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7월 1주차 #102

구독자님, 햇빛은 본래 맘을 환히 밝히고 금방이라도 나가 산책하고 싶어지고 괜시리 커피 한잔 사들고  공원을 걷고싶게 하는, 그런 거 아니었을까요. 요즘은 더워도 너무 더운지라 그늘만 찾게되지만, 빛이라는 건 애당초 삶의 구석구석, 찌뿌린 기분마져 일으켜 세우는 무조건적 밝음의 세계에 있어요. 오는 7월 12일부터 10월 2일까지 도쿄 록뽄기의 '국립미술관'에서는 바로 이런 '빛'에 주목, 영국의 테이트 뮤지엄과 협력해 '테이트 미술관전 빛-터너, 인상파부터 현대까지'가 열려요. 타이틀 그대로 '테이트 뮤지엄'의 소장 작품 중 '빛에 관한 것들을 추린 전시이데요. 타이틀에 이름을 가져올 만큼 터너를 중심으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을 사로잡은 빛의 세계 12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에요. 즉, 요세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나, 제임스 탈레루, 그리고 게르하르트 리히터 눈에 비친 빛과 그를 작품으로 표현한 방식을 감상하는 기회가 되어주는데요, 빛이라는 건 그게 자연의 것이든 인공의 것이든 무언가에 비치며 혹은 우리 눈에 포착되면서 인식되는 존재이기도 하잖아요.

전시는 '자연의 빛'과 '실내의 빛' 그리고 '색과 빛' 등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 각각의 작품, 그리고 예술가들의 빛에 의한 관계의 감상을 도와요. 가령, 터너의 작품 속엔 빛은 어느새 주변 풍경에 녹아 황홀한 저녁놀이 되어있고, 오히려 모네의 그림 속엔 빛이 더 주인공이 되어 주변 환경과 반응하며 오직 그곳에만 존재했을 것 같은 반짝임을 드러내요. 더불어 바우하우스 시절의 사진집과 올라퍼 엘리아슨,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현대 아티스트들의 빛을 작품도 함께 전시되는데요. 요즘같이 더운 한국 땅을 터너가 그려낸다면, 그건 바닥에 떨어져 익어버린 계란의 저녁 노을같은 게 될까요. 좀 어처구니 없는 얘기가 되어버렸는데요, 결코 더위 먹어서는 아니에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전시는 올 10월 이후 오사카의 '나카노지마 뮤지엄(中之島美術館)'에서도 이어져요.

👙 바다 찾아 해수욕 즐길 틈도 없이 찌는 듯한 더위,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름 우린 어쩌면 좀 더 가까이의 물놀이가 필요할까요. 코로나 직후부터 호텔의 옥상 루프트탑을 활용 도심 속 물놀이를 진행하는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내의 호텔 '시퀀스 호텔(sequence hotel)' 최상층 레스토랑 SOAK가 올해도 또 한 번의 물 안에서의 여름 한 철을 제안해요. '시퀀스 호텔'은 미츠이 부동산이 건설, 운영하고 'Wired cafe'로 유명한 'Cafe Company'가 인테리어 설계를 한 곳인데요, '밀레니얼 호텔'을 추구하며 다양한 가격대에 더불어 형태의 객실을 제공하는 걸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아요. 그리고 'SOAK'는 호텔 꼭대기의 완전 예약체 레스토랑 & 바이지만, 2021년부터 기획한 여름 이벤트 '물의 오아시스 -OYU-'는 호텔 건물 내에서 유일하게 예약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 곳곳이 실내 수영장처럼 꾸며졌고, 수영복을 입은 채 식사를 하거나 밤에는 바 오리지널 레시피의 칵테일을 즐길 수도 있어요. 이곳의 최상층이라면 17층쯤 되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시티뷰는 또 얼마나 시원할까요.

'소크'는 이번 이벤트에 맞춰 마치 호텔처럼 4인까지 이용 가능한 샴페인 1병 포함 플랜도 마련했는데요, 1박이 좀 부담된다면,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어른의 여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시부야 한복판에서 수영복 입고 즐기는 오후, 이런 짜릿함은 덤일까요. 도심에서의 전망이라는 건, 복잡·다난한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봄에 있거든요.

🥁 구독자님, 너무 덥고 습하고 폭우가 빈번하게 쏟아붓고 있어 이 여름 당장 떄려치고 싶은 맘이 들기도 하지만, 여름 곧 '페스의 계절' 아니었던가요. 하지만 대부분의 록 페스티벌, 도심 외곽 먼 지역에서 개최되는지라 최소 1박은 각오해야 하는 진입의 난관이 있는데요, 올해 26회를 맞는 일본의 대표 록 페스티벌 'FUJI ROCK FESTIVAL'이 그와 같은 안타까움을 해소할 수 있는 '프리 이벤트', 사전 페스티벌 형식으로 '후지록 2023'의 축약 버전과도 같은 기간을 오는 7월 8일(이번 주말이네요)부터 17일까지, 약 10일간 도쿄, 그것도 최근 새로 오픈한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서 진행해요. '후지록'은 이후 매년 니가타현 유자와마치(湯沢町)에서 열리는데요. 도쿄에서 간다고 하면 신칸센을 타고 3~4시간, 한국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근처 나가노 인근에 호텔을 잡고 기타 교통편까지 웬만한 여행 준비 버금가는 일들이 벅찰 따름이에요. 하지만 그게 도쿄라면, 그 만큼의 수고스러움은 생략할 수 있겠죠. 무엇보다 이제 갓 생긴 복합 상업 시설에서의 록페가 생소하고 신선한데요, 이번 도쿄 중심에서의 '후지록'은 야에스 지역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과 도쿄 미드타운이 공간 매니지먼트 계획을 구체화하며 실현되었다고 해요.

사실 새로운 빌딩이나 건축을 만들어도 그 쓸모를 찾아가는 일이란, 일정 정도의 세월을 필요로 하는 일이잖아요. '미드타운 야에스'는 '자연과 음악의 공생(自然と音楽の共生)'이란 '후지록'의 이념에 공감했다며, 이는 '미드타운 야에스'가 추진하는 '탈탄소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가치 제공의 장'과 맞물린다 설명했어요. 빌딩 내 1층의 '갈리레아' 구역에서는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공연이나 푸드, 그리고 워크숍 등이 열리고, 2층의 '야에스 퍼블릭' 광장에는 '후지록'과 연이 있는 DJ들이 출동해 이벤트를 열거나, 각종 브랜드의 팝업 숍이 운영될 예정이에요. 본 페스티벌에 2주 정도 앞서 진행되는 '프리 후지록', 그만큼 해외 탑 아티스트의 헤드라이너 등장은 예정에 없는데요, 이건 좀 복합 상업 시설의 콘텐츠 외연 확장처럼 보이지 않나요. 더구나 이곳은 '후지록' 회장, 스키장으로 출발하는 신칸센 열차를 타는 터미널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거든요.

🏞️ 며칠 전부터 국내에서도 보도되고 있는 도쿄 최고 높이 빌딩의 탄생. 모리 그룹의 또 하나의 '힐즈' 빌딩, '아자부다이 힐즈(麻布台ヒルズ)'가 지난 7월 3일 먼저 완성된 시설의 A 지구와 C 지구를 언론에 공개, 준공식을 열었어요. '아자부다이 힐즈'는 우리에겐 '록뽄기 힐즈'나 '오모테산도 힐즈'가 유명한 '모리 부동산'의 도시 개발 계획 '힐즈' 시리즈 중 4번째인데요, 저희 레터에서도 C지구의 저층부를 설계한 헤더위크와 함께 소개를 했었어요. 가장 높은 A지구 모리(森)JP 타워이 높이는 지하 5층 지상 64층으로 330m. 기존 일본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으로 기록된 게 킨테츠(近鉄) 본사가 있는 오사카의 '아베노 하루카스(あべのハルカス), 60층 300m였는데요, 이를 30m 정도 넘어버린 거에요(그런데 이미 9월 완공 예정으로 높이 360m의 '토치 타워'가 대기하고 있다나요). 무엇보다 '아자부 힐즈'는 기존 고층 빌딩의 구조를 탈피해 높이 뿐 아니라 너비의, 수평의 건축으로 지어졌거든요. 약 2.4 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를 3개의 지구로 나누고 모두 4개의 빌딩을 지으면서 콘셉트는 '녹음에 둘러싸인,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광장'과 같은 마을(緑に包まれ、人と人をつなぐ「広場」のような街)〜Modern Urban Village'였어요. 즉, 빌딩은 그저 구실이 될 뿐, 마을을 건설한 셈이에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고층 빌딩 시설이 들어서는 요즘의 도쿄, 그런데 그건 전과 다르게 마을과 관계하고, 서로를 보완하면서 채워가는 양식을 따르고 있어요. 얼마 저 소개했던 '도큐 카부키쵸 타워'가 시설 내 호텔을 두 개나 채우면서 정작 그에 준하는 상업 시설은 극히 적었던 건, 주변 지역이 이미 충분한 서비스가 갖춰진 상권이었기 때문이었거든요. 달리 말하면 더이상 하나의 빌딩으로서 '완결성'을 갖춰야 할 필요는 별로 없어요. 그리고 '아자부 힐즈'는 그를 더욱 진전시킨 모양새인데요, A지구 빌딩에는 최신 오피스 플로어와 대형 상업 시설이 들어서지만, 럭셔시 리조트 그룹 '아만(aman)'의 '아만 레지던시'와 같이 주거 공간도 만들어지고 '케이오 대학'과 연계해 의료 시설 '(仮)케이오 기숙 대학 예방 의료 센터(慶應義塾大学予防医療センター)도 문을 열어요. 그리고 50개국 7백 여 명을 학생으로 인터내셔널 스쿨 '브리티쉬 스쿨 인 도쿄'도 개교한다 하는데요, 얼마 전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 구립 초등학교가 함께있다는 이야기, 기억나나요.

더불어 '아만' 그룹의 자매격 호텔 '자누(Janu)'는 B 지구에 문을 여는데요, 전체적으로 150개 점포가 운영되고, 이는 패션과 뷰티, 컬쳐는 물론 아트와 웰니스까지 일상 전반을 포괄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아마도, 이곳의 가장 핵심 상징적 건축은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C 지구를 비롯 저층부의 설계 아닐까요. 시설 콘셉트의 '녹음에 둘러싸인(緑に包まれ)'을 말 그대로 구현한 듯 건물과 나무와 숲이 자유롭게 뒤섞인, 나아가 곡선의 실루엣으로 하늘과도 조화롭게 어울려요. 그리고 대부분 '도큐'가 도배하듯 새로 그려지는 지금 도쿄 안에서, '모리 그룹'의 지속되고 있는 '힐스的' 도시 개발의 내일, 그건 숲을 닮아가나요.

🛏️ 지난 화요일, 오사카의 새로운 맛 최근 엑스포 준비와 함께 달라지고 있는 '신오사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갖고있는 관광 자원에 비해 고급 호텔의 수가 현저히 적다고 지적되고 있는 게 지금까지의 오사카이기도 해요. 최근 안도 타다오 감수의 W 호텔이 새로 문을 열고 쿠마 켄고의 명작 '로열 클래식 호텔'이 있기는 하지만, 고작 근래의 일이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되어가나요. 최근 들어 오사카를 비롯 칸사이 지역에 아시아系 호텔의 진출이 줄을 잇고 있어요. 먼저 지난 6월 27일 오사카 상권의 중심지 중 하나인 신사이바시(心斎橋)에 '반얀트리'로 유명한 싱가폴의 리조트 호텔 'Folio'가 일본 내 1호점을 열었고, 7월 1일에는 태국의 5대 재벌 그룹 '센트럴 그룹'의 '센트럴 그랜드 호텔'이 오사카 난바(難波) 지역에 개업했어요. 참고로 5대 재벌엔 Red Bull 그룹'도 포함돼요. 뿐만 아니라 보다 먼저 6월 1일에는 또 다른 태국 기업 '듀싯(Dusit) 인터네셔널'의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교토에 'ASAI 교토시죠우(京都四条)'로 1호점을 시작했고,

싱가폴의 'Capella Hotels' 그룹도 교토에서 호텔 장사를 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이들은, 특히 2009년 해외 진출을 시작 근래 급속도로 성장하는 '센트럴 그룹'은 2023년에만 세계 곳곳 모두 30곳의 호텔을 예고했는데요, 그 중 4곳이 일본이라고도 해요. 끝을 모르는 아시아発 호텔 러쉬, 엑스포 특수 효과일까요. 아니면 코로나 혹한을 견뎌낸 아시아 관광 도시의 재기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올림픽 특수를 노리지 못한 도쿄-일본의 오사카-엑스포로 만회해보려는 여행-호텔의 반란?일까요. 'Folio'는 '작은 공간에서부터 커다란 체험을'을 테마로 한다는데요, 이유야 어쨌든 중요한 건 보다 폭넓은 잠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 딱히 방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만큼의 휴가가 확보되는 것도 아닌데 여름...왜 그런 계절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까요. '이번 여름이 가기까지', 이번 여름이 끝이 나면' 길거나 짧거나 휴가 차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여름은 왜인지 이런 생각을 하게해요. 올해는 여름이 가기 전, 'OO를 해야지, 혹은 △△가 되어야지'처럼 이미 클 만큼 다 컸음에도 말이에요. 매년 이 맘때면 열리는 출판사 '신쵸사(新潮社)'의 여름 책 페어가, 올해도 내 마음의 무언가 여름스러운 마음을 채워줄 100권을 가져왔어요. 이름하여 '신쵸문고와의 100권.' 이 페어는 1974년 여름 방학 시즌에 시작해 어느덧 48년째인데요. 당시 젊은 독자들에게 일본의 오랜 양서를 전달하자고 시작된 일이 이제는 여름의 수박이나 해수욕과 같이 없으면 서운할 것 같은 일상의 행사가 되어버렸어요. 특히나 이 페어, 출판사답게 카피가 훌륭했거든요. 코로나가 막 발발했을 때의 '이 감정은 뭘까(この感情はなんだろう)’랄지, 마치 그에 답이라도 하는 듯  ‘책은, 곁에 있어요.(本は、そばにいるよ)'같은 건, 흡사 여름이 건네주는 하나의 메시지처럼도 느껴져요. 

다만 올해는 카피로 어필한다기보다, 담백하게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듯 100권 중 라도 읽자를 제안하는 듯 싶은데요.  오히려 광고로 끝날 게 아니라 실제 독서로 이어지게 스태인드글라스製 책갈피를 배포하거나, 프리미엄 커버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해요. 같은 책이어도 커버가 맘에 들면 또 하나 갖고싶어지는 기분...여름이니까 괜찮잖아요. 더불어 근래 출판에서 더욱더 위치를 공고히 하고있는 '틱톡'과의 협업으로 페어 캐릭터 큔타를 활용한 #큔타대작전(キュンタ大作戦) 캠페인이나, 페어 계정을 개설해 주요 도서의 '쇼츠' 영상을 발신하기도해요. 선풍기를 틀어놓고 수박 먹으며 에도가와 란포의 호러 한 권이면 더위 따위 이미...물러가고 없나요.🌊

🍵 시부야..좋아하지만 도쿄 가면 주로 어디에 잠자리 펴나요. 시부야는 의외로 호텔이 많지는 않아, 그것도 저렴한 가격대는 찾아보기가 힘들어 잠 잘 거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는데요. 근래엔 2020 올림픽 기점으로 준 호스텔 급 숙박 시설이 늘어나 이야기는 좀 달라졌지만, 도쿄 밤의 상징이라 하는 '캡슐 호텔'이 여기엔 참 없어요. 지난 6월 3일 시부야의 소위 '오쿠시부'라 불리는 마루야마쵸(円山町)에 하룻밤 5천엔 짜리 캡슐 호텔이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이즈 오오시마(伊豆大島)를 거점으로 주로 셰어 하우스 사업을 하는 '사노우 팩트(SanouFact)가 책과 차와 하룻밤을 함께하는 콘셉트 호텔 'BookTeaBed'를 지난 달 시부야 뒷골목에 열었어요. 말 그대로 숙박 시설임에도 책을 볼 수 있고 더불어 차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체험으로서의 숙박 시설인데요, 사실 이와 비슷하게는 신쥬쿠의 'Book and Bed'가 더 유명하고 먼저이지만, 호텔이라고 잠만 자지 않는 시절 누가 먼저이고 나중인지는 더 이상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아무튼, 이곳은 '책 × 카페 × 머물다'의 복합 공간을 추구하는데요, 2층부터 5층까지 남성과 여성이 각각 전용 플로워로 구분되어 있고,

캡슐 침실 칸 맞은 편에는 모든 층에 벽면 가득 소설과 문고본, 에세이와 아트 관련 서적 등이 가득 채운 책장이 놓여있다 해요. 기존의 아저씨, 그리고 막차 놓친 이들의 구세주였던 캡슐 호텔이 아닌 보다 풍요로운 1박으로서의 밤을 그리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어요. 더불어 이번 '북티베드'는 시설 내 입점하는 카페에도 좀 신경을 썼는데요. 개그맨이자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킹콩'의 니시노 아키히로 씨가 운영하는 CHIMNEY COFFEE'가 사쿠라가오카의 1호점에 이어 2호점으로서 이곳에 문을 열어요. 캡슐 호텔이..달라지고 있나요. 무엇보다 이 호텔이 자리한 곳은 도보 거리에 '분카무라'가 있고 작고 세련된 이탈리안과 프렌치 음식점들이 집중된 소위 부촌, 쇼토우(松濤)이기도 하거든요. '지역 분위기에 맞춰 숙박 형태를 바꿔왔다'고 말하는 '사노우 팩트' 관계자는 '주변에 이렇다할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수요를 창출함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어요.

🐧 아마도 도쿄에서 가장 익숙할 것 같은 캐릭터, JR 탈 때마다 마주치는 정기 승차권 카드 'Suica'에 그려진 펭귄인데요. 우리에겐 T셔츠로 잘 알려진 일본의 디자인 그룹 'graniph'가 바로 이 펭귄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사카자키 치하루 씨와 콜라보, T셔츠를 중심으로 한 관련 아이템과 그의 고향이기도 한 치바현 이치카와시(市川市)에서는 전시도 열려요. 사카자키 씨는 JR 스이카의 펭귄 뿐 아니라 치바현의 마스코트 '치바 쿤'을 그리는 등 지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거든요. 전시의 타이틀은 '펭귄 아파트먼트(ペンギンアパートメント). 2015년부터 신쥬쿠 '이세탄 백화점'에서 '팽귄 백태(百態, 천태망상이란 의미랄까요)'란 이름으로 손그림의 펭귄 작품을 전시했던 것을 바탕으로 펭귄들의 생태, 서식을 면밀히 관찰한 보다 리얼한 '펭귄의 세계'가 아파트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어요. 전시장의 모든 집기들은 펭귄의 일상 속 눈높이에 맞춰 배치가 되고, 그들이 살아가는 유빙(流氷, 물 위에 떠내려가는 얼음 덩어리)과 숲을 이미지화해 아파트를 구성했다 하는데요.

어쩔 수 없이 기후 이변적 메시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카자키 씨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캐릭터이고 제겐 아이들같은 존재에요'라고만 말했어요. 더불어 '그라니프'는 그의 인터뷰를 상품과 함께 소개하는 웹 페이지 'graniph GRAPHIC STORIES 34'도 공개했는데요, 환경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건 다름아닌 내 곁에 함께 살아가는 작은 아이 같은 또 하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아닐까요.

🎙고작 옷일 뿐인데 오해를 불러 일이키는 경우 종종 있나요. 물론 각종 '식'장에서 경우에 맞지 않는 차림으로 방문하는 것과 같은 TPO적 오류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때로는 티셔츠에 적힌 문구의 의미를 소홀히한 채 사입었다 본의 아니게 웃음거리의 대상이 되거나, 더 나쁜 경우는 아마 타문화권의 여행지에서 괜한 소란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일도...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즉, 옷이 가진 '입다'외의 기능 혹은 역할이 다분히 심오하다는 뜻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체형상 혹은 경제적 이유로 잘 사입지는 못하)는, 일본의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 씨가 근래 옷의 바로 이러한 발신하는 기능 혹은 역할에 관심이 생긴 것처럼 느껴져요. 얼마 전 공개된 2024년 봄•여름 콜렉션에서 모델이 입은 셔츠와 재킷 등판엔 '과호흡입니다(過呼吸です」)'랄지, '나도 저항한다 아직은 죽지 않는다(ボクも戦う すぐ死ぬんだから)'라고 하얀 실로 수를 놓아 쓰여 있었거든요. 물론 요지 씨의 옷은 이미 그 전방위적 실루엣과 일관되게 반복 확장하는 모노톤의 언더 그라운드 세계가 이미 확고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치 지금 사회에 대해 발언을 하는 듯한 옷을 보여준 건,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리고 '요지 야마모토'는 그가 1972년 '와이즈'란 회사를 세운 뒤 2022년 5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거든요, 애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는 그만큼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WILDSIDE YOHJI YAMAMOTO'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브랜드의 확장을 시도하거나, 근래 비교적 캐쥬얼한 라인의 'Y's for men'를 다시 시작한 걸 보면 분명 반 세기 이후, 즉 앞으로의 'Y's'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듯 싶어요. 무엇보다 옷에 글씨 써서 유치해지지 않기란 참 힘든 일인데, 애초 요지 씨의 옷은 '옷으로 말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리고 바로 이런 게, 브랜드가 가지는 옷, 그 이상의 가치 아닐까요. 며칠 전에 퍼렐이 CD가 된 루이비통에선 무려 1억짜리 가방이 나왔다는 뉴스를 보았거든요. 참...할 말을 잃어요.

 🪂 하늘 높이 사는 너에게,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대' 

구독자, 마음 속에 가장 시원한 장소같은 거 있나요. 아마도 몇 해 전 키치죠지의 한 카페에선 무더운 날씨에 가게 오다 더울 거 염려하는 마음에 역에서부터 가게 입구까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코스를 안내하는 트윗을 기억하는데요. 물론 에어컨 잘 작동하고 창도 크고 주변 환경도 쾌적한 곳들이 객관적 지표로서 시원한 곳으로 정의되겠지만, 전 그와 별개로 여름이면 떠오르는 곳들이란 분명 다른 자리에 있다고도 느껴요. 이를테면 상수동의 '이리 카페'의 테라스. 역에서도 한참, 그것도 경사 길을 오르며 가야함에도 이상하게 그 테라스 의자에 앉아 보내던 뙤약볕 한나절이 종종 생각나요. 혹은 지금은 좀 멀어진 카페 비하인드의 입구 앞 별 거 아닌 '안마당'같은 공간도 그러한데요, 이런 건 아마 내가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혹은 찾아낸 어떤 편함의 관계가 기억으로 남은 거 아닐까요.

얼마 전 영화 마이클 조던의 일생을 그린, 배우 벤 에플릭이 연출한 영화 '에어'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또 다른 영화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보았는데요. 농구 영화이면서 농구 경기 장면 하나 나오지 않는 이 영화는 몇몇 유망주, 루키 선수들을 인터뷰하며-즉 다큐의 성격이 다소 개입되어 있어요-NBA라는 리그 세계 안에 각자의 역할이 만들어지고 또 작동하는 과정을 '하늘 높이'에서 관찰해요. 말하자면 실력이 좋아 주목받는 스타 선수 뿐 아니라 탄탄한 수비수거나 감독 뒤에서 전략을 연구하는 팀의 분석가, 또는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신인을 발굴하는 스카우터 등의 역할이 28X51M 크기 코트 안에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달까요. 알고 있으면서 자꾸만 놓치게 되는 것. 나는 나의 트랙을 달리면 된다는 사실을 자꾸 잊게되는 삶의 어느 이정표같은 걸 새삼 다시 '코치'받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땀 좀 많이 흘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서의 시간이라면, 뭐 좀 어떤가요. 그게 눈물인지 땀인지 알고 있는 건, 결국 나 혼자일 테니까요. 

💌 오는 화요일 레터는 '쉬어가는 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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