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2월 4주차 #130

올해 겨울은 다른 건 다 모르겠지만, 눈 복이 유독 많은 건가요. 올해 눈은 이제 끝인가 했지만 이번 주에도 하늘에서 소복소복 하얀 눈이 쉴 새 없이 내려주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조심조심 길을 걷다 다소 큰 일을 당할 위기를 면치 못하며 겨울과의 이별을 하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 바닥에 쌓여 이후 녹아 없어지기까지의 시간, 무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눈이라고 하면 홍상수의 영화 '그 후'에서 김민희가 차의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 순간 내리기 시작한(이미 내리고 있었을지 모를) 밤 하늘의 눈이 가장 기억에 남거든요. 비 또한 그렇겠지만 단지 기상 현상에 의한 일인 이러한 계절의 현실은 때로 우리 현실을 초월하는 경험의 자락처럼도 느껴지거든요. 특히나 길바닥에 쌓인 눈이 조금씩 녹아 마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사라질 때면, 세상은 늘 알지 못한 채 그저 오늘 만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의 하루가 보여요. 어느 시인은 2월은 '벌써'를 설명하는 가장 최적의 대상이라고도 했는데,

그러고보면 어느새 마지막 주를 향하는 지금 우리 곁엔 무엇이 다가와 또 떠나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시작할까요. 일본에선 지난 1월 29일부터 그간 무상으로 제공되어 오던 것들이  하나둘식 유료화가 진행되고 있어, '패밀리 마트'에선 플라스틱 스푼과 포크가, 그리고 서점에선 이미 지난 가을부터 책을 사면 당연히 표지 때타지 말라고 싸서 주었던 책 커버가 유료가 되어버렸다는데, 내일이란 건 전에 없던 스푼・포크에 6엔을, 책을 사고 5엔이나 50엔을 더 지출하는 잔돈 많아지는 시절일까요. 물론 쓰레기 절감과 친환경의 내일을 위한 '투자'인 거 알고 있지만, 지금과 달리 흘러가는 세월에 잠시 2월의 마지막 날들을 세워보았어요. 구독자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봄 맞이를 위한 준비일까요, 아니면 겨울과의 작별 인사일까요. 다만, 도쿄에선 오는 3월 1일부터 스카이트리가 봄의 도래를 축하하는 점등 이벤트를 한다고 해요. 시작이란 건, 그리고 마지막이란 건 늘 이랬던 걸까요. 그리고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 전 그 무렵 도쿄에 가요.

🐟 지난 해 11월 개관한, 벌써 3개월째인가요? 도쿄 '아자부 힐즈'는 화제는 많이 되었는데 막상 가보니 빈 점포 뿐이라는 불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요, 하지만 조금씩 테넌트가 입점을 하며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분위기에요. 오는 3월 13일, 아마도 가장 체감하기 쉬울 푸드 코트를 겸하는 '아자부 힐즈 마켓'이 문을 열 예정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또한 건축 초기 단계부터 이목을 모았던 영국의 건축 스튜디오 '헤더위크'가 디자인을 했다고 하거든요. 그만큼 도심임에도 자연을 의식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컬러 톤을 바탕으로 곡선을 다수 다양하게 활용하며 볼트 형 천장과 십자가 형태의 기둥으로 내부를 나누고 또 아우르는 형식인데요. 하지만 무엇보다 '푸드 마켓'이라면, 두 종류의 장 바구니를 무엇으로 채울까잖아요. 관계자는 '사계절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자연을 가진 일본 나름의 식재를 중심으로 꾸몄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가장 맛있는 것'이라고도 했어요. 먹거리에 이보다 더할 조건은 없겠죠. 단, 착각하기 쉬운 게 푸드 코트가 아닌 마켓이라는 것. '아자부 힐즈'는 관광객 혹할 시설 뿐 아니라 주거 레지던시도 포함하고 있거든요. 때문에 일상의 식생활을 다분히 반영한 게 바로 이 '힐즈 마켓'인데요,

구성을 보면 신선 제품군, 소재 본연의 맛을 살린 반조리 제품을 비롯한 그로써리 류, 그에 더해 단순히 앞뒤 다 잘라 일상적으로 먹고싶은, 하지만 심플하고 몸에는 좋은 반찬류 등을 갖춘 코너 등으로 짜여져요. 그리고 이에 입점하는 모두 서른 네 곳의 가게들이 하나같이 일본의 먹거리를 대표하는 이름들인데요. 가령, 츠키지에서 40년간 도매업을 해온 '야마유키 센교텐(鮮魚店, 생선을 비롯 신선 제품을 판매하는)이랄지, 쿠로와규에 특화된 '야자와 미트(ヤザワミート)'가 운영하는 반찬 가게 '바라 야자와(パーラー矢澤)',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할 재료가 아닌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곳으로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획득한 초밥집 '스시사이토우(鮨さいとう)'와 쿠시카츠 식당 '토리오카(鳥おか)' 등이 이름을 올렸어요. 아마 이쯤이면 '빈 점포만 무성하다'는 말이 쑥 들어가게 될까요. 사실 애당초 시설 면적 4천 평에나 달하는 곳을 다 채운다는 게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일지 가늠이 안되기는 해요. 시작이란 분명 점 하나의 시간은 아닐테니까요.

📚 '마을에서 서점이 사라진다' 이 무서운 경고의 말을 듣기 시작한 것도 벌써 수년이 흐른 것 같은데요, 이의 대부분은 도심보다는 지역, 그 중에서도 인구 유출이 심각한 외곽 지역을 가리키지만, 그렇다고 도심에서 책방이 무사한 것만은 아니에요. 최근 '츠타야'는 2, 3년 사이에 수 백 곳의 점포를 정리했고, 이와 같이 대형 프랜차이즈마저 사업을 접고 있다는 건 분명 예삿일은 아니잖아요. 다만, 이렇게 책방이 마을에서 사라진다고 할 때, 그곳에 남은 건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요. 말하자면 전 요즘도 신촌역 인근을 지날 때면 '홍익문고' 자리 특유의 냄새같은 걸 느끼기도 하거든요. 오랜 방식 그대로, 시대의 변화에도 둔감한 채 책방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 이는 분명 우리 일상의 어느 부분과도 일치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요즘, 이렇게 자리를 감추는 책방이 새로운 형태의 공간 사업으로 다시 일어나려는 조짐이에요. 일본의 2대 유통사 '토한トーハン'은 서점 스페이스 렌털 플랫폼, 곧 서점의 일부 공간을 타 브랜드 혹은 가게나 기업의 렌털하며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의 '부크마 스페이스(ブクマスペース)'를 런칭했고, 얼마 전에는 '츠타야'가 이에 모두 55개의 점포를 등록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말하자면, 플랫폼 '부크마 스페이스'는 이를 테면 책방 점포의 부동산 시장과 같은 것이고, 여기에 '츠타야'가 일종의 임대주로서 물건을 내놓았다는 말이 되는데요. '토한'은 이번 '부크마 스페이스'에 관해 '점포의 일부 공간을 이벤트나 판촉 스폿으로 활용하 수 있는 책방 특유의 이점을 살려, 이를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업자가 자사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일종의 '매칭 서비스'라 설명해요. 얼마 전 홈리스를 지원하는 무가지 '빅이슈'가 다 팔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동네 빵집의 빵을 기부받아 책방이나 동네 가게의 처마 밑을 빌려 '밤의 책방(夜のパン屋さん)'을 운영했던 게 당장 떠오르는데, 말하자면 책방의 잉여 공간을 타 업종에 임대하며 전에 없던 가치를 발견하는, 나아가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자리를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활용하게 하는, '플리마켓'식 상부상조의 응용 방안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츠타야'의 참여로 '부크마 스페이스'엔 현재 54곳에서 96개 책방으로, 더불어 쇼핑 센터 내 점포는 기존 30곳에서 42곳으로 늘어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로서 서점 입장에서는 고객을 불러 모으는 집객력의 향상을,

동시에 임차주가 되는 브랜드와 기업으로서는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요.  물론 브랜드의 판촉 행사나 임시 판매대를 설치한 공간이 굳이 책방일 필요는 없을테지만, 이와 같은 유형의 사업 모델이 탄생한 걸 보면 분명 책이 함께함으로서, 얻어지는 생활의 유산이란 있었던 걸까요. '토한' 측은 주된 스페이스 활용의 에로 D2C의 팝업 이벤트나, 노면점의 경우 처마 밑에서의 세일 프로모션, 그에 더해 외곽 서점의 로드사이드 점포라면 심지어 주차장이나 키친 설치 공간까지도 이야기했는데요, 우리가 알던 서점 어쩌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 얼마 전 중국에서 '스타벅스'가 커피에 돼지고기를 얹어 그야말로 '헉? ' 아니면 '웩'하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조합의 커피. 커피도 이제 지역 입맞 따라 변해가는 걸까요. 그런데 얼마 전 교토에선 '블루보틀 커피'가 예약을 하고만 맛볼 수 있는 무려 엔화 8910엔짜리 커피 메뉴를 선보였어요. 그런데 사실 이게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해 2023년 3월 사쿠라 피는 계절에 교토의 사원 '난젠지(南禅寺)' 내부에 위치하는 '블루보틀 커피 교토 카페' 그 2층에 '스튜디오'를 구려 예약제 커피를 제공한 바 있어요. 최고의 커피 체험을 표현함을 모토로 '블루보틀'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이번 교토 지점이 세계 1호점이고 CEO인 제임스 프리만 씨가 직접 감수를 하기도 해,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제가 놓치고 말았어요), 아무튼 이번에 바로 그 곳에서 다시 한 번 날 잡고 마셔야 하는 커피가 등장해요. 애당초 난젠시 사원은 벚꽃놀이 명소이자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본 스튜디오 매장도 봄, 가을 한정 운영하고, 그래서

이번 봄에도 다시 찾아왔을 뿐인 이야기이지만, 커피 예약하고 먹는 시대 이제 곧 시작하나요. 일단 8910엔, 엔이 사졌다고는 해도 약 8만원을 지불하고 맛보는 이 커피의 '내역'을 보면 희소한 콩을 사용한 3종의 커피와 스위츠로 코스 메뉴를 꾸렸고, 계절 한정 운영이면 좀 더 메뉴를 갖춰도 될 것 같은데 이 단 한 가지 만이 서비스되고, 마치 올 봄의 커피는 '블루보틀'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궁리는 아니었을까 싶어져요. 그리고 좀 놀라운 건, 작년 가을엔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모든 날짜의 예약이 다 찼었다는 고품질 커피 향 솔솔 나는 기록도. 개인적으로 저, 아직 교토 가보지 못했거든요. 칸사이 지역과 연이 없는지 오사카도 딱 두 번, 코베는 그 겸에 잠시 들렀을 뿐인데 '블루보틀' 최근 '블루보틀 천천히 느긋이 움직이는 이유'란 제목의 기사가 있었거든요. 높은 인기에 비해 출점 속도가 늦다, 왜 그런가를 분석한 내용이었는데 뭐든지 유행이라고 빨리 퍼졌다 금세 식는 거, 이젠 좀 식상하잖아요. 그리고 아마도 커피란 그런 음료가 아니었을까요. 

🍬 그에 더해 어쩌면 콜라보나 팝업이나 한낱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던 '일'들도, 이제는 세월과 함께 살아가게 될까요. 곧 브랜드의 전력적 자산이 되어줄까요. 일본의 최대 리조트 그룹 '호시노야' 이야기인데요, 최근 이곳을 보면 지역 친화적 관광에 속도를 내며 그에 가장 적합한 OMO 계열 지점을 그야말로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는데요, 또 한편으로 '호시노 리조트 BEB'에는 매년 이맘쯤이 되면 시작되는 페코짱으로 더 유명한 제빵 과자 브랜드 '후지야(不二家)의 캔티 '밀키'와의 콜라보 방, '밀키 스위트 룸 스테이'가 올해로 네 번째 오는 4월부터 문을 열어요. 그런데 일단, BEB 이게 뭐냐가 궁금해지잖아요. '호시노야'는 이 외에도 총 5개의 계열 브랜드를 운영중이고, 이건 여행 방식의 다양화, 여행지 특성에 맞춘 방법의 제안, 곧 마이크로 투어리즘을 구체화해가는 과정처럼도 느껴져요. 그리고 BEB는 일단 '루즈하게 지낼 수 있는 곳(ルーズに過ごすホテル)'이라 이들은 설명해요. 더해 말하면 체크인/아웃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고, 호텔 내에 다양한 놀잇거리들이 제공돼 소위 호캉스를 즐기는 듯한 이용을 제안하고, 더불어 24시간 운영하는 시설 내 카페 라운지에서는 밖에서 사온 음식물의 반입도 가능하는 등,

어찌보면 방 하나 잡고 친구들 모여 밤새 노는 좀 반항하는 날을 그려낸 듯도 싶어져요. 물론 그 때는 어릴 때였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날 아니 밤 하루 정도 있었으면 할 때가 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이번 '후지야'와의 콜라보 스위트룸에서는 메인이 되는 '밀키 스위트룸'을 설마 '컬러플한 카페'를 테마로 꾸렸고, 실제로 온통 밀키 투성이인 공간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어요. 밀키 문양의 쿠션과 페코짱 인형, 벽지 역시 밀키 무늬를 수많은 컬러를 더해 표현했거든요. 더불어 '밀키 웰컴 스위츠'와 입용제가 제공되고, 그 밖의 대부분의 어매니티에도 우유 냄새 나는 비누나 핸드 크림과 같이, 밀키의 흔적이 가득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현재 BEB는 일본에 단 세 곳 뿐이거든요. 나가노현(長野県) 카루이자와(軽井沢), 이바라기현(茨城県) 츠치우라(土浦) 오키나와의 오키나와-세라카키 (沖縄瀬良垣), 그래서 각 지역 특색에 맞는 스위츠가 각각 제공될 예정이기도 해요. 가령, 자전거 코스가 잘 정비된 츠치우라에선 자전거로 만드는(?) 무스를 사용한 케이크랄지, 카페 런치 메뉴 발달한 카루이자와에선 프렌치토스트에 딸기를 얹어서, 그리고 오키나와는 우유 풍미 가득한 오리지널 젤라토라나요. 아마 하룻밤만 묵어도 당 섭취 오바할 것 같은데, 이제부터 더 중요해지는 건 그곳에서 밖에 할 수 없는 것, 유일무이의 유니크함이 아마도 분명해요.

🌊  코로나 이후 벌써 4년째, 막혀있던 바다 뱃길이 풀리며 해외 여행이 어쩌면 코로나 이전보다 활발해진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요,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돌아보게 된 국내 여행지의 매력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거 있지 않나요. 국내 여행을 하며 해외의 무언가를 마주하는 경험, 특히나 제주도에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나 이타미 준의 작품도 여럿 있고, 뿐만 아니라 근래엔 강원도 원주시에 안도 타다오 건축 '산 뮤지엄'이 새로 생기기도 했잖아요. 말하자면 '집안에서 바깥 구경'하는 시절이 알게 모르게 지금 우리 곁에 와있는지 모르겠어요. 오는 24년, 그러니까 올해 여름이 되면 또 하나의 그와 비슷한 스폿이 탄생하는데요, 바로 전라남도 서쪽 바다 신안군 안좌도에 일본의 현대 미술작가 야나기 유키노리 씨가 이끄는 YANAGI + ART BASE 설계를 맡는, 말하자면 한일 합작의 문화 시설 'FLOATING MUSEUM(仮)가 문을 열 예정이에요. 일단 아트와 건축 기술을 일체화를 표방하고, 전라남도 소재의 7개 섬을 의식해 모두 7개의 큐브가 모여 하나의 시설을 완성하는 형태로 만들어질 계획이에요.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등록된 지역인 만큼 생태계의 질서와 환경의 질서를 바탕으로, 그를 해치지 않는 방식의 건축을 한다고도 하는데요.

애초 '플로팅 뮤지엄'이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블루보틀'이나 없지만 바다의 보고라 불리는 갯벌과 광대한 염전을 가진 신안군이 지역의 특색을 살려 인구 감소 등 지역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신안군 프로젝트'가 2019년 가동,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충북대학교 강형기 행정학 교수가 오카야마현의 본래 동을 제조하던 부지를 활용해 지어진 '이누시마 제련소 미술관(犬島精錬所美術館)'을 인상 깊게 본 뒤, 그를 작업한 야나기 씨에게 연락을 취하며 이뤄졌어요. 그곳 또한 인구 감소와 지역 산업 붕괴로 고비에 빠졌던 곳을 곧 문화 유산의 발신지로 재생한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역 재생의 예거든요. 그래서 신안군은 이번 'FLOATING MUSEUM'을 시작으로 그와 비슷한 지역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할까 본데요, 콘셉트가 좌안도가 군도 형태로 되어있나요?, 섬 하나에 뮤지엄 하나를 건축하는 '1도 1뮤지엄'이라 해요. 어딘가 예술의 섬 나오시마가 떠오르기도 하죠. 실제 신안군은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를 '문화예술의 섬'이라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중요해지는 건 어떻게 만들어져 무엇으로 꾸며져 어떻게 문을 열 것인가,이겠죠.

크게는 네 개의 콘셉트와 3개의 기능(두 곳의 기획 전시실과 휴게실)을 가진 곳이라 설명하는데요, 동시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7개의 큐브로 구성하게 돼요. 큐브 1에는 야나기 씨의 대표작 '안토 팜(アントファーム) 시리즈인 'EURASIA 2021'과GANGNIDO' 등과 같이 현대 사회의 프레임을 다시 바라보고 그로부터 이탈하는 사회 비판적 작품들이 전시되고, 큐브 4와 같은 경우는 태양빛과 철을 콘셉트로, 수면에 비친 7개의 큐브를 통해 방향성을 상실한 도시 사회와 그로인한 부유감을 체면화한 'Icarus Cell(仮)'이 등장하는데요. 무엇보다 모두 7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된 전라북도의 현재와 역사를 그대로 아트의 영감과 소재로 활용해, 야나기 씨는 '큐브 또한 크기가 서로 다르고 유리와 은으로 만들어진 외벽은 빛과 바람에 의해 유사 자연처럼 의태(擬態)하는 효과를 갖는다'며, 아트, 그리고 건축 더하기 자연과의 조화를 암시하기도 했어요. 올해 일본으로 출국한 여행자가 벌써 수 십만을 넘는다고 하는데 국내도 볼 데 많다는 얘기, 어쩌면 가장 신박한 여행 정보가 아닐지 모르겠어요.

 🌘 늦게 뜨는 달이 하는 말, 그곳에서만 보이다 磯村勇斗 

기억을 더듬어보면 오다기리 죠와 카세 료, 혹은 에이타(지금은 나가야마 에이타, 풀네임을 쓰고있죠)와 노다메의 영원한 센빠이, 타마키 히로시, 그리고 헤세이 세대가 등장하며 스다 마사키와 오카다 마사키 그리고 이어서 요코하마 류세이와 나이는 있지만 뒤늦게 빛을 발한 아야노 고 등, 일본 남자 배우의 맥락은 90년대까지는 쟈니즈 중심 아이돌 라인이 뚜렷했고, 하지만 그 한켠엔 인디-메이저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연기파 배우의 뿌리가 어김없이 살아있었어요. 가장 시초로 이제는 어언 50을 바라보는 아사노 타다노부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금은 아마, 이 남자일지 몰라요. 국내에선 이렇다할 인기작인 아직 없지만(드라마 '오늘부터 우리는'이 아마 유일할까요) 올해 서른 한 살인 이소무라 하야토의 활약이 요즘 심상치 않거든요. 최근 진행된 '일본 아카데미'에선 남우 조연상을 탔고, 뒤이어 열린 영화 전문지 '키네마 쥰보(キネマ旬報)'가 선정한 남우 조연 배우로도 선택되었고, 뿐만 아니라 '호치 영화제(報知映画祭)'와 '요코하마 국제 영화제' 등 이런저런 영화상을 더하면 아마 지난 해와 올해 10개가 넘을 것도 같은데요, 그도 그럴 것이 '키네마 쥰보'가 수상 대상으로 언급한 이소무라의 출연작이 무려 여섯 편이나 있었다 해요.

먼저 저희 레터에서 바로 지난 주 이야기한 '영화 예술'에선 워스트 1위에 꼼힌 이시이 유야 감독의 '달'과 국내에선 '키리시마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의 원작자이기도 했던 아사이 료우의 또 다른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정욕(正欲)', 그리고 '카모메 식당' 오기가미 나오코의 신작 '파문'과 이쿠타 토마가 주연한 '갈수(渇水) 등 얼핏 이제 곧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 라인업을 살펴보는 듯할 정도인데, 여기서 이소무라는 조연, 주연 가리지 않고 활약을 했어요. 동시에 '도쿄 리벤져스'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죠우죠우 히데오 감독의 오리지널 인디 영화 '빌리버즈'에도 얼굴을 드러내는, 영화의 대중성이란 틀에서도 자유로운데요. 국내에선 얼마 전 '넷플릭스' 공개된 드라마 시리즈 '레밍 인 더 가든(箱庭レミング)'에서 방구석 쳐박혀 라방이나 하는 오타쿠 캐릭터 했었죠. 곧,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란 인상이 있어요. 그 해 가장 활약한 동시에 성장이 기대되는 신인 배우에게 주어지는 '에란도르상(エランドール賞)'까지 탄 걸 보면, 분명 주목해도 될 이름일까요. 그나저나 약 1~2년 사이에 여섯 편이나 되는 작품을 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데(일본은 한국에 비해 평균 촬영 기간이 압도적으로 잛은 편이지만요),

이소무라는 '하고싶은 작품일 경우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임했던 같은 기억이 있어요'라고만 했어요. 이건 곧, 사람의 하고싶은 마음에 그 어떤 것도 장애는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봤을 때, 아야노 고와 비슷하다, 실제 데뷔 후 뒤늦게 눈에 띄고 인기를 얻게 된 스토리마저 유사한데, 이제는 그런 느낌 점점 희미해져 그냥 이소무라 하야토가 보이는 것도 같아요. 그리고 아마 이런 게 배우가 대중 안에 살아가는, 동시에 성장해가는 시간일까요. 그에 더해 그가 최근 몇몇 인터뷰에서 했던 말과 말들을 조금 가져와봤어요. 일본 배우라는 건, 오랫동안 알게 모르게 일본 문화를 체험하는 시작점이기도 했잖아요. '정욕'에서 이소무라와 합을 맞춘 니카이도 후미는 그에 대해 '매우 힘든 작업의 역할이었음에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했어요. 1년 사이, 6편을 몰아붙이는 에너지인가요?

 "평생, 만점은 받고싶지 않아요" 

먼저 '정욕'-서로 다른 위치의 남녀가 각자의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와중 만남으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에 대해, 이소무라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마음이 매우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나는 나인 모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한달까요, 구원받았달까요. 감상을 마친 뒤 한결 가벼워지는 감각이었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의 소중함, 지금의 나 자신을 인정해주는 메시지를 가진 영화라 생각해요."

그리고 극중에 '인생의 통지표'를 지금 배우 이소무라 하야토에게 적용해본다면, 이소무라 '5가 최대치라면 아마 2, 3정도랄까요. 벌써 5라고 하면 재미없을 것 같고, 더 늘어날 거에요. 역시 5라고 해버리면 앞으로가 없다는 거니까, 계속 올라가는 게 힘들어도 재미있다 생각해요. 2나 3정도라 해야 앞으로 더 도전할 수 있고, 어쩌면 5라는 건 평생 되고싶지 않은 맘도 있는지 모르겠어요. 배우라는 건 애초 계속 자기자신을 쫓아간다는 느낌이랄까요, '따라가는 애(追いかけっこ)'라는 포지션이 즐겁고 전 늘 저를 '헝그리 맨'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1년 사이에 6편이라고 하면, 역할 사이에서 방황할 것도 같아요. 각 작품을 내 안에서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같은 건 어떨까 싶기도 하잖아요. 이소무라 그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저와 그 무언가를 연결짓지 않기 때문에, 다만 제 앞에 그 역할이 왔다는 것은 저에게도 그리고 세상에도 지금 그 역할이 영화가 필요한 거구나 생각할 뿐이에요.

다만, 인디-메이저 주조연 넘나든다고 해도 이소무라 씨가 연기한 이 여섯 편에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살기 힘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것, 제목부터 수상한 '전과자'부터 '빌리버즈', 그리고 '파문과 '갈수, '정욕'은 이 사회 안에서의 '살기 버거움(生きづらさ)'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기해요. 달리 말하면 다양성에 한 걸음 나아간 1년이었다고 해볼 수도 있을까요. 이소무라 작품마다 접근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지금 이 세상에는 확실히 살기 버거운 면이 있고, 좀 더 말하면 우리들은 평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사실은 매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알게모르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위기감이, 제 안에 늘 있었던 것도 같아요.

그리고 그를 영화 안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예를 들면 사람들은 영화 감독을 한달지(실제 이소무라 씨도 연출작이 있어요), 정치가가 되거나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수단을 택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흐름 안에서 '달'이랄지 ’75', '정욕'과 같은 메시지가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면 매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 혼자만이라도 일단 나를 긍정하는 일. 그 이후엔 사회를, 영화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일이겠죠. 저는 다만 저의 작은 활동으로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 언제 어디든 '나로 사는 것' 리모트 생활 사실 우리 '내부의 일'이었나봐요 

리모트 근무를 말하기 시작해 벌써 수 년, 노마드 라이프 스타일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시절에 구독자님 지금 있는 곳에서 좋은 하루 보내고 있나요. 이런 말 비교적 새로운, 생소하게 도착한 형태의 것처럼 보여져도, 사실 사람이란 오래 전부터 일과 일상 그 사이를 꾸준히 고민해왔던 것도 같아요. 다만, 산다는 게 꼭 일 아니면 일상 2택의 문제였을까요. 얼마 전부터 다시 홀로 나와 생활을 시작한 저의 입장에서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일상이란 건 사실 어떤 하루의 결과처럼 겨우 그러한 과거 완료형으로 떠오르는 정도의 것이란 느낌이 점점 강해지거든요. 일하는 중에도 휴식이란 얼마든지 가질 수 있고 하루종일 방에만 박혀 지내면서도 그게 때로는 언제 어떤 때보다 열일하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따라서 중요한 건 나의 하루는 얼마만큼의 어떤 감정들로 채워지는가,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얼마 전 일본에선 인기 온천 마을 중 하나인 군마현(群馬県) 쿠사츠쵸(草津町)의 한 온천 시설이 소위 코워크 스페이스를 오픈, 노천하다 급한 메일 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해버릴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고 해요.

여행 잡지와 서적을 기획하는 '안토레스'가 운영하는 곳이고, 리조트 시설임에도 도심 못지 않은 일의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서 일과 일상 사이의 균형 잡기, 그 지겨운 역사의 고민꺼리를 해결해 줄 것도 같은데, '안토레스'는 온천에서 리프레쉬하며 일하는 패턴의 일상을 또 새로운 조어로 아울러 '현대판 치유(現代版湯治)'라고도 했어요. 센토로 치유하다, 토우지(湯治)라 하면, 센토를 갖춘 유유자적한 환경 속에 머물며 지병을 고치는 일을 가리키는데 이는 곧 도심에서의 빡빡한 생활이 그 못지 않은 '지병'과 같다는 이야기이기도 할까요. 그리고 사람이란, 왜 꼭 말로서 드러내야만 알아먹는 걸까요. 2월이 저물고 3월이 시작하려 하는 시절, 그 언제 어디에서도 완전한 나를 꿈꿔보아요. 참고로, 군마 쿠사츠는 도쿄에서 당일치기가 가능하다나요?

🛁 다음 주 화요일 2월 27일의 '화요 레터'는 쉬어가는 주입니다. 이후 일정은 본래 예정대로 발행될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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