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사적인 책방이 열리다, 인맥과 문맥 사이

구독자님, 그 이야기 들었나요? 지난 코로나 3년을 정리하며 여러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책방의 지난 2년 성적표가 생각 밖으로, 예상을 훌쩍 넘어 좋았어요. 얼마 전 '한국서점연합'이 발표한 2021년 '서점편람'에 의하면 전국의 책방 수는 2528곳, 코로나 전 대비 9% 늘었거든요. 바로 전 보고서(2019년 발표)에 비하면 200곳 넘게 증가(2019년 2320에서)한 셈인데요. 그보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전에 없이 작고 다양한 동네 서점들이 많아졌고, 그게 수치 상으로 증명되었다는 거에요. 중대형 규모의 서점 체인들은 제자리 수준이거나 오히려 줄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현상은,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모두 비슷하게 벌어져요. 참, 신기하죠?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내적으로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서점들이 늘어난다는 인상인데요. 책방이란, 어쩌면 우리 일상과 같은 걸까요. 얼마 전, 미국 부르클린의 한 책방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독자들을 위해 수면에 도움이 되는 balm을 제공하기도 한대요. 책방 이름부터 'Troubled Sleep.'

신간과 헌책을 함께 취급하는 곳이지만, 기존의 헌책방처럼 중구난방, 뒤죽박죽, messed up의 이미지가 아닌, organized 질서정연 가지런히 정돈된 책방을 추구해요. 책 읽다 잠 놓쳐버린 경험,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있잖아요. 이제는 나의 잠까지 챙겨주는 책방, 어쩌면 '책과의 일상'은 이미 우리 곁에 돌아온 걸까요. 책방을 방문한 한 콜렉터는 이런 말을 했어요. "It’s nice to see small bookstores coming back." 오늘은 '다시 돌아온 책방, 왜인지 내일을 닮아있다!'에요.

 🐡 책방이 곧, 일상이라면 그곳엔 물고기도 살아요 

개성있는, 전에 없던, 다종다양의 책방들. 사실 이런 말은 왜인지 익숙해요. 불과 얼마 전, 그러니까 코로나가 오기 전 바로 우리가 경험한 게 '소비'가 아닌 '경험', 바로 관계하는 책방이었거든요. 가장 쉽게는 책방에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북클럽'이 전국 팔방곳곳 늘어났고, 카페를 겸설하거나 전시를 하는, 때로는 잠을 잘 수 있는 책방까지 생겨났어요. 그리고 당시 등장한 게 공간의 그라데이션, 나아가 장르를 넘나드는 '무경계'의 심리스(seam-less)적 공간들. 이렇게 책방은 외부로의 확장을 보여주며 전에 없이 활발했는데요. 다만, 지금 펼쳐지는 책방의 '코로나 그 후'는 보다 다른 차원으로 느껴져요. 책방과 카페, 갤러리가 하나가 되는 소위 융합에 의한 변화가 아닌,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는 책방의 1일처럼 보이거든요. 말하자면, 책, 혹은 출판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책방을 열고있다는 게, 아마 지금 가장 도드라지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밖에서 '내연으로의 확장'이랄까요. 제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싱글즈' 9월호에 했는데요, '타임즈' 2021년 7월 기사엔 전직 샐러리맨, 카운셀러, 학교 선생님, 농부, 와이너리 운영자들이 새로 오픈한 책방들이 소개되기도 했어요. 공덕동에 약사가 운영하는 '아직 독립하지 못한 책방' 들어봤나요? 약국 한 켠에 작은 책장 곧 책방이 있고, 그렇게 그곳에선 코로나 상비약과 필독 도서가 함께 팔리고 있어요. 이를 우린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 이후 책방, 그것도 작은 '개인의 책방'이 늘어난 것에 대해, 팬데믹 기간 중의 고립, 고독함의 반응이란 분석이 있는데요. 그러니까 어쩌면 책방이란, 사람을 만나는 장소였을까요.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외로움을 함께하고, 고독을 메워주는. 책방은, 왜인지 자꾸만 우리 삶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어쩌면, 지금 전에 없이 다양한(을 넘어 뜬금없는 혹은 엉뚱한) 책방들이 늘어나는 건, 그렇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한 걸까요. 책방이란, 사람의 인생 그 가짓수만큼 존재한다....처럼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지금 예상 밖의 엉뚱한 책방들이 생겨나는 분위기인데요. 근래 인상 깊게 본 것 중 하나는 바로 물고기에 특화된 '물고기 전문 책방', '사카나 북스(SAKANA BOOKS).' 개인이 운영하는 책방은 아닌 57년 역사를 가진 낚시 전문지 '주간 낚시 뉴스(週刊つりニュース)'가 자사 건물 1층에 문을 연 책방인데요. 수산 자원의 감소, 생물 다양성의 실종 등 근래 불거지고 있는 해양 생태계의 심각성을 모두에게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지난 달 7월 2일 오픈했어요. 어찌보면 최근의 '낚시 사정'이 좋지 않아 생겨난 책방인가요. 하지만 어쩌면 모든 문제란, '내 일'로 느껴졌을 때 비로소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책방이 자리한 건 도쿄 신쥬쿠의 수산물 거리(그냥 제가 혼자 이렇게 부르고 있어요) 카부키쵸 옆옆 블럭, 러브호텔이 이어지다 왜인지 생선 냄새 나는, 거리가 있거든요.

아무튼 모두 1천 종의 물고기(생선), 혹은 그와 관련된 책들 만을 취급하고, 동시에 지역의 수족관을 응원하는 취지로 50여 개 수족관의 팸플릿을 비치, 관련 궂즈, 토산품도 판매해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보다 지속 가능한 낚시, 혹은 바다 먹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책방이에요. 이곳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물고기, 그리고 물고기가 사는 '환경'인데요. 얼마 전 어느 바다에서 오징어가 떼죽음 당했다는 뉴스, 있지 않았나요? 금방 잊혀지기만 하는 해양 생태계의 오늘을, 이 책방은 응원해요.

 🛀 습도 40%의 책 읽기, 센토를 잇(읽)는 책방들 

록뽄기에 38년 세월을 뒤로 문을 닫았던 '아오야마 북 센터'의 2019년 여름. 그리고 딱 6개월이 지나 그 자리에 문을 연 입장료를 받는 책방 '분끼츠(文喫).' 아마도 이게 시작이었을까요. 사실 전 책을 그리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꽤나 느린 '슬로우 리더'에 책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왜인지 지난 21년 여름 무렵부터 계속 책을, 책방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관련해 잡지나 기타 플랫폼을 통해 글을 여럿 쓰기도 했고, 무언가를 떠올리고 구상할 때 책방은 왜인지 그 어느 곁에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책방과의 약 4년 여, 제가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역시나 '책방이란 곧 세월'이라서일끼요. 전 '아오야마 북 센터'와 '분끼츠'의 마치 바톤을 주고받듯 이어지는 책방의 시간에,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듯한 뭉클한 기분을 받았거든요. 마치 도시에 흘러가는 시간처럼요. 때마침, 일본에선 연호도 헤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죠?

시대의 변화에 여지없이 충격을 받으면서도 우리 일상이 그렇듯 다시 일어나고, 책방, 무엇인가요. 이를 두고 책방 컨설턴트 카우프먼 씨는 '책방의 자기 회복력이'라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더욱더 알 수 없는, 통계가 나오고 어떤 미래가 예측된다 하더라도, 책방은 책방이라 책방이다. 오래 전 오자키 유타카의 명곡 '내가 나이기 위해서'를 빌려오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지금은 책방이 가장 그러한, 수상하고도 신비로운, 그러니까 우리 인생과 같은 시절을 보여주고 있는 계절은 아닐까 생각하게도 돼요. 공덕동에 약국을 하는 약사 박훙률 씨가 조제실 곁에 책방을 여는 것처럼, 서로 각자의 인생에서 각자의 책방이 시작하고 있거든요. 지금 책방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우리 일상이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말과 동의어일 거에요. 코로나를 조금씩 회복하는 것처럼, 지금 책방이 일어나요.

그리고 일본에선 하나의 '오늘'이라 할 수 있는, 시설의 노후화, 운영진의 고령화로 폐업이 줄을 잇는 '센토'가, 책방으로 변신는 사례도 점점 더 생겨나고 있어요. 몸을 씻는 장소이자 마을 사교의 장이었던 공간의 가치를, 책을 경유해 다시 드러내는 시도인데요. 도쿄 지역 할 것 없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그 중  이름하여 '후로나카 서점가(フロナカ書店街)'를 얘기할까 봐요. 박훌륭 약사의 '아직 독립하지 못한 책방'처럼 너무나도 솔직한 네이밍인데요. 역시나 '푸른 약국'의 예처럼 이곳 역시 도쿄 니시코야마(西小山)에 위치한 센토 '도쿄 욕조(東京浴場)' 안에 서점이 '입점?'한 형태에요. '탕 안의 서점가', 별 설명이 필요 없죠? 사실 '도쿄 욕조'는 '욕탕 계의 크리에이티브'라 불릴 만큼, 일찌감치 탕에서 딴짓하는, 그것도 크리에이티브한 뻘짓을 하는 센토이기도 한데요. '도쿄 욕조'이지만 운영하는 건 시즈오카에 본사를 둔 '니코니코 온천(ニコニコ温泉).'

'니코니코 온천'은 시설이 노후화돼 폐점하는 센토를 사들여, 혹은 임대 지금의 휴식소'란 콘셉트로 리뉴얼 영업을 이어 받고 있는 기업이에요. 이렇게 일본에선 요즘 이와 같은 '센토 대행업'이 늘어나고 있기도 해요. 그리고 '도쿄 욕조'는 2020년 리뉴얼을 하면서 공간을 대폭 개조,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자리(시간)을 확충했는데요. 욕탕 면적이 30평인데 반해 '프리 스페이스'가 16평이나 돼요. 그에 더해 이번 '후로나카 서점가'가 오픈하기 전까지 그곳엔 7천 권이 넘는 만화가 거대한 책장을 채우고 있기도 헀어요. 7천 권이 넘는 만화책, 그림 책등이 가득 채운 거대 책장을 설치했는데요. 목욕 후 휴식이라면 평상에 앉아 TV 시청 정도겠지만, 그건 그저 그곳에 TV 밖에 없었기 떄문은 아닐까요. 센토를 이어받은 21살의 점주 사가라 마사유키 씨는 '센토는 초일상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해요.

그렇게 '도쿄 욕조'엔 만화는 물론 맥주 서버, 그리고 안주 코너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번엔 근래 도쿄에 늘어나는 소위 '공동체적 책방', 책장을 렌털하며 책방 안에 책방이 공존하는 시스템의 영업 방식 역시 시작했어요. 이전 레터에서 키치죠지의 '북 맨션', 시부야의 '시부야 OO 서점', 시모키타자와의 '북 숍 트래블러' 등을 이야기했는데요, 그의 '후로 버젼'이라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방식도 위의 서점들과 비슷해요. '센토 안에서 책방을 해보고 싶다', '돈 보다는 나의 작은 가게를 자기 표현의 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월 4천 엔의 임대료를 받고 31X31 cm의 책장과 간판을 임대, 작은 책방의 오너가 되어보는 식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그 책장은 '미세(ミセ, 가게)'라 불려요. 가로세로 30cm 정육면체의 책방.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이야기했던 시부야의 책방 SPBS의 '상자 하나 서점'이 떠오르는데요.

책방을 '일정 규모를 갖춘 공간'이란 정의에서 풀어놓았을 때,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매개라 다시 정의해볼 때, 그 가능성은 '무한지경'일까요. 모든 '미세'의 책들은 월 단위로 갱신이 되고, 업주 신청은 금세 마감이 됐다고도 하는데요. 대중 목욕탕은 전혀 모르는 타인과 일정 시간을 같이 하지만, 정작 '교류'라는 건 거의 이뤄지지 않잖아요. 어쩌면 이 욕탕 안의 책방은 그렇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우리의 관계, 그 다음을 위함이기도 할까요. 책장 속 책은, 다름 아닌 책장 주인의 생각, 마음, 혹은 기분일테니까요. 

 🌟 '공동체 책방'을 낳은 '서점인 0의 책방' 

오토바이크 정비사의 책방, 10년차 약국을 지키던 약사의 책방. 최근 늘어나는 보다 사적인 책방들은 이전 우리를 들뜨게 했던 카페와 책방의 융합, 전시도 보고 잠도 잘 수 있는 그라데이션과 심리스의 책방들과는 분명 어딘가 다른 차원의 이야기란 느낌이 들어요.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외부에서 내연으로의 확장인 점과 동시에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 시작이 되어있다는 인상을 깊이 받는데요. 그와 더불어 근래 일본에서 많아지는 '공동체적' 책방은, 결국 책방이란 책을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니었을까란, 다소 진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돼요. 가장 먼저 책방 안에 책장을 렌털함으로서  '다수의 책방'을 가능하게 했던 키치죠지 ' 맨션'은 사실 가장 처음 '무인 책방'이 그 출발이었거든요. '북 맨션'의 대표이자 무인책방 'BOOK ROAD'의 주인, 그리고 전국 곳곳에 책방을 만드는 운동 '일본 열도 책방 증대 계획(日本列島、本屋さん増大計画)'의 발촉인이기도 한, 나카니시 츠토무 씨는

'책방을 셰어하는 문화'야 말로, 책방을 지속하게 한다'고 말하는데요. 지금 이 시절 '각자의 책방'이 태어나는 시기에 '무인 책방'을 첫 번째 '책 맨션'을 꾸리며 이야기했던 말을 조금 가져와 봤어요. 무인 책방이 공동체 책방으로 이어지고, 만남을 잃었던 시절을 지나 사적인 책방들이 태어나고 있는 것, 어딘가 책(방)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지난 지난 2년간 전국 골목골목 책방이 증가했다는 그 9%, 그건 어쩌면 너와 나의 만남이 그만큼 이야기일지 모르겠어요. '무인 책방'부터 공동체 책방까지. 책은, '아마죤에서 사면 되잖아'같은 게 아니거든요.

 📚 셰어형 책방은 '분산형' 자율적 민주주의를 그려요 

'북 맨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6년 전 시작했던 '무인 헌책방.' 저는 책을 정말 좋아해요. 책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도, 책 그 자체도, 그리고 책방도.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을의 책방이 점점 없어졌어요. '책방이 없어도 아마죤에서 살 수 있잖아'라고 전 생각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책방에는 내가 몰랐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에요. 알고 있는 걸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으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어떤 풍족함을, 책방은 가르쳐주어요.  그래서 지금(2019년 6월 30일)은 도쿄 무사시노시에 'BOOK ROAD'이란 무인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운영'이라고는 해도, 가게는 2평 남짓. 종업원도 레지도 없고, 계산은 책 뒤의 기재된 가격만큼 '가챠가챠(뽑기 형식의 기계)'로 지불하면 땡이에요.

애초 '무인 가게'를 택한 이유는, 회사원인 제가 평일에 가게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방식을 떠올렸거든요. 물론 반대도 많았죠. 사람도 없이 장사가 될 리 없다, 도둑맞으면 끝이야...그런데 인터넷도 아닌 이 리얼 점포에서 지금까지 도둑 맞은 책은 단 한 권도 없어요. 그래서 6년을 계속 하고 있는 거겠죠. 심지어 '쓰레기가 떨어져있어서 청소하고 갈게요', '가챠가챠 고장났어요'라고 부러 연락을 주는 손님들도 있었죠. 거의 매주 편지가 도착하기도 해요. 저와 같이 책방을 열고 싶다고 문의를 주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전, 마을의 작은 책방을 만드는 아주 작은 실험을 통해 성공을 한다면, 그 노하우를 제공하는 식으로 작고 재밌는 책방을 전국 곳곳에 늘여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무인 책방 다음으로 떠올린 게, '북 맨션', 그리고 '일본 열도 책방 증대 계획'입니다. 

애초 무언가를 산다는 건, 단지 사는 것 뿐이 아닌 대화랄지 그에 부속하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반듯이 편리성이나 즉시성(빠름)이 요구되는 건 아니라 할 수 있어요. 특히나 개인 영업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강점이 되기도 하고요. 더불어 무인 점포였던 'BOOK ROAD'와 달리 '북 맨션'은 복수의 사람들과 운영하고 있는데, 유인(有人)이라는 건, 사람이  있다는 유인이 아닌,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거리감이 매우 치밀하다는 뜻의 '유인(友人)' 판매라고도 생각해요.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이란 어느 시대에도 존재하잖아요. 마켓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걱정을 하지 않아요. 다만, 그래서 필요한 건 단지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그 커뮤니티 안의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주게 하는 것이라 느껴요.

애초 '북맨션'에 올 때 필요한 책을 핀포인트로 찝어 사가는 사람은 없어요. 책장을 탐색하고 제가 하는 방식에 공감해 사주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아마죤 대책' 같은 거 고민할 필요도 없어져요. 대형 서점처럼 상품 진열이란 것 또한 처음부터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북 맨션'도 책방도 책이 존재하는 마을이란 감각일까요. 제가 운영하는, 그리고 실천하는 '공동체 적 책방'은 일종의 분산형 집단 같은 거에요. 무언가 굉장히 강력한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책장을 빌리고 있는 77명의 임차인들이 각자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줘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작지만, 요즘같은 시절 각자의 SNS를 통해 발신하면 작은 힘은 커지고 그렇게 자연스레 선전이 된다고도 생각해요. 말하자면 우수한 리더에 의한 탑다운이 아닌, 모두의 자발성으로 가능한 바텀 다운이랄까요. 중앙 집권이 아닌 분산형. 그렇게 하는 편이 서로의 마음이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일본 열도 책방 증산 계획'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이렇게 77명, 나아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게 분명 용이할 테니까요.

 🧣 Muffler Weather, 가을이 시작하려나 봐요 

구독자님, 책방 자주 가나요? 요즘은 다른 어디도 아닌 한국, 그리고 서울이 가장 격변의 책방 중심지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잡지 마감을 하면서 알게 된 '몰랐던 책방'도 한둘이 아니지만, 연남동엔 일종의 '작은 책방 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서로 다른 사연의 책방이 늘어난다고 하거든요. 특정 장르를 부각한 책방이랄지, 방식을 새롭게 한 꽤나 낯선 책방이랄지. 어딘가 종종 찾아오는 기념일이나 뜻 깊은 축일 같은 느낌도 들게 하는데요. 없어도 먹고 사는 데 결코 문제 없지만, 이렇게 주기적으로, 그리고 자주, 계속해 우리 일상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는 건, 분명 책이란 의식주 그 너머의 존재는 아니었을까요. 습관이나 루틴 이상의 루틴, 혹은 버릇이거나 왜인지 하게 되는 동작이나 말투 같은 것처럼 말이에요. 무엇보다 사놓고도 한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책이 유일하잖아요.🥲

점점 더 책이 친근하고 궁금해지는 요즘, 구독자님은 무슨 책을 읽나요. 전 인터뷰까지 D-4일, 400p 넘는 책 두 권을 모두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아, 맞다. 책이란 '다 읽었다'는 '작은 성취감'도 주지요? 어느새 쌀쌀해진 바람,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어요.🍂

📫오는 금요일, 9월의 첫 주말 2일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60호가 발행됩니다.

📬아래는, 현재 '모두 공개' 중인 레터들이에요.

山手線’s 뉴스 배달부

SNS's and more

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가장 개인적인 글의 아카이빙, 혹은 brunch 

퍼블리에서의 작업들 

'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 monoresqu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