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사라질 탕후루를 떠올리며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23년에 유행한 간식 탕후루가 어떻게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와 그 흐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탕후루와 같이 이렇게 유행한 간식은 많았습니다.

흑당 디저트도 있었고, 대왕 카스테라도 있었으니깐요.

이처럼 모두가 열광했지만, 금새 잦아드는 이 형태는 비단, 음식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패턴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역사의 반복처럼 사라질 탕후루를 기억해보며, 이번 트렌드로깅을 시작합니다.

#1 캄브리아기의 생물 대폭발

지구의 나이를 알고 계신가요? 자세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구는 벌써 약 45억 년의 나이를 맞이했습니다. 그 사이 지구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현 지구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명의 근원이 태어난 시기를 ‘캄브리아기의 생물대폭발’이라 합니다.

약 5억 4천만 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을 통해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생물이 태어났지만 결국, 극소수의 생물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렇다면 먹이사슬 상위 계층에 있는 포식자가 살아남았을까요?

아뇨, 우리의 조상이라 부를 수 있는 원시 갑각류나 벌레 등이 살아남았습니다. 공격적인 생명체가 아닌 몸이 유연하고, 움직임이 빠르고,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환경 적응형 생물들이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아는 ‘삼엽충’이 대표적이겠네요.

‘캄브리아 대폭발시기’처럼 여러 객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가, 소수만 살아남게 되는 현상은 우리 삶 속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버블닷컴 광풍도 저는 비슷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너도나도 IT벤처기업을 시도하고 비이성적인 낙관론을 통해 코스닥 최고가(2834.40)를 찍었죠. 24년 1월의 코스닥 지수는 878.93이니 3배가 넘게 차이났던 과거가 있었네요.

이 현상은 비단, IT업계 또는 주식 시장에서만 발견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이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음식이 유행할 때 온, 오프라인 모든 공간에서 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돌이켜보면 일부 가게만 살아남지 않았나요?

그래서 오늘은 ‘캄브리아 대폭발시기’와 빗대어 23년부터 유행 중인 간식 ‘탕후루’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 탕후루, 그 유행의 시작

탕후루가 본격적으로 늘어났다고 추측하는 시기는 23년 상반기와 하반기 그 사이입니다. 검색어 추이를 확인해보면 그 시기와 추세를 가늠해볼 수 있죠.

23년 5월에 미친듯한 상승세를 보여준 뒤 11월에는 다시 줄어드는 흐름을 보입니다.

탕후루가 유행한 요인을 따져보자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두 가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탕후루는 다른 음식 콘텐츠에 비하여, 색상이 다채롭습니다. 또, 얇게 코팅된 설탕은 결정처럼 구성되어 바삭거리는 사운드를 손쉽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즉, ASMR 동영상 콘텐츠 또는 Tiktok이나 숏츠 등과 같은 짧은 영상으로 사용하기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틱톡 내 탕후루 키워드를 검색하면 23년 6월 이후에 업로드된 콘텐츠가 많다는 결과와 썸네일만으로도 번쩍거리는 설탕 결정을 확인할 수 있죠.

조회수가 높게 포진되어 있는 것도 23년 6월 이후의 콘텐츠가 압도적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탕후루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간식입니다. 꼭, 학생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간식이죠.

설탕과 과일.

이 아찔한 조합은 상상만 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떠오르네요.

네, 그 생각은 뇌가 신호한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단 음식을 먹으면 아주 보람찬 활동을 하는 중이야! 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쾌락과 보상을 제공하는 도파민, 행복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세로토닌, 통증을 줄이는 엔돌핀 등과 같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 어린 아이일수록 단 것을 더 많이 찾는다는 연구 결과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탕후루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매혹적이었고,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사용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던 콘텐츠였다는 것입니다. 

#3 시작하기도 너무 쉬운 탕후루

수요와 공급은 정말 마법과도 같은 공식입니다. 유행을 시작하자마자 탕후루 가게는 우리가 하루이틀도 되지 않아 증식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겁니다.

눈 감았다 뜨면 저 골목에, 다시 감았다 뜨면 회사 앞에.🤑

23년에 새로 생겨난 탕후루 매장수를 확인해보니 무려, 1,329개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짐작하기 어렵죠?

우리가 모두 아는 브랜드를 하나 예시로 가져와봤습니다. 1979년부터 장사를 시작해 어느덧, 45년을 달성한 롯데리아입니다. 현 대한민국의 롯데리아 매장 수는 1285개입니다. 탕후루를 취급하는 가게의 합이 전국에 있는 롯데리아 매장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어쩐지 롯데리아보다 많이 보이는 것 같더라니 착각이 아니었네요.

이렇게 매장이 늘어난데는 프랜차이즈 사업가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탕후루는 다른 프랜차이즈 음식보다 제조 난이도가 낮습니다.

설탕시럽을 만든 뒤 과일에 굳히기만 하면 되니깐요. 물론, 화상의 위험이 공존하기 때문에 거저먹기 정도의 난이도라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음식 난이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매장을 만들기 위한 비용마저, 저렴합니다. 23년 유행했던 또 다른 음식과 한 번 비교해볼까요?

마라탕 창업 비용 : 1억 2천

탕후루 창업 비용 : 6천 8백

마라탕 가게를 1개 만들 수 있다면, 탕후루 가게를 2개 만들 수 있다는 단순한 셈법이 나오는 비용입니다. 일정 수익을 포기한 채 오토매장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그 수익은 쏠쏠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누구나 할 수 있고,

시작 비용마저 적은 이 아이템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4 점점 사라지는 탕후루

치즈등갈비, 대왕카스테라, 슈니발렌, 흑당디저트.

익숙하지만, 이제 찾아보기 정말 힘든 음식들입니다. 어쩌다 길거리에 남아 있는 이 친구들을 보면 참 반가운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같이 듭니다.

“얘네 다 어디 갔지?”

탕후루도 위 음식들과 같이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앞서 소개했던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 근처에서 유행했던 모든 음식들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그에 반증하듯 탕후루의 검색량 저하와 매장 폐업 건수는 심상치 않습니다. 매장 증가수와 비례하듯 폐업 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에 설립된 탕후루 매장수는 82건입니다. 23년의 폐업건은 54건이고요. 23년 결과치를 가지고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20개 중 1개는 문을 닫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더 자세한 건 24년의 추세를 봐야 하겠지만, 이미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예전처럼 탕후루를 광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5 역사 패턴은 반복됩니다.

수억 년의 역사를 복기해본다면 결국 탕후루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살아남는 곳이 있겠지만, 모두가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폭발시기 살아남았던 생물도 떠올려보면 강한 생명체가 아닌 환경에 잘 적응하여, 생존에 유리했던 생물이었습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잘 되는 가게를 떠올려보면 어떤 유행에 치우쳐있기 보다는 보편적인 음식을 정말 잘하는 곳이 잘 되고 있음을 연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생존을 잘하는 것은 어떤 특출난 무언가를 보유한 사실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잘 적응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앞으로 나올 수많은 음식이 짧은 시간 등장했다 사라지기보다는 오래 가기를 바라며, 마무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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