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 로라애비

반려견과의 실내 생활로 시작된 고민(?)
반려견의 피부와 모질의 관리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었는데요. 고대 이집트에선 사냥과 경비를 돕는 개들을 신성하게 여겨 허브 향유로 피부를 닦아주었다는 기록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좀 더 본격적인 고민은 실내생활을 같이 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 반려견 관리는 미학적인 목적보다는 철저하게 기능성과 작업 효율성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럼 오늘은 원유로 관리해주던 시대부터 사람처럼 피부 관리를 받고 있는 현대까지, 반려견의 피부와 모질 관리의 변천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일을 잘하게 관리해 주던 중세시대
인류와 강아지는 음식과 보금자리를 제공받는 대신 인간을 위해 일을 해주는 공생 관계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만큼 강아지의 피부나 털 관리 역시 "더 일하기 좋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특히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며, 사냥감을 회수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어야 했던 견종들의 털이 물을 흡수해 무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특별한(?) 관리를 해주었는데요. 체온 유지가 필수적인 심장과 관절 부위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짧게 깎아주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훗날 푸들의 사자컷(콘티넨탈 컷)의 유래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강아지를 씻겨주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내에서 함께 지내는 게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실내생활을 함께하며 시작된 고민
인류가 강아지의 피부와 털에 대한 관리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였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성장한 중산층은 자신들의 축적된 부와 높아진 사회적 지위를 과시할 수단이 필요했고, 혈통서가 있는 순종견을 높은 가격에 입양하여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이 거대한 사회적 유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빅토리아 여왕의 각별한 반려견 사랑은 영국 사회 전반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여왕은 '투리'라는 이름의 포메라니안을 침실에 둘 정도로 아꼈으며, 그녀의 임종을 지킨 것 역시 이 작은 반려견이었죠.

19세기 중반 집 안으로 들어온 반려견들은 사람과 함께 소파를 공유했지만, 당시에는 '반려견 전용 샴푸'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보호자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반려견의 털에 기생하는 벼룩과 이, 그리고 심각한 소양증을 유발하는 옴(Mange)이었죠.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하고 기괴한 민간요법들이 강아지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등유에서 상업적 구충 샴푸의 탄생까지
초기 벼룩 퇴치 및 피모 관리법은 현대 수의학의 관점에서는 경악할 만큼 위험하고 극단적인 민간요법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벼룩을 잡기 위해 빗을 등유나 원유에 담근 뒤 개의 피부에 닿지 않게 주의하며 털을 빗기거나, 고래 기름을 개의 온몸에 두껍게 바른 뒤 수 시간 동안 방치했다가 달걀이나 비누로 씻어내는 방법이 널리 쓰였죠. 하지만 등유는 반려견의 얇은 피부에 심각한 화학적 화상과 염증을 유발했으며, 최악의 경우 난롯가에 있던 반려견이 화상을 입거나 타죽는 끔찍한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황과 생석회를 물에 섞어 만든 용액을 희석 없이 발라 피부가 벗겨지는 부작용도 빈번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870년대에 '뷰캐넌스 카볼릭 소독 비누'가 출시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반려견 비누"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와 함께, 벼룩과 진드기를 박멸하는 강력한 석탄산(페놀)의 소독력을 내세우며 홍보했지만, 석탄산 역시 농도 조절에 실패하면 개의 피부조직을 파괴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독성 물질인 건 여전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인 1876년, 미국의 수의사 헨리 클레이 글로버 박사는 뉴저지주 톰스리버의 약사 찰스 마티스와 협력하여 전설적인 반려견 약용 제품인 '글로버 제국 옴 치료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소나무 타르를 주원료로 한 이 제품은 당시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개의 중증 피부병과 모낭충증을 가라앉히는 데 탁월한 효과를 입증하며 전 세계적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글로버의 치료제는 후일 액상형 반려견 전용 약용 샴푸와 스킨케어 산업이 태동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죠.

1980년대까지 이어져 온 구충을 위한 강아지 목욕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기존의 번거롭고 독한 구충 샴푸들은 사용이 간편하고 안전한 국소 도포제나 경구용 약물로 완벽히 대체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구충 기능에서 해방된 2000년대에 들어서야 애견 샴푸 산업은 피부 장벽을 보호하고 천연 성분을 강조하는 현재의 '프리미엄 펫 코스메틱' 영역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되었죠.
반려견의 피부와 모질을 위한 보호자의 숙제들
구충의 족쇄에서는 풀려났지만, 이젠 반려견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피부와 모질을 향한 보호자들의 새로운 관심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반려견도 사람처럼 피부와 모질을 위해 영양제를 챙겨 먹고, 알레르기 검사까지 진행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인데요.
하지만 아무리 홈케어를 열심히 해준다고 해도 아래의 증상들이 보인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영역전개를 마치며
일하는 강아지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관리부터 구충을 위한 목욕을 거쳐 진정한 모질과 피부를 위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겪은 많은 시행착오가 지금 반려견들의 건강한 피부와 윤기 나는 모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모든 반려견과 견종, 그리고 성격에 맞는 관리 방법이 모두 다를 수 있으니 지금 유행하는 피부와 모질에 대한 케어가 아니라 우리 반려견에게 꼭 필요한 케어는 무엇인지 한 번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내용을 도와주신<벳아너스> 회원 병원
- <라퓨클레르 동물피부클리닉> 이태현 대표 원장
주요 참고 자료
그 외 다양한 자료들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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