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비니의 반란, 편의점이 '편의가 뭐냐'고 묻기 시작했다

📤다시 보는 레터 '식'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지금, 새삼 '편의'를 찾아 나선 편의점의 오늘. 작아서 할 수 있는 장사와 점점 더 콤팩트해지는 콘비니. 지난 5월의 이야기입니다. 22.05.03

*레터가 하루 늦게 발송되는 점, 사과드려요. 죄송합니다. 부득이하게 화요일 발행에 맞추지 못했어요. 기다려주신 분들께 고개 깊숙이 사과드리며,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없는 거 빼고 다 판다'  잡다하게 이것저것 다 판매하는 게 곧 전략인 '돈키호테.' 그런데 일본엔 '돈키 스타일'의 장사를 하고있는 편의점도 있다는 것, 알고있나요. 지난 레터에서 유통 업계 내 슈퍼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 대해 전했는데요. 편의점이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 드럭 스토어나 디스카운트 숍 등과 경쟁하기 위해, 슈퍼化 전략 만을 펴고 있는 건 아니에요. 도쿄 메구로구 오오토리 신사(大鳥神社) 인근에는 무려 '돈키 스타일'의 패밀리 마트가 있어요. 물건들은 돈키호테 특유의 상품을 천장까지 쌓고 또 쌓는 일명'압축 진열'로 채워져있고, 그렇게 상품 수는 종래의 1.5~1.7배라 하는데요. 근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업계 자구책으로 패밀리 마트는 '돈키호테'적 실험을 하고 있어요.

이와 같은 점포를 '유니 파미마(ユニファミマ, 일본에선 패밀리 마트를 줄여서 '파미마'라 불러요)'라고도 하는데요. '돈키식 전환'을 한 이후, 각 매장의 평균 손님 수는 1.3배가 증가. 기존 편의점 보다 확충한 알콜류의 판매는 1.5배, 그에 더해 돈키호테 베스트셀러 상품이나 핸드폰 관련 궂즈, 그리고 양말과 같은 일용품은 2배 가깝게 성장했다 해요. 그렇게 전체적으로는 1.5배 더 잘 버는 편의점으로 변신한 셈인데요. 젊은 세대의 '편의점 이탈'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편의점에 가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종종 사곤 하는 일. 있지 않나요. 그런 기억을 들춰보면, '엔터테인먼트적 쇼핑'이란 면에서 둘은 어쩌면 닮은 꼴인지 모르겠어요. 전 얼마전 아이들 장난감이 들어있는 틴더 쵸콜릿을 괜히 사봤는데요, 오늘의 주제, '편의점은 어떻게 코로나 그 후를 살까'에요.🏪

 🥩 '슈퍼가 사라진다?!' 누구의 것도 아닌 '생활 인프라'로서의 슈퍼는 

'앞으로 10년 후, 1/3의 슈퍼가 없어진다.' 지난 레터에서 코로나 이후 '식'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리테일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슈퍼마켓과 백화점, 그리고 편의점 등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코로나 이후 상황은 결국 가장 최소한의 일상, 필수 불가결의 의식주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그런 이유로 편의점과 백화점 모두 '식품군'에 집중, 방향 전환의 전략을 펼치고 있고, 심지어 우리의 '올리브 영'과 같은 드럭 스토어들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인데요. 그렇다면, 본래 식재료를 팔던 슈퍼 마켓의 입지는, 어딘가 애매해진 듯한, '굴러온 돌에 박힌 돌' 치이는 상황이 벌어져요. '편의점의 슈퍼化', 드럭 스토어의 미니 슈퍼. 모두가 슈퍼로 '변신'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굳이 슈퍼여야 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실제로 그런 배경을 이유로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슈퍼 체인을 운영하는 '아크스(アークス)'의 요코야마 키요시 사장은 '슈퍼의 종말론'까지 제기했는데요. 슈퍼 마켓이란 애초 필요·필수적인 식재료를 판매하는 업종인지라, 고객의 니즈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은 채, 그러니까 게으른 수 십년을 보내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얼핏 속편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특별한 전략 없이도 성립하는 비즈니스라는 걸 말해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은' 가장 나태하게 살았던 업계였다는 걸 반증하고 있기도 해요. 더구나 요즘같이 온/오프를 병행하는 시절, 동네 슈퍼 마켓이 가진 이점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거든요. 편의점, 드럭스토어, 백화점. 너나 할 것 없이 슈퍼'를 외치고 있는 지금, 슈퍼 마켓이 절체절명의 위기 혹은 기회를 만난 건, 어쩌면 뒤늦은 타이밍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지금 슈퍼는 배달 서비스랄지, 지역 밀접의 장사랄지 '전에 없던 노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지난 레터 참조).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건, 전체적으로 '슈퍼화'가 진행되는 요즘, 그렇다면 콘비니, 편의점이란 업종은 점점 사라져가는 걸까요. 그러니까 요코야마 사장이 이야기했던 '슈퍼가 없어진다'는 건 비단 슈퍼 만의 걱정이 아니었을까요. 일본의 경우, 편의점은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것에 더해 보다 '일상의 편의'에 포커싱, 프린트나 카피, 우편이나 택배 접수(픽업), 그에 더해 공과금 지불과 같은 생활의 갖은 허드렛일도 지원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도쿄의 편의점엔 애뜻함이 있다고도 느끼는데요,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괜스레 들르는 건 편의점엔 '못다한 하루'의 아쉬움이 있어요.

 '약속 장소는 로손. 오니기리를 두 개 사고 / 맞잡은 손을 one more time / 막다른 길에서 입맞춤을 했지(yuki, 둘의 스토리 중에서)'  그러니까 편의점의 일상. 코로나로 어찌할 수 없이 食에 매달리는 궁여지책의 내일이 아닌, 편의점을 추억하는 너와 나의 편의점, 그 내일은 무엇일까요. 지난 3월 '패밀리 마트'는 '무인 콘비니 1천 곳 목표'를 선언했고, 일본의 콘비니는 이제와 '편의 is 뭔들'를 자문하며 '편의의 퀄리티, 일상의 '고객 체험'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슈퍼가 아닌, 편의점을 이야기해요.🙆‍♂️

 👨‍💻 '약속 장소는 콘비니' 이제는 업무도 해요 

오직 '食'만이 남았다. 지난 레터를 한 줄로 요약하면 아마 이 문장이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나름의 선전을 했던 슈퍼 마켓 시장과 달리 근래의 편의점 업계는 여전히, 일상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지금도 별로 쉬운 상황은 아니에요. 슈퍼 업계는 코로나 위기를 지나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말하자면 비젼(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식생활 인프라 서플라이)이 제시된 셈인데요. 편의점 입장에선 먹거리를 제외하면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가 더 큰 일, 고민이 태산같은 상황이에요. '일본 프랜차이즈 협회'가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2021년 'CVS 시장은 전년 대비 1.1% 성장했지만,

2020년 전년 대비 4.5% 떨어졌던 수치를 생각하면 아직도 코로나 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셈이거든요. 그에 더해 신규 점포 역시 평균 1천 여 개(대형 3사 편의점 각각의 신규 점포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고작 26점포가 문을 열었어요. 이럴 때 비즈니스에선 업계의 잠재력이 의문시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던가요. 심지어 2020년의 시장 매출 하락은 2005년 도입된 방식으로 통계를 낸 이후 처음 맞이한 마이너스이기도 해요. 하지만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 콘비니의 위기도 꼭 코로나 때문 만은 아니에요. 이미 이전부터 산적한 과제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많았는데요.

일본 '경제 산업성'은 2019년 6월부터 편의점의 과제를 토론하는 자리를 여러차례 마련, 2020년 2월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도출된 과제란, '인구 감소와 임금 증가를 어떤 변혁을 통해 해결해 갈 것인가.' 코로나 이후 텔레워크, 재택 근무는 일상이 되었지만, 그건 사실 보다 이전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해 제기된 의제이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그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느껴요.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콘비니 운영 방식의 개혁'인 걸까요. '경제 산업성'의 보고서는 '현재의 콘비니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할 분기점이 찾아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글을 마치고 있어요. 매일같이 출퇴근이 아닌 때에 따라 필요한 장소에 노트북을 켜는 것처럼, 편의점의 '오늘부터 1일'이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하는 걸까요.

 🥉 코로나가 알려준 편의점의 과제, 혹은 장기 

그런데 슈퍼가 코로나 3년 결과적으로 가장 선전했다고 하지만, 내부 상세 내역을 들여다 보면 그건 곧 '식'의 승리이기도 했거든요. 그렇다면 콘비니의 부진, 그 내역을 살펴볼 필요도 있어요. 그러니까 편의점에서 무엇이 잘 팔리고 무엇이 잘 팔리지 않았는가의 문제. 우리는 편의점에서 무엇을 더 하고 무엇을 하지 않게, 혹은 덜 하게 되었는가라는 변화.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지난 4월 1일 '2020년의 편의점 매출 & 동향'이란 기사를 게재하며 '신규 점포가 26곳에 그치면서도 반찬 거리나 데일리 배달 음식(日配品, 우유나 요구르트 등 매일 배달을 통해 소비하는 음식들), 냉동 식품 등, 대형 3사를 중심으로 일용 상품 매대의 강화 대책이 효과를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말하자면 대량으로 '미리 사두는 장보기'는 여지없이 슈퍼에 밀릴 수 밖에 없지만, 유통 기간이 짧고 매일 소비하는 식품군의 경우, 편의점이 보다 강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어요. 똑같은 먹거리라도 일상에서의 씀씀이는 서로 다르다는 것. 그러니까 '경제 산업성'의 보고서는 '코로나를 지나며 편의점이 해야하는 일, 보다 잘한 일, 남아있는 가능성, 내일을 위한 전략'을 제시해주고 있는 걸까요. 실제로 텔레워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0년 초반, 편의점의 '정보 가전 용품'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어요. 일본 내 첫 '긴급사태선언'이 내려진 2019년 3월 중순, 8천 억 정도이던 '정보 가전 용품'의 매출은 3천 억 정도가 상승해 처음으로 1조 엔 대를 돌파했거든요.

편의점에서 '정보 가전'이라면 인쇄 용 카트리지나 팩스의 잉크 리본 같은 것들. 아날로그 행정(업무)가 아직 보다 일상인 일본 나름의 사정일까요. 하지만 일부 오피스가 편의점에서는 매장 내 '취식 코너(eat in)'를 '텔레워크' 스페이스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어요. 그 취식 코너란, 2019년 9월 일본에선 소비세가 기존 8%에서 10%로 인상되며 'eat in'은 10%, 그렇지 않은 경우는 8%, 적용 비율이 달라져 논란이 되기도 했던 서비스인데요. 어쩌면 그 논란의 실마리는 여기에 있었던 걸까요. 2020년 말을 기준으로 일본 내 전국 텔레워크 시행률은 21.5%, 도쿄로 한정하면 무려 42.8%를 찍기도 했어요.

보고서는 이에 대해 '주택지의 편의점은 재택 근무자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 안정된 통신 환경을 구비한 '이토인(eat in) 스페이스'의 확충으로 매출 상승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고 말해요. 편의점에서의 업무라,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슈퍼는 하지 못하는 일이에요. 

 👨‍🎨 콘비니의 차별화, PB에 브랜드를 입히다 

지금의 편의점에 불거진 문제들이 코로나로 인한 '포스트 코로나' 과제가 아닌 만큼, 사실 이전부터 편의점 업계에서는 성장을 멈춘 업계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왔어요. 세븐 일레븐은 기존의 '주택가', '오피스가', 그리고 유흥가'로 구분했던 점포의 분류를 주변 주민의 인구를 기준으로 '도시형', '주택형', 교외형'으로 변경, 종래 '원 포맷'이었던 상품 구성 베리에이션을 '입지별 베리에이션', 지역에 따라 차이를 갖는 '동네 별 상품군'으로 채우기 시작했고, '패밀리 마트'는 2020년 40주년 기념 '40개의 좋은 것은?!(40のいいこと!?)' 캠페인 이후, 새로운 프라이빗 브랜드 '파미마루(ファミマル)'로의 전환을 선언, 타 편의점과의 차별화에 주력해요.

'파미마루'는 '패밀리 마트'가 모토로 지향하는 '오이시이(おいしい, 맛있다)', '우레시이うれしい, 기쁘다)', 그리고 '안신'의 동그라미(마루)와 패밀리 마트(일본에선 줄여서 '파미마安心, 안심)'라 불러요)를 더한 조어인데요. 패밀리 마트의 자체 생산 제품, PB를 통칭하는 이름이고, 캠페인 '40개의 좋은 것?!'이 패밀리 마트 40년 역사 내게 가장 좋았던 상품을 돌아보는 기획이었음을 떠올리면, 가장 '패밀리마트-스러운', '파미마 다움'을 강조하려는 노력으로 보여요. CMO이자 마케팅 본부장 아다치 히카루 씨는 "기존의 PB는 제품에 대한 정보가 알기 어렵고, 집약성이 부족해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하는데요. 그래서 '파미마루'는 기존의 모든 PB를 통괄하면서 가장 '파미마-스러움'을 어필할 계획이에요. 

콘비니의 PB라면 업계 1위인 세븐 일레븐이 '세븐 프리미엄'으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패밀리 마트. 그리고 로손 순인데요. 거기서 거기이기 쉬운 편의점 업계에서 PB는 차별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인데요. 나아가 '슈퍼化'가 지속되는 코로나 이후의 시장에서 콘비니가 쥐고있는 어쩌면 '히든 카드'가 되어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또 하나. '일하는 방식의 개혁(働き方改革)'이 '콘비니의 편의 방식의 개혁'을 불러오는 지금, 편의점이 찾은 하나의 대안은 바로 '딜리버리 서비스'에요. 지난 1년간 일본에선 배달 서비스가 급증했는데요. 2020년엔 전년 대비 2배 넘게 성장했고, '비접촉 니즈'에 부응하는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 시절 가장 큰 특수를 누렸어요. 

 🏃‍♂️ 배달하는 편의점 달리는 콘비니　

지난 레터에서 이야기했던 '인터넷 슈퍼'와 같이 자택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배달로 받는 '넷 콘비니'가 등장하고, 기존 배달 업체와 협력으로 '이동형 콘비니'도 가세하는데요. 그 중 세븐 일레븐이 감염이 확산되던 2020년 7월 본격적으로 도입한 '7NOW'는 잡지나 비과세 상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건을 최단 30분 안에 자택으로 보내주는 배달 서비스에요. 본래 2017년 홋카이도나 히로시마 현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먼저 시범 실행했고, 이후 코로나로 인해 수요가 생겨버린 수도권까지 배달 지역을 확대한 셈인데요. 이용 가능 시간은 10시부터 저녁 12시까지. 2025년까지 전국을 커버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점포를 늘려갈 계획이에요.

그에 더해 '패밀리 마트'는 배달 어플 'menu'와 협력 그를 통해 배달 판매를 시작했고, '로손의 경우 먹거리에 집중, '우버 이츠'나 'foodpanda'에서 상품을 배달 주문 받을 수 있어요. 텔레워크가 시작되며 오피스 유동 인구가 줄고, 그를 타깃으로 하던 편의점의 지형이 들썩이고, 그렇게 배달 장사가 활발해지고 있는 모양인데요. '우버 이츠'로 사먹는 '로손'의 카라아게와 같은 건, 흡사 편의점이 동네 분식집이 된 것 같은 착각도 하게해요. 어쩌면 이건 비단 먹거리 시장 만의 이야이가 아니었던 걸까요. 코로나 이후 손님을 잃은 편의점 업계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게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콘비니'에요. 어쩌면 콤팩트하기에 가능한 일, 그리고 편의점 만이 할 수 있는 일. 편의점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이동이 불편한 고령층 고객을 위함이었지만, 세븐 일레븐은 자사의 '세븐 안심 배달편(セブンあんしんお届け便)'을 2025년까지 기존 109대에서 200대로 확대할 거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로손이 보다 적극적인데요. 이동 판매 서비스를 실시하는 점포가 21년 12월 기준 122곳에 이동 판매차는 54대, 경 바이크(48대)까지 더하면 모두 102대를 가동하고 있어요. 대부분 고령자 시설이나 학교, 공장 등에서 판매를 시작하지만 최근엔 지자체와 연계해 쇼핑 곤란 지역으로 출장도 나가고, 카와사키(川崎) 시에서는 본래 고령자 시설 단 한 곳이었던 출장지가 현재 18곳으로까지 늘었다고도 해요. 그리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코로나 이후 점포 한 곳의 이동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상승했고, 인지도와 함께 니즈도 높아져 최근엔 아이스크림이나 로스트 비프와 같은 냉동 식품까지 취급하며, 올해 들어서는 판매 차에 탑재된 냉동차를 기존의 1.5배되는 사이즈로 일괄 교체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로손은 이 모든 걸 외부 업체와의 협력이 아닌 자사 내부 시스템 안에서 실행하고 있다는 것. 로손의 마이크로 마켓 추진부 담당자는 '쇼핑이라는 생활 필수 인프라를 제공받지 못하는 소외 지역을 돌아보는 건 우리 미래의 인프라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말해요.

단지 세대가 고령자가 되는 시기는 2025년. 이후 초고령화가 진행되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5%를 차지할 거라는 일본. 지역 활성화이자 소외 지역에 대한 재생에서 시작된 '이동형 콘비니'는 어쩌면 사업 다각화를 넘어 미래의 전략, 내일의 시장을 개척하는 한 수가 되어줄지 모르겠어요.

 📡 '마이크로 마켓', 편의점의 내일을 찾다 

'무인 결제 점포 개발을 진행하는 TOUCH TO GO(이하 TTG)와 연계, 2024년 말까지 1천 곳 체제를 목표로 무인 결제 점포를 가속화할 것이다.' 레터를 시작하며 이야기했던 패밀리 마트의 사람 없는 편의점 1천 곳 선언. 저희 레터에서는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사를 이야기하며 잠깐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패밀리 마트의 TTG와의 협업 무인 점포는 지난 3월 31일 도쿄 메트로 지하철 역인 '오테마치' 역과 직결되는 오피스 빌딩 '사피아 타워' 1층에 들어선 게 최초에요. 무엇보다 편의점 운영자의 고령화, 노동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이고, 편의점 포화 상태로 인한 성장 둔화에의 자극, 나아가 코로나로 인해 유동 인구를 잃은 편의점 상권의 새로운 도전인데요.

일본의 편의점이라면 들어설 때 '이랏샤이마세', 점내에 흐르는 단조로운 멜로디 BGM와의 쇼핑인데, 그 모든 게 사라지는 걸까요. 패밀리 마트의 무인 점포, 그 방식을 짧게 다시 한번 소개하면요,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가 손님이 손에 드는 상품을 리얼 타임으로 인식, 출구 앞의 계산대 앞에 서면 자동으로 전용 터치 패널이 상품과 금액이 표시되고, 캐쉬 리스 결제를 진행하는 식인데요. 그러니까 무엇보다 스피디하게, 최소한의 동작 만으로 쇼핑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TCG와 패밀리 마트 무인 점포의 특징. 패밀리 마트는 '단시간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편리성, 그리고 인구 부족에 인한 점포 '오퍼레이션 코스트'의 절감을 무인 점포 도입의 이유라 말해요. 

그리고 이런 장점,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게, 바쁜 사람, 빨리 쇼핑을 마쳐야 하는 니즈, 바로 '역 안(駅なナか리고 '역 가까운 곳(駅チカ).' 오테마치 역의 1호점은 물론 쿠마가 만든 타카나와 게이트 웨이 역사 안의 편의점도 그렇고, 패밀리 마트의 무인 점포 1천 곳은 주로 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기존 유동 인구를 잃었다는 건, 편의점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타격이지만, 방식을 바꿔본다면 역이란 입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게 패밀리 마트의 구상이에요. 애초 TTG는 JR 동일본 그룹 계열 이노베이션 기업 'JR 동일본 스타트업'과 AI 사업 이노베이션 기업 '사인포스트' 두 곳이 설립한 합병 회사. 그러니까 지하철과 AI의 만남이랄까요.

단순히 인력을 절약하는 무인 점포가 아닌, 역 안, 역 가까운 곳(駅ナカ・駅チカ)의 네트워크와 IT 기술을 접목, 스피디하고 유연한 점포 모델 구축을 모델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를 패미리 마트가 내일의 편의점 전략으로 삼고있는 셈인데요. 지금까지 편의점이라면 대량 출점으로 수익을 늘려가는 시스템이지만.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그에 따라 점포간 경쟁은 심화되고, 심지어 코로나까지 찾아와 리모트 워크가 시작, 외출 빈도수는 줄어들어 더이상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는 게 바로 지금의 상황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근래 편의점 업계에서 떠오르는 키워드가 바로 '마이크로 마켓' 小상권에서도 수익화가 가능한 점포 모델인데요. 

 🤼‍♂️ 편의를 도모하는 편의점의 '우체국과 런드리와 헬스장과' 

지난 10월 29일 패밀리 마트는 '일본우편'과 함께 우체국 안의 무인 결제 점포를 출점하는 협약을 맺었어요. 그렇게 사이타마 현 카와고에 시(川越市) 우체국에 1호점 무인 편의점이 탄생했는데요. 우체국 로비 내 15㎡밖에 되지 않는 협소한 공간이지만, 오니기리와 빵, 과자나 잡화 등 약 350 SKU(Stock Keeping Unit)의 상품군을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량 출점으로 돈을 벌어오던 편의점 마켓 관점에서 보면,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해요. 심지어 무인 편의점의 영업 시간은 아침 6시부터 밤 22시까지.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 수도 기껏 10명 정도거든요. 그렇게 무인 점포의 평균 1일 매출은 25만엔 정도라 하는데요. 이는 패밀리 마트 평균 매출에 반도 되지 못하는 숫자에요.

다만, 기존의 상권을 잃어버린, 종래의 수익 구조가 지속 가능성을 상실한 지금, 패밀리 마트의 무인 점포 1천 곳은 새로운 상권을 찾으려는 노력의 성격이 보다 짙어요. 물론 무인 점포가 가져다주는 인권비 절감의 효과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보다 비교적 캐쉬리스가 진행되고 있는 역이나 우체국이라는 건, 곧 무인 점포가 들어서기 좋은 입지, 전에 없던 편의점의 잠재 시장인 셈이에요. 패밀리 마트의 TTG를 관리하는 나미카와 토시야 씨는 'TTG 점포는 바쁘게 이동중인 사람이 모이는 역과 궁합이 매우 좋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누계 2억 장이 발행된 교통 전자 머니의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데요. 여전히 아날로그가 주류인 일본에서 우체국 역시 보다 캐쉬리스가 진행되고 있는 시설이거든요.

2020년 7월 기준으로 전국 2만 3794곳의 일본우편 직영 우체국 중 8500곳에서 캐쉬리스 결제가 도입되었고, 앞으로 더 확대될 예정. 그저 결제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 생각되지만, 편의로 성립되는 편의점에서 최단 시간, 최소의 과정을 보장해주는 캐쉬리스, 그리고 무인화는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적합한 편의를 찾아가는 과정일지 몰라요. 그에 더해 패밀리 마트는 '우체국은 애초 편의점과 다른 입지 조건에 출점을 하기 때문에 패밀리 마트로서는 새로운 고객을 획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해요. 아직은 새로운 마켓을, 오지 않은 내일을 모색하는 중.  직접 찾아가는 세븐 일레븐과 수고를 덜어내는 패밀리 마트. 편의란 사람 가지각색일텐데요, 어쩌면 편의점은 그러게 보다 버라이어티해질까요. 편의점에 가는 내일을 상상해보아요.🏪

 💆💆‍♂️ 너와 나의 '편의로움'을 고민하다 

구독자님, 오늘 이야기 어땠나요. 다시 한 번 하루 지연돼 발송하게 된 점 사과 드려요. 편의점의 아마도 가장 편의란, 24시간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느끼는데요. 급하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거나 야식이 땡길 때, 곁에 함께해준 건 편의점이곤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 이후, 그 편의란 참으로 '호사'였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인데요, 일본에선 지나 코로나 2년 가장 많이 판매가 늘어난 게 각종 냉동 식품이었다고 해요. 심지어 '세븐 일레븐'은 그를 반영 '신 레이아웃'을 도입한 냉동 식품 강화 전략을 발표하기도 하는데요. 아마도 두고두고, 쌓아두고 먹을 수 있어서겠지만, 그건 마트가 할 일이 아닌가요.

하지만 그렇게 우리에게 편의란 '안심'을 동반해야 하는 말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 그럼에도 '약속 장소는 로손에서.' 야근에 지친 마음을, 허기진 늦은 끼니를 달래줄, 때로는 바보같은 '편의'를 함께해주는 추억과 일상 속 편의점은, 그래도 남겨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구독자님, 편의점 자주 가나요.🍘🍙

📫오는 금요일, 5월 6일에는 5월의 첫 밤 레터,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43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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