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은 계절만 수상한 게 아냐, '편의점 오니기리가 눈물을 흘린 이유'

점점 더 임박해오는 어쩐지 그리운 말 '필파워', 구독자님 그리움 돋나요. 사실 계절이라는 게 늘 기다림으로 그리고 떠난 뒤 아쉬움을 뒤로 하지만, 올해는 유독 가을이 실종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아마 예상은 했었을 것도 같은 게 다소 심드렁해지는 계절이에요. 9월이 진짜 9월이었는지 10월은 옳게 시작된 건지 조차 정신이 없는 요즘, '10월이 없이 9월 그리고 11월이면 정말 싫을 것 같아요.' 라디오에선 몽고베리의 명작 '빨간머리 앤'의 이 명대사가 다시 소환되기도 했거든요. 그러고보니 10월이란 유독 가을 중에서도 가을 같단 느낌도 들고, 카디건 스웨터 없이 패딩으로 점프해버린 와중 이따금의 저녁놀에 그리움의 향수를 느끼기도 하는데요. 와중 옷정리의 시간은 더욱더 순번을 놓친 채 발발 떨며 집으로 향하는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겨울 옷 사입을 생각은 왜 또 설레고 그럴까요.

최근 '유니클로'와의 콜라보 발표로 국내에선 아마 이름을 알린 하지만 실은 30년이나 된 일본의 패션 브랜드 '니들즈'가 이번엔 방한과 다운 의류라면 정통일 Rocky Mountain Featherbed와 협업, 지금 당장 입어도 무방할 옷들을 공개했어요. 안과 밖 모두 무려 70수(denier) 나일론 타프타를 도입했고, 필파워 무려 700을 자랑하는 유럽산 방수 다운을 이용했다 하는데요. 벌써 따뜻할까요. 그러나 우리가 추위를 보내는 방식, 무엇보다 우리가 온기를 느끼는 건, 계절도 계절답지 않은 시절에 혹여 다른 곳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오랜 코트를 꺼내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그리고 느껴지는 손끝에서의 온도들. 처음엔 차웠다 차차 따뜻해지는 감각의 시간이 바로 그러하다 느끼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자주와 버간디 그리고 초록과 짙은 회색 등 참으로 이질적인 색감을 사용하는 '니들즈'의 이 의도된 촌스러움 또한, 어쩐지 좀 따뜻하게 다가오는 거 저 혼자 아니겠죠. 당초 '니들즈'가 다운 전문 브랜드 NEPENTHES 이후 런칭된 것이기는 하지만요. 참고로 브랜드명 'needles'는 말그대로 바늘땀이란 의미이고 1958년생 디자이너 시미즈 케이조 씨가 1988년 프린트 다운 웨어 브랜드 NEPENTHES를 설립한 후 뒤이어 런칭한 브랜드에요. 고로 다운, 겨울부터 시작하는 옷에는 어쩌면 지금 이 10월의 비밀같은 사연이 담겨있을까요. 이 시간의 계절을 보내는 방법, 늘 언제나 응원하는 레터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