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홍콩과 파리 이야기 즐거우셨나요? 6월을 맞이하여 서울에서 돌아 볼만한 전시 추천 리스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요즘 다시금 압구정 로데오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데요. 꽁티 드 툴레아, 이야이야 프렌즈 카페, 리암 케이커리 등등 다양한 카페 외에도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있는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를 정리했어요.
페로탕 서울
그레고르 힐데브란트(Gregor Hildebrandt) 개인전,
<KRANICHE ZIEHEN VORÜBER (CRANES PASSING BY)>
기간 : 5월 14일 - 6월 29일
음악과 미술의 엇갈리는 전시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그레고르 힐데브란트의 개인전이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개인전이다. 작가는 아날로그 음반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주로 선보이며 음악, 문학, 영화 등 문화적 레퍼런스를 배경으로 하는 설치와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인 바이닐(LP판)과 카세트테이프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레고르 힐데브란트의 작품은 음악의 모든 영역을 활용한다. 그의 작품에서 음악은 시간을 따라서 전개되는 것이지만, 미술 작품 내적 규칙에서 시간은 정지되어 있거나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음악과 미술은 충돌한다. 또한 그는 캔버스 위에 카세트테이프, 비디오의 자기 테이프를 붙인 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나중에 테이프를 떼어내고 나면 일종의 네거티브 이미지의 작품이 남는다. 한 쌍의 작품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작가의 대표작인 바이닐을 쌓아서 만든 기둥 작품들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에 대한 오마주이다. 또한 바이닐의 색상은 작가 파트너의 어머니가 입고 있던 스웨터의 줄무늬 패턴을 따라하며 사적이면서도 내밀한 모티프를 가져온다. 스트리밍 시대에 이르러 음악은 형태를 잃고 네트워크를 따라 유랑한다. 그러나 음악의 진동을 기록했던 아날로그 매체가 미술 작품으로 다시 치환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자.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공경恭敬과 장엄莊嚴을 담은 토기
기간 : 1월 6일 - 6월 29일
죽음과 가까운 토기
고대 무덤에는 다양한 토기가 사용되었다. 토기는 죽은 사람을 위한 장례와 제사에 사용되었으며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 등 국가마다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고대 무덤에는 풍부한 장신구와 함께 토기를 묻었는데, 죽은 사람들이 저승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함께 묻은 것이다. 무덤을 사후세계에서 생활하는 집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상장의례가 격식을 차려서 진행되었다. 또한 무덤 주변에서도 토기가 출토되는데, 이것은 껴묻거리(부장품)가 아니라 제사에 사용한 토기들이다. 특히, 제기로 쓰인 굽다리 접시나 항아리 안에는 동물 뼈, 생선 뼈, 곡식, 과일 씨 등의 음식물의 흔적이 발견되어 공헌물을 담았거나 제기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을 멀리하지 않고 격식을 차려 상례를 치러왔던 과거 조상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그릇 더 나아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이다.
아르떼 케이
백하나(ONEZEROONE) 개인전, <THE ONETHELAND WONDERS>
기간 : 5월 24일 - 6월 7일
유일무이한 행복을 찾는 과정
작가가 그려내는 다채로운 캐릭터는 회화 안에서 행복한 세계로 들어가지만, 그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들도 행복한 세계로 들어간다. 유토피아를 여행하는 캐릭터 'one'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한다. 턴테이블과 라디오를 들고 다니는 박쥐, 자유롭게 바깥 세상을 돌아다니는 고양이와 같이 자유로운 캐릭터들과의 관계는 작가가 이 존재들과 맺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어떤 이름이 붙던 다양한 관계성은 유토피아를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것이고 작가는 부정적인 감정부터 행복까지 다양한 감정이 어우러졌을 때, one의 세계인 '원더랜드(ONE + THE LAND)'이자 원더랜드(Wonderland)가 된다.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감정을 다시 한 번, 찬찬히 곱씹어보게 된다.
송은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와 한스 버그(Hans Berg)의 개인전,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
기간 : 5월 17일 - 7월 13일
때로, 미술은 공간을 장악하는 것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나탈리 뒤버그와 한스 버그는 전통적인 예술의 경계를 초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음악,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관람객이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를 엮어내고 있다. 특히 전시에서는 조명이 공간을 정의하고 있는데 빛을 통해 설치와 조각들을 직접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뒤버그와 버그는 미술관에서 '영상을 위한 어두움'이 종종 작품 관람을 위한 밝은 공간과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전복시킨다. 그들은 영상이 풍부한 감각으로 관람객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공간으로 작품을 확장시켰다. 빛과 그림자의 세계에서 관람객은 마술적인 길과 동화같은 파빌리온을 여행한다. 공간 자체를 장악하는 미술은 리움에서 진행하고 있는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도산공원 갤러리 지도
6월에는 미술 전시를 즐기러 도산공원에 갈 여유가 생기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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