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작년 6월 육아휴직을 하면서 엄청난 포부와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역시나 몸소 경험한 육아는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모든 엄마들을 존경합니다. 작디작은 이 꼬마의 성장을 바로 옆에서 함께 한다는 것은 행복과 기쁨이 넘쳐흐르지만 때로는, 아니 대부분의 시간이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미션이 함께 있었어요. 분명 저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나의 성장쯤은 내 체력으로 분명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 한 평생 믿고 있던 나의 확신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지난 10개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글을 다시 쓰겠노라 다짐하며 앉았지만, 건축가가 아닌 아빠로 살아온 최근의 수개월이 어떤 글을 써야할지 막막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감사합니다 기다려주셔서.
# 아내의 오랜 친구는 1년 정도 앞선 육아 선배였다. 나의 육아휴직과, 아내의 복직에 맞춰 아이의 옷가지들과 장난감을 택배로 보내며 쪽지를 함께 넣어줬다. 나의 육아휴직 결정에 대한 박수와 함께 <생각보다 육아휴직이 알차지 않을 수 있음>을 일깨워준 찐 조언이었다. 그 조언은 지금 생각해보니 거의 진실에 가까웠다. 이것저것 많은 계획을 세웠었고, 나는 남들과 달라. 자만적 나르시즘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건가. 벌써 시간이 후루룩 지나버렸다. 그것이 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지만 육아휴직은 원래 알차지 않다는 그 명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이와 추억도 많이 만들고 싶고, 아빠로서 아이에게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과, 잠시 일을 쉬는 이 시간을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아야지 하는 그 머릿속 포부가 충돌하여 나를 더 멈추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사실은 일을 쉬니 게을러진거였다.
# 그럼에도 해내고 있는 두 가지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2024년 6월 휴직 후 몇개월의 육아 적응기를 보내고, 게을러진 나의 삶을 돌아보고, 이것저것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하다보니 벌써 6개월이 흐른 2025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육아휴직 하며 계획했던 많은 것들 중 두 가지는 [1.인스타그램 1만 키우기 / 2.건축 프로그램 강의] 였다.
# 건축은 지어지기까지 수많은 단계와 과정이 있지만 그 중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디자인이다. 건축물의 초기 디자인과 계획안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에 대한 경험도 많고,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다. 회사를 다니며 진행했던 수많은 디자인들, 그리고 노하우들을 담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육아휴직을 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그 과정을 기록했다. 선택받지 못했던 수많은 디자인을 다시 정리하고 공유했고, 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적 이야기를 만들어 공유했다. 1만 팔로워라는 그 기념비적인(무슨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숫자를 목전에 두고, 아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그래도 이 정도면 건축 디자인을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합리화를 해본다. 그동안 내 디자인을 봐준 사람은 상사 한 두사람이었지만, 이제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디자인을 선보일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좋다. SNS의 순기능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무엇가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더 기분좋은것은 한순간에 받게 된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 작업물 공유에 대한 결과에서 내 성장이 보인다는 것이다. 처음 게시물을 올렸던 건 2020년 5월. 지금보면 부끄러운 작업물이지만 당시 나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를 기록하고 싶었던 그 첫 작업물이 5년전 나의 모습이었고, 그만큼 시간이 흐른 나는 그만큼 성장해 있었다. 기록이 쌓여 만든 결과물이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나는 내가 좋아했던 것을 꾸준히 좋아하고 있었고, 성장하고 있었다.
# 강의는 내 삶의 큰 목표 중 하나였다. 말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대학시절 발표하는 수업을 좋아라했다. 수다에 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철저하게 준비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면 자신있었다. 강의에 대한 로망은 아마 대학시절 학생들을 과외하고, 학원에서 강의 알바를 하면서 키워졌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해서 강의를 듣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사람과 관계 맺으며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과정이 나에겐 즐거움이었다. 2025년 1월이 들어서며 강의라하면 거창해서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몇 명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모아 매달 한번씩 무료강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모집은 인스타를 통해 하고, 무료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알차게 준비한다. 이 무료 강의의 최종목표가 무엇인지 사실 명확하진 않다. 추후 강의를 통해 또 다른 수입원을 만들어 낼 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내가 가진 재능으로 도움을 준다는 것이 좋다. 강의실도 빌려야하고, 강남까지 나가야 하고, 돈도 시간도 쓰는 물질적 마이너스의 시간이지만, 감정적으로 플러스가 되는 시간이다. 매달 이번엔 또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게 될까 기대된다. 그들과의 관계가 앞으로 나에게 또 어떤 재밌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될까 궁금하다.
# 돈도 되지 않는 나의 딴짓거리들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스티브잡스가 말했던 CONNECTING THE DOTS를 실현할 수 있을까. 나의 이 딴짓들이 모여 새로운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컨텐츠들이 모여 새로운 나의 삶을 만들어 낼 것을 믿는다. 육아휴직으로 건축이 내 삶과 좀 멀어질 뻔 했지만, 나름 공모전도 꾸준히 제출하고 있고, 강의도, 인스타도 하면서 건축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복직을 앞둔 이 시점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고, 게을러져 버린 나에 대한 실망도 크지만 나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아 미래의 나에게 지금의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디자인, 더 많은 글들, 더 많은 강의를 하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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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anwall
오 복귀 축하드립니다! 친구도 아이가 태어나고 정말 사랑스럽지만 본인만의 시간이 없어 아쉬워했는데, 이제 5살이 되니 여유가 생겼더군요ㅎㅎ 계속 본인만의 일을 고민하고 해나가시는 게 대단합니다! 파이팅입니다!
고요레터
우아 Maamwall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너무 어랜만에 쓴 글에 여전히 큰 응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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