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복하는 밤, 모든 것이 끝나고 남아있는 것을 이야기하다

영화에서는 하나의 순간이 아닌, 시간의 경과가 찍힌다는 것을 염두해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웃음) 하지만 사진에서 조차 순간을 포착하는 매개이기는 하지만, 그 한 장을 계속 바라보게 할 수 있는 무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요. 보는 사람이 사진 앞에 섰다 떠나기 까지, 그 시간은 지속돼요. 단편적이지만 전체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지만 영원을 감각하게 하는 시간. 저는 늘 이 부분을 의식했고, 영화에서도 기승전결 뿐 아니라, 마음에 남아있는 순간, 그 순간을 하나둘 엮고 싶었다 생각해요.
사진가, 그리고 2021년 첫번째 영화 '동백 정원(春の庭)'로 데뷔한 우에다 타카히코 上田義彦

「終わった後もそこに残る思いを見ていたい」上田義彦

広告写真の第一線で活躍するほか数多くのオリジナル作品を手がけ、見る側の記憶に残るイメージを生み出し続ける写真家、上田義彦。変わりゆく風景を前に、自分が暮らした家がいつか解体されるかもしれないと喪失感を抱いた日、上田はある物語を書き始めたという。移り変わる時代への感情や、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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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지난 5주 잘 지냈나요? 보다 저를 알리고 싶은🥰 오픈하고 싶다는, 그러니까 친해지자는 취지(?)로 시작한 수필과 레터, 여섯 번째 이야기인데요. 지난 5호 부터 abcde의 E에 맞춰 5주 간격으로 템포를 조절해보았어요. 단순히 레터 전체의 스케쥴 균형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5주에 한 번 보는 사이' 괜찮지 않나요? 코로나 이후 생활도, 사람을 만나는 방식(주기, 장소, 상황...)도 다양해지면서, 만남의 횟수가 새삼 의미를 갖고, 느껴지는 것도 같아요.

그렇게 5주 만에 찾아온 E레터인데요, 오늘은 일본 광고 사진계의 거장 우에다 타카히코 씨의 말로 시작해봤어요. 광고 사진이라 이야기해도 커머셜 보다는 기업의 브랜딩 이미지 광고 사진으로 더 유명한(대표적으로 무인양품) 우에다 씨인데요, 지난 해에는 예순 다섯 나이에 첫 영화 연출 데뷔, 「동백 정원(春の庭)」이란 작품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어요. 강릉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심은경 배우가 출연해요. 그리고 그 영화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우에다 씨는 "모든 게 끝나고 남아있는 마음을 담고싶었다"고 이야기했어요. 모든 게 끝난 뒤, 불이 꺼진 거리, 너와 헤어진 후, 카페에 너가 앉아있던 자리. 그리고 상투적이지만 '연극이 끝난 뒤.'

모든 '엔딩' 이후의 이야기는 어디에 남아있을까요. 전, 최근 가장 맘에 남았던 김종관 감독의 흑백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을 다시 꺼내봤어요. 김종관 감독 영화, 좋아하나요? 어쩌면, 우리가 모두 떠난 그곳에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오늘은, 「아무도 없는 곳」을 이야기해봤어요.

🌒 지속되는 페이드 아웃, 시작하는 밤

카페에 머물다 떠난 자리에 흐르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내가 있(었)던 자리. 혹은 누군가 찾아오기 이전의 시간. 때때로 어느 카페에서 난 바쁜 사정인지 손님이 떠난 자리에 빈 잔이 오래 놓여있는 모습을 보고, ‘정리도 안하네'라며 혼자 볼멘소리를 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남아있는 시간이란 지나간 과거일까, 남아있는 현재일까. 김종관 감독의 흑백 장편 「아무도 없는 곳」을 보며 그런 별 거 아닌 물음을 긁적였다. 내게서 멀어진, 하지만 남아있는. 그런 비어있는 어떤 '자욱의 지연' 같은 것들에 대하여.

카페가 아니라 하더라도 하나 앞의 버스를 타거나 타지 못했거나 시간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나선 길에서의 이모저모란 애초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내일'이곤 하다. 반대로 잠이 많아 일어나지 못한 새벽녘 집 앞의 하늘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풍경. 그렇게 없던 세계이다. 내가 있던 자리거나 혹은 나만이 없는 시간. 이런 걸 과연 우린(나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비완성형의 시간은 어디에 머물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김종관 감독이 '정말 하고싶은 걸 다 해봤다'고 말한 「아무도 없는 곳」은 그렇게 유독 보이지 않는 현실을 참 잊지 못하는 영화다. 한 남자의 꿈에서 시작해 영화는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고, 그곳엔 어쩌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하늘에서 밤이 떨어진다

남자는 꿈을 꿨다. 그는 늙어있었고 또 한 명의 늙은 여자가 함께였다. 그리고 그는 왜인지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건 꿈이라 가능한 이야기. 다시 한 번 말하면 「아무도 없는 곳」은 한 남자의 꿈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정확히 고쳐보면 ‘말 되어지는 지난 밤의 꿈’을 데려와 문을 연다. 그닥 새로운 방식의 오프닝은 아닐 수 있지만 분명 범상치 않은 시작이고, 김종관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돌아볼 때, 이건 하나의 마지막이기도 하다. 나는 이를 「페르소나」 속 ‘밤을 걷다'의 엔딩 이후, 「최악의 하루」에서 한예리가 춤을 추던 그 아름답던 밤의 너머, 「더 테이블」이 매번 발걸음을 돌리던, 찻잔 만이 남아있던 테이블의 ‘다음'으로 보았는데, 그건 곧 김종관의 영화가 가지 않았던 길, 그 첫 걸음의 시작이기도 하다.

일상의 조각을 쌓고쌓고, 한걸음 한걸음을 더하고 그렇게 차이와 반복을 오가던 길에 시공간을 초월한 빛이 잠시 내리비칠 때, 김종관의 영화가 있(었)다. 늘 멈춰섰던, 더 나아가지 못했던, 혹은 그러지 않았던. 그렇게 아무도 없던 곳의 엔딩(어쩌면 시작?). 런던에 머물다 서울로 돌아온 창석(연우진)에게 돌아가야 할 곳은 곧 떠나온 자리이고, 그런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길에 마지막은 곧 ‘사라짐'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곳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라면.

남자의 꿈으로 시작한 영화는 미영과 마주한 자리에서 하나의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 보다 타이틀이 등장하기도 전 시작하는 이 챕터의 이야기는 굉장히 묘한 감각의 체험을 남기고 떠나간다. 남자의 꿈(의 낭독)이 끝이 난 뒤 카메라가 비춘 곳엔 (남자가 아닌) 여자가 잠을 자고있고, 맞은 편 남자는 책을 읽는 중이다. 어떤 관계이고 어떤 설정인지 영화는 오로지 둘 사이의 막연한 대화 만으로 끌고가는데, 그야말로 오직 감각 만이 존재하는, 물성이 휘발된 시간의 재현이 태어난다. 시제가 엉키고 화자와 청자의 경계가 힘을 잃고 미영의 대사 ‘누군데 누구를(이지은의 발성으로 매우 마법처럼 들린다)’처럼 무엇 하나 단정할 수 없는, 진짜와 가짜가 같은 테이블에 나뒹굴고 있다.

오직 오래된 것 만이 기억된다

창밖의 걸음을 서두르는 시간과 달리, 종이 신문을 펼치고 책의 뒷장을 바라보고 페이지를 넘기는 바스락 소리, 찻잔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가 느리고 고요하게 울리는 어느 '정(静)'의 공간. 시제를 잃은, 어쩌면 가짜이거나 진짜가 되어버린 이야기가 그곳에 머물고 다시 잊혀진다. 끝이 났거나 남아있거나, 소외되었거나 기억되거나. 그렇게 가장 미래거나 가장 과거. 어쩌면 이것이 ‘아무도 없는 곳'의 재연일까. 영화는 그제야 타이틀을 꺼내놓고, 남자의 이야기 속에 있던 늙은 남자와 여자와 오래된 호텔과 나이 먹은 노숙자. 그리고 유일하게 모든 걸 기억하고 있던 벨보이 할아버지. 오직 오래된 것들 만이 그곳에 기억된다.

아이유가 분한 미영과 윤혜리가 연기한 유진, 사진을 찍는 성하로 나타난 김상호와 바에서 일하는 주은 역의 이주영. 그리고 수화기 너머 어딘가의 누군가. 모두 네 명의 인물과 차례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무도 없는 곳」은 여러모로 옴니버스 형태로 제작된 전작 「더 테이블」과 흡사한 모양을 하고있다. 비슷한 분량의 네 개의 챕터로 나뉘어진 탓에 더욱더 유사하다는 비교도 가능하다. 다만 「더 테이블」이 만남을 더해가며 이야기를 펼쳤던 것에 반해, 「아무도 없는 곳」은 떠나감, 헤어짐 이후, 비어진 자리, ‘부재'를 밟아가는 이야기이고, 무엇보다 창석이라는 이야기를 끌고가는 ‘진행자'가 존재한다. 그만큼 하나의 이야기는 그 다음 이야기와 혹은 그 다음의 이야기는 이전의 이야기와 어떻게든 상호 작용 하에 있다. 말하자면 나열에 의한 병렬의 구조가 아닌 창석의 의식, 혹은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비선형적 서사 속에 영화는 유영한다.

창석이 왜 미영과 마주앉아 있고, 성하를 만나는 우연은 왜 찾아오고, 유진과의 만남은 왜 두 개의 죽음을 품고 있는지 이들 사이에 개연성은 느껴지지 않지만(사는 것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하나의 꿈이 미처 그 흔적을 감추지 못한 자리, 그곳에 상실, 죽음, 헤어짐 이후 ‘어둠'을 마주하는 날이 왜 자꾸 벌어진다. 그렇게 영화적 개연성을 확보한다. 영화엔 만남과 헤어짐, 아니면 이별 이후, 상실과 죽음의 모티브가 여러번 스쳐가지만 그건 모두 ‘지나온 난 뒤의 자욱’이고, 그곳에 마지막이 스쳐간 뒤 쌓여있는, 혹은 남아있는 세월이 보이지 않는(던) 이야기를 드러낸다. 미영과의 만남 이후 창석이 유독 ‘듣는 자리'에 있다는 건 그저 우연일까. 김종관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대화 보다는 ‘듣다'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말했는데, 그건 곧 ‘(바라)보다'의 행위이기도 하다.

꿈이거나 잠에 든 도시의 이야기거나 어둠 속이거나 기억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내일 속에 밀려갔던 그렇게 잊혀졌던 세상 모든 ‘진행형'의 시간들. 시간이 멈춘 듯한 지하 카페. 그곳의 시간은 유독 느리고 창 하나 사이로 세상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달팽이가 남기고간 점액질의 흔적이 어둠 속에 아른거린다.

7일째 매미, 너와 함께 여름이 사라졌다

여름이 끝났다. 어쩌면 끝이 났다. 우리 집 아파트엔 유독 나무가 많고 새가 많이 지저귀고 벌레도 무성한데 매미 울음이 잦아졌다 느꼈던 아침, 웬 고동 나무 한 그루에 매미 모양의 껍질이 붙어있었다. 오직 6일을 살기 위해 100년의 세월을 땅속에서 보낸다는 매미인데, 그 애달픈 여름 한철이 그로테스크한 껍데기로 그곳에 있었다. 좀처럼 계속 보고 있을 수 없어 금새 눈을 돌렸지만, 아마도 계속, 그렇게 있었다. 여름 끝무렵의 별 거 아닌 에피소드. 하지만 세월은 어쩌면 그렇게 잊혀지는 걸까. 기후 변화가 요상하다는 요즘, 그건 분명 ‘흘러간다'보다 ‘잊혀진다'로 변태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잠깐 생각했다. 창석이 서울에 돌아와 미영을 만나고 성하와 마주하고 바에서 묘한 술을 마셨던 건 겨울의 마지막, 봄이 오려는 문턱이었을까. 그런 ‘사이'의 시절이었을까.

김종관 감독의 어느 꿈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그렇게 모든 사라짐 이후의 시간을 추적하고 있는 영화다. 그의 섬세한 산책으로, 면밀한 안테나와 감수성을 무기로 우리가 잊고있던, 세상이 놓쳐버린 날들을 차곡차곡 되짚고 되뇌인다. 그렇게 드러낸다. 깊은 어둠 속을 걷다보면 점점 시야가 열리는 것과도 같은 체험이, 이 영화를 계속 걷게한다. 창석의 2년 만이라는 부재의 시간, 너가 떠나간 뒤 내게 남아있던 어제가 아닌 오늘의 시간, 우연이 아니었으면 잊혀졌을 성하와의 과거와 같이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던 시간이 빛나는 어둠 속에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이별, 죽음, 상실 이후의 어김없이 흘러갔던 날들이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없지만 너가 바라본 나의 뒷모습과, 그렇게 전이되는 나와의 시간(기억), 그런 나만 없던 시간들.

부재하는 시간의 계절 : 너의 뒷모습과 나의 얼굴 앞에서

영화의 말미 김종관 감독은 바에 들린 창석과 주은의 장면에서 시를 하나 써내는데, 난 어김없이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단편 ‘조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물원에서 약속한 연인은 도착하지 않고 오직 기다리던 시간만이 존재했다 사라지던 이른 봄날의 이야기. 바에서 창석은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기다리지 않고 그곳엔 그렇게 ‘기다림' 만이 존재하는 시간이 태어난다. 기다린다는 말로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버린 남자.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았지만 남아있는 줄어든 술 병과 세 번의 비어진 술잔. 그렇게 드러나는 아직 오지않은 사람. 바 카운터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렇게 빈 자리를 품고있는 너와 나, 그런 사이의 자리였을까. 말동무가 되어준 바텐더 주은은 남의 기억(어제)으로 시를 쓰는, 오늘을 사는 여자였고, 사랑도 삶도 관계도 끝을 갖고 태어나지만 그건 곧 타인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엔 어느 시작과 마지막이 ‘종말'이 숨어져있다.

또 하나의 시작으로 대체되는 세상 무한 루프의 종말들. 버스 정류장을 향하던 길 난 오지 않는 너를 생각했고, 집으로 걸어가던 아침 머릿속엔 지난 여름의 매미 울음이 맴돌았다. 그렇게 우린 너와 나의 절반 만을 살고있는 걸까 어느 어둠의 문턱에서 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어떠...셨나요? 저는 개봉 때를 맞추지 못하고 뒤늦게 집에서 홀로 보며 혼자 너무 좋아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는데요, 김종관 감독의 영화는 그의 '단편'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사진에 가까운 작품이란 생각도 들어요. 이야기가 아닌, 어느 순간, 장면에 깃들어있는 (보이지 않던) 이야기가 어둠 속에서, 혹은 꿈이 되어 말을 하기 시작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간과되고 놓치기 싶지만, 세상엔 분명 그렇게 말되어 지지 않은 이야기가 무수히 잠자고 있어요. 코로나가 막 심해지려던 무렵, 김종관 감독의 '조제'가 개봉을 하지 못해 안절부절 하던 즈음, 인터뷰(아래 링크 남겨놓아요)를 위해 만났던 적이 있는데요, 모두 추워 손을 비비며 고작 커피 한 잔에 찬기를 녹이던 때가 기억나요. 이렇게 기억은 늘 이야기보다...는 장면일까요.

오늘은 안도 코헤이의 솔로 프로젝트 MELRAW의 With You 남겨놓을게요. 요네즈 켄시랄지, 킹그누, Vaundy와 심지어 키린지, 그리고 Chara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최근 더 활약하는 뮤지션이에요. 후반엔 좀 록 사운드가 되어버리지만, 어딘가 스페이시한 사운드가 지금 이 밤에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구독자님, 세상은 아마 '지금이 전부가 아니고, 분명 +한 뼘'으로 완성돼요. 그럼, 우리 또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