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3월 3주차 #132

앞으로 가장 기다리게 될 두 개의 시간, 혹은 날짜. 구독자님 무엇일까요. 아마도 여름이면 싫든 좋든 파리 올림픽과 함께하게 될 터이고, 일본에서는 이제 딱 1년을 남긴 하지만 준비나 해외 파빌리온 관련 자금 등의 문제로 잡음이 무성한 오사카의 두 번째 엑스포가 열리는 2025년의 봄일텐데요. 나와 너 서로 다른 날들을 살아가면서 어찌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이와 같은 공통의 시간성, 무엇일까요. 아마도 25년의 오사카를 염두했을 것만 같은, 하지만 그 옆의 교토를 더 생각한 무라카미 타카시와 루이비통의 콜라보 작품이 지난 3월 초 등장해 오는 9월까지 전시를 계획하고 있어요. 교토시' 교세라 미술관(京セラ美術館)이 90주년을 기념하며 무라카미 타카시의 전시 '무라카미 타카시 모노노케 교토'의 막을 올렸고, 동시에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를 통해 전에 없던 조각 작품까지 더해지며 돌연 교토에 없던 풍경이 하나 덜컥 생겨났거든요. 이 전시에 관해서는 이전 저희 레터에서 소개한 바가 있는데요,

무엇보다 무라카미가 늘 이야기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것과 아니메 망가로 대표되는 현대적인 것들의 결합, 그가 제시한 문화 예술 운동이자 개념 Superflat(망가나 아니메, 팝컬쳐와 현대 대중 예술의 소위 깊이가 없다는 비판을 재비판하는 입장의 예술 개념, 문화가 갖는 플랫성이라 명시하며 대한 재비판의 등)을 보다 전통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작품들이 다수 있었잖아요. 루이비통과 함께 제작한 작품 '꽃의 부모 아이(お花の親子)' 역시 그에 준하는 조각 작품이고, 이는 사실 2020년 도쿄 록뽄기 힐즈에서 첫 공개가 되었지만 이번엔 거기에 둘의 또 하나의 콜라보 작품 여행 가방을 더해 그를 딛고 올라 선 꽃의 엄마 아빠와 아이가 탄생하게 됐어요. 더불어 작품은 미술관 정원 내 호수에 마치 둥둥 떠있는 것처럼 설치, 연출이 되어 있는데요. 메탈을 주요 소재로 한 덕에 시간과 장소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이제 곧 시작되는 본격적인 봄과 어느새 시작될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이거 곧 여행을 떠나는 날의 모습이 아니겠어요? 여행을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 그건 아마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걸 거에요. 구독자님, 오늘이 몇일이던가요.

👜 아직도 지금이 봄인지 아니면 남은 겨울인지, 어제오늘은 유독 따뜻해진 것 같기는 했는데 그래도 좀처럼 확신할 수 없는 시절에, 그럼에도 약속된 계절은 찾아오는 걸까요. 국내에서는 아직도 좀처럼 2024 파리 올림픽의 무드가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지난 3월 초 파리 마레 지구에는 일본의 가방 브랜드 '요시타 포터'의 새로운 상품 라인업을 알리는 대대적 벽화?가 공개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요. 바로 1935년 창업해 어느덧 1세기 역사를 채워가는 일본의 가방 브랜드 '요시다 가방'이 자사의 대표적 상품 TANKER를 리뉴얼해 오는 5월 새롭게 단장해 판매되는 제품의 표면 만을 가득 채워 오르세 뮤지엄 바로 맞은 편 건물의 벽을 꾸몄거든요. TANKER는 1983년 처음 선보여 어느덧 50년을 향해가는 브랜드의 시그니쳐적 상품이고, 이름 그대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견고하고 탄탄한 사용감을 무기처럼 장착하고 있는 상품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번엔 시대적 위기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준비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재료를 100% 식물 유래 나일론으로 교체했다고 하거든요.

말하자면 겉은 동일하고 속을 몽땅 새로 채운, 그려내는 50년 가방의 새로운 내일이에요. 그리고 이를 위해 '요시다' 측은 더욱 부드럽고 하지만 강인한 섬유의 개발을 위해 마찬가지로 1926년에 창업 1세기 역사를 향해가는 합성 섬유 수지 제조업체 '토레이(東レ)'와 협력, 다년의 연구를 거듭했다고도 해요. 근래엔 국내에서도 '요시다 포터' 태그가 달린 가방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 시절에 우린 종종 나도 모르는 수 백년 과거를 어깨에 매고 내일을 살아가고 있는 걸 거에요. 그리고 포터가 이를 알리기 위한 첫발로 파리를 택한 건 분명 올림픽 여름 시즌을 고려한 계산이겠죠. 즉, 길든 짧든 내일을 기다리는 맘은 별반 다르지 않고, 오게 될 것들은 분명 찾아오게 (약속) 되어 있어요.

🍔 구독자님 한국의 갓 지은 따뜻한 쌀밥에 엄마 정성 가득한 한 끼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마도 세계 공통 푸드일 것 같은 햄버거라면, 엄마 따뜻한 손길 자랑하는 브랜드가 그 못지 않게 집밥 문화가 탄탄한 일본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어떤 시도가 필요해질까요. 오는 4월 1일, 국내의 오리지널 햄버거 체인 'MOM’S TOUCH'가 도쿄 시부야 거리에 진출, 1호점을 오픈한다고 해요. 그것도 시부야, 역에서 하치코 동상을 뒤로 코엔 도오리(公園通り) 길면 '도에이' 극장이 있고, 바로 옆에는 '비크 카메라' 매장도 있는, 이전 맥도날드 시부야 1호점이 영업을 했던 자리인데요. 말하자면 역사상 버거의 정석과 같은 자리에서 승부를 보는 셈인데 전 왜인지 처음 도쿄에 가서 먹었던 모스 버거가 생각나고 말아요. 분명 같은 이름의 메뉴 비슷한 가격임에도 전달 받은 포테이토의 따끈따끈함, 버거의 아마도 정량 지켰을 것 같은 양배추의 아삭거림, 나아가 패스트푸드이면서 결코 서비스는 도외시 되지 않았던 경험이 늘 일본의 버거를 말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상이거든요.

하지만 이곳의 패스트푸드 버거 가게에서는 광고 비쥬얼 배반하는 실물. 소스의 양도 매장마다 날에 따라 제각각이라 '이래서 패스트푸드'란 이라고 궁시렁거릴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mom's touch 엄마의 따뜻한 손을 제창하는 버거의 시작이라면 조금 기대를 해봐도 괜찮을까요. 그것도 여기가 아닌 나라의 이름을 걸고 시작하는 이웃 나라에서라면 말이에요. 일본에서는 튀김옷부터 튀김까지 주문이 들어간 뒤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공정을 특징으로 한다고 소개하는데, 그를 배신하면 안될 일이잖아요. 아마도 근래 인기가 좋아지는 k-푸드를 염두해 결정한 진출일 터이고, 실제 지난 해 10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인근에서 운영했던 팝업숍에는 3일간 약 3만 3천 명이 방문을 했다고도 하는데, 엄마의 밥상은 결코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눈가리고 야옹🐱 누구도 속이지 않거든요. 제공되는 메뉴는 국내와 동일하게 싸이 버거와 케이쥰 포테이토 그리고 일본 한정 본격 불고기 버거가 더해진다고 하는데, 이 역시 k-푸드를 의식한 결정이겠죠. 일본까지 가서 한국산 버거를 먹는다는 거,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부디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이고만 싶어요.

🥷 코로나가 이곳에 데려온 하나의 현실, 물론 꼭 그 뿐이 아니더라도 이미 존재했고 더욱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근래 거리를 걸으며 유독 무인 점포 마주하지 않나요. 인건비도 줄이고 매장의 규모나 운영 방식 면에서 여러모로 자유로워 비용 절감 소규모 비즈니스로 포스트 코로나 활로를 찾은 새로운 업종임에 틀림없어 보여요. 하지만 일장일단, 좋은 거 있으면 나쁜 거 있다고 그를 노리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난 사고는, 다시 한번 인류의 도덕성에 대해 고민하게도 하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도쿄에선 오히려 그를 부축이는, '점포의 물건은 자유롭게 훔쳐가셔도 됩니다'라고 안내하는, 별나다 못해 다소 위험한 발상의 가게가 문을 열었었어요. 도쿄 아카사카 TBS BLITZ 스튜디오 내에 3월 16일과 17일 양일간에 걸친 장사였는데 단 이틀이라 얼마나 다행인가요.

TBS의 라디오 방송 '노토우(脳盗)'의 두 디제이, 힙합 그룹 Dos Monos의 TaiTan과 록밴드 MONO NO AWARE(저희 레터에서 몇 번 음악을 소개했었어요)의 보컬 타카오키 슈헤이 씨가 아트 디렉터 Margt와 손을 잡고 소리를 내지 않으면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콘셉트의 가게 훔치다(盗む)의 '훔'자를 써서 '토우(盗)'를 선보였었어요. 대체 무슨 영문일까, 일단은 라디오 방송 타이틀의 '토우'를 가져온 듯 보이는데, 방송은 청취자들의 글을 받아 말솜씨를 겨루는, 이후 차세대 퍼스널리티(일본에선 라디오 진행자를 이렇게 말해요)를 정하는 '노토우왕(脳盗王)'이랄지, 진행자의 후루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일본 각지에 옥외 광고를 설치하는 등의 '노토우 시장(脳盗市場)'과 같은 코너를 진행하거든요. 이를테면 이부터 다소 좀 이상한 방송이기는 한데, 이렇게 맘대로 훔쳐도 죄가 되지 않는 가게에 그렇다면 상품(사는 게 아니고 훔치는 거니 상품도 아니겠지만요)이란

어패럴 브랜드 Fruit of the Loom의 팔지 못하는 불량품, 기존 샘플로 사용되다 약간의 가공을 거친 나름대로 한정판이었다고 해요. 얼추 짐작이 될까요. 가게를 주최한 방송은 프로그램 자체가 후루기 문화의 양성을 바탕으로 하고, 타카오키 씨는 후루기 마니아로 알려지기도 했고, 말하자면 이는 물건을 사용하는 섬세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기획이었을까요. 가게에서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반대로 동시에 가게 그리고 물건에 대한 최대한의 성의를 표하는 방식일 수도 있거든요. 무엇보다 공개된 '가게를 이용하는 매뉴얼'이 참 재밌었는데요. 첫째, 가게 안 상품은 자유롭게 훔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둘 소리를 내면 즉시 퇴장입니다. 셋째는 가지고 갈 수 있는 상품 수에 제한은 있지만, 혼자이든 함께이든 인원수는 상관이 없고, 마지막 본 이벤트는 범죄 행위를 장려, 용인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마침표. 고작 양 이틀, 하지만 1년 365일 중 단 이틀이라면 좀 이렇게 반전을 도모하게 하는 도발 정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손길, '맘스터치'의 도쿄 상륙은 어쩌면 좀 다른 의미에서의 일본 니즈를 충족 시켜줄까요. 얼마 전 일본 맥도날드가 좀 독특한 순위를 발표했거든요. 그는 바로 기존 버거 가격에 100엔 또는 200엔을 추가하면 패티를 배로 제공받을 수 있는 '두 배 버거(倍バーガー)'의 누계 판매 개수가 1.5억식을 돌파했다는 이야기였어요. 소위 일본이라면 그들의 식문화라고 하면 소식을 많이 해 장수한다랄지, 어느 식당에 갔는데 양이 넘 적어 먹으나 마나였다와 같은 관광객의 식사 후 불만이랄지, 왜인지 적게 먹는 민족이라는 선입견이 뿌리가 깊은데, 사실 일본에 살면서 이 사람들 결코 적게 먹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규동 체인만 가도 오오모리, 곱배기 옵션이 마련되어 있고, 몇 해 전에는 흘러 넘칠 때가지 얹고 또 얹는다, '메가 돈부리' 바람이 불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결코 적게 먹어 장수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소식을 한다는 건 극히 일부의 편견이거나 사람들일 거라는 사실.

맥도날드가 '두 배 버거'를 출시한 뒤 2018년 3월 19일부터 지난 3월 11일까지 일본 인구 1억 5천이라 하는데, 그만큼의 곱배기 버거가 팔려나갔다는 이야기에요. 그 중 배로 먹기에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1위 더블 치즈 버거, 2위 빅맥, 그리고 3위 데리야키 순이였다고도 하는데, 그러고보면 하나같이 모두 꽤 오랜 장수 메뉴들. 새로운 메뉴의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것만큼, 아는 시장의 깊이를 탐닉하는 것 또한 하나의 버거를 즐기는 방법이 되어주는 걸까요. 일본의 소식과 장수란 이미지, 어쩌면 좀 다른 의미에서 현재 진행형인지도 모르겠어요

🧑🏽‍🤝‍🧑 그리고 이제는 그저 도쿄 첫 진출 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인 걸까요. 지난 3월 14일 도쿄 그것도 하이 패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아오야마에 국내 뷰티 브랜드인 'TAMBURINS'와 하이 패션한 융합의 컬쳐 발신으로 더 인기가 있는 안경 브랜드 'GENTLE MONSTER'가 나란히 첫 기간점을 오픈,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입장 대기 줄을 서는 광경이 펼쳐졌어어요. 아마도 3년 전, 국내 오리지널 셀렉트숍인 'A-LAND'가 하라쥬쿠에 첫 매장을 오픈했을 때도, 비슷하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놀라게했는데, 날도 아직 쌀쌀했던 이 날 오모테산도에는 '탐버린즈'를 기다리는 사람이 무려 300명, '젠틀 몬스터'는 1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오픈 전부터 대기를 했다고 하는데, K-패션과 뷰티의 엄연한 일본 상륙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기에 부족하지 않아요. 사실 전 '탐버린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블랙핑크 제니가 사용한 걸로 알려진 에그 모양 퍼퓸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사이타마에서도 새벽같이 발걸음을 했고, 반면 도쿄 도내에 거주한다는 두 남성은 '2시간을 기다렸지만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했고' 다음 날 다시 올거라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이번 두 브랜드의 기간점 오픈은 하나의 숍에서 뷰티와 안경 두 쟝르의 아이템을 병행해 판매하는 전에 없던 형식이었고, 묘하게도 탐버린즈는 젊은 여성이, 그리고 젠틀 몬스터의 경우 1020 남성들이 모였다고도 하는데, 근래 자꾸만 제기되는 성별 간의 차별과 젠더 문제, 이처럼 보다 가볍고 캐쥬얼한 톤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요. 모두 2층으로 꾸며진 매장은 1층엔 상품과 그를 모티브로 한 아트 작품이 전시되었고, 원하는 물건의 구입은 2층 카운터에서 주문, 계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소위 단순히 물건을 사는 가게가 아닌, 경험을 제공하는 숍의 장사 방법으로서 이번엔 남자와 여자 둘을 더하는 것이 아닌, 나누어 본 걸까요. 더이상 새롭지 않을 일본 중심가에서의 K-바람들, 비단 한 철 엔화 벌이 열풍이 아니라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진전이었으면 하고 바래보아요.

🛬 비행기는 늘 맘 설레게 하는 '하늘을 날다'의 현실형일테지만, 근래 자꾸만 들려오는 추락 또는 기체의 결함 사고, 좀 신경이 쓰이기는 할까요. 하지만 동시에 들 뜬 마음에 그간 내가 타는 비행기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나름 반성을 하게도 되는데요, 어쩌면 이거 비행기에도 나름의 수명 그에 더해 상황과 조건에 따른 이상 징후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얼마 전 2023년 6월 일본에선 JAL, 일본항공이 더이상 운행을 할 수 없어 '은퇴'한 보잉 777형 기기를 다양한 생활 용품으로 재활용하는, 업사이클 프로젝트를 시작, 전시를 하고 이제는 실제 판매를 시작해요. 크게는 의자나 테이블과 같은 일상 가구에서 시작해 작게는 카드 케이스나 PC를 휴대할 수 있는 가방, 그리고 기체의 창틀을 뜯어 제작한 트레이와 마찬가지로 이번엔 창틀이 아닌 외벽을 소재로 사용한 스툴 등이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이를 함께한 건 일본의 전통적인 가구 제작 브랜드 '카리모쿠'에요. 이번 판매는 먼저 진행된 전시에서 반응이 좋아 실제 판매로 이어진 케이스이고,

실제 비행기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재조립, 가공돼 카드 케이스 테이블 의자로 만들어졌을가 예상해보는 건 그 만으로 재미는 물론 우리가 사용해온 즉 신세를 지는 비행기의 쓸모에 대해 조금 더 음미하는 기회가 되어주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좀 놀라운 것, 카리모쿠는 목재 가구의 대명사인데 온통 쇠와 철-칠갑을 한 비행기와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려요. 아마도 그건 오랜 비행을 하고 이제야 일상에 착륙한 모습에 가까워서일까요. 그리고 카리모쿠는 바로 얼마 전 자하하디드와 콜라보, 가구 콜렉션 SEYUN을 발표, 또 한 번의 상극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증명해 주었어요. 다시 한 번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그건 생활의 발견이곤 해요.

🕊️ 한 사람의 흔적이란 결국 남아있는 세월과 함께 지속되는 걸까요. 지난 해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뜬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특별한 상영전이 지난 3월 8일 시작, 주 단위로 프로그램을 교체하며 6월 27일까지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요. 음악가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은 지구와 환경을 고미하는 환경 활동가이기도 했고,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와는 '마지막 황제'를, 오시마 나기사와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와 같은 작업을 하는 등 다수의 영화 음악을 제작하기도 했잖아요. 그리고 위 두 영화를 비롯 8090년 대에는 배우로서 직접 출연을 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이상일 감독의 '분노'랄지,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괴물'에도 사카모토 시의 선율이 담겨있는데요, 그런데 이는 곧 그는 지금 이곳에 없어도 그를 기억하는 무언가로서의 사카모토 씨는 남아있다는 추억의 스토리를 떠올리게 해요. 사실 전 이 기사 보고 몇 해 전에 국내 개봉되었던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코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비오는 날엔 빗방울의 소리를 채집하고, 311 츠나미로 파도에 휩쓸렸다 돌아온 피아노를 매만지면서는 소리의 끝, 사라지지 않는 선율을 찾아 그 마지막에 매달리는 모습이 당시 투병중이던 그의 시간과 어울려 마치 사라지거나 지워지지 않는 것, 영원한 것에 대한 막연한 갈망을 그리게 했거든요. 그리고 이건, 어쩌면 그가 이곳에 남겨준 사라지지 않는 것, 끝까지 그 멈추지 않는 어떤 영원이 발하는 소리는 아닐까요. 사카모토가 음향의 감수 작업을 한 신쥬쿠의 '109 시네마 프리미엄'에서 개최되고, 상영작은 사카모토의 다큐멘터리와 그가 참여한 작품들에 더해 생전 사카모토가 중에는 본 극장에서 #観たいもの, 보고싶은 영화라 메모해 두었던 것들이 추가되었어요. 그 리스트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처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 고레에다 감독의 '괴물', 아마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장기간 상영전인 만큼 사카모토의 공연 실황 작품들도 더러 보이고, 그 중엔 그렌 굴드의 탄생85주년을 기념해 사카모토가 큐레이터로 참여한 'GLENN GOULD GATHERING'도 있어요. 마지막을 시작해본다는 거, 세상엔 어쩌면 여기가 아닌 그곳에도 봄날이 찾아왔을까요.

🏡 집 안에 집을 들이고, 집에서 일을 하기도 혹은 사무실 밖에 사무실을 차리기도 하는 시절에 그래서 우리가 알게된 단 하나의 사실은 무엇일까요. 집이라고 하면 주택 담보 대출이랄지 잡힐 줄 모르는 부동산 시장에 골머리만 앓게 하지만, 어쩌면 이건 주거라는 것 우린 보다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하자면 삶의 공간에 대한 하나의 전환이었을지 모르겠어요.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는 '집에서 일이 잘 안되는 건 애초 집이란 업무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업무 나아지지 않는 효율성에 고민하는 재택 근무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는데, 하지만 동시에 그렇다면 자유 다음엔 책임, 내가 사는 또는 머무는 곳에 대한 충분한 앎과 지식, 고민과 가치관이 필요해지는 건 또 아닐까요. 얼마 전 올해 1월에 오카야마시에는 지붕을 메인으로 하는 다소 별난 형태의 건축이 등장, 용도인 즉 전시실로 오픈을 했어요. 이름부터라 '히토야네(ひとやね)' 지붕 하나(이지만 동시에 집 한채란 의미도 가져요)인데요. 건축을 만든 건 1976년 판금점(쇠붙이를 용접해 건축 자재로 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업)으로 시작해,

이후엔 판금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며 최소한의 주거 공간 '코야씨'를 출시하고, 그로 오카야마 이노베이션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우에다 판금()'이거든요. 그리고 바로 이 '코야'로 앞서 이야기한 쿠마 켄고와도 인연을 맺게돼 이번 전시실 건축 또한 쿠마 씨가 직접 감수를 했다고도 해요. 말하자면 일본의 전통적 가옥의 기본 골자라 할 수 있는 판금을 활용해,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제안하는 셈인데, 이번 전시장은 그를 최대한 어필, 실제 사용 가능한 도구이자 생활 공간으로서의 현실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으로 기능할 예정이에요. 본래 음식점으로 쓰였다고 하는 건물을 개수해 외벽에는 서로 다른 39가지 지붕 소재와 외벽재를 사용해 랜덤하게 조립했고, 안에는 네 개의 코야와 지붕이 걸린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목적과 용도로 쓰일 수 있는데요. 이를테면 우에다 판금의 상품을 전시함과 동시에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관람자가 배워갈 수 있게 기획을 하고, 더불어 무엇보다 이곳의 특징은 건축의 안과 밖을 허물듯 실내에서 체험하는 아웃도어 일 것 같아요.

실내의 지붕과 지붕 사이 25m 길이의 집라인을 설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어트랙션 체험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벽은 곧 볼더링으로 만들어져 있거나 탁구대를 비롯한 테이블 이용 스포츠도 가능해 여기가 실내인지 외인지 아리송해지는 한켠 지붕이란 주거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데요. 우에다 판금'의 2대 사장 우에다 히로유키 씨는 '전시하고 있는 상품에 가격은 표시하지 않았어요. 지붕 소재나 벽재의 전시장으로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함에 본 시설의 가장 큰 의의가 있고, 그를 통해 장인의 기술을 널리 알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해요. 말하자면 전에 없이 주거 공간의 다양한 변주, 코야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해 정확한 인지와 배움을 자각하게 하는 전시라 하지만 배움의 장인 걸까요. 우에다 씨는 일부 공간의 렌털도 가능해 캠핑이나 코워킹 스페이스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 단 하나의 지붕에서 떠올려보는 주거의 가능성, 오래 전 모 드라마에서는 '한 지붕 세가족'이 살기도 했다나요.

 🫘🍂 입춘이 지나고 그리고 춘분이 오기 전 

구독자님 자다가 종종 깨거나 하는 일이 있나요? 화장실 때문에 혹은 여름철이면 무더운 새벽 공기에 아니면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눈을 뜬 순간 우리는 예정에 없던 새벽녘을 마주하곤 해요. 사실 전 잠의 리듬이 고르지 못해 이렇게 자다 말고 일어나는 일이 왕왕 벌어지곤 하는데, 여지없이 몸에도 내일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은 패턴일테지만,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기 전까지 때로는 그 시간을 마주한 듯한 기분에 묘한 설렘이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이미 몇 해 전 심은경 배우가 전체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며 영화제 여우 주연상까지 탔었던(물론 대상 작품은 '신문기자'였지만요)'블루아워'에 이런 장면이 있었어요. 심은경 연기한 키요하라의 단짝 친구 스나다(카호)가 오랜만에 고향집에 방문해 잠에 들었다 깨어난 새벽 밖에는 거센 비가 내리던 그 시간에 그는 전에 없이 평온한 순간과 만나거든요.

도시로 상경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뭔지 모르게 갈등했던 자신을 어릴 적의 어떤 기억이 마중나와준 듯한 상황이었달까요. 본래 블루아워라 하면 해질녘과 해뜰 무렵의 희미한 태양과 어둠이 뒤섞인 트와일라잇, 황혼의 하늘을 가리키지만 그와 같은 어떤 사이 시간에만 보이는 것들은 비단 어스름한 하늘의 빛깔만은 아닐 것 같아요. 입춘이 지나고 오늘이 곧 춘분이라 하잖아요. 동양의 계절 셈법은 심오하기만 해 이렇게나 살고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상엔 사실 수도 없이 많은 사이의 계절이 흐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아마 그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도쿄, 키치죠지 아니면 시모키타자와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는 24일부터 TBS에서 그곳을 배경으로 드라마가 시작해요. 제목은 '어느 날 시모키타자와에서(ある日、下北沢で). 레코드숍을 무대로 전설의 음반과 얽힌 마을의 소동을 그린 휴머 드라미이고,

여성 아이돌 그룹 ℃-ute의 멤버이기도 한 스즈키 아이리가 주연, 인디 밴드의 전설 'Sunny Day Service'의 소카베 케이이치로 씨도, 시부야케이 신의 대표격이기도 한 '노나 리브스'의 니시데라 코우타 씨도 그리고 프렌즈의 오카모토 에미 씨도 출연한다고 하는데(거의 인디 밴드 멤버 총출동?), 어떤 마을은 그 자체 만으로 하나의 드라마를 품고 있는 걸까요. 90년대의 빈티지 풍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이 드라마, 얼추 그림이 그려지거든요. 그러니까 3월과 4월 사이, 우린 어떤 드라마를 쓰게 될까요.

📫 오는 화요일 3월 19일(혹은 춘분인 20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에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133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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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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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에서의 작업들 

'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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