이렇게 작고 복잡한 것들을 정리하는 역할도 하는지라 그 옛날의 동선들은 모두 다 사라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돈키'는 그를 방지하기 위해, 저층부 동선의 설계를 마을과의 관계 속에 그렸달까요. 이 저층부에는 새로운 업태의 '돈키', '도미세 시부야 도겐자카 도오리 도도 미세( ドミセ渋谷道玄坂通ドードー店」)'와 모두 12개의 점포가 입점하는데요, 일본 내 최초인 햄버거 가게 'Lil Woody’s'와 에비스의 인기 카페 '사루타히코 커피(猿田彦珈琲)', 그리고 이탈리아 젤라토 숍 'Giolitti'와 샐러드 전문점 'WithGreen'등과 같이 이름만으로 새롭고 힙한 것들도 충분히 챙겼지만, 그보다 나의 동선을 염려해주는 고층 빌딩의 배려. 그런 게 아마 같은 시절을 살며 함께 마을의 내일을 고민하는 오늘의 실천, 아닐까요.

 🛏️ 고층 빌딩이면서 저층! 거리를 잊지않는 '돈키'에 자다 

시부야, 그것도 도겐자카에선 대형 몰 위주의 커다란 이동이 아닌, 라이브 하우스나 작은 음식점, 그리고 잡화 숍 등을 돌아보는 작은 동선이 유효한 동네이니, 전 이런 게 진짜 도쿄답다고 느껴지거든요. '돈키호테'는 도쿄 후츄시(府中市)에서 시작을 했고 이후 에도가와쿠(江戸川区)의 카사이(葛西)로 본점을 이동하고 후에도 신쥬쿠 스이토모 빌딩으로 본사를 이사하더니 현재는 메구로로 본점을 옮겨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1999년 도겐자카에 문을 열어 2017년 5월 인근 재개발로 인해 맞은 편으로 이사, 그 무렵 새로 시작한 통로가 비교적 넓고 고령층도 불편 없이 쇼핑이 가능한 'MEGA 돈키 시부야 본점'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부야에서의 세월이 30년 남짓이거든요. 더불어 거리 특성상 다수의 화제와 나쁜 이야기까지 포함 뉴스를 자아내며 본점 못지 않은 역할을 해왔거든요.  그러니까 이 거리에 '돈키'의 지분, 일정 정도 그 이상은 있는 거겠죠.

그 외에도 '도겐자카 도오리'에는 댄스 스쿨 '도쿄 댄스 빌리지'와 매입 전문점 '카이토리 에몬(買取えもん」)', 그리고 좀 의아하게도 치과와 카페의 융합, '카페와 집의 토털 웰니스 서포트 시설 'ANDELT'도 문을 여는데요. 코로나를 지나며 비교적 일상 속 의료 시설 접근성이 떨어졌던 도쿄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고층 복합 시설에 공통되게 엿보이는 새로움이기도 해요. 보다 먼저 문을 연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나 '파르코' 시부야에도 '웰니스 시설'이 새로 오픈을 하곤 했거든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돈키'는 이제 호텔도 운영해요. 바로 본 빌딩의 상층부 11층에서 28층이 '인터콘티넨털 홀딩스 그룹'의 좀 캐쥬얼한 호텔 '호텔 인디고(ホテルインディゴ)'에요. '인디고'는 최근 일본 내에 출점을 늘이는 듯한 분위기인데요, 2020년에 하코네, 22년에 카루이자와(軽井沢)와 아이치현 이누야마시(犬山市), 그리고 도쿄로 진출해 시부야 도겐자카가 돼요. 그리고 '인디고 호텔',  호텔 브랜드 이미지보다 거리의 성격을 바탕으로 디자인되고 있는데요. 앞선 세 곳이 휴양과 리조트에 가까운 그림이었다면, 시부야는 거리 특성에 맞게 '지금'을 강조하며 개성과 색깔이 혼재하며 변화하는 '정글 시티'를 콘셉트로 했어요. 

모두 272개 객실에 관내에는 음악과 아트 컬쳐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적재적소 인테리어가 되었고, 객실에서도 정형화된 호텔 일식이 아닌 갤러리에서 잠을 자거나 식사를 하는 것과 같이 일상 곳곳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장로소서의 호텔을 추구해요. 더불어 보다 직접적 체험을 위해서라면 11층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은 이름부터 갤러리, 'Gallery 11'라고 써요. 아마도 이 정도의 새로운 복합 시설, 호텔은 여기 말고도 또 있을 것 같지만, 거리의 역사를 알고 현실의 고민을 함께하고 오늘을 살며 내일을 건설하는 것. 오직 이곳에서만의 뉴스...아닐까요. '놀람으로만 가득채운 쇼핑 가게', 합리적이지도 계산적이지도 상식에도 맞지 않지만 그들의 집념, 어쩌면 미래를 향해있었나요. 그리고 아마도 그런 걸, 우린 '오리지널리티의 미래'라고 불러요.

 🎁 미라클 쇼핑이 시작하는 곳, '돈펜'과 살다 

지난 2022년 3월 총 6종이 발매돼 아주 조금 화제가 되었던 '돈키'의 PB 상품, 남성 기능성 복서 팬츠. 구독자님, '돈키'에서 속옷 사본 적 있나요. 속옷은 아무래도 델리킷하니까 조금 주저되기도 하는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실제 면면을 보면 남성의 경우 'outdoor'랄지 'bodywild'와 같이 여타 장르 물건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아는 그 브랜드의 물품이 팔리고 있어요. 그리고 실제 '돈키'에서 소비세 포함 398엔 팬츠는 매출 상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효자 상품이기도 하거드요. 그런데 지난 해 그에 세 배 정도되는 1천엔 대의 균일가 1098엔짜리 남성 팬츠 6종이 출시됐어요. '돈키' 자사 디자인이니 멋을 위한 팬티는 아닐 것 같고 기능성을 그것도 실제 고민을 반영해 세세히 궁리한 6장이었는데요, 그게 좀 말하기가 부끄러운지 남사스러운지 민망한지 적나라하게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어요. 일단은 '없음(ナック)' 즉 방지에 초점을 둔 2종이 눈에 띄는데요. 이를테면 높은 통기성으로 땀에 젖는 일을 미연에 막아주는 '무레나크(むれナック)', 30대 이상 남성들은 아마도 공감할 잔여 소변의 묻음 현상을 도와주는 '모레나크(もれナック)'가 과연 '돈키'답다 느껴지고,

그 외에도 요즘같이 무더운 날 좋을 것 같은 두께 0.1mm의 매우 얇은 기지로 제작한 '카루크(かるック)'와 살에 닿았을 때 촉감을 중시한 '사라테크(さらテック)', 그리고 충분히 늘어나는 신축성으로 다양한 활동을 보조하는 '노비크(のびック)'와 편하게 입다에 집중한 나머지 OO를 해먹에 누운 것 같이 감싸주는 '리라크(りらック)'와 안정감 있게 감싸주는 '포지테크(ポジテック)'로 이어져요. 팬츠의 기능성, 이렇게나 다양해지나요. 여기서 '테크'는 당연히 기술을 의미하는 tech이고 나머지는 일본어를 영어처럼 표기한 네이밍이에요. 카루이(軽い) 가볍고 사라사라(サラサラ) 부드럽고 노비루(伸びる) 늘어나고 무레루(蒸れる) 물들고 모레루(漏れる) 새고. 이 사람들 좀 속 된 말로 🎹친 거 아닌가요. 최소한 여타 브랜드의 상품 개발 방식과는 꽤나 남다르다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상품 개발팀의 담당자는 '고객의 실제 고민이나 구매 경향을 데이터나 숫자 만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태프를 포함 다양한 가능성의 일상을 염두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요.

그래서 실제 위 팬티 매출 랭킹, 1위는 카루쿠, 2위가 사라테크, 3위가 모레나크라 하는데요. 그럴 법한 순위같지만, 중년층이 많을 줄 알았던 '모레나크'를 주로 구입한 건 20대 젊은 세대였다고 해요. 고객 마음, 특히나 속옷이라면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인 걸까요. 더불어 '돈키호테'는 오는 9월부터 2종의 신상품을 추가할 예정인데요, 그게 주름을 잡아주는 '시미나크(しみなック)'와 이거...어떻게 설명하죠. 앞섬이 불룩 돌출되는 현상을 막아주는 '모코라나크(もこらなック)'가 준비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 🎹친 거 맞네죠.  다만 그럼에도 이들은 진지하게 '아무리 '돈키'라도 납득할 만한 기능성을 제안하면 조금 고가의 상품도 지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 말했어요. 그냥 싸기만 한 건 아니죠. 

그런데 구독자님, 제가 지금 이 얘기 굳이 속옷 이야기  왜 했을까요. 건반 에모지까지 꺼내가며, 결국 말하지 못해 OO라고 적으면서까지 이 민망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요, 속옷 사정까지 알고 지낼 정도로 '돈키'는 고객과의 친밀감, 현재 진행형으로의 일상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먼저 '돈키호테'의 마스코트 캐릭터. 좀 못생긴 펭귄이잖아요. 그를 '돈키호테 펭귄' 줄여서 '돈펜(ドンペン)'이라 하는데요. 이 펭귄의 씀씀이가 실로 다방면에 활발하게 전개되어 있어요. 간판은 물론 매장 내 여기저기에 POP 안에서도 활동하고, 심지어 오사카와 같이 먹거리 문화가 발달한 거리에서는 인근 상점들과 허물없이(?) 지내거든요. 가령 오사카 텐만바시(天満橋), 술집이 많은 거리에선 한 손엔 야키토리를 다른 한 손엔 맥주를 들고있고, 동물원이 유명한 텐노지(天王寺)의 '돈키'에선 동물들에 둘러싸여, 그리고 오사카 제일의 상점가 신세카이(新世界)에서는 그곳의 유명인사 비리켄 씨와 함께에요.

말하자면 지역 친화적, '오사카에서는 오사카 말을 쓰라'처럼 그 거리에 물들듯 혹은 지역 주민처럼 생식하고 있어요. 그래서 '돈키에는 왜 펭귄이 있을까'라는 심지어 책 까지 쓴 타니가시라 카즈키 씨는 '펭귄은 일본 역사상 다양한 시대적 변화를 거쳐 가장 친밀한 포지션의 동물이 되어왔고, '돈키'는 그를 반영하는 가장 민주적 성장 과정의 캐릭터'라고도 말해요. 좀 너무 거창한가요. 하지만 실로 그럴 것이기도 한 게, '돈펜'을 만든 건 자사의 POP 간판을 그리는 일개 사원이었거든요. 매장 내 모든 간판을 손으로 작업하는 '돈키'엔 POP 사원이란 게 있고, 그 중 펭귄을 유독 좋아했던 한 직원이 그냥 한 번 그려봤던 펭귄이 곧 '돈펜'이 되었어요. 그리고 수 십 년째 '돈키'를 상징하는 동물인 셈인데요. 다만 이런 게 비단 캐릭터 작업 뿐 아니라 매장 운영, 나아가 상품 개발 그리고 팬티 한 장 만드는 일에까지 꼼꼼이 반영되어 있다는 게 아마도 '돈키'를 계속 '돈키일 수 있게 하는 비법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디서도 하지 않는, 그것도 좀 방식으로 초고층 빌딩까지 세운다는 것. 쉽지 않을테니까요.

 🎴 오늘은 좀 쉬고 싶으니까, '빨간날 기념일'이라 불러요 

예전에 허밍 어반 스테레오란 그룹의 '샐러드 기념일'이란 노래가 있었는데, 혹시 기억하나요. 싸이월드 성하던 시절 미니홈피 인기 bgm이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 말의 출처는 타와라 마치 씨의 1987년 발간된 가집(歌集)의 제목이기도 해요. 하지만 무슨무슨 기념일, 그게 뭐 별 거일까요. 공휴일로 지정된 빨간 날들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연애하고 100일이랄지 우리집 댕댕이나 고양이의 생일같은 거, 또는 도쿄를 처음가고 10년 등의 우리 삶 속에서 의미를 갖는 날들이란, 자연스레 기념할 수 있는 빨간날이 아닐까요. 며칠 전 세계 고양이의 날이 지나갔지만, 일본에선 그 고양이의 날이 8월 8일 외에도 2월 22일도 고양이 날이고, 유럽은 2월 17일, 러시아는 3월 1일, 그리고 미국은 10월 29일이라고도 하거든요. 이유야 잘 모르지만, 기념일 그저 기념하고 싶은 날을 그렇게 부르는 거 아닐까요. '이 맛 좋다고 너가 이야기했으니까 7월 6일은 샐러드 기념일.' 타와라 씨는 그렇게 샐러드 기념일이라 했거든요. 그러니까 구독자님의 OO 기념일은, 언제인가요.

특히나 일본에선 발음의 유사성을 활용해 각종 기념일을 만들어 온 유구한 역사(?)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비둘기 아닌 '비둘기 모양의 과자', '하토 사브레(鳩サブレ―)'의 날이 8월 10일, 바로 며칠 전 지나갔어요. 8월 10일이 왜 '하토 사브레'의 날일까 유추해보면 역시나 8(はち)과 10(とお)의 음독, 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8월 10일은 '하토 사브레'를 생산하는 '토지마야(豊島屋)'의 회사 창립일이라 해요. 비둘기 모양의 옛날 과자 맛 나는 비스켓, 1984년 카나가와 현의 한 작은 과자 회사가 메이지 시대부터 만들어온 무려 100년 넘는 역사의 과자였어요. 패키지도 거의 똑같고 봉지 당 두 조각 들어있는 것도 변함없이 백 여년. 이 정도라면 아무리 근거 부족하다 해도, 기념일 해줘야하는 거겠죠. 그래서 '토지마야'는 각종 기념 궂즈, 기념일 특별 할인 판매 등을 실행했는데요, 시대와 변화하는 시절 속에서 '나의 역사'를 산다는 것. 역시나 좀 응원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그건 분명 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기념할 만한 시간일테니까요.

📫 오는 금요일, 8월 18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8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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