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5월 3주차 #95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여행의 날개를 펴는 요즘, 막상 우린 여행의 무엇이 그렇게 좋았을까요. 도쿄를 가면 아무리 늦은 시간 귀국편을 구한다 해도 나리타의 경우 입국 수속 시간 감안하면 남아있는 시간은 정말 되지도 않는데요, 그래서 늘 애타고 아쉽기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그런데 얼마 전(이라 하기엔 2019년 5월) 뉴욕의 '죤 케네디' 국제 공항엔 좀 별난 역사의 호텔이 태어났어요. 공항 국제 터미널 5에 인접해 '트랜스 워드 항공'의 터미널로 이용되어 왔던, 1962년부터 2001년까지 열심히 여행객을 마주하고 배웅한 'TWA 플라이트' 센터가, 건물 노후로 인해 장기 휴관, 그리고 2019년 여행객의 밤을 책임지는 숙박 시설로 다시 문을 연 거에요. 말하자면 공항 인근 시설의 호텔로서의 컴백인데요. 건물은 미드 센츄리의 전형적인 디자인으로 오랫동안 뉴욕의 상징으로 기억되었고, 2005년에는 국가 역사 등록 재산으로도 인정이 되었어요. 오락 프로 '나혼산'에서 마구잡이로 외쳐대는 미드 센츄리와는 월등히 다른,

심플하고 과감한 곡선의 사용으로 완성된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작품이에요. 그리고 호텔은 미국 항공 업계의 전성 시대였던 'Jet Age'와 사리넨 씨의 미드 센츄리적 감각을 중심으로 재단장됐었는데요. 벌써 오픈 3년째이지만 활주로를 마당 삼는 호텔, 바로 여행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무엇보다 이곳은 운영 당시 기존 시설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 역시 호텔이라기 보다 기내 공간을 대폭으로 확장한 듯 건물 전체에 여행의 설렘, 비행하는 비일상의 활기를 남겨 놓았거든요. 그리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어차피 가지 못할 거 빤히 알면서 그냥 알고 싶은 것들. 마치 파란 하늘에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당장이라도 이륙을 할 것 같은 '터미널 호텔.' 아쉬운 여행이 남겨주는 건, 아마 아직 경험하지 못한 또 한 번의 '플라이트'일지 모르겠어요. 매일이 여행을 떠날 것 같은 5월, 그럼 오늘도 시작해볼게요.✈️

🏡 얼마 전 서울에선 궁 안에 구찌가 쇼를 수놓으며 조금은 특별한 밤을 보여주었는데요, 지난 5월 12일과 13일 양일간 도쿄에선 순회하는 컨테포러리 걸쳐와 아트의 축제가 '도쿄도 정원 미술관'에서 개최됐어요. '프라다 모드'는 2008년과 9년 스웨덴 출신의 현대 미술과 칼스 호라 씨가 아트와 컬쳐의 실험을 모토로 프라다와 함께 시작한 'Prada Double Club'이 원형인데요. 음악과 음식,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망라하며 딱 한 번 만의 기회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요. 그리고 독특한 건 매회 장소를 옮겨가며 진행하는데요. 지금까지 미국 마이애미와 홍콩, 런던과 파리, 그리고 상하이와 모스크바 등에서 '프라다 모드'의 진지한 실험의 축제가 열렸어요. 그리고 이번 도쿄에서의 이벤트는 회장이 된 '도쿄도 정원 미술관'의 관장이자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 씨가 큐레이터로 나섰고, 거대한 정원을 살려 메인 파빌리온과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복수의 파빌리온으로 구성, 마치 도쿄의 안뜰에서 아트를, 식을, 그리고 컬쳐를 즐기는 하루를 그려요. 세지마 씨와 같이 SANAA 소속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이와 이시카미 쥰야 씨가 각각 크고 작은 파빌리온 설계를 도왔어요.

더불어 둘의 '랜드 스케이프 아키텍쳐'에 관한 대담이 진행됐고, 전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관장 하세가와 유우코 씨와 세지마 관장은 '이누지마 신비오시스 : 살아남은 섬(犬島シンビオシス：生きられた島)'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요. 이누지마는 세토우치 해안의 인구 절반 이상이 고령층인 약 30가구가 살고있는 작은 섬마을인데요. 그러니까 이 행사 단순히 컬쳐와 아트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삶 위에 두 발 딛고 살아가는 육지의 비젼을 고민하는 자리랄까요. 회장엔 클래식 음악부터 미니멀한 사운드의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이벤트도 열렸고, 차도 체험을 비롯 다양한 워크숍 행사도 진행됐어요. 신록 풍성한 5월, 그건 배움의 계절이기도 했나요. 

☕️ 커피 마실 수 있는 옷집은 이제 별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세상엔 같은 커피가 단 한 잔도 없는 것처럼 다시 한 번 도전을 결심하며 내리는 교토 오가와 커피(小川珈琲)의 커피는 어떤 시간을 만들어 낼까요. 어제 밤 TV 뉴스로도 보도가 되었는데요, 지난 5월 11일 오후 3시 도쿄 긴자 나미키도리(銀座並木通り)에 H&M이 2018년 철수 후 5년만에 돌아왔어요. 관련 소식은 이전 레터에서 짧게 소개를 하기는 했지만, H&M 재팬으로서는 처음으로 숍 내 카페 공간을 꾸렸고, 때는 Mugler와의 콜라보 아이템의 전세계 동시 발매일이기도 해 가게 앞엔 시작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해요. 1층부터 3층까지 전 오프프라이스 브랜드 'Estnation'이 있던 약1300평 자리에 멘즈, 위민즈, 그리고 일본에선 처음으로 홈 콜렉션 H&M HOME을 더하고 한 켠에 'H&M 커피'까지 마련된 셈인데요. 커피 마시는 옷 가게는 '유니클로'가 이미 5년 전 꽃집과 함께 실시했었고, 신쥬쿠 옛 'flags' 빌딩의 '갭' 매장은 초기의 '갭'을 모티브로 문화와 커피와 패션이 뒤섞인 공간이 이미 되어있어요.

다만, 이번 H&M의 커피 마시는 옷집은 코로나 이후 급감한 오프라인 수요를 되돌리려는 시도이기도 하고, 매장 내 체재 시간을 길게 하면서 보다 오프라인의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도 보여요. 그에 더해 인근엔 GAP과 '유니클로'의 만만치 않게 힘을 잔뜩 준 기간점이 위치하거든요. 소위 명품 거리라 불리던 긴자에 저가 가성비 패션의 도전인가요. 'H&M' 재팬 아네타 포크신카(Aneta Pokucinska) 사장은 '긴자는 럭셔리의 이미지가 강한 거리이지만, H&M은 모든 사람들에게 패션을 전한다는 사명을 갖고있어요'라 인사말을 했어요. 평소에 잘 쳐다보지 않으면서 '뮈글러'와의 콜라보에 맘이 솔깃 했거든요, 그런데 '오가와 커피' 1957년 창업한 교토의 그야말로 노포 맛집이에요. 그 한 잔을 단돈 2백엔에 맛볼 수 있는 옷 가게가, 여기 말고 또 있을까요. 오프의 경험이란 늘 단 한 번의 기회를 뜻해요.

📻 그러고보니 왜 여태 없었지 싶으면서도 아 그래서구나 싶은 이야기. 시부야의 여태 건재한 레코드숍 'HMV record shop 시부야'가 지난 5월 11일 매장 빌딩 내 2층에 약 10평 남짓의 작은 갤러리 Bankrobber LABO를 오픈했어요. 근래 코로나를 전후로 공간의 장르별 융합은 새로운 생활 패턴에 발맞추듯 확장되었다 느끼는데요, 갤러리를 겸하는 레코드숍, 있을 법도 싶으면서도 OTT, 스트리밍 시절에 애당초 레코드숍이 얼마자 지속 가능했을까요. 다만, 최근의 시티팝 열풍이랄지 레트로 붐이 일며 오래 전 레코드나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이들이 늘었고, 이는 곧 오프 시장에서의 앨범, 그 잠재된 가능성을 예감하게 하는 일이었잖아요. 노래야 당장 인터넷만 접속하면 들을 수 있지만, 아날로그 추억 가득한 레코드 한장이랄지 다음 면을 듣기 위해서는 테이프도 돌려주어야 하는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은, 역시나 오프 그 어느 구석에 있어요. 실제로 이 매장에선 지난 해 여름 시티팝을 테마로 팝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거든요. 80년대 시티팝 앨범의 재킷을 다수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터 나가이 히로시 씨가 직접 참여, 원화가 전시되기도 하고 나아가 곧 판매도 잘 됐대요.

'패키지 디자인을 보고 구입하는 '재킷 구입'이란 게 오래 전부터 레코드 문화 안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런 걸 보면 레코드와 아트는 친화성이 매우 좋다고 느껴요.' 갤러리를 앞장서 준비한 NEIL & IRAIZA 퍼커션 담당이자 뮤지션 마츠다 가쿠지 씨 는 이번 갤러리 오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요. 그렇게 현재 HMV 시부야 지점에선 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마츠다 씨가 주재하는 하라쥬쿠의 갤러리 'kit gallery'에서 과거 전시됐던 그룹전 'keep in touch 2023'가 자리를 바꿔 다시 진행되고 있어요. 그런데 궁금한 것 한 가지. 갤러리 이름이 왜 Bankrobber LABO인가. 은행 도둑이 갑자기 왜 등장하나 싶은데요, 본래 이 장소는 오래 전 은행으로 쓰였던 곳이에요. 그러니까 금고가 있던 자리에 아트 갤러리를 만든 셈이죠. 마츠다 씨는 '금고가 있던 공간과 아트와 컬쳐를 발신하는 '실험실'을 믹스한다는 생각에서, 금고를 부수는 연구실이란 의미로 지었습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어휘 상으로 오류가 느껴지지만, 장소는 하라쥬쿠. 이런 건 기세인 거겠죠.

🎼 몇 해 전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던 책 제목은 '아침엔 죽음을 생각하자'고 이야기했는데요, 지난 3월 말 세상을 뜬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 씨의 마지막 '플레이리스트'가 지난 5월 15일 공개됐어요. 타이틀이 'funeral.' 그의 소속사가 지난 해 6월부터 조금씩 만들기 시작한 모두 33곡의 플레이리스트, 자신의 장례식에 틀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모은 곡들이 지금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수 있어요. 즉, 장례식 플레이리스트인 셈인데요. 죽음이란 늘 무섭고 두려워 멀리하기 마련이지만, 그와 정면으로 맞서는 그를 향해 나아가던 시간이 길어낸 음악이란 어떤 걸까요. 그만큼 생에 대한 에너지로 가득찬 음악이 또 있을까요. 33곡은 사카모토 씨의 맹우였다고 알려진 알바 노트 씨의 전자 음악으로 시작해 영화 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그리고 에릭 사티와 클로드 드뷔시, 이어서 니뇨 로타와 모리스 라벨(제가 좋아하는 '람프'가 영향을 받는다고 자주 언급하는 브라질 뮤지션),

그리고 요한 세바스찬 바하와 재즈의 전설 빌 에반스까지 클래식과 팝, 재즈를 넘나들어요. 얼핏 가장 멜랑꼴리하고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멜로디. 마지막은 영국의 포스트 전자 음악을 하는 로렐 헤이로가 2020년 발표했던 'breath'로 끝이 나요. 하지만 우린 알고 있지 않나요. 음악에서 그리고 삶에 영원한 마지막은 없다는 거 말이에요. 참고로 플레이리스트가 공개된 5월 15일은 그의 49제이기도 했어요.

🛩 구독자님, 공항에서 터미널에 도착하며 다음은...창 너머 보잉 737이 보이나요. 아니 제가 진짜 여행이 고픈걸까요. 이번엔 공항 터미널이 아닌 오랜 시간 여행객을 실어나르던 인도네시아 항공 회사 '만다라 에어라이언즈' 소유의 보잉 737기가 얼마 전 호화 빌라, 별장으로 새단장을 미치고 영업을 시작했어요. 본 항공기는 기체와 각종 부품의 노화로 10년 전 기나긴 비행의 여정을 마치고 은퇴를 했었는데요, 그를 비행기 마니아로 알려진 기업가 펠릭스 데민 씨가 사들였고, 사용되지 않고있던 즉 날기를 그만둔 비행기를 호텔로 꾸미면서 항공기의 제2의 삶이 시작된 셈이에요. 비행 시간이 길 때 기내 안에서 꾸벅 잠을 잔 적은 많지만, 맘 먹고 묵으러 찾아가는 '비행기 호텔' 어떤가요.  일단 비행기를 호텔로 바꾼다는 생각 자체가 좀 모험식 부추기지 않나요. 먼저 이 계획은 기체를 수리하기 위해 설치에만 일주일 이상이 소요됐고, 모든 파트들을 다 분해한 뒤 현장에서 재조립하며 비행기는 호텔로 변신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주소지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냥냥 해변(Nyang Nyang beach).

창 밖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그야말로 '오션뷰'인데, 이 비행기는 이제야 영원한 착륙을 해낸 걸까요. 다만 기내에 만들어진 객실은 킹 사이즈 베드 룸 2실 뿐이에요. 역시 호텔보다는 별장일까요. 하지만 양 날개 위로는 공중 테라스가 설계되고, 조종석은 원형의 돌 바스텁으로 욕실로 꾸며진 터라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가장 주요한 건 숙박 요금이 하룻밤에 약 7300 달러. 우리 돈으로 1천만원 정도일까요. 아마 이건 호화로운 별장의 탄생보다는 비행기의 환생으로 갖는 값어치의 의미가 더 큰 거겠죠. 비행기에서 청하는 하룻밤은 이미 어딘가를 향하고 있을까요.

🤳🏼 역시나 새로운 것보다 어려운 게 '다른 것'일까요. 지난 2021년 11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스마트폰 BALMUDA Phone을 선언하며 핸드폰 업계에 뛰어든 가전 브랜드 '발뮤다'가 불과 2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지난 5월 12일 핸드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어요. 즉, 핸드폰 사업의 철수 도 패배를 인정한 셈인데요.  아이폰보다 예쁜 스마트폰을 지향하며 출시된 '발뮤다 폰'은 가격은 갤럭시나 아이폰 못지 않게 비싸면서도 자체 어플을 다수 탑재하는 등 다분히 자사 시스템 내의 핸드폰 성격을 가졌거든요. 즉 꽤 폐쇄적이었어요. 이런 거 잘 되면 새로운 히트 상품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뿐이잖아요. 결과는 아마도 후자였던지 후속 모델을 개발중이었음에도 불고하고 '발뮤다의 스마트폰'은 1세대 '발뮤다 폰'으로 끝이 날 예정이에요. 이에 대해 테라오 겐 사장은 '나의 능력 부족이었다'며 '세상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게 있다'는 좀 쓰디쓴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애초 발뮤도의 핸드폰 업계 진출은 스마트폰 업계라는 규모적으로 차원이 다른 필드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테라오 씨의 기대는 애초 이루워지기 어려웠다는 면도 있어요. 현재 이미 판매된 '발뮤다 폰'에 대해서는 핸드폰 대리점을 통해 애프터 서비스랄지 수리 등 각종 케어 서비스는 2026년 9월까지 지속할 거라 예기한 상태에요. 발뮤다라면 디자인의 가전, 일상을 보다 모던하고 즐겁게 하는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한 마디로 기기적인 면에서 규모와 기술에서 실패한 걸까요. 하지만 떄로 실패는 성공보다 커다란 가치를 가져다주니까요.

🌀 국적을 불문하고 무조건 응원하고 축하해주고 싶은 일들이 종종, 있다고 느끼는데요. 잡지를 만들기 시작해 10년, 이 역시 그 중 하나일 거라 느껴요. 대만의 오리지널 디자인 매거진 'Brand'가 지난 주 창간 10주년을 맞아 자사 첫 대대적 전시를 갖고 있어요. 이 매거진은 2001년 디자인 전문 매체를 지향하며 전세계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 '디자인과 일상'에 대해 탐구, 전해왔는데요. 10년간 66개의 테마를 발견 1010명의 글로벌 디자이너와 협업 및 인터뷰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서는 일본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노리타케 씨와 함께 전시 전체의 비쥬얼을 제작했어요. 노리타케 씨라면 잡지 '브루타스'나 '뽀빠이'로 우리에겐 가장 익숙하고 근래엔 관련 궂즈도 인기에 팔리는 작가 중 한 명이잖아요. 개인적으로 나가바 유 씨보다 깊이가 있다고도 느끼는데요. 이번 전시회장의 공간을 설계한 방식 또한 '크리에이티브'해요. 먼저 기존 잡지의 커버 중 하나를 투표로 결정 AI 소프트웨어를 활용 3차원의 공간으로 확대 변주하고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흰색 벌집 골판지와 핀란드製 통나무를 주로 이용했어요. 그래서 둥글둥글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둥르거운 노리타케 씨의 캐리터도 거대해졌는데요. 매거진 편집자는 투표로 결정된 잡지의 테마인 Make from hobby 그대로 관람객이 직접 이 공간에 입장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해요. 말하자면 단 한 순간 '잡지를 살아보는 일일까요.' 판형이 꼭 매거진B랑 같아 더 친근하게도 느껴지는 'Brand'의 10주년. 잡지는 이미 너와 나를 넘어 살아가고 있어요.

😂 귀여운 동그라미 또 하나 보고 갈까요. 지난 4월 18일부터 무려 6개월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근 반세기의 이미지, 조형과 그림 사진과 영상을 아울러 그 안에 담긴 관계와 텍스트를 읽어내는 대규모 전시 '콜렉션展 1 그건 알고있어 : 형태가 정신이 될 때'가 열리고 있어요. 전시를 기획하는 아이디어는 다종다양하지만, 이번 전시는 모든 예술, 작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 그리고 형태에 착안해 아트는 물론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관계하고 작용하는 모든 색과 형태가 갖춰진 것들에 대한 고찰을 제안해요. 큐레이터를 맡은 건 근래 쿠사마 야요이 씨의 전시를 다수 기획한 쿠로사와 세이하 씨. 그는 '형태라는 건 눈에 보이는 조형적인 것 만이 아닌, 꿈이나 무의식, 사회 시스템 등도 포함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반면 '정신'이란 건 인류학자이자  사회학 대가 그레고리 페이트슨 씨의 개념에 기반하고 있어요.  '형태와 형태의 상호 관계와 각각의 패턴을 잇는 커다란 네트워크로서의 '精神 Mind'이 있다.'는 말. 좀 어렵게 들리기도 하지만,

즉 여기서의 정신이란 육체와의 반대말이 아닌, 그를 아우르는 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전시에선 1960년대부터 2023년 오늘까지 회화, 입체, 사진, 영상, 설치 작품 등 다수의 미디어 콜렉션 작품과, 본 전시에  맞춰 초대한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구성이 되었어요. 테마 별로 나뉜 전시실을 둘러보면 '서로 이어주는 패턴(つながり合うパターン)', '혜성적 이음매(惑星的な結びつき)', '의미의 관계성(意味の関係性)'과 '유령의 형태/형태의 유령', '서로 관계하는(関わり合い)', 그리고 '열과 중력', '울고 웃는 지성' 등으로 마련되어 있어요. 즉 단 하나의 작품이지만 그와 관계하는 것들에 대해 사고한달까요. 말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홍상수 영화 '당신과 당신 자신의 것'처럼 말이에요.  더불어 본 전시는 규모가 큰 만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들도 다수 있어요. 이번 전시 타이틀의 시작이 된 브라질 출신 작가의 '동물 시리즈'는 문을 벽에 고정하는 '경첩(蝶番, hinge)'로 이어진 복수의 금속 판을 자유롭게 조립하며 무수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전시하는데요.

이는 타자와의 관계성이 창의력에 의해 얼마든지 유기적으로 변형, 구축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해요. 브라질의 대표적인 참가형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실천 미술이고, 이 외에도  일본의 사진 작가 카와우치  린코 씨는 영상 작품 《M/E》와 사진을 랜덤하게 뒤섞어 Mother Earth」(ME)와 나 자신自分自身(ME) 사이의 관계를 되짚어봐요. 전시장을 가득 채운 너와 나와 그와 그들, 그리고 그 외 모든 것과의 관계성.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 어떨까요.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어요. 건축 만으로도('플리츠커' 수상자 세지마 카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이의 SANAA 작품이에요) 다녀올 가치가 충분하거든요.

🥯 도쿄에 가는 이유는 수 백 가지가 넘을 것 같지만, 유독 빵에 반했던 경험 있지 않나요. 저는 오래 전 혼자 도쿄 살기를 하면서 '야마자키' 식빵을 만났던 그 경험을 잊을 수 없어요. 식빵에서 기대할 수 없는 식감과 촉감과 말랑말랑 푹신푹신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 고작 슈퍼 빵 안에 잔뜩 들어있었거든요. 그리고 아마 다음 주 도쿄에 간다면 놓칠 수 없지 않을까요. 요즘 운영의 리뉴얼을 통해 다시금 경영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이세탄 신쥬쿠'가 이름도 빵을 그대로 가져와 '빵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빵의 제전 'ISEPAN！2023'을 오는 5월 24일부터 28일까지 단 5일간 열어요. 일본의 맛있는 빵은 총집합하는 그림인데요, 백화점이 매년 실시하는 구르메 이벤트의 일환이고, 올해는 '이어지다(つながる)'를 테마로 삼았어요. 즉, 각지의 인기 베이커리, 레스토랑의 빵들을 모아 '잇고', 빵 좋아하는 사람들을 '잇고', 빵과 사람을 '잇는다'랄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잇다'가 있어요. 바로 스승과 제자를 잇는 '브랑제리와 파티시에의 콜라보 한정 빵이 이번 행사 중 판매되는데요.

빵 세계 대회인 '몽디아르 듀 팡'의 일본 대표로 활약했던 '브랑쥬리 파리고(parigot)'의 아베 류조우와 그의 스승이었던 프랑스 국가 최우수 장인에게만 주어지는 훈장 M.O.F. 수여자인 티에리 무니에의  합작 빵이 공개돼요.  '고구마와 베이컨과 에스카르코 버터(파슬리와 마늘을 뒤섞어 만든 버터를 말해요)의 카스-쿠르트(Casse-Croute, 프랑스에서 조식으로 먹는 가벼운 빵류를 말해요)'와 바삭한 크롸상 기지를 이용한 '커스터드 크림 다노우즈(danoise)'이 공개되는데요. 일본 빵집의 난제라면 늘 원어 그대로 옮겨 쓴 카타카나 읽어내기이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빵 부심 돋지 않나요.  보다 캐쥬얼하게 디저트 빵으로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좋은 다이칸야마 T-SITE '프릿치(プリンチ)의 '퀴니앙 피스타치오'나 세타가야의 인기 빵집 '브란쥬리 드 디지루'의 카눌레 모양의 버터 데니쉬 '바누레(버터 더하기 카눌렌가요?)' 등 밥을 먹고 남겨둔 빵배를 위한 라인업도 가득이에요. 일본을 갈까말까, 도쿄를 가 말아? 고민을 할 때 의외로 유효한 게 별 거 아닌 이유로 떠나보는 여행. 개인적으로 정말 그렇게 믿거든요. 빵 먹으러 떠난 도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야말로 아무도 알 수가 없거든요.

구독자님, 혼자가 되어본다는 것, 대체 뭘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혼자란 감각을 좋아해 대부분 카페도, 영화도 밥도 혼자 먹거나 보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나 카페에 있으면 혼자란 결코 나 홀로의 상태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느끼게 되기도 해요. 고로 너로 인해 비로소 혼자가 되는 나를 발견한달까요. 그런데! 지난 주 이사를 하면서 다시 혼자가, 물리적 의미에서의 그 1인이 되고부터 좀 이상한 기분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요. 함께일 땐 그저 방해거나 성가심, 소음이거나 불편이라 느꼈던 것들이 조금씩 거리를 달리하며 내 안에서 정확히 나란 자리나 공간 내에서 빠져나간 기분이 들거든요. 마치 그게 곧 나의 것이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제가 요즘 계속 이야기하는 홍상수의 29번째 영화 '물 안에서'를 좀 가져오면 '혼자 이전의 혼자' 진정한 혼자, 즉 더이상 혼자일 수 없는 혼자란 대체, 무엇인 걸까요.

오늘은 의도치 않게 여행가는 느낌의 레터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 역시 혼자서의 여행을 즐기는 저이지만, 과연 그게 정말 혼자의 여행이었을까요. 오는 5월 22일은 명왕성이 27년만에 다시 산양좌로 자리를 옮겨 머무른다고 하는, 즉 새로운 달의 시작🪐이라 하던데요. 저는 지금 혼자가 되기 위해 혼자가 되어본 걸까요, 혼자가 아니라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요. 머무름을 위해 기나긴 여정을 마친 명왕성의 별빛처럼 시작의 끝엔 마지막이 있고, 진짜 혼자를 우린 아직 만나본 적이 없어요. 그건 늘 함께가 되었을 때 비로소 떠오르고, 그렇게 늘 도망을 가니까요. 그렇게 우리, '함께'인가요. 그럼 또 보아요.

📫 오는 화요일 5월 23일에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110호가 발행됩니다.

📬 아래는, 현재 '모두 공개'중인 레터들이에요_위 두 개의 레터는 첫 모두 공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레터는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열어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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