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2월 2주차 #128

고향집 가는 시즌에 말 못할 속사정, 잠깐은 괜찮아도 아니 하루는 반갑고 정겹지만 이틀, 삼일 이어지는 명절 음식처럼, 가족간의 관계 거리감이란 것도 연휴가 길수록 부작용이 발동하기 마련인데요, 지역에서의 축제 이런 건 어떨까요. 오는 3월 16일과 17일, 일본에선 패션 브랜드 BEAMS의 2016년 일본 전통의 매력을 발신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BEAMS JAPAN'과 코베시의 구르메 이벤트가 진행돼요. 개최 장소의 이름을 빌려 '메리켄 파크 페스티벌 produced by BEAMS JAPAN'인데요, 코베 시의 랜드 마크이자 전망 타워가 있는(자체가 포트 타워거든요) '메리켕 파크'의 개관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역의 이름 있는 음식점들이 총출동하는데요. 디저트의 도시 코베답게 화과자부터 빵, 그리고 텐푸라와 같은 일본 요리와 항구 도시의 이점을 살려 발전된 다국적 요리들, 더불어 식후의 즐길 수 있는 커피와 홍차, 와인 등 알코올까지 코베의 먹거리 자산을 '빔즈'가 큐레이션, 선보이는 자리가 될 거에요. 더불어 이 지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키무라 코타로 씨가 포트 타워의 빨강과 항구 도시의 파랑을 바탕으로 포스터를 그렸고,

관련 궂즈도 판매될 예정인데요. 명절 맞아 고향집에 갈 때마다 갖게되는 길면 길어질 수록 지루함, 내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의 주최 행사라면 좀 더 머물고 싶어질까요. 그에 더해 커트러리나 간단한 잡화 등 '빔즈'가 평소 판매하는 것들도 함께 더해지고, 근래엔 고향보다 여행을 떠나는 명절이지만, 그건 사실 그 명절 내가 어떻게 보내는가, 명절의 사용 방식 그 선택 나름일거에요. 

⛩ 이제 곧 내일이면 두 번의 설날, 구정이 찾아오는데요. 고향에 가거나 가지 않거나 역으로 고향에 오거나 오지 않거나 이맘 때면 늘 무언가 구수한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 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곳이란 명확한 이유없이 특정한 어느 곳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일본에서는 왜인지 교토, 그리고 나라와 같은 곳처럼 말이에요. 지난 2월 3일부터 같은 무라카미이지만 전혀 다른 무라카미 타카시의 대대적 기획전이 교토 '쿄세라 미술관(京都市京セラ美術館)'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회기가 무려 9월 1일까지 거의 반년 동안인데요. 타이틀이 '무라카미 타카시 모노노케 교토(村上隆 もののけ 京都)'. 우리에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제목으로 익숙한, 일본 민간 신앙에 등장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괴롭게 하거나 병들게 하거나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증오(怨), 죽음(死), 그리고 삶(生)을 아우르는 영(霊)을 가리키는 '모노노케'를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인생만사 생과 사를 넘나드는 무라카미 타카시의 꼴라쥬와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실제로 무라카미는 이번 전시에서 일본 전통의 예술에 정면으로 도전, 상반되는 미학에 도전했거든요. 대학에서 실은 일본화를 전공하고 일본 미술사에 있어 거장의 예술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고 말하는 그는 그야말로 전통의 도시 교토에서 에도 시대 그림들을 자신만의 뉘앙스로 연출, 업데이트한 느낌이 나요. 무려 1장 '모노노케 라쿠츄라쿠가이즈(洛中洛外図)'라 이름붙은 챕터에선 교토 시내(洛中, 라쿠츄)와 외곽(洛外, 라쿠가이)의 풍경을 부감으로 그려낸 게 마치 무로마치부터 에도 시대에 걸쳐 자주 그려졌던 넓은 폭의 풍경화로 그려졌어요. 더불어 에도 시대 초기 작가로 알려진 이와사 와타베의 '단목본(舟木本)'은 크기를 3~4배로 부풀려 전체 13m에 이르는 '라쿠츄라쿠가이즈 이와사 와타베에(洛中洛外図 岩佐又兵衛) rip'로 완성했어요. 말하자면 작심하고 일본 미술의 오랜 중심 교토에서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회화와 정면 승부한 기분이에요. 그리고 2장에서는 '신시와 롯카쿠 사사에도우(四神と六角螺旋堂)'라 이름 지으며 일본 신앙 속 요괴와 신의 세계까지 뻗어가는데요. 일견 일본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의 '게게게노 키타로'가 떠오르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좀 남다른 건 전시의 제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루사토 납세(ふるさと納税)'를 이용했다는 거에요. 이는 지역과 도심의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지역에 기부금을 내면 그에 대한 답례품을 보내주는 일종의 '지역 상생' 제도거든요. 얼핏 크라운드 펀딩에 붙는 리워드와 같은 구조랄까요. 아무튼 무라카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바로 그 제도를 활용했거든요. 애당초 공립 미술관에서의 전시란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탓에 자체적으로 그를 보충할 방법을 마련한 셈이에요. 달리 말하면 전시의 태생부터가 '고향가는 길'의 과정이었을까요. 그리고 무라카미 씨는 이번 전시의 작품에 대해 워낙에 대작에 대한 도전이었기에 '꽤 힘든 도전이었고, 지금의 BEST는 이것이다! 정도로 완성했어요'라며, 일련의 작품들을 '변명(言い訳)군'이라 달아 놓기도 했어요. 어딘가 어리광 부리고 싶어지는 거, 고향가는 계절이라서가 아닐까요. 무라카미 타카시가, 하루키 그리고 류와 다른 건 바로 이렇게 마이너스도 플러스로 포장해는 '유머러스함.' 그런 고향집 느낌 나는 우리 어린 시절 장난과 같은 아트거든요.

📺 명절엔 또 이런 거 나름의 재미 아닐까요. 얼마 전 일본에선 '일본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발표가 되었는데요, 매번 이야기하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얘네는 일단 후보작들에 모두 '우수상'이란 상을 수여해요. 그래서 간혹 이를 오인해 아직 후보자임에도 수상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아무튼 아직은 알 수 없는 오는 3월 8일 개최될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수상 후보작(자)들은, 먼저 작품상의 경우 예상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과 또 한 번의 리부트 야마자키 타카시의 '고질라 1.0' 그리고 저희 레터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빔 밴더슨이 도쿄 시부야의 토일렛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야쿠쇼 코지와 합을 맞춘 'PERFECT DAYS'와 없으면 서운한 이름 일본 영화의 거장 야마다 요지의 '안녕하세요 엄마', 그에 더해 이우라 아라타와 나가야마 에이타가 함께한 무엇보다 관동 대지진과 일본의 한국 침략 상에서의 이야기를 다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모리 타츠야 감독의 '후쿠다무라 사건' 등이 올라있고, 남우 주연상 후보는 PERFECT DAYS'의 야쿠쇼 코지와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의 '에고이스트'에서 스즈키 료헤이 그리고 신인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또 한 편의 순애보 영화 '꽃이 피는 언덕에서 너를 다시 만난다면'의 미즈카미 코우시와

'고질라 1.0'에서 카미키 류노스케 등이 선정되었어요. 뒤이어 여자 배우의 경우 '괴물'의 안도 사쿠라, '안녕하세요 엄마'의 노배우 코시나가 사유리 씨 등의 이름이 보이는데요. 감독 후보자는 빔 밴더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야마자키 타카시와 모리 타츠야 등이 단 하나의 트로피를 놓고 겨를 예정. 얼추 예상 가능한 이름, 작품들이죠. 그런데 일본엔 이와 정반대의 이름이 등장하는 또 하나의 영화 순위가 있거든요. 바로 1946년에 창간돼 여지껏 발간되고 있는 영화 전문지 '영화 예술'의 '올해의 베스트 & 워스트' 순이에요. 이 잡지는 이름 그대로 전적으로 영화적 측면에서 좋고 나쁨을 가린 순위를 매년 이맘 쯤 발표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마치 '아카데미'의 양뺨이라도 때리는 듯 위와 정반대, 혹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영화가 대거 등장하거든요. 먼저,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에 거론되는 '괴물'이 이시이 유아 감독의 '달'과 함께 '워스트' 1위에 선정되었고, '고질라 1.0'이 바로 뒤를 이어 3위에, 그리고 키타노 타케시의 '쿠비(4위)', 유키사다 이사오의 '리볼버 릴리(5위)' 오기가미 나오코의 신작 '파문(8위)'과 요지다 요지 감독과 같이 소위 이름 있는 감독들이 모두 '워스트' 명단에 이름을 나란히 했어요.

그야말로 좋다가 얼굴 찡그러질 것 같은 순위잖아요. 반면 '베스트' 1위에는 아야노 고우와 에모토 타스크가 함께한 '꽃 무너지고(花腐し, '하나크다시'라 읽어요)'와 앞서 언급한 모리 타츠야의 '후쿠다 무라 사건'이 2에 올랐는데요, 물론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의 영화밖에 모르는 순위라 할 수도 있지만, 가끔 아카데미랄지 우리의 경우 청룡 보다는 대종상 보다보면 무엇이 좋은 영화인가, 고개를 갸우뚱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전폭적 대중성의 잔치를 보는 헛헛함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처럼 다소 융통성 없어 보여도 예술성이 아직 살아있음을 끄덕이게 되는 순위, 분명 필요하지 않은 건 아마도 아닐 거에요. 참고로 현재 넷플릭스에 올라있는 안도 사쿠라, 야마다 료스케 주연의 'BAD LANDS'가 '영화 예술'이 선정한 '베스트 영화' 8위라 해요. 사실 저 이 영화 찜만 해놓았는데, 이번 명절 아마도 보게 될 것 같거든요. 특히나 북적이는 가족을 벗어나, 반복 재탕되는 TV를 끄고 나 홀로 명절 만끽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 얼마 전 일본에선 '슬램덩크'와 지브리의 기대작 미야자키 하야오의 6년만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선전 일절 하지 않고 개봉하는, 어쩌면 옛날엔 당연했던 그래서 신선한 방식의 개봉을 했었는데요. 이를 그대로 책방에 가져와보면 이런 그림이 될까요. 다량의 순문학 작품 라인업을 보유한 일본의 전통 출판사 '문예춘추'가 지난 2월 2일 총 스무 개의 작품의 타이틀을 가린 채, 즉 타이틀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패키지로 책의 커버를 포장한 새로운 버전의 책들을 공개했어요. 이건 즉 사서 읽어보지 않으면, 페이지를 열기 전까지는 무슨 책을 고른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건데요. 그대신 책의 타이틀을 가린 검정색 패키지에는 '사춘기라는 거, 아파'랄지 '남녀 간에 우정같은 거, 없거든'과 같이 작품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될 만한 문장들이 새겨져 있다는데요. 그러고 보면 이런 거 얼마 전 킷사뗑에 책을 두고 판매하기 시작했던 도쿄 이케부쿠로의 '후쿠로쇼사보(梟書茶房)에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이디어라는 건 공유가 가능하잖아요.

아무튼, 타이틀을 알 수 없는 책의 판매는 오는 2월 29일까지 진행되고, 각 책의 카피를 쓴 건 '문예춘추' 편집팀과 광고 대행사 '하쿠호도'의 미디어 파트 협력사 '하쿠호도 케틀'의 공동 작품이라 해요. 어찌보면 카피의 신선함이 오랜 순문학을 발견하게 해주는 시스템이기도 하겠죠. 무엇보다 이 타이틀을 감춘 책방의 이름 '속내를 감춘 책방(本音屋)'이거든요. 그리고 이 비밀스러운 순문학은, 쥰쿠도 이케부쿠로 지점과 하이브리드 책방 'honto'에서 판매가 돼요.

💡 이름이 전부는 아니지만, 공부도 일도 술술 풀린다는 의미의 하카도루 捗る라 지어진 곳에서의 한 시간은 어쩌면 정말 좀 더 술술 흘러가는 시간이 되어줄까요. 근래 편의점 내 서적의 중계 유통을 그만두기로 한 일본 내 최대 책 유통사 '토한(トーハン)'이 최근 도심 곳곳에 책을 읽으면 딱 좋을, 혹은 다른 일을 해도 그만큼의 집중력이 보장되는 코워크 스페이스, 이름하여 'HAKADORU'를 늘여가고 있어요. 2020년 3월 도쿄 토라노몽(虎ノ門)에 1호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신쥬쿠 3쵸메, 그리고 얼마 전 2월 1일에는 시부야 미야마스자카(宮益坂)에 또 한 곳의 '하카도루'를 열었거든요. 근래의 코워크 스페이스는 더이상 새로울 게 아니지만 이곳은 단 시간 플랜부터 정액제까지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해 '가볍게 사용할 수 있어 단시간에 일이 '하카도루'한 환경'을 콘셉트로 해요. 심지어 신쥬쿠 3쵸메 지점의 경우 아침 시간대에는 1시간 2백엔에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지역별 유동 인구의 특성을 고려해 지점 별 요금제가 상이하기도 하고, 기본은 15분에 250엔, 하루 종일 이용하면 35백엔 별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내게 필요한 한 순간의 '하카도루'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계기일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곳들의 자리가 '공유 경제', '셰어 라이프'를 실천하는 그림처럼 느껴지거든요. 도쿄에 있어도 하지 못한 일, 잠깐 해결할 수 있을 거에요.

 🥃 책에 취하다, '분끼츠' 5년이 벌인 짓 

2018년 겨울, 입장료를 받는 서점으로 화제를 모았던 '분끼츠(文喫)', 기억하나요. 이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입장에 돈을 청구하는 서점이 생기거나 늘어난 건 아니지만, 곧 트렌드가 되거나 하는 일이 생겨나지는 않았지만, 특정 책을 사기위한 구매하는 책방이 아닌, 우연한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책과의 일상은, 알게 모르게 혹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루 종일 체류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서접, '분끼츠'가 올해로 만 5년을 맞았거든요. 이후엔 후쿠오카, 그리고 오는 4월에는 나고야에도 분점을 오픈하는데, 책이 아닌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돈을 지불하기 시작한, 이 책방의 그래서 발견한 가능성은 무엇이었을까요. 명절을 맞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구정 전야에 '분키츠'의 부점장인 나카자와 타스쿠 씨의 최근 진행된 인터뷰를 조금 가져와봤어요. '분끼츠', 개인적으로는 오픈 첫 해 취재를 했던 적이 있거든요. 당시엔 전 점장인 하야시 이즈미 씨와 '분끼츠'의 모회사이기도 한 '닛판'의 직원 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당시엔 책방에서 밥도 커피도 술도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소위 '곱셈'의 책방이라 주목을 받았다면,

결국 이 모든 건 책방이 계속 우리 일상에 살아남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입장료 없이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입장이 가능한 책방은 일견 자유로워보여도, 그래서 아무것도 아니라 소홀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오히려 부러 돈을 매김으로서 당연한 것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미 아는 이야기, 하지만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발견하게 되는 스토리가 아마 책과 우리 사이엔 있을지 모르겠어요.

 💰 입장료를 받기 시작해 5년, '분끼츠'는 이제 책이 되었는지 몰라요 

Q 입장료를 받는 서점으로 화제가 되며 오픈을 했어요. 여전히 익숙치는 않은 형태의 책방인데, 그 만큼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을 의식했나요.

나가자와 타스쿠 한 마디로 압축하면 보통의 책방에서는 만날 수 없는 책과의 만남이에요. '분끼츠'는 '책과 만나기 위한 책방'이란 콘셉트로, 직원들이 '어떤 책을 어떤 식으로 진열하면 흥미를 갖고 손에 들게될까'라는 문맥에 기초해 책을 엄선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서점에서는 화제가 되는 책이나 새로운 책을 중심으로, 혹은 저자 이름을 아이우에오(あいうえお, 가나다나) 순으로 나열하지만, '분끼츠'에서는 손님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알아갈 수 있도록, 그 흥미에 답을 하듯 탐색할 수 있도록 진열을 합니다. 보통은 잘 놓여있지 않는 니치한 책 또한 쟝르 별 담당자가 어필하고 싶은 테마에 맞추어 판단하고 배열하고 있어요.

새로운 가치를 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사고 방식을 변하게 하는 체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알고싶은 정보가 명확하다면 일반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목적에 맞는 책을 찾으면 되겠지만, 추상적이고 뿌옇기만 한 '알고싶다'를 이루어주기 위해서는 문맥에 맞는 책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Q 반면 유일하게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전시실'이 있어요. 여기는 어떤 식으로운영이 되나요.

나카자와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위치하는 '전시실'은 록뽄기 길을 지나는 사람들 눈에 남는, '분끼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책이 나열되어 있달지, 꽃이나 식물이 가득 채워져 있달지 내용은 다종다양하지만, '책방'이라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흥미와의 만남을 제공하는 장소로서의 기획'을 직원들이 상시 궁리하고, 어떤 기획에서도 책에 대해서, 그 가치에 대해 저희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가 명확히 보이도록 노력합니다. 단, 책에 얽매인다기 보다는 기업과의 콜라보 기획이나 아트 작품의 전시 판매 등 자유로운 발상으로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그리고 지금(2023년 9월) 네일이 보이네요.

나카자와 '분끼츠'에서는 책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독서 체험과 매칭될 수 있는 새로운 프로덕트의 제작, 판매도 진행해요. 그 중 하나가 '손 끝에 문학을 입히다(指先に文学を纏う)'를 콘셉트로 개발한 하네펜(羽根ペン) 네일 폴리쉬입니다. 대만의 네일 브랜드 'et seq.'와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고, 문학 작품을 네일의 색이나 질감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에요. 3년 전부터 하고 있는 건 문학 작품들을 각각의 세계관에 기초해 색상과 질감, 그리고 언어로 표현한 시리즈 기획도 있어요.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 등의 작품을 다루었고, 쿄우고쿠 나츠히코의 소설 '백귀야행(百鬼夜行)' 시리즈는 교우고쿠 씨의 팬들이 다수 입점하는 등 지난 여름 출시해 매우 반응이 좋았어요. 문학의 새로운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창출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전개라고 느껴요. 새삼 다시 물어보면 '분끼츠'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나카자와 '분끼츠'의 운영회사는 책의 중계를 담당하는 '일본출판판매()'의 자회사 '주식회사 히라쿠(ひらく)'에요. 출판 업계가 2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드는것에 대해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고, 출판 업계를 지속 가능하게하기 위해 책의 가치를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18년 '분끼츠'를 오픈하게 됐어요. 독자가 책을 접하는 기회를 다양한 형태로 만드는 실험의 장으로서 기능하기를 바랬습니다.

Q 독자와의 많은 접점을 위해 점포를 만들며 의식한 것들은 무엇인가요. 

나카자와 먼저 입구를 통유리로 만들어 가장 가까운 전시 코너가 밖에서도 잘 보이도록 했어요. 기획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이런 걸 하는구나'라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공간 설계에 신경을 썼습니다. 또한 록뽄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많은 지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코너에 힘을 주었고, 우키요에나 전통 예능 등 전문 서적을 많이 들이기도 했어요. 만화 또한 새로운 만화나 인기 만화를 그냥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나 'AKIRA'와 같이 일본의 이미지가 강한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했습니다. 일본의 만화문화가 체계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배열에 신중히 접근했습니다.

Q 전문 서적의 비중이 높아지면 매출이 떨어지기 쉬울 것 같은데, 문제는 없었나요.

나카자와 그건 록뽄기라는 지역의 특성에 맞춰 센쇼(選書, 서점의 판매할 책들을 고르는 일)를 하기 때문에 전문 서적도 잘 팔리는 경향이 있어요. 더불어 '분끼츠'는 애초 입장료를 받는 비즈니스인 점도 전문 서적을 저희 의도대로 취급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고객이 내점해주시면 매출이 잡히거든요. 책의 판매와 별도로 수입원을 확보함으로서 '팔리니까'라는 일반적인 시점에서의 센쇼가 아닌, 손님이 독서 체험을 즐겨줄 수 있는 시점에서 개성이 가득한 센쇼를 할 수 있다는 건 저희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Q 센쇼도 책방 자체도 개성적인 만큼, 오픈하고 인지되기까지 손님 창출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나카자와 처음엔 체재형 서점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고생을 했어요. 독서시간을 느긋하게 보내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전시 등을 통해 공간을 풍요롭게 꾸며본달지, 맛있는 식사를 제공한달지, 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서 천천히 매출이 상승 곡선으로 전환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분끼츠'의 스태프가 손님의 희망에 맞춰 책을 골라주는 센쇼 서비스는, 히어링 시트로 요구 사항을 꼼꼼히 체크한 다음 해당 책에 대해 스태프가 코멘트를 더한 메모를 끼어서, 그를 금액에 합산해 전달하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서 매우 좋아해주고 있어요.

더불어 테마에 맞춰 센쇼한 책을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분끼츠 사선(文喫私選)'도 평이 좋아서 가령 '터프해지고 싶을 때의 책', '술 안주가 되어줄 만한 책'과 같이 다양한 테마가 있어요. 이러한 서비스는 책에 정통한 '분끼츠' 스태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고, 비교적 레벨이 높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센쇼'야 말로 '분끼츠'만의 오리지널리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카자와 저는 '분끼츠' 이전 기업의 사내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현장의 북 디렉터로서 센쇼 업무를 했습니다. 그 당시 회사의 직원들이 책을 통해 배움을 아이디어로 활용해내는 장면을 많이 보았고, 그와 같이 발상의 비약으로 이어지는 센쇼 스킬을 길렀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새로운 오믈렛 레시피를 궁리하고 싶다'고 한다면, 단지 레시피 책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달걀의 역사에 관한 책이랄지, 인기 레스토랑을 만든 사람의 전기랄지, 노란색을 테마로 한 색깔의 책과 같이, 오믈렛이라는 것의 본질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을 제안합니다. 이와 같은 사고 방식이 질이 높은 센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책은 이제 읽는 게 아니라, 머무는 책 

나카자와 씨의 '분끼츠' 5년차 이야기, 어떤가요. 작은 두 짝짜리 유리문에 불과해 얼핏하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분끼츠'는 전시와 기획의 '창'으로도 기능하는 커다란 유리창의 입구를 시작으로, 계단을 올라 책에 열중할 수 있는 열람실, 친구나 지인 등 다인원으로 이용이 가능한 연구실, 그리고 식사나 간단한 허기를 채우며 책을 읽을 수도 있는 킷싸실 등 책의 다양한 시간 사용범을 제안하는 '체재형 서점'이에요. 사실 어느 하나 특별하거나 새로울 건 없지만,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도 언제든 오히려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를 부러 하나의 공간 안에, '분끼츠'라 이름 붙인 유일한 장소로 만들어냈다는 것에 아마, 이 책방의 오리지널리티, 겨울 잠에서 일어난 세상이 봄날 꽃을 피우듯 드러나는 잠재 가치가 있을텐데요. 현재 입장료는 평일은 1640엔, 그리고 주말엔 2530엔, 오픈 당시보다 조금은 올랐지만, 코로나 엄한 시절도 견뎌가며 이제는 책이 아닌 책방과의 시간을 찾는 고정 손님들도 확보가 되었고, 책의 결코 순탄치 않은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해 십 수년,

이건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혹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한 책과 나 그리고 너와의 가장 가까운 미래는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정말로 다양한, 심지어 대형 체인 서점에서도 전과 다른 기획의 책방을 꾸리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다 일상 가까이, 새로움을 찾아낸 '분끼츠'의 하야시 라이스와의 다자이 오사무, 때로는 나폴리탄과의 타니자키 쥰이치로와 같은 시간이 더 끌리는 건, 설마설마 1650에란 비용의 가치가 확보되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단순히 돈을 얼마 지불하고 아니고가 아니라, 일상이란 건 너무 흔하고 평범하기 때문에 그를 기억하기 위한 무언가의 장치가 떄로는 필요해지거든요. 새해가 되면 주고받는 절 한 번에 수 만원을 벌기도 하는 세뱃돈 또한, 비슷한 의미와 바람의 풍습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님, 올해는 세뱃돈 얼마 받게 아니 주게 될까요. 

 🌓 가장 처음의 우연, 1월 그리고 1일을 만나다 

1월1일 설날도, 구력에 따라 2월이 지나 맞이하는 첫 날도 묘하게 새로 출발하는 기분 드는 것, 창 밖에 불어오는 맑고 차가운 공기 바람 때문이기도 할까요. 계절상 당연스레 겨울에 맞이하는 새해 첫날이지만, 어쩌면 이건 그보다 더 많은 때때로 깊은 이유를 품고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세월이 흘러 언젠가의 첫날을 떠올릴 때 거리 가득 쌓인 눈이랄지, 일루미네이션 반짝이는 겨울의 흔적 같은 건, 여지없이 그 날을 증명하는 가장 선명한 기록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그 조차 결국은 똑같은 하루인 걸. 어쩌다 금요 레터를 새해 첫날 전야에 보내면서 그래서 남다른 시기성은 무엇일까 생각해봐요. 단순히 우연의 시계가 이곳을 지나다 어쩌다 마주친 일일 뿐이겠지만, 전 왜인지 무언가 설날 다움을 말하고 싶은 기분을 느꼈거든요. 영화와 책, 그리고 책과 우리들. 올 구정 연휴엔 무얼 하고 살까요.

지난 2월 4일 삿포로 곳곳에서 시작된 '삿포로 국제 예술제(札幌国際芸術祭)'에선 미래의 실험 도시 '어느 미래의 눈의 마을(とある未来の雪のまち)'이란 걸 선보였거든요. 눈이 많이 내려 아름답지만 그만큼 생활이 힘겨운 곳의 특성을 아트적으로 승화, 앞으로의 이동과 일상에 초점을 맞춰 그려본 미래의 구상도가 지역 내 '실험구(実験区)'라 지정된 '오오도리 2쵸메 회장'에서 공개됐어요. 깊게 쌓인 눈 밟으며 보내는 것. 그야말로 겨울 첫 날의 새해를 떠올리게 하지만 어쩌면 그곳엔 미래의 첫 날도 숨어있는 걸까요. 오늘 밤 자고 일어나면, 더 이상의 첫 날도 바닥이 난 그 아침을 맞이하면 우린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요. 이런 거 전혀 모르지만, 내일이 되어도 모르겠지만, 그저 새로움이라는 건 아리송한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이제 곧 새로운 하루가 시작해요. 그리고 레터도 발행이 된다고 하나요. 올해도, 함께해줘서 감사해요. 그리고 또 내일 이곳에서 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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