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일교차가 큰 하루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또 다시 미국으로 가는 길에 이 편지를 씁니다. 때로 여행지를 고민하다가 보면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보러 가게 되는데요. 올해 3월 다녀온 아트바젤 홍콩이 특히 그렇습니다. 미술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어느 수장고로 들어가, 언제 다시 전시될지 모르기 때문에 전시 한 번, 한 번이 소중하죠. 그런 점에서 호텔이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처럼 때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목적지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셀 도큐멘타와 비엔날레가 한번에 열리는 해에 유럽을 도는 '그랜드 투어'처럼 말이에요. 이번주에는 한국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를 찾아다닙니다.
대전시립미술관, <모레이의 부피들>
10월 29일부터 2월 9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는 엄유정 작가의 <아라우카리아>가 소장되어 있는데요. 작가가 청주미술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자연의 풍경을 정밀하게 관찰해온 작가의 시선이 도드라지는 작품이에요. 특히 이번 열린수장고 전시에서는 작가가 2022년에 스코틀랜드의 '모레이' 지역에서 관찰한 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엄유정 작가의 드로잉 작품과 회화 작품들은 자연의 부피와 선을 단순한 형태로 보여주다가도 가까이 다가가면 질감과 적층된 색감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눈 앞에 보여주는데요. 때로 숲과 나무를 직접 보다보면 너무나 많은 정보 때문에 형태를 짐작할 수 없을 때가 있죠. 그럴 때에는 엄유정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자연의 뼈와 살갗을 느껴보세요.
광주시립미술관, <무등: 고요한 긴장>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지금 광주는 광주비엔날레로 떠들썩하죠. 그리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도요.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무등: 고용한 긴장>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의 중심이 되는 '무등산'은 광주의 "근간"이 되는 공간인데요. 등수를 가르는 "차등의 전제 자체가 사라진 초월적 차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개념이 단순히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 민주화 운동을 비롯 광주가 겪고 감싸 안아서 오고 있는 여러 이념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간으로써 기능하도록 합니다. 전시는 "혁신적 연대", "창의적 저항", "지속 가능한 정의"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시대 시각예술 외에도 다양한 미술의 모습을 포용함으로써 예술로써의 "무등"으로 나아갑니다.
정관박물관, <정관박물관 10년의 기록-이제 우리의 일기를 쓰겠소>
9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무엇을 '수집'할까요? 정관박물관은 정관 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발굴된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서 건립된 박물관입니다. "전국 최초 삼국시대 생활사 박물관"이기도 한 정관박물관은 박물관이 단순히 미적 가치를 가진 예술 작품이라던지, 이른바 위대한 인류의 보물같은 것들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어떻게 기록되고, 앞으로 어떻게 남겨질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곳입니다. 특히 미술관이 특별 전시나 상설 전시만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직접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말하는 전시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죠. 10주년을 맞이한 젊은 박물관을 통해, 박물관이 단순히 "수집"하고 "나열"하는 곳이 아니라는 공간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보러 가려고 점찍어둔 전시가 있었나요? 저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엄유정 작가의 전시를 보러가고 싶어요.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도 많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올만한 도시와 전시가 곳곳에 보인답니다. 아주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우리의 세계는 넓어집니다. 당신의 세계를 넓혀준 전시가 있었다면 답장을 보내주시거나, 인스타그램에 @visitor.see 를 태그해서 알려주세요!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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