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하는 건축 : 전쟁의 복판에서 건축을 생각하다

🪵 벽부터 바닥, 천장과 계단 건물 구석구석 모든 걸 '나무', 나무로만 만드는 초고층 빌딩. 이건 어제로의 회귀일까요, 미래로의 도약일까요. 목조 건축이란 근대 이전, 콘크리트나 철근이 아닌 나무에 의지해 주거 환경을 꾸렸던 옛날 이야기'의 주거 인프라일텐데요. 근래, 특히나 코로나 이후 목조 건물이 점점 많아지는 분위기에요. 국내에서도 그와 관련한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얼마 전 4월 20일, 일본 요코하마에선 일본 내 최초 '순純목조' 고층 빌딩 'Port Plus'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지상의 기둥이나 대들보 등 건물의 틀을 잡아주는 부분은 물론 모두 다 목재 만을 사용해 지은 빌딩이고, 내부는 쓰고 남은, 재단 후 자연스레 생긴 나머지 목재들을 적극 활용하며 탄소 절감에 특별히 신경을 썼어요.

근래의 목조 건축이란, 저희 레터 단골 손님 쿠마 켄고 씨를 포함 철근과의 하이브리드, CLT가 다수를 이루지만, 이번 'Port Plus'는 말 그대로 완전한 목조 건축. 가장 염려되는 화재와 관련해서는 '불에 대응하는 '인화층(耐火層)'과 일종의 맞불 역할을 하는 '타버리는 층(燃えしろ層)'을 나누어 설계하는 자사 개발 기술 '오메가 우드(耐火)'를 적용, 화재 시 2~3시간까지 버텨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하는데요. 기술 개발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목조 건축, 그렇게 세상은 어쩌면 돌고 도는 걸까요. 

 🙋 지금, 우크라이나라는 질문 

🕊️ 아직도 진행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빨리 진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인데요, 이럴 때 역사는 때때로 영웅같은 인물을 배출하기도 했어요. 🤴바로 우크라이나 6대 대통령 젤렌스키 씨 이야기인데요. 풀네임은 워로디미르 젤렌스키 씨는 본래 코미디언이란 이력 덕에 더욱 주목도가 높아졌죠. 더구나 인구도, 경제력도 몇 배는 더 강국인 러시아에 맞서 조금도 굽힘업이 맞서는 모습에 자국은 물론 세계 국민들까지 존경하게 했는데요. 그런 배경 때문인지 '넷플릭스'에서 그의 히트작 '국민인 나(国民の僕)'가 일본에선 1~3시즌 모두 공개됐어요. 묘하게도 스토리가 그야말로 젤렌스키 씨의 인생 스토리 그대로,

한 고등학교의 평범한 역사 선생님이 정부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SNS상에 올린 게 화제가 되면, 그대로 바로 선거에 출마, 대통령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그리거든요. 2015년부터 19년까지 무려 5년에 걸쳐 우크라이나 방송국 '1+1'에서 방영되며 가장 인기있는 국민 정치 풍자극으로 이름을 알렸어요. 그리고 그 무렵 젤렌스키 씨는 드라마 제목을 그대로 따와 '국민인 나'란 정당을 해당 드라마를 제작했던 제작사 '제95 지구(第95街区)'와 함께 창설하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코미디가, 픽션이 곧 현실, 정치가 된, 참 믿기 힘든 케이스에요. 당시 선거에서 젤렌스키 씨는 현직인..를 압승으로 이겼다고 하거든요. 코미디도 현실이 되어버리는 시절, 지금의 전쟁도 코미디였으면 어떨까요.

지금 우크라이나는 오랜 빌딩들이 무너지고, 폭발되고, 곳곳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는데, 그곳에 내일은 어떻게 찾아올까요. 때로는 픽션이 참 필요한 시대가 있어요. 오늘의 주제, '전쟁의 한복판에서, 건축을 다시 생각하다'에요. 👷‍♂️ 

 🧑🏿‍🤝‍🧑🏻전쟁통에 태어나는, 포기하지 않는 건축 

TV를 켜면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특히나 이번 전쟁은 SNS를 중심으로 한 개인 미디어가 활발히 작동하며, 전과 다른 형태로 전쟁을 알리는 케이스가 늘었다 느끼는데요, 그럼에도 전쟁 한복판에서, 그럼에도 살고있는 마을의 일상은 어떨까요. 고향을 떠나 피난지에서, 혹은 떠날 수 없는 사정으로 위험에 맞서 살아가는 전쟁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요. 전쟁이 시작하고,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리비우를 거점으로 건설 설계를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replus bureau(리플러스 뷰로)'는 자사 인스타그램에 전과 달리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을 건축의 시점에서 알리는 글을 게시하고 있는데요.

가령, '출입구가 한 곳인 곳에서 지하실은 함정이 될 수 있다. 피해가 적다고 해도 갇혀버릴 위험이 크다'랄지, '유리창 안쪽에 테이프를 붙여 놓으면 총격에 깨졌을 때 파편이 내부로 튀는 걸 줄여준다. 외부의 보행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밖에도 해놓는다면 좋아요.'랄지. 부서지고 무너져내리는 건축 안에서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생존의 조건들을, 가급적 알기 쉽게 안내하는데요. 본래 '리플러스 뷰로'는 오랜 공장을 개수한 오피스,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의 클럽, 모던한 인테리어로 인기가 좋은 주택 등을 만들고, 그렇게 화사한 사진들을 인스타에 올려왔거든요. 그런데 전쟁 이후, 건축이란, 인테리어는 오직 생존을 위한 제1 조건이 되어버렸어요. 우크라이나에선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강화 유리를 쓰는 건물이 매우 적다고 하거든요.

삶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올린 집들이 돌연 일상을 해치는 무기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의 상황. 건축은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요. 그저 전쟁이 나쁜 걸까요. '리플러스 뷰로'의 인스타 글 중엔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요. '승리한 후, 건축가에겐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저 쿨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어쩌면 그건 그저 또 하나의 건축을 쌓는 일일지 몰라요. 실제 '리플러스 뷰로'를 비롯 우크라이나의 몇몇 건설 업체는 피난민들을 위한 임시 대피소를 긴급 제작, 서비스하고 있고, 군사용 정부 시설을 피난민들의 스포츠 센터와 오피스로 개수한 시설은 지난 3월말 기준 5곳까지 완성됐어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에서 활동하는 건축 사무소 balbek bureau 역시 최대 132명이 수용 가능한 어린이 스포츠 스쿨을 전쟁 와중에 개소했는데요.

결코 반갑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전쟁과 함께해온 역사. 총성이 빗발치는 날들도 우리 일상이라 한다면, 그곳에 태어나는 건축 또한 우리 일상의 보금자리일 거에요. 'balbek bureau'의 CEO이자 건축가 Slava Balbek 씨는 전쟁 중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피난 장소를 제공하는 '모듈 빌리지'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 전쟁과 건축, 어쩌면 '사랑과 전쟁'같은 

'4월 8일 기준으로 모두 8천 채의 아파트를 포함 1만 4천 곳의 주택이 완전 파괴되었다. 3200 동의 아파트를 포함해 7만 2천 곳의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 4월 11일 시점으로 주택의 피해, 건물의 손실의 보상에 관한 문의는 6만 6천 건에 이른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지역 개발 수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구 수장 올렉시 체르니쇼 씨와 미하일 페도로프 씨는 각각 이와 같은 '비보'를 전했어요. 전쟁이 터지면 뉴스는 연일 침공의 참혹한 상황을 전하는 뉴스가 이어지지만,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유명인들의 기부 소식이 전해지지만, 정작 그렇게 그곳에 살아가는, 전쟁의 폭격 속에 그럼에도 지속되는 현실은 다소 소외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TV 뉴스를 보다 저희 엄마가 '저거 다시 다 만들려면 얼마나 걸리니'란 말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하루 아침에 무너진 일상의 터전을, 우린 다시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요.

러시아의 침공이 있고, 세계의 유수 건축 사무소들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놓았는데요. 네덜란드의 대표 건축가 램 콜하스가 설립한 OMA, 암스테르담 실로담 복합 주택으로 주거의 새로운 양식을 펴낸 MVRDV, 얼마 전 청담동에 '송은 문화 재단' 신사옥을 설계하기도 한 건축계 유명 스타 Herzog & de Meuron 등 러시아에 다수 작업을 했거나 현재 진행중인 건축 사무소들이 모두 진행중인 러시아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한다는 발표와 함께 건축사를 그야말로 부수고 있는 러시아의 행태를 비판했어요. 러시아에는 세계적으로 건축의 유산이라 불리는 건축도 많잖아요. 심지어 건축적으로 러시아에 뿌리를 두고있는 자하 하디드 또한 진행중인 두 개의 프로젝트를 보류 상태로, 다른 작업과 관해서는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는데요. 인류 문명을 단숨에 파괴해버리고 마는 전쟁, 그건 곧 건축에 있어도 '전쟁'과 같은 상황일 거에요.

그리고 참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도 이에 동참, 모두 6500명에 달하는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는 공개 서간에 서명, 러시아의 건축 잡지 '프로젝트 러시아(проект россия)'에 그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전쟁을 벌이는 건 새삼 누구인가요. 2월 24일 공개된 서간에서 이들은 '우리 러시아 건축가와 도시 개발가들은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공을 용인할 수 없다. 폭력적인 정쟁은 즉시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며, 국적을 떠나 건축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웅변했어요. "이웃 나라로부터의 존경은 무력이나 파괴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나라, 우리 집보다 좋게하는 것에 의해 비로소 얻어질 수 있다. 건축가란 생활 활동의 본질인 일상의 안전과 충실감,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있다."

러시아에 대한 비난 보다 건축의 가치를 지키는 말처럼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같은 날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배포할 시 최장 15년의 금고형을 과하는 법을 개정, 의회가 가결시켜버렸어요. 그렇게 3월 7일, 서간이 게재되었던 웹 페이지에서 문장들은 모두 삭제, '유감스럽게도 오늘부로 시행되는 새로운 법률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을 우려가 염려되어, 편지글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평화를 기원합니다'란 말로 대체되었는데요. 어쩌면 이런 게 전쟁이 가져다주는 보다 무서운 폐해 아닐까요.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에선 balbek bureau의 '모듈 빌리지' aka Re:Ukraina를 비롯 피난 생활을 지원하는 다수의 '가설 주택' 프로젝트가 재빨리 움직이고 있고,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건, 어쩌면 건축이 유일할지 모르겠어요.

 🏡 '당장 오늘'의 건축을 짓다 

전쟁이 가져오는 일상의 피해란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당장 살 곳을 잃어버린 상실 그만한 게 있을까요. 'UN 난민 고등 변무관 사무소(UNHCR)'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선 4백만 명 넘는 이들이 피난민이 되어 모국인 우크라이나를 떠나게 됐어요. 그에 더해 떠나지 못한, 자국에 남은 피난민 또한 65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건 곧 삶의 터전, '집'을 잃어버린 이들의 숫자가 이렇게나 많다는 이야기일 거에요. 그래서 Balbek Bureau의 CEO 슬라바 바르벡 씨는 키에프 외곽에 132명까지 수용 가능한 시설을 만들며 '마을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렇게 출범한 게 '모듈 빌리지' RE:UKRAINE란 이름까지 붙은 '우크라이나를 다시 우크라이나'의 프로젝트에요.

무엇보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사람이 존엄 있는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바르벡 씨는 강조하는데요, 피난 시설의 풍경이란 텐트로 대신하는 잠자리랄지, 가설 콘테이너 박스, 그리고 수 십, 수 백 명이 한 공간에 가림막 하나 없이 혼재하는 일상을 잃은 피난소에 다름 아니곤 하잖아요 하지만, 바르벡 씨는 피난소가 그저 피난을 하기위한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니까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단순히 자리를 마련하거나 물자를 공급하는 게 결코 충족의 조건이 아님을 역설하는 이야기인데요. 당연한 사실이지만 전쟁이란 비상시에 우린 그런 가장 기본의 삶의 조건을 잘 돌아보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아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프라이버시는 그저 사치처럼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전쟁의 이후, 혹은 자연 재해로 피해를 받은 지역의 '복구'란 결코 수 일에 끝나는 일이 아니고, 길면 몇 해를 넘기기도 하고, 그렇다면 '그 후'을 우린 보다 건축의 자리에서 내일을 준비하듯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바르벡 씨는 '피난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의 풍부함'이라 이야기해요. 그리고 그건 곧 '모듈 하우스'인데요.

입수 가능한 다양한 자원을 염두해두고 신속히 실행할 수 있는 바탕을 먼저 구축한 뒤, 변화에 맞게 재빨리 응대하는 것. 저희 레터에서 이야기한 쿠마 켄고의 '모바일 하우스'가 떠올랐는데요, 변화의 여지를 남겨두며(설계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수용하는 건축. 바르벡 씨의 피난 시설이 '모듈'을 기본 구조로 택한 건 바로 그 불확실성을 고려했기 때문이에요. "가령 옵션 1에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옵션 2로 바꾸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모듈 내부는 침실, 키친, 욕실, 공용 레크레이션 에리어 등 다양한 용도에 따라 변경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나아가 각 모듈을 복수 조합해 욕실, 공동 키친, 이주자간 교류 공간 등을 생활을 위한 기본 기능을 갖춘 '이주구'가 만들어질 수 도 있어요."

그를 확대하면 녹지와 놀이터가 더해진 주택지가 형성될 수도 있는 그림인데요. 바르벡 씨는 '현재의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옵션 그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해요. 근래의 화두가 되어버린 '불확실성', 그 전형은 어쩌면 '전쟁'이었던 걸까요. 빨리 끝나주기 만을 바라게 되는 전쟁, 어서 이전으로 돌아가고만 싶은 소망.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이란 언제가 마지막인지 우린 알 수 없고, 분명한 건 그 기다리는 시간 또한 우리의 일상, 결코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란 사실이에요. 현재 '모듈 하우스'는 알루미늄과 단열재를 기본으로 모두 3종으로 개발중. 하지만 바르벡 씨는 그보다, '소재는 20년도 30년도 버티겠지만, 3년 안에 집과 마을이 재건되어 사람들이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해요. 하루 빨리 이별이 다가오길 기다리며 짓는 건축, 이만큼 애절함의 자리가 또 있을까요.

 🪑 피난소의 프라이버시, '개인실'을 만들다 

끝나지 않는 전쟁과 늘어나는 피난민. 그렇게 우크라이나 내, 그리고 인근 유럽 지역엔 집을 잃은 사람들을 맞아주는 피난소가 다수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그건 각국의 사정, 행정 법이랄지 여러 여건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기도 해요. 가령 우크라이나 난민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폴란드는 건축가 반 시게루가 피난 시설을 위해 활용한 종이를 '불가연 물질'로 구분하며 반입 조건을 까다롭게 한 반면, 프랑스의 경우 일견 피난소라기 보다 잘 갖춰진 휴양 시설로 착각할 정도로, 삶의 '감정적 환경 요건', 일상 생활과 별 다를 바 없는 주거의 조건을 두루 갖췄어요. 먼저 실내는 반소매를 입고 지내도 무방할 정도로 온도가 알맞게 조절되고, 아이들을 위한 간식 코너나 놀이 용품을 설치한 구역,

그에 더해 공간 곳곳엔 어른 키 높이만한 나무와 키 작은 꽃과 식물들이 교대로 배치되어 있어, 외딴 곳에 피난 와 갇혀 지낸다는 종래의 피난 생활 이미지를 크게 벗어났는데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삶의 환경이란 때를 망라하고 충족되어야 하는 기본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잖아요. 프랑스 시는 파리 10구와 12구에 설치된 체육관을 개조한 피난소에 대해 '체재하는 사람들의 존엄을 지키고, 조용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해요. 그렇게 이곳은 여느 파리의 공공 시설과, 곳곳에 키릴 어의 안내문이 붙어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 다를 게 없어요. 그리고 그곳의 '베드 스페이스'를 만든 게 반 시게루의 PPS(Paper Partition System)'인데요, 반 씨는 "피난민이라고 해도, 우리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에요"라고, 피난소 역시 엄연히 주거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해요. 

PPS, 종이 파티션 시스템을 칭하는 이 기술은 반 시게루가 2014년 르완다 민족 분쟁으로 난민이 발생한 뒤 이를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의 피해 지역들을 쫓으며 고안해낸 피난 시설 제작 방식인데요. 모두 4개의 종이 관과 대들보를 활용, 2m2m의 공간을 만들고, 대들보에 천을 걸어 주위로부터 독립된 환경을 조성하는 식인데요. 마치 커튼처럼, 바깥, 그리고 다른 유닛과 연결되고 분리될 수 있는 구조에요. 2016년 일본 '굿 디자인상'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많은 재해 지역에서 이재민들의 거처가 되어주었는데요. 최근, 코로나 이후엔 항·바이러스 효과를 더한 소재의 천을 사용한 Paper Partition System with Aerotechno, PPSA가 만들어져 지난 2020년 7월 후쿠오카 폭우가 쏟아져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피난소의 3밀 억제와 감염 방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어요. 그러니까 포스트 코로나 시절에도 적용 가능한 피난 시설이랄까요.

현재 이 PPS는 우크라이나 리비아 내 2곳, 그리고 슬로바키아에 설치되었는데요, 이후엔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의 피난소에도 쓰여질 예정이에요. 조금 과장해 재해가 일상인 일본에서 시작된 피난 하는 시절의 '종이로 만든 집.' 무엇보다 종이라는 만들기도 이용하기도 간편한 재료로 다양한 용도에 맞춰 조립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전쟁이나 재해가 아닌 코로나 이후 다방면의 밀접한 환경에도 적용 가능할 것 같은데요. 제작에 참여한 이시카와 현의 '코마츠 머티리얼(小松マテーレ)'은 '도서관이나 담화실과 같은 공용 스페이스에 있어 3밀에 대한 대책으로 확장 가능한 모델'이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전쟁이 끝나면, 다시 일상이 그곳에 돌아오면, 종이로 만든 이 집에서의 하루는 조금은 추억이 되어줄까요. 

 🛖 코로나·전쟁에 맞설 '우드 쇼크'의 주택을 지어라 

구독자님, 전쟁은 우리와 얼마나 멀고 또 가까운 이야기일까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이후 급등하기 시작한 기름값이랄지, 밀과 각종 곡식의 가격 인상 등,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데요. 그렇다면 건축과 전쟁은 얼마나 상호 작용하는 관계일까요. 일견 별 상관 없이 느껴지는 전쟁 이후 건축이지만, 이미 진행중이던 건축 프로젝트들은 정치적 이유로, 혹은 물자 수급의 문제가 생기는 등, 중단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건 곧 우리 가정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최근 일본에선 '오일 쇼크'가 아닌 우크라이나 발 '우드 쇼크'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이는 코로나 이후 상황이 조금씩 진전되며 미국 내 주택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 큰데요, 러시아는 전세계 산림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임업 대국.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요소수가, 동남 아시아의 팜유 물량 조절 정책으로 식용유값이 돌연 급등했던 것처럼, 목재 역시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요. 일본에선 이미 그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진행형이고, 러시아 발 '2차 우드 쇼크'라 불리는 영향 속에 스기는 8월 이후 1m당 6만엔이던 게 어느새 8만엔 대. 내려올 줄을 몰라요. 그에 더해 일본에선 지진에 강하다는 이점 탓에 주택의 8~90%는 러시아 산 합판을 사용하거든요. 그렇게 현재 이미 진행중이던 공사 현장도 멈추는 일이 벌어지는,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어요. 전쟁으로 집을 잃고 피난처에 모여 어쩔 수 없이 생활하는 거,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걸까요.

심지어 알루미늄도, 니켈도, 시멘트도, 주택 건축에 사용되는 요소요소 재료들이 러시아에 기대는 부분이 압도적이에요. 그래서 주택 건설 업체 '후지 솔라 하우스'의 오오사와 마사하루 대표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로 인한 영향은 최종적으로 결국 모두 집에 집중되고 있는 형세'라고 이야기했는데요, 근래 가장 우리 일상을 뒤흔들어버린 코로나, 그리고 전쟁이 '우리 집'을 위협하고 있다는 거, 무언가 좀 상징적이지 않나요. 어쩌면 세상 그 어떤 '남의 일'도 나와 우리와 관계없는 건 없다는, 어떻게든 관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부동산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도쿄 칸테이'의 이데 타케시 상임 연구원은 '지금은 신축이 아닌 중고 물건(物件)의 가능성을 확보할 때'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요즘 가장 바쁜 건축가 쿠마 켄고가 했던 말은 '리노베이션이 곧 건축'이다. 어쩌면 지금은 '집의 소유, 혹은 거주 방식'을 재편할 핀치 아닌 기회가 아닐까요. 전쟁은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고, 물가는 그만 좀 멈춰줬으면 좋겠고, 구독자님, 오늘 집에서 무엇 하나요. 집값 문제는 보다 삶의 자리에서 고민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는 금요일, 5월 27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46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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