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10월 4주차 #116

구독자님, 왜 그런 거 있지 않나요. 야구, 축구, 패션, 아이돌 다 잘 몰라도 어느 단 한 장면에 마음이 동해 그를 전적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저는 거의 모든 것의 '입문'은 위와 같은 '끌림'에서 시작한다고 느끼는데요. 그런데 또 신기한 건 그렇게 알게된 축구, 야구, 패션, 아이돌이 어느새 꽤나 투텁고 풍부해져, 그에 관해 이제는 누구보다 박식한 사람이 되어있다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같은 사실이에요.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 실은 그리 흔한 일도 쉬운 것도 아니거든요. 이와테현 작은 마을 미즈자와 시(水沢市)에서 태어나 초등 시절 리틀 소년 야구단에 입단, 지금은 미국의 그 누구보다 활약하는 메이저리거가 된 오오타니 쇼헤이. 그의 첫 다큐 필름이 오는 11월 17일 Disney+을 통해 첫 공개돼요. 사실 야구, 전 별 관심이 없거든요. 오래 전엔 괜한 멋에 유니폼도 찾아보고 뭔가 좀 다르고 싶어 일본 야구 리그 소식을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그런 거 오래 갈 리가 없잖아요.

다만, 오오타니 선수를 보면 '사람이 이렇게나 할 수 있구나'를 중얼거리곤 하는데요. 많이 알려진 것처럼 그의 운동에 대한 근성은 단지 6각형 구장을 넘어 사람이 태어나 할 수 있는 어떤 삶에 대한 구도의 훈련처럼도 보이잖아요. '그냥 좀 사람이 아냐'란 느낌이에요. 영화는 현재 'LA 앤젤스'에서 던지기도 때리기도 하는 '니토류' 선수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그의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 순으로 묶어 놓았어요. 좀 전형적이죠. 그리고 이런 거 얼추 다 예상하며 보는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처럼 잘 풀리지 않는 때에도 피와 살이 되는 '타석'은 많다'랄지, '나는 누가 땅에 버린 운을 줍고있는 것일줄 몰라요', 그리고 '인생이 꿈을 만드는 게 아니라 꿈이 인생을 만들어갈 뿐'이라 말했던 그를 떠올려보면, 그 인생을 당연스레 훔쳐보고 싶어져죠. 단지 이 때문에, '디즈니+' 신규 가입하는 사람 없을까요.

지난 주 부터 도쿄엔 도심 곳곳 일루미네이션 시즌이 시작하는데요, 이런 거 좀 너무 많아 이젠 그 반짝임도 식상하다 느끼지만, 그럼에도 이게 그냥 불빛인가요. 지난 한 해를 보내며 또 하나의 새로운 떠오르는 신년 앞에, 우린 가장 경건하고 희망찬 내가 되어있곤 하니까요. 좋은 것, 그리고 아름답고 멋진 건, 진부해도 계속하고 싶은 게 아마 변하지 않는 아마 이 시간 즈음의 마음가짐일 거에요. 시작은 미약했으나 결말은 알 수 없는. 그렇게 우리, 괜찮을까요. 🎇도쿄 내 일루미네이션 정보 관련한 사이트 함께 남겨 놓아요.

🎧 코로나 혹한의 계절을 지나며 '여기는 어디인가?' 마을의 아이덴티티에 위기를 맞이했던 하라쥬쿠가 이제 본격적 '자아 찾기'에 들어서는 걸까요. 미국의 기타 제조 브랜드 'FENDER'의 기간점을 타케시타 도오리에 맞이한 하라쥬쿠에 지난 10월 20일 이번엔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공식 콘셉트 스토어 'UNIVERSAL MUSIC STORE HARAJUKU'가 문을 열었어요. 관련해서는 저희 레터에서도 '오픈 예정' 뉴스를 전한 적이 있는데요, 그 이야기 그대로 전체 4층(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레코드의 성지가 또 하나 완성되었는데요. 지하는 팝업 스토어, 1층은 상시적 메인 팝업 스토어, 그리고 2층은 메인 기획 프로듀싱 플로어와 3층은 엔터테인먼트 스토어로 구성돼요. 그 중 오픈 기념 기획 1탄으로 전설적 록밴드 The Rolling Stones의 18년만의 새 앨범 'Hackney Diamonds'의 발매 기념 특별 스토어가 마련되는데요, 그 탓에 매장 입구엔 시뻘건 입술과 혓바닥이 인상적인 로고를 그대로 디자인한 'LIPS & TONGUE' 오브제가 설치되었고, 매장 내에는 동일한 디자인의 네온사인과 레코딩 부스를 구현한 앨범 판매 코너까지 런던 카나비 스트리트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내고 있어요.

사실, 이 매장 2020년 9월 런던 소호 지구 카나비 스트릿 9번가에 문을 연 공식 콘셉트 스토어의 2호점이거든요, 그래서 이름도 RS No.9 HARAJUKU로 운영되고, 단순히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음악 발신지로 기능할 거라고, 후지쿠라 나오시 사장은 이야기했어요. '단순히 T셔츠나 아티스트 궂즈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아티스트와 팬, 팬과 팬을 잇는 장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일본 세계의 유니버설 뮤직 소속 아티스트가 팬들과 리얼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설레는 기획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입니다.' 음악은 이제 스트리밍, 앨범은 소장 궂즈가 되지만, 그럼에도 가장 변하지 않고 영원한 건 리얼한 만남이 가져다 주는 음악의 하모니일까요. 그리고 그건 이미, 실현이 되고 있을까요. 롤링 스톤즈는 '매장 오픈에 맞물려 저희 앨범이 출시되며 우리의 브랜드 'RS No.9'이 일본 전역에 전달된다는 사실에 흥분됩니다'라고 했거든요. 하라쥬쿠 하면, 역시나 언더그라운드의 음악 아니겠어요.

🚍 도쿄에 아무리 없는 거 없다 하지만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해도, 이런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말하자면 '여기에서밖에 경험할 수 없는 무엇.' 지난 10월 17일 시즈오카현(静岡県) 카모군(賀茂郡) 니시이즈쵸(西伊豆町)엔 그 지역을 운행하던 버스, 그리고 버스 안내소 건물을 개조한 설마설마 숙박시설이 탄생했어요. '오다큐 그룹'의 버스 운영 회사 '토카이 버스(東海自動車)'가 기존 지역 교통 인프라로 쓰였던 73년된 안내소 시설과 폐선이 결정된 버스 차량 1대를 개조해 숙박 휴식 공간으로 재구성한 건데요. 그렇게 다시 태어난 버스 정류소 겸 안내소 '우그스 안내소(宇久須案内所)'는 본래 철도와의 직통 버스 승차권을 판매하는 '우그스 역'으로도 기능했지만, 지역 인구 이동량이 줄며 수요를 잃었고 철거도 논의되었다 하는데요, 다행히 리노베이션을 거쳐 식사도 가능한 다이닝 룸으로 바뀌었어요. 더불어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던 목재 벤치와 도서관처럼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던 책장도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했어요. 그에 더해 사무실과 안내 카운터는 조리 기구가 딸린 주방으로 변신해, 사전 예약을 하면 지역 민가와 어업 조합의 협력으로 메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가장 궁금한 객실은, 이전 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했는데요. 비록 버스 정류장에서의 1박이지만, 화장실과 세면대, 심지어 욕조까지 모두 구비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오래 전 지역 주민들의 '발', 이동 수단으로 쓰였던 버스는 또 무슨 쓸모가 있었을까요. 우리가 호텔에서 잠만 자는 건 아니듯이, '이스즈 자동차(いすゞ)의 1999년식 중형 버스 '쟈니'는 먼저 레트로 컬러로 도색을 새로 했고,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조작해보거나 행선지 표시 버튼, 승하차 도어의 조작 버튼을 몇 번이든 눌러볼 수 있는 좀 '어이없는 재미의 서비스'를 제공해요. 폐선된 버스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경험, 틀린 말 아니겠죠. 다만, 숙박 요금은 하룻밤에 3만 4천엔이라 하는데, 레트로 로컬 서비스의 희소가치, 도심 호텔 못지 않나요. 앗, 지역의 크리에이티브일까요. 그리고 이 숙박 시설 명칭은 '바스테이(ばすてい)'에요. '버스(バス)'와 '스테이(ステイ)'의 합성어, 그대로 읽어보면 '버스 정류장', 어쩌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요.

🕳 공간의 재활용, 혹은 재발견. 살면서 마주하는 도시의 공간은 일종의 우리 일상을 주름잡는 작고 큰 세포같다고도 느끼는데요, 전통과 문화의 도시 교토에서라면 '모두 다 비어냄'으로서 완성되는 공간도 있을까요. 지난 10월 20일, 교토의 신성하기로 알려진 주요 사찰, '헤이안 진궁(平安神宮)' 인근에 오직 앰비언트 사운드를 '듣기 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탄생했어요. 이름은 '시바시(しばし, '잠시'정도의 의미랄까요)', 1925년 지어진 일반적인 가옥을 리노베이션 해서 만들어졌는데요,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 도코노마(床の間)와 표면에 올록볼록 입체적 문양이 그려진 유리창, 스리가라스(すりガラス)와 같이 일본 전통 가옥의 멋을 그대로 남기며 개조된 탓에 약 100여 년 세월이 그윽하게 묻어나요. 애당초 이곳은 '지식이나 정보를 적극적으로 인풋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를 비어내며 리셋해보는 장소를 추구하거든요. 본래는 음악 레이블 'Traffic'의 대표이자 본 시설을 운영하는 나카무라 쇼에 씨가  디지털 음원을 무한 재생하는 곳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우연히 바이닐 커팅의 명인이라 불리는 야마지 신스케 씨를 만나며  약 4시간 분량의 Micro Ambient Music(사카모토 류이치 씨가 생전 41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한, 뉴욕의 스튜디오 '12K'에서 녹음된 앨범이에요)'을 새겨 넣은 9장짜리 더브플레이트(Dubplate, 그냥 12, 10, 7인치짜리 다이렉트 커팅 방식으로 녹음한 초판을 말해요)을 제작, 자연과 공명하는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내요. 

더불어 쵸후(調布)에 있는 한방 클리닉 '츠유쿠사 의원(つゆくさ医院)'이 감수하는 한방차 'onsa'를 맛볼 수 있고, 자연을 테마로 음악 관련 워크숍이나 기획 청음회와 같은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열릴 예정이에요. 일단은 음악을 재생하니 음악 관련 시설이지만, 결국은 그로부터 나를 돌아보게 하는, 텅 비움으로 새로운 나를 만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의 장소는 아닐까요. 나카무라 씨는 '취미의 연장선같은, 혹은 좋아하는 걸 그저 있는 그대로 좋아했을 때 비로서 생겨나는 깊이와 티 하나 없이 무구한 맑음에는 파워같은 게 있어, 이 공간에 몸을 두는 것 만으로 무언가가 채워지는 감각이 들 거'라고도 이야기했어요. 

🍽 물과 빛 바람. 마치 어릴 적 보던 모 만화 영화의 히어로 소개 문구같기도 한데요😅, 이와 더불어 기후 변화 등 자연에 밀첩하게 접근하며 최근 재생 가능한 환경에 대한 모색의 작업을 하는 작가로 주목을 받고있는 덴마크 출신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가 오는 11월 개관하는 '아자부힐즈' 내 갤러리에서 열려요. 타이틀이 '올라퍼 엘리아슨展 : 상호 관계하는 순간이 조화하는 주기(相互に繋がりあう瞬間が協和 する周期).' 갤러리는 헤더위크가 설계한 건물 내에 위치하고, 시설 정원엔 엘리아슨의 야외 작품도 설치가 되어있는데요. 이쯤 되면 '아자부힐즈' 엘리아슨의 아트와 '상호 관계'하며 시작을 하는 그림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지난 9월엔 '도쿄현대미술관'에서 대대적 개인전이 열리며 크게 호응을 받았거든요. '자연이 곧 예술'이란 말은 쉽게 자주 하지만, 그를 가장 실험적으로 동시에 현실 안에서 구현해낸 작업들이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흥을 주는 것들이라, 올라퍼의 작업은 '체험형 아트'란 수식이 붙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올라퍼 엘리아슨에겐 그만의 주방 'THE KITCHEN'이 있다는 사실, 상상이 되나요. 현재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그는

5층짜리 빌딩에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 SOE'을 운영하는데요, 이곳에 전시를 보러 방문한 관람객, 또는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나 건축가 등 에게 점심을 대접하다 시작된 게 바로 'THE KITCHEN'이에요. 매일 오후 1시가 되면 약 120명의 스태프와 게스트가 2층 키친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인데요, 마치 오래 전 포틀랜드의 라이프 매거진 '킨포크'가 주최했던 '킨포크 테이블'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갤러리와 식당의 콜라보, 이만큼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번 '아자부 힐즈' 갤러리 개관 기념 전시에서 이 'THE KITCHEN'이 등장해요. SOE의 제안으로 갤러리 내 카페의 셰프를 베를린 스튜디오로 파견, 'SOE 키친'이 추구하는 요리를 제공할 계획인데요. 가장 먼저 SOE의 철학인 '지산지소'를 실천하며 항공으로 수급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재료로 비건과 베지터리안에도 대응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양 억제를 실천하며 전시 기간 중 부페 형식의 식사가 제공될 거에요. 작품 뿐 아니라 먹거리에서도 서스태너빌리티의 메시지를 발시하는 모습, 뜻깊은 전시보고 나와 고기로 배채우며 탄소 배출하는 거, 모순적이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뉴는, 프랑스 대사관에서 부요리장을 지냈고, 현재 '록뽄기 힐즈 모리 타워'의 레스토랑 'THE SUN & THE MOON'의 총지배인이 지휘해요. 올라퍼 엘리아슨의 아트가 아닌, 엔쵸비 어패류 샐러드는 어떨까요.

 🧶 topic I 새 옷을 팔지 않는 옷 가게, BEAMS에 가다

레이블이 그야말로 다채로워 어느게 어느 것인지 때로 아리송해지곤 하는 패션 브랜드 'BEAMS.' 하지만 도쿄 웬만한 곳에는 하나 둘 정도의 점포를 만날 수 있는데요, 그런 '빔즈'가 지난 10월 20일부터 22일, 3일간 '물건을 팔지 않는 가게'로 포지션을 전환, 도쿄 하라쥬쿠 지점에서 행사를 가졌어요. 요지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돈이 아닌, 더이상 입지 않게된 옷을 가지고 매장 내 이미 수거된 남의 더이상 입지 않게 된 옷들과 교환하는, 말하자면 21세기의 '물물교환' 장터인 셈인데요. 사실 이와 같은 기획, '무인양품'과 '유니클로' 그 외에도 스파 브랜드인 '&' '자라' 등이 더 먼저 솔선수범 해왔지만, 재활용에도 브랜드 색이 묻어나는 걸까요. 이번 기획을 진행하는 쿠와바라 유키 씨는 '서스태너빌리티 관련 활동에서 중요한 건 관계하는 이들의 동등한 포지션, 등신대로서의 접근법'이라 이야기해요.

말하자면 이전같으면 물건을 팔고 사는 서로 다른, 오히려 정반대의 점원과 손님이었지만 이번 '물건을 팔지 않는 가게'에 한해서는 서스태너빌리티를 실천하는, '옷의 라이프 사이클의 숨어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발견해가는 동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빔즈'의 이번 기획, 좀 재밌는 구석이 있어요. 먼저, '물물교환'의 방식이 모두 두 가지. 그 중 하나는 여타 브랜드들이 실시하고 있는 입지 않게 된 옷을 회수함에 투입 그만큼의 매장 내 수거된 옷(혹은 재고)을 수령과 같이 돌려준 분만큼 되돌아오는 선순환의 실천이에요. 다만, 'BEAMS'에서는 2022년 11월부터 리사이클 전문 사업자 'JEPLAN'이 개발한 리사이클 프로그램 'BRING'을 도입하고 있거든요. 매장 내 수거된 옷들을 회수해 재생 폴리에스테르로 되돌리는 즉, 제품에서 다시 재료를 찾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전국 19개 점포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지난 23년 9월까지 약 1100kg의 옷이 재생 원료로 다시 태어났어요. 그래서 이번 '물건을 팔지 않는 가게'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적용, 별도 마련된 '재순환 부스'에 나의 입지 않게된 옷을 넣고, BEAM의 창고에서 철이 지난 옷을 그만큼 골라 가져갈 수 있어요. 일종의 '거라지 마켓'을 반쯤 뒤섞은 모델이기도 하죠. 

'리-유스'에 필요한 건, 추억 그리고 행동할 줄 아는 아이디어에요 "

그리고 또 하나의 방식이, 셀렉숍다운, 그 나름의 아이디어처럼 느껴지는데요. 바로 옷에 대한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일종의 옷에 대한 '마음의 순환'을 실천하는 모델이에요. '수거함' 박스에 넣어버리기엔 미련이 남은, 나와 함께 해온 옷과의 세월이 자꾸만 맘에 남는 옷들에 한해 'BEAMS'는 가격표 대신 옷에 관한 에피소드를 부착해, 그를 통해 옷이 오고갈 수 있는, '스토리 교환 부스'를 차렸어요. 그도 그럴 것이 BEAMS와 같이 편집숍에서 산 옷들이란, 나름의 브랜드 가치도 있고, 디자인이나 판매된 시즌의 고유성을 품는 등 옷이 간직한 사연이 제각각, 남다르잖아요. 달리 말하면 내가 입던 옷에 대한 마지막 어필이고, '수거함'에 들어가 분쇄된 뒤 다시 제로 베이스로 돌아가게 될 옷들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랄까요. 일차적으로 스태프들의 '추억 어린 옷'들이 80점 가량 먼저 모였고, 이에 손님들의 추억이 더해지는 식인데요. '지금부터 26년전, 선배에게 물려받은 뜻깊은 옷이에요'랄지, '처음 간 하와이에서 동생 결혼식에 입을 원피스를 샀어요', 또는 '이제 저한테는 너무 어려보이는 옷이라 내놓습니다'와 같이, 옷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된 느낌도 줘요. 

이렇게 쓰면서 저 자꾸 그 사람 떠오르는 이유 뭘까요. 'BEAMS'의 추억이 담긴 옷은 버리지 않고 양도한다'는 건, 어딘가 '더이상 설렘이 없을 때 버린다'는 콘도 마리에, 콘마리 씨의 정리술을 생각하게도 하는데요. 엄밀히 보면, '빔즈'의 추억 부스는 콘마리 씨의 '정리술' 그 이전 단계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이와 같은 일들을 통해 무분별하게 소비되어 가는 옷의 사이클을 늦춰가는 게 아닐까요. 이번 '빔즈'의 행사엔 첫 날 시작 전부터 30명 넘게 문 앞에 줄을 섰고, 약 3일간 200명이 참여했다 하는데요, 결국 필요한 건 누가 먼저 행동한다는 것. 바로 그런 계기일 거라 느껴요. 그리고 추억이라는 건, 분명 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갈 테니까요.

 👻 topic II 구독자님, '할로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1주일도 남지 않았을까요. 이제는 마냥 마시고 먹고 즐길 수가 없게 된 10월의 축제, 할로윈이 곧 며칠 앞인데요. 좋게는 거리에 활기를 가져다 주고 덩달아 지역 경제가 순환하는 흐름을 만들고 나아가 관광의 측면에서 그 도시의 매력이 되어주기도 하는데요. 다만, 단 기간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몰린다는 건, 무엇보다 너와 나를 해치는 위험 요소라는 걸 우린 뼈저리게 실감했어요. 그래서 사고가 있었던 거리는 지금도 여지없이 그 날의 비극을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하지만 사람 살다보면 인파가 많아지기도 하고, 더러는 그 정도가 과하게 밀집해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맞이하는 할로윈,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에 관해서는 일본에서도 요즘 좀 시끄러운 분위기인데요, 무엇보다 할로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부야 인근에서도 매년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기는지라, 지난 달 9월 시부야구의 하세베 켄 구청장은 '시부야에 오지 말아주세요'라는 이례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보통이라면 '우리 동네에 와서 놀아주세요'가 되어야 할 메시지가, 그와 정반대의 이야기가 된 셈인데, 세상 사는 거 이렇게 팍팍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리 시부야를 총괄하는 구청장이라 해도 거리의 주인은 그곳을 오가는 사람이거늘, 불만이 생길만도 한데요. 하지만 이도 꼭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게 근래 시부야 인근에선 할로윈 기간 중 무시 못할 트러블이 연이었어요. 일단은 노상 음주가 대폭 늘어났고, 그로 인한 쓰레기와 싸움, 심하면 거리의 차나 상점에 피해가 가는 일로까지 번졌거든요. 특히 2018년에는 경트럭 전복 사고까지 벌어지며, 할로윈 시기의 노상에서의 행위는 이후 단속 대상이 되어요. 2019년 노상과 공원 등에서 음주를 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례가 구의회에서 의결되었고, 그를 근거로 이후 단속이 심해졌는데요. 특히나 올해와 같은 경우는 지난 해 서울 이태원에서의 사고를 반면교사, 전에 없는 벌금까지 부과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현재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는 곳곳에 하세베 구청장의 위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 간판 등이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나붙었고 이제 곧 축제가 시작하려는 거리에 오히려 삼엄한 긴장감이 돌아요. 물론 이 모든 건 다 사건사고 없이 마을을 지켜가자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들이지만, '할로윈하면 시부야'를 외치던 고작 몇 년 전의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일까요.  

 🎃 마을 축제로서의 할로윈, 10월엔 괜시리 그곳에 가고싶어요 

최근 몇 년의 할로윈을 대하는 시부야, 그리고 일본 관공서의 입장을 보면 철저한 안전 제일 주의를 지향하는 듯 보여도, 2015년 즈음까지 시부야는 '할로윈을 즐길 때에는, 꼭 시부야'에서란 슬로건으로 인파의 유입은 물론 다수 기업의 참여를 유치하는 활동을 광범위하게 벌였어요. 지금의 하세베 구청장 역시 당시엔 그를 크게 선전하며 이벤트 기간 중 일부 도로를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 천국' 스트리트로 지정하고, 코스프레의 용이함을 돕는 거리의 탈이실과 화장실 등을 설치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이와 같은 이미지는 일본 밖으로도 퍼져 '밖에서도 음주가 가능한 곳'으로 시부야가 소비되며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할로윈, 딱 그 시기에 집결'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어요. 관광객 을 당당히 선언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그랬던 것이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그야말로 '문전박대' 처지인데요. 요즘에는 이 기간이 되면 길가 상점들마다 문앞에 '코스프레 입장 불가'이라 적힌 메모를 써붙이고, 식당들은 일찌감치 저녁 영업을 하지 않는 '단축 영업'을 실시하고,

지자체 요청에 따라 그 많은 편의점에서도 저녁 6시가 지나면 알코올 류를 판매하지 않는 움직임이, 바로 오늘의 시부야 할로윈의 풍경이라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애지감치 '화의 근원'이 될 만한 것들을 사전에 차단하자'식의 대응법이랄까요. 그런데, 무엇이 맞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 첫 도쿄 출장차 들렀던 시부야가 하필 딱 할로윈 시즌이라 그 무렵의 무언지 모를 활기가 참 싱그럽게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그 기분은 이후 '다시 이곳에 오고싶다'는 생각을 하게하는데요. 어쩌면 할로윈을 떠나, 중요한 건 마을을 들썩이게 하고, 그 무엇을 계기로 우리를 모이게 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장'으로서 이 축제를 바라보는 시점이 아닐까요. 그리고 사실 할로윈은 위험하다고 그냥 포기할 수도 없는 게,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거든요. 평소보다 배가 넘는 인파가 몰린다는것의 실질적 효과가 바로 이 시기에 결정되는 수준이거든요. 그래서 시부야가 할로윈에 고민하고 있는 요즘, 그 인근 이케부쿠로와 오오타구(大田区)의 우라타(蒲田)가 그 자리를 탐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하지만 할로윈이 문제인 건 결코 그곳이 시부야여서는 아니잖아요.

어쩌면 그건 도리어 시부야가 할로윈에 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더욱 탐구해야 할 것처럼도 느끼는데요. 말하자면, '할로윈은 시부야에서', 이 구호가 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의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곧 지역 축제로서 거리는 어떻게 화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어요. 할로윈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에는, 애당초 미국에서 시작된 가을 밤의 축제를 왜 따라하느냐의 날선 이야기가 주되잖아요. 하지만 그렇다면 매년 이맘 때만 되면 출렁이기 시작하는 거리에 그에 버금가는 맥락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지적 자산 관리 전문가이자 유튜버, 그리고 작가이기도 한 야마모토 이치로 씨는, '유스 컬쳐의 발신지로서 얼터너티브라는 건, 곧 그 지역을 다시 방문하거나 투자해줄 정도록 애착을 가진 문화적 배경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즉, 다시 방문하고 싶어지는 거리로서 할로윈은 분명 유효한 기회 옵션일 거에요. 그리고 이를, 이태원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미군 마을의 아이덴티티를 간직한, 동시에 유스 컬쳐와 약동하는 마을에서의 할로윈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구독자님, 올해 할로윈 어떻게 해야할까요. 

 🙏 이제 그만 우리 모두, '돈 워리 어바웃 미' 

구독자님, 얼마 전 개봉을 한 '킴쓰 비디오' 혹시 보았나요? 저는 요즘 영화관에 갈 처지가 영 되지 못해 아마도 보지 못한 채 지나갈 것 같은데요, 80-9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막 일어나던 시기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김씨가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는 당시엔 무명이었지만 후에 크게 피어나는, 곧 거장이 된 마틴 스콜세이지랄지 리안 감독, 그리고 코엔 형제와 토드 필립스 같이 수도없이 드나들던 비디오 가게이곤 했어요. 영화광들의 성지라 불리며 절정일 때에는 미국 내 11개 직원은 3백명이 넘을 정도의 비디오 가게가 되어버리곤 했는데요. 말 그대로 김 씨네 비디오. 개인의 이름은 때로 왜 한 시절의 추억이 되어줄까요. 똑같이 비디오 가게라고 말하며 그 울림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있어요. 시대를 산다는 건,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요. 오늘은 옷을 팔지 않기로 한 '빔즈', 또 한 번 들썩거리는 할로윈의 시부야를 이야기해보았는데요,

단 하나의 사건사고가 아닌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오늘과 어제, 그리고 내일을 바라볼 때 어쩌면 좀 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지는 않을까요.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와 같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거리 또한 지나온 세월만큼, 그리고 남아있는 미래만큼 보다 많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분명,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요. 오는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제13회 '도쿄현대미술관'에선 '도쿄 아트 북 페어'가 열려요. 그 중엔 '킴쓰 비디오'의 주인공, 아티스트이자 비디오가게 주인 토마스 콩 씨의 프로그램 'Thomas Kong “ARTS FOR SALE”'도 마련되어 있거든요. 그는 단지 비디오 가게를 장식하기 위해 그 시절 과자 봉지나 음료 캔 라벨, 신문지나 포장지 등등을 모아서 점내에 붙였다 하는데, 그게 곧 그의 대표작 '비디오 가게의 콜라주' 작품이 되어요. 구독자님, 사는 거 일단 모으고 볼 일인가요. 아픔이 되어도 중요한 건, 어제의 나와 너를 잊지 않는 마음일지 모르거든요. 그럼 우리, 또 보아요.

📫 오는 화요일, 10월의 마지막 날 31일에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122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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