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ANDER] 30호 : 그 시절, 사랑은 왜 그렇게 슬펐을까

그 시절의 노래와 지금의 연애를 바라보며

2026.11.01 |
from.
VOLANDER

 요즘 드라마 《연애박사》를 챙겨 보고 있습니다. 도파민을 쥐어 짜내는 자극적인 치정극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20대들의 풋풋한 연애를 다룬 작품이죠. 특유의 고(故) 안판석 감독식 연출과 찰떡같은 음악 덕분에, 마치 남의 연애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설렘과 주인공들이 싸우면 함께 스트레스 받으며 시청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디어 속 사랑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까마득한 예전 노래들과 뮤직비디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포지션의 〈I Love You〉나 최재훈의 〈비의 랩소디〉, SKY의 〈영원〉 같은 노래의 뮤비들을 좋아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우리가 소비하던 사랑은 참 지독하고 비장했습니다. 불치병은 국룰이었고, 사랑을 완성하려면 꼭 장렬하게 목숨이라도 하나쯤 바쳐야 직성이 풀리는 서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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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돌이켜보면 그 시절 우리의 실제 삶이 정말 그렇게 목숨을 걸 만큼 극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대리만족을 찾던 당시의 대중문화가 유독 농도 짙은 순애보와 비장미를 과장해서 전시했던 거겠죠. 사랑은 꼭 이루어져야 했고,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적어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되어야 했으니까요.

 그 과장된 환상과 비교하면, 요즘의 연애는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썸’도 여러 명과 동시에 타고, 몇 날 며칠 고민하며 적어 내려가던 편지 대신 스마트폰 하나로 일상의 모든 찰나를 1초 만에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연락의 시차와 기다림, 그리고 그 공백이 주던 상상력은 예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상대의 답장을 기다리며 혼자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 내던 시간도, 편지 한 장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던 수고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되어 가고 있죠.

 그렇다고 요즘의 사랑이 예전보다 얕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연락이 빨라지고 관계를 시작하고 끝내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서, 마음의 깊이까지 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누군가 눈물 흘리며 죽어 나가지 않아도 사랑은 충분히 절실할 수 있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마음은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가끔은 그 시절의 촌스럽고 과한 애절함이 그리워집니다. 어쩌면 그리운 건 그때의 사랑이라기보다, 사랑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온통 흔들리는 것처럼 느끼던 시절의 감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지금 다시 들어도 그 시절의 감정을 불러오는 노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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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장의 한마디   

 와, 기장님! 오늘은 제가 아침에 생각했던 얘기네요! 이런 우연이!

 저는 어릴 때부터 뮤직비디오를 좋아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엠넷에서 굳이 알바를 하기도 했죠.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만날 때의 그 황홀함과 설렘이 뭉클뭉클 생각나네요.

 그중에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고 찾아보는 뮤직비디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룹 TEAM의 "별"이라는 노래예요. 브라운 아이즈의 인트로와도 유사해서 많이들 헷갈렸던 곡인데, 뮤직비디오에서는 헤어진 뒤 혼자 보내는 외로움을 아주 유쾌하게 그렸거든요.

 당시에는 기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비장미 넘치는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가 유행이었는데, 그 안에서 담백함과 유머가 오히려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요.

 저는 모든 창의성은 기존 질서에 반할 때 생겨난다고 보는데요. 아마 "별"이라는 뮤직비디오는 그래서 당대에는 조금 아쉬웠지만 적어도 저라는 팬은 아직기억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게 중요해요!

🔭 보란더의 시선

 최근 김동률 콘서트 후기가 많이 올라옵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수의 공연 후기를 보고 있자니, 문득 사람들은 음악에서 무엇을 얻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한 가수를 좋아할 수 있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사실…. 저는 노래를 잘 듣지 않습니다.

 옛날 노래는 옛날 노래대로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게 싫고, 노래를 들으면 음보다 가사에 먼저 집중하다보니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게 쉽지 않아요. 집에서 틀어두는 음악은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노래나 가사 없는 연주곡이 대부분입니다.

 음악이 삶에서 중요한 분들은 좀 이해하기 어려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음악은 위로이자 추억이고, 하루를 채우는 즐거움일 텐데 저는 오히려 음악이 불러오는 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싶어 하니까요.

 그래도 오늘은 좋은 음악과 함께하는 일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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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자언니의 프로필 이미지

    명자언니

    0
    약 12시간 전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단어들과 문장들로 가득해서 저도 예전 기억들을 떠올리며 한문장 한문장 읽었습니다. 진심과 정성이 전달되는 글들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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