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하지만 굉장한 비바람 몰아치는 봄날에 잠깐 생각해본 (C와 U와 우리의 모든) 것

근래 가격이 올라 15엔 한국 원으로 환산하면 약 150원 정도일까요. 시절을 모르고 어린 시절의 단골 군것질 '우마이봉(うまいぼん, 번역하면 맛있는 막대기 아마도 의미보다 어감을 살린 이름이라 느껴져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일본의 오랜 간식인데요, 그런데 이 단 10엔짜리 과자 하나가 얼마 전 일본의 조각과 회화, 그리고 근래엔 설치 미술까지 활동하는 미술가 마츠모토 토모카즈의 전시와 콜라보, 무려 11만 엔짜리 우마이봉으로 50개 한정 판매되고 있어요. 우마이봉이라면 1979년 첫 판매되기 시작해 기본 옥수수 콘을 메인으로 다양한 맛을 추가하며 현재는 60개가 넘는 플래버를 가진 그야말로 단출하면서도 버라이어티한 과자의 대명사이기도 하거든요. 그에 더해 출시 이래 42년간 초기 가격이었던 10엔을 유지하면서 곧 믿음과 지지를 받으며 일본 국민의 과자로도 뿌리깊게 자리 잡았어요. 다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세계적 인플레에 의해 12엔으로 가격을 인상했고, 지난 해 10월에는 다시 한 번 인상 현재 15엔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요즘 100원짜리 하나 들고 어디 과자 하나 사먹을 수 있는 시절인가요.

마츠모토 토모카즈는 일본 태생이면서도 미국의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거든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일본 내 첫 대규모 개인전에 해당하고 타이틀은 처음이자 마지막의 마츠모토 토모카즈를 만나다,'松⼭智⼀展 FIRST LAST supported by UNIMAT GROUP'라 지어졌어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회화와 조각 등 약 40점이 공개되었고, '우마이봉'과 더불어 BE@RBRICK와의 작품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또 얼마나 할까요. 협업에 있어 더하기의 가치 환산은 늘 미스테리라고 느끼기도 하면서, 다만 이번 마츠모토 씨의 우마이봉은 소위 약품 류에 적혀있는 '먹지 마세요'란 멘트, 오직 ‘개념‘만이 존재하는 먹을 거리 아닌 작품이고, 우마이봉 시리즈 답게 일단은 '현대미술의 맛(げんだいびじゅつ味)'이란 부제가  붙어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트의 상품성이라는 여전한 논란의 불씨, 현대미술의 개념에 대한 도발적 성찰의 제안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현대 미술의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가 떠오르고 마는데요, 바나나와 우마이봉 얼핏 비슷하게 생긴 것도 같아요. 아무튼 마츠모토 씨는 '널리 알려진 친근한 상품에 아트라는 개념을 씨움으로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어요.

오늘의 주제들

1️⃣ 켄드릭 라마 슈퍼볼 하프쇼에 단 돈 4만원의 유니클로가?!

2️⃣ '로에베' '지방시'의 디자이너를 품은 '유니클로'가 요즘 왜이래?

3️⃣ 히트텍, 후리스, 퍼프테크와 그리고 '감동 팬츠'

4️⃣ 디자인과 실용성의 실은 공존 가능함에 관하여

5️⃣ 미용사가 만든 안경과 도라에몽 루브르에 가다, 딱 좋을 만큼의 것들이란

구독자님, 어떻게 생각하나요? 전시와 작품이 공개되고 판매되는 건 지난 2023년 가을 개관한 '아자부 힐즈'의 갤러리 동이고, 이 역시 우마이봉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놀랄만한 부촌으로의 입성이에요. 하지만 어쩌면 가장 수수하고 소박한 것들의 세월과 함께 쌓여가는 알고보면 상상 이상의 가치를 말하고 있는 걸까요. 오래 전 일드의 제목 '수수하지만 굉장해'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의 레터 주제 '수수한 게 정말 굉장한가요?' 유니클로가 요즘 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어요.

 🫃🏻 메종 드 유니클로? 내가 알던 '유니클로'가 왜이래! 

추웠다 더웠다 바람이 불다가 그치면 미세 먼지에 시야가 가리거나. 구독자님 요즘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밖에 나서는 아침 무얼 어떻게 입으면 좋을지, 여태 정리되지 못한 방구석 옷장 사정이 심히 난감하게 느껴져요. 사실 날씨나 계절이라는 건 1년 365일 매일같이 같으면서도 다르게 살아갈 날들의 일종의 정리정돈, 입는 옷에 따라 생활의 패턴을 달리해보는 질서의 역할 같은 것도 있잖아요. 하지만 근래엔 이 모든 게 어느 순간 고장이 나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어쩌면 그래서일까요. 얼마 전 일본에선 유니클로와 관련 다소 생소한 느낌의 뉴스가 하나 있었어요. 아니, 이미 그 뉴스를 소비하고 있을까요. 바로 다름 '유니클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국의 유수 패션 브랜드를 다수 거쳐간 클레어 웨이트 켈러 씨를 데려왔거든요. 그리고 이는 바로 유니클로의 새로운 레이블 '유니클로 C'란 이름을 달고 옷들이 만들어져 판매되었잖아요. 처음엔 여성복에 한해 진행했지만, 뒤이어 남성복 라인까지 갖추며 '르메르'와의 U에 이어 또 하나의 알파벳을 가진 유니클로의 복식 스타일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 클레어라는 분, 실은 캐빈 클라인이랄지 클로에, 그리고 지방시의 디자이너이거나 아티스틱 디렉터로 오래 일했던 사람이고, 심지어 영국의 메건 결혼식의 웨딩 드레스를 제작한 인물이기도 하거든요. 고로, 하이 패션과 럭셔리 브랜드를 상징하는 사람이고, 이는 즉 유니클로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패션인란 이야기잖아요. 물론 '유니클로'의 지금껏 함께해온 디자이너나 브랜드를 보면 U의 '르메르' 크리스토퍼 르메르나 일본 브랜드로는 언더커버나 화이트마운트니어링 등도, 그에 더해 티셔츠 콜렉션 UT까지 넓혀보면 글로벌한 이름들이 그야말로 즐비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클레어 씨의 사례는 일회성 혹은 주기적인 콜라보를 통한 협업이 아닌, 앞으로의 '유니클로'를 이끌어갈 말하자면, '데일리 웨어'로서의 유니클로를 만들어갈 수장으로 취임했다는 내용이에요. 그런 이유로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유니클로는 지금 패션 업계의 제패를 향한 궤도에 올랐다'라고 평하기도 했어요. 유니클로 매장이라면 이제는 세계 곳곳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히트텍과 에어리즘의 '유니클로'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2025년이 시작하고 1월 2월 3월도 아직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유니클로'는 클레어 씨와의 C를, 그리고 오는 3월 21일엔 '르메르'와의 U 라인의 그 봄여름 옷들을 공개하고, 그에 더해서 하루 전 3월 20일 오픈하는 도쿄 타마가와(玉川) 지점에선 스미다구(田谷区) 한정 아이템을 포함 기념 이벤트 행사를 갖고, 저 멀리 후쿠시마현 코오리야마(郡山) 시에서는 그 또한 지역 밀착형 매장을 콘셉트로 지역 기업 두 곳과 콜라보 '잉어(鯉, 코이)와 사랑(코이)에 빠지는 군마 프로젝트'라는 것도 시작해요. 코오리야마 시에 잉어를 사용한 요리들이 유명거든요. '무인양품'이나 '츠타야' 그리고 국내의 '스타벅스'도 인사동에서는 한글을 쓰는 등 브랜드의 로컬화 전략은 이제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지만, 이쯤 되면 브랜드의 우리 동네화 전략은 더이상 선택 아닌 당연한 일인 것도 같아져요. 코로나 이후 이동 제한의 시절을 지나 보다 친밀하고 친근함의 거리라는 건 아마도 빼놓을 수 없는 미래 장사의 성장 전략일 테니까요. 다만 지금 다시 '유니클로'를 주목하는 이유는 '가디언' 말하길 '패션 업계의 제패를 노리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이 말. 말하자면 수수한 옷 한 벌의 이상한 도발이 시작되고 있어요.

그런데 기억하나요? 지난 2025년 2월 미국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켄드릭 라마 공연에 댄서들이 입은 옷들이 하나같이 모두 19.9 파운드, 약 4천엔 정도의 '유니클로'의 짧고 긴 소매의 티셔츠였다는 사실. 라마 씨는 셀린의 부츠 컷 데님을 입었지만, 이후 회자되었던 건 유니크롤의 '슈퍼 볼' 데뷔였어요. 그래서 '가디언'은 다시 말해요. '패션계에 존재감을 더해가려는 유니클로에 있어 매우 커다란 성공이었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이야기해볼까요. 수수하지만 굉장해. 평범하니까 대단해. 그리고 오래 지속하는 꾸준함 만이 내일의 기준을 만든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 다시 이야기해 보면요, 평범한 옷 한 벌이 다시 말해 가장 보편적인 것들이 세계의 패션을 주도할 날이 정말 오기나 할까요?그러니까 수수한 건, 진짜로 굉장한가요? 참고로 야나이 타다시 대표는 클레어 씨 기용에 관해 '궁극의 일상복을 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우리가 알던 유니클로가 더이상 아니라는 아마도 그런 비범한 예상, 아니 어쩌면 평범함이란 건 무한 가능성의 초기 상태에 다름 아니었을까요.

 👬 유니클로의 돌발행동; 그들이 변한 걸까 아님 우리가 변화하고 있을까 

‘패션 업계에 있어 유니클로의 지위가 변화하고 있다.‘

방금 위에서 이야기한 25년 미국 슈퍼볼 하프쇼 공연에 등장한 유니클로의 단돈 4만원 티셔츠의 의미. 물론 켄드릭 라마 본인은 셀린의 아마도 수 백만원짜리 진을 입고 노래를 했지만 그를 백업하는 댄서들은 위아래로 유니클로의 로고도 없고 단색 일색인 져지 팬츠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바로 유니클로의 제품들인데요. 물론 켄드릭이 입은 것도 아니고 그리 과히 해석할 필요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이후 언론에서는 ‘본래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여겨졌던 베이직한 캐쥬얼 웨어가 지금 완전히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기도 있다’는 평이 나왔거거든요. 더불어 24년 9월 ‘지방시‘나 ’로에베', 그리고 '캐빈클라인’ 등에서 활약하던 디자이너 클레어 씨를 데려온 것 역시 이를 뒷받쳐줄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매일의 복식을 응원하고 지원해온 ’유니클로’의 이 변심, 무어라 읽어야 할까요. 다만 이번 ‘유니클로’로의 이동과 관련 클레어 씨가 영국의 공영 방송 BBC 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좀 의미 심장해요. 

“가격이 고가라고 해서 그를 럭셔리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품질과 혁신성, 그리고 무엇보다 두근두근 설레게 하는 요소야말로 럭셔리를 완성하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당연하게도 가격보다는 품질이라는 이야기이잖아요. 더불어 ワクワクする 맘을 설레게 하다, 옷이 가질 수 있는 단순히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그 날의 일상을 연출하고 보조할 수 있는 부가가치적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는 뜻일 것 같은데요. 클레어 씨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면, 이미 유니클로 사람이 되어서인지 1972년 창업 이래 ’유니클로’가 줄곧 지향해온 복식의 방향점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클레어 씨의 말과 같이 단지 비싸고 고가에 반짝이는 것들만이 럭셔리가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 평범한 일상도 럭셔리한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로고도 없이(실은 보이지 않을 뿐이지만) 단색 위주의 기본 아이템 중심 그야말로 실용성과 편의의 가성비 맞춤형 옷이라 불리우던 '유니클로'가 어쩌면 지금 바로 그 일을 시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져요. 사실 H&M이나 자라와 같은 스파 브랜드를 포함 '유니클로' 또한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계속해왔고, 그 면면을 살펴보면 가히 '유니클로'로는 범접할 수 없는 가격대의 것들도 상당했거든요. 앞서 언급한 '르메르' 데님 한 장이면 '유니클로' 감탄 팬츠 10장 이상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일테도, JW 앤더슨과의 협업 블루종이나 셔츠 등은 본래 앤더슨 매장의 소품 정도 가격이라 하잖아요. 하지만 그래서 이로운 건 고가의 옷들이 특정 부유층에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연령도 소득 범위도 그리고 남녀 노소 구분없이 비교적 공평하게 선택될 범주 안에 진입을 했다는 이야기가 될 거에요. 평소 살 수 없던 럭셔리 브랜드를 '유니클로'가 매만지고 다듬으니 다소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어지는 일상 속의 작은 변화, 덩달아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날의 시작. 그런 이유에서 클레어 씨도 다시 한 번 '유니클로'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바로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럭셔리의 평등함을 제안하다, 보편 가능함으로서의 값어치"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비싼 옷을 갖기위한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럭셔리를 사고 싶다 생각해도, 그걸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죠." 그래서 아마도 매번 '유니클로' 콜라보 오픈 날이면 매장에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던 거겠죠? 일부는 달랑 옷 하나에 극성이다 비판의 소리를 낼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냥 단지 하루 쯤은 좀 특별해도 괜찮지 않아? 바로 이런 소박한 소망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 옷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주요 이유와 동기에 대해 사계절 날씨로부터 삶을 보호하고 일상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복장이라 잘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패션의 목적은 편안함과 사랑'이라 말했던 코코 샤넬 씨는 또 하나의 명언 '초라하게 입으면 옷만 기억되지만, 완벽하게 입으면 여성을 기억한다'를 통해 옷이 이룰 수 있는 실은 보다 더 큰 가능성에 대해 증명하기도 했어요. 말하자면 옷의 보편성과 스페셜함, 럭셔리로서의 가치는 사실 공존한다는 말로도 표현될 수 있을 거에요. 코코 샤넬 씨는 '단순함이야 말로 진정한 우아함의 핵심'이라고도 했는데, 그러고보면 기본의 가장 보편적인 복식을 추구해온 '유니클로'가 종종 럭셔리 브랜드와 딴짓을 벌이고 이제와 심지어 하이 브랜드 메종 출신 디자이너를 데려온 것 또한 옷의 또 다른 목적, 맘을 설레게하고 특별한 하루를 연출해주는 럭셔리함, 즉 보편성의 이면을 잊지 않고 실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져요.

좀 다르게 말해보면 '디자인성과 기능성의 양립' 그에 더해 '유니클로'라는 저가 브랜드 가격이 살아있는 럭셔리의 탄생이라 할 수 있을 거에요. '보그' 영국판은 클레어 씨의 '유니클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취임과 관련 기사를 게재하며 '디자인과 실용성 모두 놓치지 않으면서 저가의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부분이 여타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와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라고 썼어요. 그러니까 단순히 또 하나의 콜라보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유니클로' 가격으로 '로에베'를 JW 앤더슨의 블루종을 사입을 수 있다는 것, 우리 평범한 일상이 가히 놀라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과가 아닐까요. 별로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요. 더군다나 일본의 국민 복식 브랜드, 이제는 글로벌한 이름으로 어느 특정 부류를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는 건, 타임리스-젠더리스-그리고 시대를 넘나들며 일상의 한 벌을 짓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실제로 코로나 이후 심히 격변하는 일상 속에서 '유니클로'는 침체를 이겨내며 지난 2025년 2월 일본 국내 매장 판매 수익이 전년 동월 대비 12.2 상승했고, 매장 고객수는 8.2%가, 그로 인한 객단가는 3.7%가 증가했어요. 곧 숫자로도 이야기되어지고 있는 보편성, 그리고 평범함의 지속 가능함이겠죠.

그리고 지난 3월 2일 '유니클로'는 딱딱한 근무 복식에 자유로움을 부여한 '감동 팬츠'의 10주년 행사를 열며 '유니클로'의 또 하나의 키워드 '감동 시리즈'에 대한 전략을 발표했어요

 💐 잘 만든 옷 한 벌이 '감동'이 되기까지, 일상의 키워드 또 하나 늘어나다 

구독자님 기억하고 있을까요? 벌써 6년 전 코로나 광품이 불어 출퇴근의 개념이 애매모호해지기 시작, 단지 출사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만 생각되면서도 실은 그와 관련 셀 수 없이 예상 밖의 일들을 마주한 게 벌써 6년째인 것 같아요. 소위 자택 근무와 오피스 밖에서의 업무가 일면 당연시되면서 업무 형태의 자유로움을 얻어낸, 곧 일하다에 대해 새삼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 교훈도 있지만, 비단 그게 일하다의 사정만이 아니었다는 걸 우린 아마 눈치 챘을 텐데요. 말하자면 일하러 갈 때의 복식, 직장에서 갖추어야 할 드레스코드가 집에서의 업무와 혼재되는 생활 속에서 점점 더 간촐화, 캐쥬얼 워크 웨어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아마 그 무렵이었던 듯 해요. 개인적으로는 10년 넘게 회사에서 일하며 단 한 번 면접 때를 제외하면 셔츠에 재킷 차림이었던 적이 아마, 없는데(몇몇 격식이 필요한 인터뷰 때를 빼놓고 본다면요) 새삼 캐쥬얼한 노동 생활을 획득한 지금, 그에 걸맞는 복신 환경은 어디쯤 진행되고 있을까요. 얼마 전 3월 2일 도쿄에선 '유니클로'가 '감동 팬츠(感動パンツ)'의 발매 10주년을 기념, 관련 행사를 진행했어요. '감탄 팬츠'라 하면 일단 보기엔 소위 정장 바지처럼만 보이지만,

실재는 그러니까 입어보면 일 하면서 입(어야 하)는 옷의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이 신축성이 뛰어나고 곧 잘 늘어나고 수트에 셔츠라면 세탁 후 건조와 다리미질까지 신경 써야 하지만 이 '감동 팬츠'는 약 5시간이면 말라버린다고도 해요. 물론 소재와 제작 방식의 개발로 인한 결실일텐데요, 그저 값이 싸고 기본 아이템 위주라 무난하다 여기기 쉬운 옷이지만, 더불어 보다 편리의 옷을 만들어가는 노력으로 '유니클로'를 이야기해 볼 수도 있겠다 생각하게 돼요. '감동 팬츠'는 이후 히트텍이나 후리스 못지 않은 호평을 받으며 복식 전반으로 확장하기 시작하거든요. 2014년 '드라이 스트레치 팬츠 코튼 라이크(초기의 이름은 이랬어요)'를 발매하기 시작, 소재를 울로 달리해 '드라이 스트레치 팬츠(울 라이크)'를 개발했고, 2017년에는 그를 '감동 팬츠'라 개명 다음 해인 2018년에는 함께 입을 수 있는 상의로 '감동 재킷'이 태어나게 돼요. 그리고 22년엔 여성 라인도 더해지고, 그로 인해 비즈니스 신에서도 편한 착용감을 가질 수 있는 복식 1세트를 완성하게 된 셈인데요. 2014년이면 코로나를 예상하지도 않았을 때인데, 옷의 발전 개발이란 것 역시나 일상의 필요와 편의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평범함이 떠올린 복식의 부가가치는, 아마도 感動"

아마 애덤 선수로서는 그저 다분히 선수로서 필요한 조건의 옷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이건 지금의 '감동 시리즈'를 완성하고 설명하는 가장 큰 특징이나 이점이 되어 있어요. '유니클로'가 스포츠 웨어 브랜드가 아니어도 스포츠 선수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마 이런 이유이기도 할까요. 일상 안에서 요구되는 편의와 편리란 어쩌면 그 밖에서가 아니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달리 말하면 일과 일상, 그리고 스포츠까지, 세상은 알고보면 서로 도와가며 성장하는 걸까요. 그리고 2020년 이후 '유니클로'는 이를 보다 넓은 범위의 패션으로 확장하기 시작하는데요. 다분히 사무적인 이미지에 갇혀있는 '감동 시리즈'를 패션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씨어리', 그리고 '마르니'와의 콜라보 작업에서도 곁들였고, 이제 곧 발매 예정인 앞서 이야기한 케일러 씨와의 C 라인에도 멘즈는 쓰리 버튼 싱글 재킷과 테이퍼드 실루엣 탱크 팬츠, 위민즈로는 릴랙스 실루엣의 더블 재킷과 세트업으로서 와이드 팬츠, 그리고 버뮤다 쇼츠까지 총 5종이 만들어졌어요. 말하자면 멋까지 챙긴 편리와 캐쥬얼의 한 벌이라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이런 게 아마 앞서 케일러 씨가 이야기한 '다용도적인 복식술, 옷의 영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숙련된 기술과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한 환경'인 걸까요.

오늘의 레터로 말해보면 앞에서는 하이 브랜드 메종과의 관계를 통해 옷이 가진 멋을 잊지 않고, 나아가 또 한 손으로는 옷이 갖추워야 할 일상 내에서의 필요함을 매만지고 있는, 그런 그야말로 '양손에 두 마리 토끼'와 같은 모습인데요. 다만 잘 이야기되지 않는 것, '유니클로'의 기술에서 매번 활약하는 건 창업 100년을 향해가는(1926년 창업), 이후 3대 합성 섬유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아크릴섬유의 개발을 시작으로 최근엔 환경 친화적 섬유 개발에도 성과를 내는 '토우레(東レ)'와의 협업이기도 해요. 사실 옷을 사며 택을 뒤집어 소재를 확인하기는 하지만, 그 작은 태그 안에 실과 기지가 한 벌의 옷으로 완성되기까지 기술과 노동과 시대의 변화와 매번 갱신되어 가는 편의와 필요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고도,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수수하니까 굉장해' 대단한 것들으 딱히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고, 그래서 아마 살아봐야할 이유도 있는 거겠죠. 더불어 '유니클로'는 이제 곧 첫 사회인이 될 신입 사원들을 대상을 '감동 팬츠'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옷이 나에게 오기까지 가끔은 그에 대해 공부 아닌 공부를 해볼 필요도 있는 건 아닐까 싶어져요.

나에 대한 필요한 준비와 더불어 주변에 다가온 것에 대하여 감동에 더불어 감사하는 마음까지. 감동 팬츠와 재킷은 아마도 그렇게 완성되는 걸까요. 브랜드 마케팅 전략, 한 벌이라도 더 팔아보고픈 지난히 상업적 잇속의 이름일 테지만, 옷을 고르고 사 입으면서 나의 하루가 감동하는 날을 생각해본다는 건, 어쩌면 제법 괜찮은 보통의 하루일지도 모르겠어요. '매일의 생활에 있어 정말로 뛰어난 파트너. 저도 실은 매일 입고있거든요.' '감동 시리즈'의 아버지, 이시카와 씨가 남긴 이 이야기는 어딘가 그저,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는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 딱 좋을 만큼의 우리를 잊어선 안돼요 

매일이 매일같은 날, 요즘은 날씨가 하도 기가막혀 이런 하소연도 짐짓 말을 삼키게 되는데요, 구독자님 그렇기에 더욱더 '평소다움'조차 상실한 듯 흘러가는 오늘에 그냥 그렇다, 매일이 같다, 어제나 그제나와 같은 딱히 이렇다할 줄거리조차 갖지 못하는 평범함이 갖는 의미, 더 느껴지지는 않을까 싶어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을 만큼의 날씨란 그러고보면 손에 꼽을 수 이쓸 것도 같고 우리 마음의 상태에 관해서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딱 괜찮을 만큼의 감정 또한 따지고보면 좀처럼 갖기 쉽지만은 않은, 의외로 귀하고 값진 것들이었나 생각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라는 게 어딘가 오늘보다는 나은, 어제보다는 좀 더 특별한 하루를 성취하고 싶어지는 심정이고 사실 살아본 만큼 나아져야 하는 게 응당 맞는 일인 것도 같으니까요. 이제야 봄이구나 싶었던 3월의 세번째 월요일도 찬바람에 거세게 날아간 뒤, 구독자님 평범한 우리의 보편적인 날들은 아직 괜찮은 거겠죠.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던 '그 일'을 막상 아침 눈을 떠보니 할 수 있을 것도 같아 작지 않은, 결코 크다고 할 수도 없는(그러고보면 딱 필요한 만큼이었을까요?) 용기를 갖고 일단은 실천, 그 조차도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게 다 끝나고 집에 돌아와 라디오를 틀어보니 하루의 딱 좋을 시간, 오후 4시가 지나고 있었어요. 매일같은 시간, 약속된 프로그램은 오프닝을 열고 저녁 하늘은 조금씩 붉은 빛에 젖어들려 하고, 아마도 매일 같은 순간의 풍경, 오늘 만큼은 좀 남달랐다고 하면 단지 기분에 취한 거짓말일까요. 하지만 하려던 것을 하고 돌아온 날의 하늘은 보다 넓게 펼쳐있고, 집에서의 일들도 의외로 척척 불만 없이 하고있고,잘라 말해 그 순간의 저의 기분이라는 건 분명 어제와 달랐다고 별 의미는 없어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할 일은 쌓여있고(미루고 쟁여놓은), 시간은 밖에 다녀온 만큼 지나있고, 와중에 배는 고픈데 감기에 장도 좋지 않아 맘껏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어쩐지 이긴 것 같은 날들이란 분명 아직 우리에게 있어요. 그리고 이런 날이라면 'J!NS'가 '오션 트리코'의 대표이자 미용사 타카키 타쿠야 씨와 협업, 헤어 스타일에 맞는 안경을 고른다며' 중 내츄럴한 컬이 산들 바람 불러오는 듯한 '상쾌함(爽やか)'을 택해야 할 것도 같아요.

전 이 뉴스 보고 혼자 피식 웃고 말았는데요, 왜 여태 없었을까 싶은, 하지만 실제 누구든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이 생각 또한 행동으로 하고마는 것. 이 역시 가장 보편의 일상이 할 수 있는 단 한 순간의 실천은 또 아닐까요. 그러니까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떤) 시작은 시작도 하지 않았어요. 가장 보편적인 평범한 우리의 하루는 실로 넓고도 많고, 지금은 단지 봄을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니까요. 구독자님, 다만 잊어서는 안될 일. 당분간 며칠은 패딩을 서로 권해 보아요.

 📫 다음 '야마테 레터' #160호는 오는 주말 즈음 발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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