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워 말아요, 우린 어쩌면 더 가까워졌는지 모르거든요.

돌연 새삼스럽지만, '우리 동네'에 대해 생각하나요? 사실 '동네'란 건 고향이란 말보다 가깝고 친밀한 '거리의 공간'일 테인데요, 우린 동네에 대해 잘 알고있지 못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매일 다니던 길로만 걷고 다니는 가게에만 가고 내리는 정류장에만 내리니 지척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동네'는 오늘도 카톡 속 '미독未読'인 것 마냥 발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하면 지금의 동네에서 20년이 다 되는 세월을 보냈지만, 과연 20년 지기의 '연'이 쌓여있을지...까마귀 울음 소리만 쩌렁쩌렁 울려퍼질 뿐이에요.🦅 🦅...(광역시에 살지만 근처 산에 버금가는 공원이 있는 탓에 정말로 까마귀가 쉬도때도 없이 울어요.;) 새삼, 동네란 무엇인가요.

 # 프라푸치노라는 '지역성', '동네 카페' 스타벅스에 관하여 

저는 얼마 전 조금 재밌는 뉴스 두 개를 봤어요. 하나는 스타벅스의 전국 47개 도도후현을 일괄하는 '우리 동네 프라푸치노'의 발표였고, 또 하나는 유니클로의 '메이드 인 도쿄' 선언이었습니다. 프라푸치노라면 달고 배부르고 이건 애초 음료가 아니란 느낌에 전 별로 사먹지도 않는데요...스타벅스 재팬은 25주년을 기념하며 일본 전역 47개 도도후현의 '지모토 프라푸치노 47JIMOTOフラペチーノ®'를 만들었어요. 

말하자면 도쿄는 캐러멜과 커피를 조합해 '도쿄 오리진 커피 젤리 캐러멜 프라푸치노'를, 오사카는 믹스 쥬스와 같은 맛을 내는 '오사카 과일 가득 크림 프라푸치노', 그리고 후쿠오카는 지역 전통 '오챠' 브랜드 '야메차'의 이름을 빌려 '야메챠야켄 프라푸치노'를 선보인 거에요. 그러니까 우리로 따지면 강원도의 '옥수수 바사삭 프라푸치노', 대구라면 '사각사각 사과사과 프라푸치노' 뭐 이런 게 태어난 셈이죠. 이게 참 무슨 소용(의도)일까도 싶은데, 가장 지역 '토산물 같은 프라푸치노'가 탄생한 이야기이에요. 지역 토산물이라고 꼭 올드하고 구수할 필요는 없고, 전국 수 백 곳이 넘는 점포를 가진 스타벅스이지만, '지역'에선 이렇게 '동네의 음료'가 되기도 해요.🥤 

참고로 프라푸치노, frappucino는 1995년 미국 매사추셋의 작은 커피숍에서 주인장이자 미국의 스페셜티 운동을 일으킨 1인, 조지 하월이 구상한, 그곳의 오리지널 음료였는데요, 이후 스타벅스가 인수하며 가장 유명한 여름철 시그니쳐 드링크가 됐어요. 그러니까 애초부터 '로컬 음료', 지역에서 출발한 프라푸치노였다는 이야기죠. 무려 20여 년의 역사의 프라푸치노 한 잔입니다.

 # 너의 프라푸치노는 나의 프라푸치노와, 왜 달랐다 

47개의 서로 다른 프라푸치노.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 이게 왜 프라푸치노가 되어야 했나 싶은 구색도 많아요. 그러니까 1994년 조지 하월이 매사츄셋에서 커피와 크림을 베이스로 몇몇 시럽, 그리고 휘핑 크림이나 몇 가지 스파이스, 토핑 재료로 완성했던 프라푸치노와 나가사키에서 만들어진 '카스테라 프라푸치노'는 별로 같은 카테고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느껴질 정도에요. 오히려 지역의 대표 특산물을 활용하기 위한 구색으로 프라푸치노를 빌려왔다는 인상이랄까요. 하지만 역으로 이야기하면 지역과 함께하고 싶은 프라푸치노의 마음을 담았다는 느낌입니다.이런 게 동네에 '입점'하는 프랜차이즈의 노력일까요?

그런데 왜, 대체 왜 스타벅스는 굳이 47개의 서로 다른 프라푸치노를 굳이 만든 걸까요. 아무리 25주년 기념이라 해도 그건 왜 프라푸치노가 되었을까요. 각각의 프라푸치노를 보면, 옥수수를 담은 홋카이도나 당고를 가져온 치바의 프라푸치노 등, 프라푸치노 그건 어쩌면 가장 변주가 용이한 음료일지도 모르겠어요. 도쿄의 에리어 총괄 팀장 이시이 하츠미는 "지역과의 이어짐, 어울림은 해도해도 계속 모자라다 느껴요"라 이야기합니다.

# '도쿄의 프라푸치노', 스타벅스 재팬 도쿄 에리어 매니져 이시이 히츠미 인터뷰

Q 지모토 地元, 스타벅스에게 '지역'이란?

 이시이  한 사람 한 사람의 파트너(점원)가 손님을 위해 하는 일들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뻐요. 저희는 'JIMOTO=地元'란 말을 소중히해왔어요. 매장을 새로 오픈할 때는 반듯이 그 지역의 역사와 풍토 등을 조사하고, 예상 고객층을 상정해, 어떻게 사용해줄지 등을 생각해, 자신의 이바쇼로 느낄 수 있도록 매장 꾸미기에 주력했습니다. 그 지역의 목재를 사용해 지역 장인이 만든 JIMOTO 테이블을 설치한달지, 카마쿠라 매장에는 카운터 아래 카마쿠라 보리(카마쿠라 지역 특산 찰기)'를 설치한달지, 그 지역 산업의 매력을 전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어요.

Q 창업 이래 각지의 전통적 산업과 소재를 활용한 머그나 궂즈 등을 제작해왔어요. 25주년을 맞이해서는 47개 도도후현의 오리지널 프라푸치노를 일제히 공개했는데, 어떤 경위의 프로젝트였나요.

 이시이  이번 「47 JIMOTO フラペチーノ(R)」는 각 지역에서 일하는 파트너들이 지역의 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기획이었어요. 그 지역 나름의 식재료가 사용되었고, 그곳의 기후나 풍토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비쥬얼도 맛도 47개, 가지각색이에요. 예를 들면 '후쿠시마 '가지가지 프루츠 가득 프라푸치노'는 망고 패션티 프라푸치노를 베이스로 복숭아 과즙을 플러스. 과일 왕국이라고 알려진 후쿠시마의 매력과 휘핑 크림을 얹어 산에 쌓인 눈을 표현했습니다. 기존 메뉴에 한 가지 소재를 더한다는 조건으로 응모했더니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모였어요. 모두 각 지역에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꼭 지역의 프라푸치노를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 참고로 '이바쇼 居場所'는 커피가 아닌 '커피 문화'를 이야기해온 스타벅스가 제기하는 '서드 플레이스'의 다른 말이고요. 일본에선 '이바쇼'에 대한 애착이 뿌리 깊어요. 집도 직장도 아닌 제 3의 장소.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맘편히 온전한 나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스타벅스는 '카페'라기보다는 '나의 카페'의 더 가깝달까요. 더불어 이시이 씨가 추천한 '스타벅스 단 하나의 메뉴'라면, '스타벅스 카페'를 꼽았네요. 밀크와 커피의 배율이 황금이라나요?🤔 ...☕️🥛

*인터뷰 출처 : OZmall 특별 인터뷰 '스타벅스의 남다른 지역 사랑에 대해 물었다'

 # 원스톱 쇼핑이 아닌, '원스톱 생산', 들어봤나요? 유니클로가 '메이드 인 도쿄'를 선언했어요~ 

잠잠하다 싶으면 '모난 소리'하는, 미운털 박혀 여전히 조심스러운 유니크로인데요, 유니클로가 얼마 전 4월 'Made in TOKYO'를 선언했어요. 대부분 중국, 동남 아시아에서 제작되던 생산 거점을 도쿄로 옮겨오는, 나름 거창한, 그리고 대대적 '전환'의 발표였는데요, 도쿄만 인근 아리아케 지역에 대규모 촬영 스튜디오, 커스텀 센터를 새로 꾸려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일부의 과정을 한 장소, 이동 없이 한 곳에서 모두 일괄한다는 포부의 시작이에요.

세계 곳곳에 산재해있던 생산 스폿들을 도쿄에 집약, 원스톱화(化)하는, '모든 것이 이곳에서 시작, 이곳에서 완결된다'는 구조라고 합니다. 대량으로 생산해 팔아서 없애는 종래 어패럴 장사에서 한발치 걸어나온 움직임이죠. 얼마 전부터는 에도카와구 시노노메(東雲)에 '3D 니트 전문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거든요. 유니클로의 '로컬적' 변화처럼도 읽혀요.

 # 시작은 고객의 목소리, '근거리'는 어떤 가능성 

하지만, 유니클로는 일본에만 807곳, 2021년 2월 말 기준 전세계 매장 수가 2280곳이라 하는데요. 이게 대체 가능한 일일까요. 공개된 아리아케 새로운 시설은 규모가 그리 커보이지도 않거든요. 혹시 다른 꿍꿍이가 숨어있는 걸까요. 유니클로는 모두 세 가지의 목표를 제시했어요.

그러니까 2280 곳 매장의 모든 유니클로를 커버하는 그림이라기 보다, 그간 간과된, 보지 못한 불량률을 줄이거나 기존 생산의 효율화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요. 말하자면, 자기 검증의 시간을 일종의 신사업 형태로 제시한 거죠. 여지없이 '코로나 이후' 대책으로도 보이기도 하네요.

다만, 유니클로는 근래 '정보 제조 소매업'이란 말을 자주 쓰고있어요.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 소비를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보다 적당히 생산하고 남기지 않는, 친환경적, '포스트 코로나적' 비젼을 실천하고 있는 도중이에요. 그들은 '고객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팔리는 상품만을 '퍼스트'로 제작한다'를 모토로 제시하거든요. 그리고 이건, 근래 우리가 이야기해온 '로컬의 경제권'과도 자연스레 이어진다고 느껴요.

실례로 지난 7월 2일 도쿄 시노노메 '3D 니트' 전문 공장에서 생산된 여성용 니트가 도쿄 긴자 매장과 온라인 숍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거든요.  모두 40대의 '방직기'가 설치되어 있어 하루 1천 벌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유니클로는 이에 대해서도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과정을 집약함으로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시차없이 반영하기 위함'이라 이야기해요. 2280곳 매장의 옷을 한 곳의 공장에서, 전세계가 아닌 도쿄, 그리고 불특정 다수가 아닌 고객 한 사람의 목소리...'로컬'이란 점점 개인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 거기엔 없는 것 이곳에만 있는 것, 도시의 '고유성'에 관하여 

스타벅스의 47개 프라푸치노와 유니클로의 '도쿄로 돌아오는' 메이드 인 도쿄를 이야기했는데요, 47개와 1곳의 이야기이지만, 전 공통적으로 이건 도시가 아닌 마을, 집단이 아닌 개인, 최소한의 것들을 만들어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최소한의 일상을 갈고 닦아가려는 하나의 움직임처럼 느껴져요. 말하자면 생활의 반경을 다시 돌아보는, 점검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이랄까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간 말하고 들어온 '로컬'을 실천하는, 구체화해가는 과정처럼 느껴져요.

D&Department의 디자이너 나가오카 켄메이 씨는 인터뷰에서 '배달을 할만큼 우린 정말 바쁘게 살고있나'란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제겐 머리에 전구가 몇 개나 켜지는 이야기였는데요, 배달에 대한 소음은 최근 참 끊이지 않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배달의 필요성, 소용 가치에 대한 게 아니었을까요. '왜'가 생략된, 다툼과 다툼이 제자리를 맴도는 도시에서 '로컬'은 어쩌면 이미 우리에게 도착한 하나의 대답인지도 모르겠어요. 실제 일본에선 로컬 딜리버리가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기되고도 있거든요. 파랑새 우화가 괜히 오래 읽히고 있는 건 아니겠죠? 🦜

더불어 로컬라이제이션=퍼스널라이제이션. 지난 3월 스타벅스에서 18년간 매장을 만들어온 공간 디렉터 타카시마 마유 씨는 저와의 랜선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어요. '로컬'이란 말은 근래 자주 사용되기는 하지만 어딘가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 텅빈, 허울 좋은 마케팅 워드처럼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동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과 사이가 좋으면 '로컬'한 건지, 낡고 허르슴한 가게를 깨끗하게 단장하면 '마을 재생'이 되는지, 다소 좀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로컬, 그건 곧 너와 나의 자리이고, 그렇게 개인의 자리라는 걸 되새길 때 그곳에 진정한 '마을다운 하루'가 그려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겐 없는 것, 하지만 너에게 있는 것. 그렇게 우리는 완성되는 게 아닐지요.

*나가오카 켄메이와의 인터뷰, 타카시마 마유와의 인터뷰가 담긴 링크에요. 죄송하게도 타카시마와의 폴인 인터뷰는 회원 공개되어 있어요.🙇‍♂️

 # 너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을 전하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접객이란? 

모두가 똑같이 힘든 코로나 팬데믹이라 하지만요, 아마 그 '힘듦'은 서로 조금씩 다르고 또 비슷할 거에요. 일례로 '접객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그 특기인 '서비스'를 할 수 없으니 초기 꽤 당황한 기색이기도 했거든요. 대형 백화점 체인 이세탄이 '접객 어플'을 개발해 온라인 접객을 시도하고(이건 좀 안돼보였어요. 구석기가 신석기 따라가려고 애쓰는 걸로만 보였거든요), 가상 현실 테크를 이용해 근래엔 '디지털에 온기'를 담는 시도들을 하고있어요. 스타벅스 재팬 CEO 미즈구치 후미오도 '앞으로는 디지털의 온기를 그리는 작업을 강화할 거'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일본의 그 장기, 접객은 포스트 코로나 시절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까요. 최근 일본에선 '얼굴이 보이는 관계'란 말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이 보이는 관계'란 사실 별 다를 게 없는 이야기에요. 물건을 살 때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을 만나면 당연스레 얼굴을 마주하게 되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문장이잖아요. 다만, 이 시절 디지털 나아가, 가상 현실의 초입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회의를 하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식료품을, 영화는 타인과 나란히 앉은 극장 A열이 아닌 OTT로 해결하는 우리에게, 이 말은 어쩌면 '내일'의 문장일지도 모르겠어요. 영수증을 건네받고 인사를 나누고 가게 문을 나선 마지막 날이, 새삼 언제인가요?

얼마 전 시부야에 2호점을 오픈한 크래프트 콜라 전문점 '이요시 콜라'의 코바야시 씨도 '얼굴이 보이는 관계'란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를 구현하듯 그는 1호점이자 공방이기도 한 시모오치아이 가게를 제조 과정이 모두 보이는, 전면 유리창을 활용했어요. 시럽을 졸이고 있는 그를 언제든 두 눈으로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겨죠. '보이는 일상'이란, 새삼 우리 곁에 다가온 내일일까요. 최근 서브 컬쳐의 성지라 불리는 시모키타자와에선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의식한, 조촐한 상점가 분위기의 쇼핑몰?이 오픈했습니다.

 # '얼굴 보이는 관계'와 지'하’철은 새삼 무슨 의미일까요 

같은 서울이지만 다른 서울인 것처럼 도쿄 역시 같은 주소를 쓰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마을이 혼재하는 곳이기도 해요. 특히나 같은 라인의 시부야와 시모키타자와(이노카시라센), 키치죠지와 신쥬쿠(츄오센)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 다름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그만큼 유동 인구의 양은 물론 성격, 그리고 가게들의 느낌이나 마을 전체의 무드가 달라져요. 그리고 이런 건 어떤 개발이나 프로젝트가 아닌, 사람이나 세월이 자연스레 만들어가는, 도시가 가진 나름의 고유한 '기질'같은 거라고 느껴요. 그리고 그런 게 아마, 로컬이겠죠. 지난 4월 시모키타자와의 작은 쇼밍타운, '리로드'가 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시모키타자와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2천년대 초 타카하시 아유무의 여행 에세이나 사진, 연극이나 인디 밴드들의 공연같은 게 가장 먼저 생각나요. 하지만, 시모키타자와는 국내에서도 알려진 책방 디렉터이자 책방 'B＆B'를 운영하는 우치누마 신타로 씨의 일종의 '거점'이기도 해요. 2012년 책과 맥주를 묘하게 엮어낸 'Book & Beer'로 작은 책방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그의 활동은 시모키타자와를 새삼 책 냄새 나는 마을로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난 4월 재개발이 한창인 그곳에서 우치누마 씨는 지인과 함께 시모키타자와 다운 상업 시설 '보내스 트랙'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14개의 가게들이 모여있는 '어쩌다 가게'와 비슷한 콘셉트인데요, 지역과의 연계, 커뮤니티를 의식한 공간이에요. 그는 그곳을 '무언가 하려고 하는, 시도하려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의, 지원하는 성격의 공간'이라 설명하기도 했어요.

응원하는, 지원하는 마음. 쇼핑몰의 콘셉트라기엔 참 거시기하지 않나요. 보통의 쇼핑몰과 입주 상점과의 관계는, 주종, 갑을, 임대인과 임차인, 그렇게 차가운 계약서 상 관계일테인데요, 이곳에서 그 둘은 서로 그저 공간을 공유하는, 함께 살아가는 지역 주민일 뿐이에요. '리로드'는 '얼굴이 보이는 관계', 그리고 '지원형 개발'을 모토로 완성되었습니다. 

지역 주민에 기반하는, 지역 주민을 위한, 지역 주민의  상점가. 말하자면 이 문장 하나로 요약되는데요. 이 상점가는 다소 놀랍게도 일본의 대형 철도 그룹 오다큐가 개발의 선두에 있어요. 오다큐는 도큐, 세이부와 함께 일본을 좌우 양분하듯 도시 건설을 도맡아온 기업이거든요. 80년대가 세이부 컬쳐의 시대였다면, 90년대 이후엔 도큐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고도 이야기해요. 그러니까 우리의 현대, 삼성같은 곳에서 마을의 작은 상점 타운을 만든 셈이에요. 개발보다는 일상, 효율보다는 다양성인걸까요. 아니면 '로컬'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인걸까요. 더불어 '리로드'는 세타가야다이타 역, 시모키타자와 역, 히가시키타자와 역을 지화(地下)화 하면서 생겨버린 공터 약 1.7km에 대한 재개발이기도 해요. 어쩌면 이건 오늘이 발견해낸, '어제의 남아있던 가능성'인가요.

모두 24개 입점 예정 가게 중 현재는 11곳만이 문을 열었고요, 개성적인 음식점, 갤러리, 후루기숍, 피트니스 스튜디오 등... 그 중 체인점은 어느 하나 없다고도 해요. 소상공인 지원사업 같은 얘기는 많이 듣지만, 보다 실천적인, 현실 가능의, '눈에 보이는 오늘'이 우리에겐 필요한 거 아닐까요. 이곳엔 단 한 번의 '기회, 찬스'가 아닌, 계속하는 함께 살아가는 무궁무진한 '오늘에 대한 비젼'이 있거든요. 물건은 실패하면 어쩔 수 없지만, 오늘이 별로라면 내일을 다시 살면 되어요.🌈

 {공지} # 목요일엔, 에세이 한 잔 어떤가요? 

오늘 레터 어떠셨나요? 스타벅스와 유니클로, 로컬과 로컬. 자꾸 언급되는 것들을 또 언급하게 된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한데요. 그만큼 편향적인, 저의 주관적 일상의 '안테나' 속에서 무언가 하나(반개라도) 얻어가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세상에 새로운 건 너무 많고, 정보는 차고도 넘치잖아요. 그래서 큐레이션이란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고요.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건, 하나의 내일, 가능성은 아닐까요.🍀🌻

그리고, 오늘은 공지사항이 하나 있어요. 이번 주부터, 정확하게 목요일부터 '호외' 레터를 하나 발행할 예정(격주)이에요. 명칭은 '레터와 수필', 뉴스가 아닌 혹은 뉴스가 담긴 저의 사적이기도 공적이기도 한 짧기도 짧지 않기도 한 글을 한 편 전달하자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말미에 '레터의 스스메(추천이란 뜻이에요)'란 짧은 코너로, 실제 해볼 수 있는 것(음악, 영화, 전시, 그림, 책 등) 해봐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들을 소개할게요. 아마 목요일, 직접 보시는 게 가장 빠르겠죠? 이번 7월 동안은 무료 공개이고, 이후 유료 회원용으로 전환할 생각입니다.😅

🏖 세상은 여전히 팍팍하고, 마스크에 숨은 헉헉대지만, 우리 가끔은 에세이에세이 스럽게, 수필수필하게 살아보아요. 그럼, 모두의 여름을 응원할게요.🙆‍♂️🙆‍♀️

📺 그리고 p.s 간만에 '일드'가 돌아왔다고 느꼈어요. 마츠자카 토오리의 결혼 후 첫 작품, 이우라 아라타, 아소 쿠미코와의 호연이 으뜸인 작품인데요. '그 때 키스했더라면', 보는 내내 배꼽 잡았습니다. 그리고 쿠보즈카 요스케의 아들, 이름도 아름다운 쿠보즈카 아이루가 출연해요. 드라마 코리아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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