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 줄 몰랐다. 추석맞이 할인을 한다고 광고하는 이메일을 보고 알았다. 일 년을 기다려 울타리몰에서 추석맞이 음식을 시켰다. 떡, 삼각김밥 김, 곱창구이, 쫄면, 갈비살 주물럭...
대단한 에피소드는 없었던 일주일이다. 목요일에는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생리통을 핑계로 운동도 자동차 점검도 다 미뤄두고 냅다 집으로 와서 낮잠을 잤다. 어쩐 일인지 너무 집에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난주에 발견한 도넛 가게. 애플 프리터가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아갔는데 그 도넛은 다 팔려서 Sour Glazed Donut을 먹었다. 나의 평은 '생각보다 달지 않은 디저트'.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
도넛을 먹고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는데 뜬금없이 이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나의 하루를 사랑할 때 가능한 거구나. 이불을 개는 일도,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계획한 일을 겨우 마치는 것도, 아니면 뜬금없이 다른 일에 빠져서 몇 시간을 흘려보냈더라도 재미있었으면 됐다며 그 하루를 사랑해주면 나를 미워할 필요가 없구나.
몇 년 전만 해도 난 이불을 왜 굳이 개야할까 싶었다. 그럼에도 유튜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이불부터 개길래, 그것이 하루를 작은 성공으로 시작하는 법이라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도 따라하고 있었다. 이제 성공이라는 말에는 별 감흥이 없지만 이불을 개는 일이 사랑의 일부라니 아침에 눈 뜨는 시간이 기다려질지도 (이건 너무 갔다) 침대가 더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마법.
룸메이트랑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을 만큼의 위스키 술상을 차렸다. 당분간 금요일에 복싱을 하는 네 시부터 밤 열 두 시까지는 모든 것을 OFF 하자고 했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친구들과 대화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 스물 세 살 친구들이 졸업을 고민하고, 스물 한 살이 같은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나보다 다섯 살은 어린 친구가 결혼은 언제 하고 어느 나라에서 직업을 가져야 할 지 고민이 가득하단다. 내 눈에는 다들 귀엽고 참 대단해보일 뿐. 주말에도 학교에서 사교모임(?)별로 드레스코드를 맞춰입고 삼삼오오 돌아다니거나 밴드 음악을 연주하는 친구들이 보였는데, 덕분에 캠퍼스를 걸으면서 나의 대학 시절도 좀 곱씹어 보았다.
마지막으로 요즘 차에서 맨날 부르는 노래를 바친다. 이걸 아침저녁으로 부르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을 외치는 사람이 되.
어디선가 나의 글을 읽어주는 당신의 하루에 Cheers,
Poem Kim
의견을 남겨주세요